스크랩 잠그다.

[타리]

잠그다

‘담궜다·치뤘다·치뤄라·따뤘다…’ (×)

‘담갔다·치렀다·치러라·따랐다…’ (○)

문을 꼭 잠궈 주시기 바랍니다, 수도꼭지를 잠궜다. 여기에 쓰인 ‘잠궈, 잠궜다’는 ‘잠가, 잠갔다’로 적어야 한다. ‘잠궈, 잠궜다’가 되려면 이 말은 기본형이 ‘잠구다’이어야 한다. 그래야 ‘잠구’에 ‘어’라는 모음이 붙어서 ‘잠구어’가 되고 이것이 줄어서 ‘잠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감추다’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감추다’에 ‘어’가 붙으면 ‘감추어’가 되고 이것이 다시 줄어 ‘감춰’가 된다. 그런데 ‘잠구다’가 기본형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이 말의 기본형은 ‘잠그다’이다. 동사나 형용사의 기본형은 어미 ‘다’를 붙인 말이다. ‘다’와 붙여 말해 보면 ‘잠구다’가 아니라 ‘잠그다’가 되기 때문에 기본형을 ‘잠그다’로 보는 것이다. 사전에서 이 말을 찾으려면 당연히 ‘잠그다’로 찾아야 한다. 사전은 기본형을 위주로 올리기 때문이다. ‘잠구다’로 찾으면 없거나 있어도 ‘잠그다’로 가도록 되어 있다. ‘잠그다’가 기본형이므로 ‘잠그’에 어미 ‘아’가 붙어 ‘잠가’로 되는 것이다. ‘어’가 아니라 ‘아’가 오는 것은 앞의 말에 ‘아’가 오기 때문이다.

‘잠그’ 자체로만 보면 앞에 오는 말이 ‘그’이기 때문에 어미로는 ‘어’가 와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어미가 붙기 전에 ‘으’가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더 앞에 나오는 ‘잠’이 기준이 돼 ‘아’가 오는 것이다. 위에서 들었던 ‘감추다’는 ‘추’라는 말이 있어 그 영향으로 ‘어’가 오는 것이다. 거의 표기에 혼동이 없는 ‘바쁘다’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바쁘다’ 역시 ‘으’로 끝나는 말로 여기에서 ‘으’가 빠지면서 뒤에 ‘아’와 붙어 ‘바빠’가 되지 ‘바？Æ？가 되지는 않는다.

‘잠그다’처럼 기본형이 ‘으’로 끝나는 말 중에 혼란을 보이는 단어들이 더 있다. 물에 발을 담궜다, 김치를 담궈 먹었다, 경기를 치뤘다, 값을 치뤄라, 컵에 물을 따뤘다, 술을 따뤄 마셔라. 이 말들에 나오는 ‘담궜다·담궈·치뤘다·치뤄라·따뤘다·따뤄’는 모두 ‘담갔다·담가·치렀다·치러라·따랐다·따라’로 적어야 한다. 이것들도 모두 기본형이 ‘담그다·치르다·따르다’이기 때문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