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3회
방송일: 2003922 조회수 : 150654번 읽음
동영상 : 줄거리:
1. # 학교 구름다리
학생들, 왁자지껄하게 뛰어간다.
은환, 수업 마치고 구름다리 건너가다가 보면, 지환, 멀쩡하게 친구들과 족구를 하 고 있다.
은환, 저 자식이...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상두가 등나무 벤치 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상두의 궁상스런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한숨)
2. #벤치
상두, 총각 김치 청을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다.
3. # 일각
지환앞으로 공이 온다. 지환, 공을 잠깐 멈춘다.
저 앞 벤치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상두를 흘끗 보고 묘한 미소 흘린다.
4. #벤치
상두, 냄비 들어 국물을 마시는데, 그대로 와서 꽂히는 공.
그 바람에 냄비,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5. # 구름 다리
은환, 기함한 표정 짓고.
6. #벤치 /일각.
상두, 벌떡 일어나며 공이 날아왔던 곳을 노려본다.
지환, 미안하다는 모션을 하며 공을 던져 달라고 모션한다.
상두, ‘너 죽었어’ 입만 벌려 모션하며 당장 뛰어갈듯한 표정 짓다가 아니지...하며 미소까지 지으며 공을 지환에게 순하게 던져 준다.
7. # 구름다리
은환, 가슴을 졸이다 안도의 한숨 뱉는다.
8. #벤치
상두, 이를 앙물고 궁시렁거리며 벤치 근처에 떨어진 라면 찌꺼기를 궁상스럽게 주 워 담는다.
9. # 구름다리
은환, 마음이 아프다.
10. # 교사 식당
교장, 순애, 창호등 선생들 밥 먹고 있고, 은환, 식판을 가져와 테이블에 앉는다.
불고기와 생선등이 푸짐하게 담겨있다.
은환, 몇 젓가락 집어 먹는데....도저히 밥이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11. #학교 수돗가
상두, 수돗가에서 양치질하고 있다.
두명의 여학생들 양치질 마치고, 저편에서 은환이 오는 것 보고 “선생님 안녕하세 요”하며 인사한다.
상두, 고개 돌리다가 은환임을 알고는 얼굴이 환해지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는다.
은환, 상두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상두옆으로 와서 서며 손을 씻는다.
여학생들, 인사하고 가고.
은환 (상두 보지 않고) 어쩔려구 이래?
상두 (보는)
은환 (보는) 하던 일은 어떡하구, 여기서 뭐하는 거야, 지금?
상두 (웃으며) 내가 또 만능 엔터테이너잖어. 걱정 마. 하던 일엔 크게 지장없어. (입 헹 궈내는)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그 꼴을 당하구두 계속 하구 싶어? 하고 많은 일 다 두구 왜 하필 수위야?
상두 (입안에 고여 있던 물 푸 뱉어내며) 니 옆에 있구 싶어서.
은환 (어이없는)
상두 사실은 너랑 똑같이 선생님을 하고 싶었는데, 교사 자격증이 없잖아, 내가.
은환 ....제 정신이 아니구나.
상두 (세수한다)
은환 미쳤어, 너!
상두 (말없이 세수하는)
은환 너한텐 안 가!!
상두 (표정없이 은환을 본다)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하건 어떻게 날 흔들어놓건 나...너한테 안가! 죽어두!
상두 (옷 앞섶으로 얼굴 닦으며) 그래, 넌 거기 있어! 꼼짝두 말구 거기만 있어.
은환 .....
상두 내가 가지 뭐. 내가 가께. 넌 거기 있어.
은환 (어이가 없어) 내 말,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
상두 알아 들어.
은환 ......
상두 내 평생에 내 마음대루 하는 거, 딱 이거 하난데 싫어두 니가 좀 봐주면 안되냐?
은환 ......
상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라두 니 옆에 좀 있게 해주면 안돼?
은환 .....(할 말을 잃는다)
이때, 저 앞에서 희서, “수위 아저씨! 수위 아저씨!” 부르며 뛰어온다.
은환 희서야.
희서 (은환이 있는 줄 몰랐다가) 선생님!
은환 왜? 무슨 일인데?
희서 (상두보며) 어떡해요, 아저씨? 시계가 변기에 빠졌어요.
상두 (얼굴 일그러지며) 뭐?
은환 어떡하다 그랬어?
희서 (울상이 되어) 아빠가 스위스가서 사다 주신 비싼 시곈데...어떡해요, 아저씨?!!
상두 (당혹스럽게 웃으며) 설마 나한테 그걸 꺼내라는 말은 아니지?
희서 지난번 수위 아저씬 그런 거 다해 주셨어요.
상두 (어쩔 수 없다, 똥 씹은 표정) 가보자, 그럼.....(화장실쪽으로 가다가 문득 걸음 멈추 고 희서보며) 근데, 큰거 쌌냐? 작은 거 쌌냐?
12. #화장실
상두, 변기안을 들여다 보다가 구역질 나는 것을 참으며 코를 막고, 고무장갑 낀 손 을 변기안으로 집어넣는다.
화장실 주변으로 은환과 여학생들 지켜 보고 있다.
은환, 있는대로 인상을 쓰고 상두를 보다가 상두의 모습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밖 으로 뛰어나온다.
13. #화장실밖
은환, 밖으로 나오는데, 한쪽에서 지환과 희서, 하이 파이브하며 히히닥거리고 있 다. (은환이 오는 줄 모르고)
지환 니 핸드폰, 사진기 되지? 수발이 기념 사진이나 하나 찍어주까?
희서 너 정말 수위 아저씨 쫓아낼거야?
지환 (고개 끄덕이며) 감히 날 건드리구 무사하길 바래?
희서 어쨋든 재밌다....컴퓨터 게임보다 훨 재밌어, 지환아.
은환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채 지환!! 윤 희서!!
지환과 희서, 깜짝 놀라서 은환을 본다.
은환,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는.
14. #화장실안
상두, 고개 돌린 채 헛구역질을 참으며 변기안에서 손을 휘젓고 있다.
상두 없는데....(밖에다 대고 소리 지르는) 시계 잃어버린 학생 어딨어? 아무래도 변길 깨 봐야 될 거 같은데?!!
은환 (화장실로 들어서며) 그만 하세요.
상두 (보는)
은환 (얘기하면서도 속상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호주머니 안에 시계가 있대요.
...그만하세요.
상두 (어처구니가 없다) 에?
15. #남자화장실앞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화장실에서 남학생 나오자 얼른 몸을 돌려 휴지 줍는 시늉하고.
화장실안에서 웩!웩!하는 상두의 소리 들린다.
16. #화장실안
얼굴이 노랗게 뜬 상두,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하고 있다.
17. #남자 화장실앞
은환, 안타깝게 서성이는데,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 들린다.
저 앞에서 여 선생 지나가며.
여선생 채 선생님, 수업 안 들어가세요?
은환 네....들어가요.
은환, 화장실쪽을 속상한 표정으로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발걸음 돌려서 간다.
18. #화장실안
토하던 상두, 털석 주저앉으며 기운이 빠져 벽에 머리를 기대는데.
이때,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19. #화장실 세면대
상두, 문 열고 나오며 핸드폰 받는다.
상두 어, 삼촌....그냥 어디 좀 나와 있어....(세면대앞으로 와 서며) 말하면 삼촌이 아냐? .....(귀찮은 표정) 오늘이 그 아줌마 생일이야?
20. #호텔 외경(오후)
21. #호텔 화장실
만도, 화장실앞에 양복 저고리와 와이셔츠 들고 서 있다. 이때, 화장실안에서 청바 지 하나가 휙 던져지고, 만도, 날렵하게 받는다.
만도 (상두 옷 냄새 맡아보고) 하아, 땀 냄새...너 요새 노가다 뛰냐?
22. #화장실안
런닝 차림의 상두, 양복 바지로 갈아입고 있다.
상두 (옷갈아 입으며 궁시렁대는) 화장실에서 거의 사는구만, 오늘은.....(문득 옷 갈아 입던 손 멈추고) 삼촌!
만도(E) 뭐?
상두 나 이 짓 안하면 안되나?
23. #화장실밖
만도 뭐?
상두, 화장실에서 나와서 거울앞으로 와 서더니 만도 손에 든 와이셔츠를 집어 입 는다.
만도 갑자기 왜 또?
상두 그냥...하기 싫어서.
만도 보리 치료비는 그럼? 보리가 하루에 삼키는 돈이 얼만지나 아냐?
상두 벌면 되지, 다른 일 해서.
만도 무슨 다른 일? 전과자에다 고등학교 중퇴자에다...누가 너같은 놈한테 그런 많은 돈 을 준대? (향수를 뿌려준다)
상두 (힘이 쭉 빠진다)....그치? 그 많은 돈 댈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밖에 없는 거지?
만도 있지. 도둑질. 강도, 유괴, 협박 ..(하며 넥타이를 건넨다)
상두 (씁쓸하게 웃고 넥타이를 매는)
만도 세상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린 나쁜 놈 축에두 못 끼엄마.
상두 ......
만도 ..우리가 언제 돈 내놓으라구 칼 들구 협박을 했냐? 가정에 평화를 깼냐? 참아라, 남편한테 쌓인 스트레스는 내가 다 풀어줄테니까 될수 있는대로 가정은 지켜라... 다른 제비들은 몰라두 우리는 이혼률 줄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거야. (무스를 준 다)
상두 (더 말 섞기 싫다, 무스를 머리에 바르며) 보리한테나 가봐.
24. #호텔 레스트랑
깔끔하게 차려 입은 상두, 준비한 보석함을 수희에게 내민다.
수희,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상두 생일 축하해, 자기야. (보석함 열어 보여주면...제법 비싸 보이는 목걸이가 들어 있 다) 사랑해.
수희 (감격하는)...고마워, 자기야.....
상두 실내에서 썬구리는 왜 끼구 있어, 아까부터? (몸을 앞으로 내밀어 수희의 선글라스 를 벗긴다.)
수희 (눈가가 퍼렇게 부어 있다)
상두 (기가 막힌)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네? 어쩌다 그랬어? 맞았어?
수희 (훌쩍이며 울기 시작한다) 남편이...남편이 때렸어.
상두 다른 날두 아니구, 생일 날에 지 와이플 때려?
수희 그 사람, 오늘 내 생일인지도 몰라.
상두 ..왜 맞었는데?
수희 여자가 생겼대. 이혼하자 그래서 못해준다 그랬더니....(목이 메인다)
상두 (할 말을 잃는다)
수희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그냥 이혼해 줄까봐. 이번이 일곱 번째야, 일곱 번째...더는 못 참겠어.
상두 (긴장한 탓에 우선 물을 마시고 수희에게 내밀며) 물 먹을래?
수희 (상두를 진지하게 보며) 자기야, 나랑 결혼할래?
상두 (놀라고 당황하는) 엉?
수희 우리 결혼해서 미국 가서 살자. 거기가면 우리 아버지 사업체두 있으니까, 그거 자 기가 운영하면서...(하다가 놀라서) 자기야!
상두 (입이 한쪽으로 돌아간 채 달달 떨리고 있다.)
수희 어? 자기 입 돌아갔어!
상두 어...(한쪽 볼 잡고) 내가 중풍기가 좀 있대. 의사가 차츰차츰 손도 떨리구 다리도 떨린대더니 (일부러 손도 떨어보이며) 어우, 정말인가봐.
수희 나이가 몇살이라구 중풍이야, 벌써?
상두 중풍이 나이 가리는 줄 알어?....아, 클났네.
수희 (심각한) 병원에 가봐야지, 그럼.
상두 병원? 아참! 병원에 예약한 거 깜박 잊었다. 치질, 수술날 잡기루 했는데.
수희 자기 치질두 있었어?
상두 ...나, 가봐야 겠다. (일어나는데)
수희 같이 가, 자기야. (같이 일어난다)
상두 (근엄한 표정) 됐어, 혼자 가께. 난 자기한테 신비스럽고 근사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끄윽 트림을 하는)
25. #상두 차안 (달리는, 해질녘)
상두, 와이어리스 끼고 핸드폰 하고 있다.
상두 어, 삼촌...청담동 아줌마, 정리해야 겠어....결혼하재.....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어, 병원으루 가구 있어, 지금....누구?....(버럭 화내는) 걔가 왜 또 와, 거길?!!
26. #병원 정원 한쪽
만도, 나무 뒤에 서서 핸드폰 받고 있다.
저 앞 잔디밭으로 민석, 세라, 보리, 나란히 둘러앉아 웃고 있는 모습 보인다.
만도 제발 지랄 치지마, 응? 그래두 내 생각해서 꼬리찜 해서 들구 왔더라....아냐...암말 안했어. 의사 선생한테두 그냥 친한 이웃 사촌이라구 소개 시켜줬다....걱정마, 임마! 보린 지 엄만거 죽었다 깨나두 몰라.
27. #잔디밭
만도, 민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만도 하이구, 죄송합니다.
민석 자, 그럼 다시 갑니다. 아까 누가 틀렸죠? 틀린 사람부터 시작해야 되는데.
보리 할아버지요.
네 사람, 일제히 모션하며 “삼육구! 삼육구!” 외치며 삼육구 게임을 시작한다.
만도 일!
보리 이!
세라 (박수치고)
민석 사!
만도 오!
보리 (박수)
세라 칠!
민석 팔!
만도 구!
보리 할아버지 또 틀렸다!...엎드려, 할아버지.
만도 하! 내가 왜 이러지?...잠깐 화장실 좀 갔다와서 맞으께.....(하며 꽁무니 빠지게 도망 가 버린다)
민석 비겁하게 도망가시는 거 아냐?
보리 도망가는 거 맞아요. 어제 아빠랑두요, 화투치다가 지니깐 똥 눈다구 도망 갔어요.
민석 (웃으며 귀엽다는 듯 보리 머리 흐트리다가 세라와 보리를 번갈아 보며) 자세히 보 니까 두 사람 되게 많이 닮았어요.
세라 (찔리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다) 그래요?
보리 아녜요, 우리 엄마가 훨씬 더 이뻐요.
세라 (배신감)
민석 이 언니두 굉장히 이쁘신데, 보리야?
보리, 목걸이(사진 목걸이) 빼서 뚜껑을 열어 사진을 민석에게 보란 듯이 내밀어 보 인다. 뚜껑안에는 홍콩 배우인 왕조현의 사진이 들어 있다.
보리 우리 엄마가 훨씬 이쁘죠?
민석 (어이가 없어 세라를 보는)
세라 (난처하게 웃는)
민석 아빠가 이분이 엄마라 그랬어?
보리 네.
민석 (세라와 같이 그저 난처하게 웃는데)
세라 .....
보리 선생님, 우리 병원 놀이해요.
민석 그러까?
이때, 민석의 핸드폰 울린다.
민석 (핸드폰 받으며 반갑게) 어, 은환아....어디? 우리 병원 주차장?
28. #병원 주차장
은환의 족발집 차 (상호명이 커다랗게 쓰인 마티스정도의 배달차), 서 있고, 은환,
차안에서 족발 봉투들을 내린다.
민석, 은환에게 달려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족발 봉투 흔들며 환하게 웃는)
29. #일각
민석의 쫓아 달려왔던 보리, 야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민석, 은환의 차 문을 잠가주고, 은환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안고, 병원 건물쪽 으로 가고 있다.
보리 (눈물이 그렁해지는데)
세라 (와서 보리옆에 서며) 선생님 애인인가 부네....이쁘게 생겼다, 그치?
보리 (삐져서 가 버린다)
세라 (빙긋 웃으며) 누가 니 엄마 딸 아니랠까봐 남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차 보리! 같이 가자. (보리에게 달려간다)
30. #휴게실
은환, 상치쌈에 족발을 싸서 민석에게 준다.
은환 아!
민석 (받아 먹는)
은환 맛있어?
민석 (엄지 손가락 들어보이며) 어머니 족발 맛보면 딴 데 족발은 못 먹겠더라....너두 먹 어.
은환 나야 맨날 물리도록 먹는데 뭐...체한다. 물 먹어.
민석 (물 마시고) 웬일이야, 근데? 연락두 없이?
은환 그냥...민석씨 보구 싶어서.
민석 그냥 보구 싶기만 해서?
은환 ...(민석 못 보고) 미안해, 민석씨.
민석 뭐가?
은환 그냥...다.
민석 첫사랑 또 만났니?
은환 ......(대답 못한다)
민석 아직두 그렇게 마음이 흔들려?
은환 .....(시선 떨구고 족발만 우걱우걱 집어 먹는다)
민석 ....내가 비켜줘야 돼?
은환 아냐...아냐, 그런 거.
민석 (자신만만하게 너그러운 미소까지 머금고) 언제 한번 만나게 해줄래? 내가 비켜줘 야 되는 놈인지, 주먹질이라두 해서 쫓아버려야 되는 놈인지 한번 보자, 나두.
은환 ......
은환, 다급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앞에 버튼 누르고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오면 탄 다.
뒤이어 다른 쪽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상두, 내린다.
32. #보리 병실 화장실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꼬리찜 바글바글 끓고 있다.
쪼그리고 앉은 세라, 만도의 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만도 (한 입에 털어넣고) 캬! 좋다!
세라 (꼬리찜 하나를 집어서 호호 불어 만도에게 주며) 요즘 상두 만나는 여자 있죠?
만도 만나는 여자야 뭐 한 둘이 아니...(하다가) 갑자기 왜?
세라 (떠보는) 옛날에 첫사랑 다시 만났다구 하던데...혹시 얘기 들은 거 없으세요?
만도 (웬 쌩뚱한 얘긴가) 첫사랑?
세라 에...다시 만났대요....선생님이라던데....
만도 글쎄...난 전혀 금시초문인데...선생님이래?
세라 그 여자랑 다시 잘해볼거래요, 상두.
만도 짜식 능력 있네....지 주제에 선생님을 어떻게 꼬셨지?
세라 (화가 치솟는 걸 참고 주머니에서 돈 봉투 꺼내서 만도에게 주며 애교 부리는) 요 즘 우리 보리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만도 (봉투를 열어보다가 얼굴에 화색이 돈다) 넌 정말 인간이 될대루 된 애구나.
세라 제가 조카 며느리가 되면요, 삼촌을 제 친정 아버지처럼 모실 생각이었어요. 용돈도 듬뿍듬뿍 드리구, 해외 여행두 틈나는대루 보내드리구...(슬픈 표정 지으며) 근데, 그 런 기횐 영영 안 올거 같네요. 선생님이랑 잘되면...
만도 인생이란 모르는 거다, 세라야?...암만 하룻밤 실수라두 자식까지 낳았는데, 결국은 조강지처한테, 너한테 돌아오지 않겠냐? (어깨 두드려 주며) 참구 기다려 봐.
세라 (좋아서 히죽 웃으며) 한잔 더 드릴까요, 삼촌?
세라, 만도의 잔에 술을 따르는데.
이때, 화장실 문 벌컥 열리고, 상두가 서 있다.
만도와 세라, 동시에 “엄마야!” 하며 놀라고.
세라 오빠.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보리 어디 갔어?
만도 지 침대에서 인형놀이 하고 있잖아....이리 와서 너두 한잔..(하는데)
상두 (열 받아서 O.L.) 애가 없어진 것두 모르구 뭐하는 거야, 지금?!!
만도 침대에 없어?
세라 없어? (당황하는)
상두 으이...(하며 뛰어나가 버린다)
세라 오빠!
33. #병원로비
상두, 보리를 부르며 로비를 뒤지고 다닌다. 뒤이어 내려온 세라도 한쪽에서 보리를 찾는다.
34. #병원 정원
상두, “보리야!” 부르며 이곳 저곳 찾는다.
35. #주차장
상두,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순간적으로 차 뒤로 몸을 숨긴다.
상두 시선 닿는 바로 앞으로 보리, 금방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보리 바로 앞으로는 은환이 서서 보리를 혼내고 있다.
은환의 차, 유리창에 온통 크레파스로 ‘바보’ ‘똥개’라고 써 놓았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차를 보다가 다시 보리를 보고) 왜 이랬는지 말 안 할래,정말?
보리 ......
은환 넌 누가 니 얼굴에 바보 똥개라고 써 놓으면 기분이 어떨거 같애?
보리 .......
상두 (당혹스럽다)
은환 왜 그랬는지 정말 말 안 할거야?
보리 (고집스럽게 입술을 앙물고 있다)
은환 안되겠다. 엄마한테 가자.....(보리 손 잡으며) 가자, 엄마한테. (끌고 가려는데)
보리 싫어요.
은환 그럼 언니가 니 얼굴에도 바보 똥개라구 쓸까?...너두 언니 차 아프게 했으니까, 니 얼굴에두 똑같이 쓸까, 그럼?
보리 (실룩실룩 하더니 우와앙 울음을 터뜨린다.)
은환 얘...(당황한 표정으로 보는데)
세라(E) 야!!
상두, 흠칫 돌아보면, 세라. 인상 있는대로 쓰고, 은환쪽으로 오고 있다.
은환 (당황해 있는데)
보리 우아앙...(세라에게 와 안기며 와앙 눈물을 터뜨린다.)
세라 왜? 왜 울어? 저 아줌마가 때렸어?
보리 (울면서 고개 끄덕인다)
세라 (날카롭게 은환을 흘겨보는데)
은환 (당황하며) 아니예요, 안 때렸어요.
상두 (미치겠다)
세라 니가 뭔데 얠 때려?
은환 정말 안 때렸어요. 그냥 겁만 줬어요.
세라 요 쪼그만 앨 협박을 했단 말이야, 그럼!!
은환 ...(억울하다) 댁의 애가 제 차에다 낙서를 해 갖구요...(하는데)
세라 (O.L.) 새 차 사주께...이깟 똥차 얼마나 한다구. (차를 걷어차 버린다)
상두 (세라가 철천지 원수로 느껴진다)
은환 (확 열받아서) 애를 그렇게 키우시면 안되죠, 어머니!
세라 뭐?
은환 무조건 잘한다, 이쁘다, 오냐오냐 키우면 쟤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겠어요? 옳고 그름도 구별 못하구, 저만 알구, 이기적이구...
세라 (O.L.) 너 뭐야? 니가 선생이야? 엇다 대구 설교야, 설교가!!
상두 (주먹을 꾹 쥔다.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이때, “은환아!” 부르며 민석이 달려온다.
민석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보리쪽과 번갈아 보며)
은환 ...아냐....애가 차에 장난을 좀 쳐 가지구...
민석 (은환의 차를 보는) 차보리, 니가 이런 거야, 이거?
보리 (울음을 터뜨릴 듯 다시 실룩이는)
세라 (은환과 민석을 노려보며) 보리야! 우리두 아빠 데꾸 오자...(보리의 손을 끌고 가 는)
상두 (미치겠다. 머리를 쥐어 잡는다)
민석 (어이 없어 피식 웃는)
은환 쟤 부몬 애를 어떻게 저렇게 키워?
민석 (은환의 어깨를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니가 이해해. 니 애인이 남녀노소를 안 가리 구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그렇다.
은환 ....(어이없어 웃는)
상두 .......(그대로 꼼짝도 않고 있는)
36. #보리 병실(밤)
세라와 보리, 무릎 꿇고 손들고 있다.
세라와 보리, 상두의 눈치를 살피는데, 상두, 서슬이 퍼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매섭 게 본다.
만도도 옆에 서서 상두 눈치만 보고.
세라 (조심스럽게) 보리꺼 까지 내가 벌 다 받으면 안돼?
상두 (엄하게) 팔에다 걸상 하나 얹어줘?
세라 (삐죽)
상두 앞으루 보리가 잘못하구 버릇없이 구는 거 편들어 주고 오냐오냐 해주면 삼촌도 그 렇구 (세라에게) 너두 그렇구 두 사람부터 가만 안둬!
세라 ......(삐죽거리는)
만도 맘대루 때리라 그럼 난 좋지.
상두 차 보리!
보리 (울먹이다가 상두의 퍼런 서슬에 차마 울지도 못하고 보는)
상두 지금 이시간부터 의사 선생님 포기해. 좋아하지 마. 알았어?
보리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보는)
상두 대답 안해?...알았어? 몰랐어?
보리 (대답 못하는데)
세라 사람 좋아하는 게 지 맘대루 돼? 어른인 나두 잘 안되는데...애가 그게 돼? 오빤 돼?
상두, 세라를 밉게 보다가 창가로 가 선다.
세라. 상두 눈치보며 얼른 보리 손을 내려준다.
상두, 아래를 내려다 본다.
37. #병원 정원
수은등 벤치아래 은환과 민석이 다정하게 앉아 있다.
두 사람 손도 잡고 뭔가 다정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38. #보리 병실
상두, 씁쓸한 표정으루 두 사람을 보며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다. F.O.
39. #은환 학교 외경(아침)
40. #학교 정문 일각
은환,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분홍색 원피스, 묶은 머리)
은환, 교문을 들어서는데, 창호와 선도부 학생들 서서 맞는다.
창호 안녕하십니까, 채 선생님.
은환 ....안녕하세요.
은환,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휘 둘러보며 상두를 눈길로 찾는데 상두의 모습 보이 지 않는다. 이상하게 서운하다.
41. #학교 정원
은환,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해서 걸음을 멈춘다.
저 앞으로 상두, 못을 입에 물고 망치를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책상과 의자 들 고치고 있다.
은환, 멍하니 보는데.
상두, 망치로 못을 친다는 게 그만 자기 손을 쳐 버리고,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달려 가려고 가는데.
순애 (은환 뒤에서 오고 있다가 놀라서 상두에게 달려온다) 어머나...괜찮으세요?
은환 (떼려던 발을 제 자리에 다시 놓고)
상두 (은환을 봤다. 아픈 와중에도 은환만 보게 웃어주다가 이내 너무 아파 인상 찌푸린 다. 달려온 순애에게) 괜찮습니다.
순애 괜찮긴요, 어디 봐요...(상두의 손을 잡아서 본다. 안타까와 어쩔 줄 몰라하며) 세상 에...피멍 든 거 좀 봐...많이 아프시죠?
상두 (순애의 과잉 친절에 난감한) 괜찮습니다. 별로 안 아픕니다.
은환, 당황하며 고개 숙이고, 상두를 스쳐서 간다.
걸어가는 은환의 등뒤에서 상두와 순애의 대화 들린다.
순애(E) 손두 보니까 이런 험한 일 하실 분이 아닌데....제가 다른 직장 알아봐 드린다니까 요.
상두(E) 괜찮다니까요. 전 수위 일이 세상에서 젤 좋습니다.
은환 (표정)
42. #은환반 교실
은환, 수학문제를 칠판에 쓰고 설명하고 있다. (수학문제는 추후 보강)
은환, 설명하며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다가 문득 복도 쪽을 보는데 낑낑 대며 복도 형광등을 떼고 있는 상두를 발견한다.
은환, 당황하다가 이내 표정 수습하고 다시 수학문제를 설명한다.
43. #교실 복도
상두, 헌 형광등을 떼서 내려오다가 교실을 본다.
넋나간 듯 한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은환을 보는...
이때, 저편에서 오던(화장실 다녀오던) 희서, 그런 상두를 발견한다.
희서 (상두의 시선이 향하는 사람이 은환이라 직감한다.) 아저씨!
상두 (흠칫하는)
희서 뭘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상두 아, 아냐...(하며 얼른 새 형광등을 꺼낸다)
희서 (알겠다....묘한 웃음을 흘리며 교실로 들어간다)
상두 (은환을 다시 보는)
44. #은환반 교실
희서, 자리로 들어와 앉고.
은환, 간간히 복도로 시선주며 수학 문제 설명하고 있다.
희서, 은환과 복도에서 형광등을 가는 상두를 번갈아 지켜본다.
은환이 수업할 때는 상두가 은환을 보고, 상두가 형광등을 갈때는 은환의 눈길이 상두를 향한다. 서로 엇갈리는...
45. #복도
상두, 의자에 올라선 채 형광등 갈다가 다시 눈길을 은환에게 주고 있다.
이때, 복도 끝반 뒷문 열리며 지환과 남학생 하나 히히덕거리며 나온다.
상두를 발견한 지환의 눈빛이 반짝 빛난다.
상두는 지환이 오는 줄도 모르고 은환만 보고 있다.
지환, 친구와 함께 상두의 가까이로 온다.
46. #교실
은환 (칠판에다 문제를 쓰고) 자, 그럼, 이 문젠 니네들이 한번 풀어봐.
은환, 분필을 놓고 돌아서다가 복도쪽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드디어 상두와 눈길이 마주친다.
47. #복도
상두, 그대로 은환을 보고 있는.
지환, 상두 가까이로 오며 묘한 미소 흘린다.
지환의 시선에 상두가 딛고 올라선 의자의 다리가 들어온다.
48. #교실
은환, 당황해서 다른 곳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상두와 다시 시선 마주친다.
희서, 재밌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이때, 갑자기 우당탕하며 은환의 시선에서 상두가 사라진다.
은환,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49. #복도
상두, 의자와 함께 복도에 넘어져 있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파서 어쩔 줄 몰
라하는.
지환 (겉으론 웃음 흘리며) 어우, 조심하셔야죠. 괜찮으세요, 아저씨?
상두 (휙 노려보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신음소리 내는)
이때, 교실앞문 열리며 은환, 나온다. (희서와 반 학생들은 창문을 통해 우르르 내 다보고)
은환, 상두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지환을 노려본다. 또 니 소행이구나...
지환, 뺀질거리며 옆의 친구와 함께 화장실쪽으로 간다.
은환 (상두옆으로 와 앉으며) 일어날 수 있겠어요?
상두 (지환쪽을 흘겨보다가 끄응 힘겹게 일어나며) 걱정 마세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인상 찌푸리고)
50. # 수위실
상두, 힘겹게 와서 널부러지듯 앉는다. 여기저기 멍이 들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다.
은환, 자기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 눈치 살피며 전화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라 한 적하다.
은환 그만 둬, 당장! 이게 뭐하는 짓이니?
52. #수위실/교무실
상두 (피식 웃으며) 점심 먹었냐?
은환 그만 둬! 이런 멍청한 짓을 왜 해, 니가!
상두 너 가만 보니까 분홍색이 되게 잘 어울리더라?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해두 달라진 건 없어, 털끝만큼두.
상두 앞으룬 분홍색만 입구 다녀라, 너.
은환 난...너 보는 거 힘들어. 니가 내 옆에 있는 거 너무 힘들어.
상두 근데, 머린 묶지 마라. 풀구 다니는 게 훨씬 이뻐, 넌.
은환 니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
상두 (잠깐 할 말을 잃다가) 나 지금 좀 바쁘거든...나중에 전화하자. (끊으려는데)
은환 늦었어...너무 늦었어, 상두야.
상두 (전화기 내려놓는다)
은환 (뚜뚜하는 소리에 전화기 든 손 힘없이 내려놓는)
53. #수위실
상두, 전화기 내려 놓고 몸살기가 오는 듯 몸을 움츠린다.
상두 갑자기 몸이 왜 이러지?...몸살이 났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르지만 스스로 주문 을 거는) 아자! 견디자! 참자! 이기자! 차상두!!
54. #은환집 외경(밤)
지환(E) (비명지르는) 엄마! 엄마!
55. #지환방
은환, 지환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워놓고는 지환위에 올라 타 양 주먹으로 마구 두 들겨 패고 있다.
지환,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은환 언제 인간 될래? 대체 언제 인간이 될거야, 너?!!
지환 (이불 안에서) 아, 왜 그래? 미쳤어?!!
은환 수위 아저씨가 니 밥이야? 불쌍한 수위 아저씰 왜 괴롭혀?!! 사내 자식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지환 엄마! 살려줘 엄마! 엄마!!
은환 엄마는 왜 불러 이 자식아! 이 나쁜 놈! 치사한 놈! 쪼잔한 놈! 비겁한 놈!!
.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심란 들어선다.
심란 작작 좀 싸워라, 작작 좀 싸워, 이것들아!
지환 (있는 힘을 다해 이불안에서) 엄마아! 살려줘!
은환 나 오늘 이 자식 가만 안 둘거야! 말리지 마, 엄마!
지환 엄마아!! 핼프 미!!
심란 그렇게 패서 인간이 돼냐, 그 놈이? 아예 북어 패는 방망일 갖다 주까?
지환 엄마!!
심란 근데, 닥터강 왔다...지환인 내가 마저 팰테니까 나가봐, 넌! (침대로 올라타 지환을 깔고 앉는다)
지환 (절망하는) 엄마아!!
은환 (내려오며, 지환을 다시 힘껏 때리며) 나 올때까지 딱 반만 죽여놔, 엄마!
56. #심란 족발가게
민석, 손님에게 족발접시를 써빙하고 있다.
민석 (싹싹하게 사이다병 따주며) 써비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여손님 못 보던 총각이네? 종업원은 아닌 것 같은데?
민석 이 집 사위될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환 (나오며) 민석씨.
민석 (은환에게 오며) 지환이랑 또 싸웠어?
은환 (푸 한숨) 어쩌다 우리집에 저런 괴물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우리 엄마가 또 고 스톱 치러 오라 그랬어?
민석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아줌마 하여튼...(미안해서) 오란다구 오냐? 비번인데 좀 쉬지.
이때, “매형! 매형!” 소리치며 지환, 맨발로 뛰어나와 민석의 허리를 꽉 잡으며 뒤로 숨는다.
은환 야!!
심란 (뒤이어 나오며) 아이구, 허리야! 저 놈이 지 에미를 메다 꽂네, 아주.
은환 채 지환! 너 이리 나와!
지환 (민석을 꽉 끌어안으며) 우리 누나 빨리 좀 데려 가라, 매형...두 여자 등쌀에 내가 아주 요절할 거 같다.
민석 (웃으며) 그러게 왜 누나 속을 썩여?
지환 무슨 누나 속을 썩여, 내가? 수발이한테 장난 좀 친거 갖고 괜히 열 받아서 저 러잖아.
민석 수발이?
지환 수위 아저씨!
은환 (순간 당황하며) 채 지환!
지환 아, 수발이가 지 서방이야, 뭐야? 저렇게 흥분해서 방방 뛰는거 내 팔십 인생에 첨 보네, 첨봐!!
은환 (당황했다) 너...너 이...이리 나와!!
지환 저봐...말 더듬는 거...(깐죽대는) 희서 말대루 정말 둘이서 눈 맞은 거 아냐? 수발이 가 누나 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라던데?
민석 이게 뭔 소리야, 은환아?
은환 (당황해서 바로 대답 못하는) 엉?
심란 무슨 소리긴? (어느새 지환 뒤로 다가가 양철쟁반으로 지환의 머리를 사정없이 치 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
은환 (당혹감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민석 (그런 은환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57. #상두 옥탑방 마당(밤)
상두,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힘겹게 올라오더니 평상위에 털석 드러누워 버린다.
이마에 식은 땀이 가득해서 끙끙 앓는다.
58. #은환방
은환, 침대에 누워 뒤척이고 있다. 상두 생각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벌떡 일어 나 앉는다.
59. #상두 옥탑방 마당
상두, 열에 들떠 헛소리한다.
상두 은환아...은환아...
60. #은환방
은환,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E) 은환아....은환아....
은환 (흠칫 눈을 뜬다...상두의 소리가 들린 것 같다)
61. #은환 마당
은환, 마당으로 나온다. 휭한 마당, 아무도 없다.
은환 (씁쓸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는)
62. # 상두집 외경 (아침)
63. #상두방
이마에 물수건을 얹은 상두, 곤히 잠들어 있다. 혈색은 많이 좋아졌지만, 간밤에 고 생을 한 듯 입술이 바싹 말라 있다.
세라, 상두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상두, 힘겹게 천천히 눈을 뜬다.
세라 살아났구나?
상두 (휘 힘없는 눈빛으로 방을 한번 둘러본다) 니가 여기 왜 있냐, 또?
세라 삼촌이 너한테 연락이 안된다구, 집에 가보라구 그래서....상두 너 나 아니면 밖에서 얼어 죽었어!
상두 (끄응 힘겹게 일어난다) 이런 날씨에 얼어죽는 사람두 있냐?
세라 얼어죽지는 않아두 어쨋든 죽었어. 열이 얼마나 펄펄 끓었는데?
상두 그래, 살려줘서 고맙다. (정신을 차리려고 손으로 얼굴을 쓰는)
세라 너 옷 벗겨 보니까 멍 투성이데? 어디서 맞았어?
상두 (휙 노려보며) 너 또 내 옷 벗겼냐? 기집애가 어디서 함부루 남자 옷을...
세라 (움찔하며) 우리가 뭐 남이야? 넌 내 딸의 아빠야.
상두 (눈을 매섭게 뜨는)
세라 ......(더이상 대꾸 못하고 일어나며) 미음 가져오께.
상두 ...몇시냐? 지금?
세라 여덟시 반.
상두 (힉 놀라며) 지각이다....(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든다)
세라 어디 가는데?
상두 학교 가야지!
세라 학교?
상두 (아차) 니네 집에 안 가?
64. #옥탑방 마당
문 벌컥 열리며 상두, 옷을 채 꿰 입지도 않고 뛰어 나간다.
세라, 뒤이어 나오다가 갸웃하며 상두를 뒤쫓아 간다.
65. #도로앞
상두, 다급한 표정으로 택시를 잡고 있다.
상두 **고등학교!
세라, 뒤따라와서 건물뒤에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다.
잠시후, 택시와서 멎고, 상두, 택시에 오른다.
상두가 탄 택시 떠나고 나면 세라, 그제야 밖으로 나온다.
세라 (되새겨보는) **고등학교?
66. #학교 외경
67. #남자 화장실앞
상두, 고장나 열리지 않은 화장실 문을 당겨보고, 가져온 공구들로 화장실 문을 고 치기 시작한다.
이때, 남학생 하나 바지를 잡고 뛰어온다.
남학생 화장실 문 고장 났어요?
상두 응....저쪽에 다른 화장실 써.
남학생 (어우...하며 다른 곳으로 뛰어가고)
상두, 열심히 화장실 문 고치는데, 덜컥 잠겼던 문이 열린다. 흡족한 미소 짓는데.
이때, 배를 움켜쥐고 지환, 화장실쪽으로 온다.
지환 (짜증내며) 화장실 문 고장 났어요?
상두 방금 고(쳤어)...(하며 뒤를 돌아보다가 지환임을 알고) 응. 고장 났어.
지환 어우 씨, 빨리 좀 고쳐요...어우 배야.
상두 (이 자식 너 한번 혼나봐라)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어떡하냐?
지환 (인상 찌푸리며 뒤돌아서 어기적 걸음을 옮기는데)
상두 그쪽두 고장 났어...그냥 여학생 화장실 써. 급한 것 같은데.
지환 (짜증내며) 어떻게 여자 화장실을 써요? (걸음 옮기는데)
상두 어떠냐? 수업 시간인데....다른 남학생도 하나 들어갔어, 좀 전에.
지환 (그 말에 걸음을 멈춘다.)
상두 (웃어주며) 앞으루 너 졸업할때까지 일년을 넘게 더 봐야 되는데, 에지간하면 친하게 지내자, 우리.
지환 (의심스럽지만....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68. #학교 외경
수업을 마치는 벨 소리 울린다.
69. #여학생 화장실앞
상두, 여학생 화장실 문 앞에 득의만만한 미소 머금고 서 있다.
수업을 마친 남녀 학생들, 쏟아져 오는 모습들 보인다.
70. #화장실안
지환, 변기에 앉아 끄응 힘주고 있다.
71. #여학생 화장실앞
희서와 여학생들, 우르르 서 있고, 창호, 뛰어온다.
창호 무슨 일입니까?
상두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드디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창호 예?
상두 여학생 화장실에 웬 변태가 출몰한다는 정보가 있어서요....숨어서 지켜보다가 드 디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창호 어딨는데요, 범인이?
상두 (엄지 손가락 들어 여자 화장실쪽으로 가리킨다.)
이때, 은환, 수업 마치고 오다가 학생들이 몰려 서 있는 것 보고 걸음 멈추고 본다.
희서와 창호, 여학생들, 숨 죽이고 화장실쪽을 본다.
이윽고, 화장실 문 열리고, 지환이 나온다.
여학생들, 비명을 꽥 지른다.
희서 한방 제대루 맞았다, 너?....나 갑자기 수발이 아저씨 막 멋있어 질라 그래.
지환 (이를 부드득 가는) 가만 두나 봐라.
희서 그러다 니가 학교 쫓겨 나는 거 아냐?
지환 ...(씨이 하는 표정으로 일어서다가 문득 생각난 듯) 너 그거 사실이야?
희서 뭐?
지환 수발이가 채은환 샘 좋아하는 거 같대매?
희서 수업 시간만 되면 맨날 뒤에 와서 지켜보구 가구 그러는데...눈빛이 장난이 아냐.
지환 이 자식이 감히 어디서, 씨이...(주먹에 힘이 다시 들어간다)
희서 우리 담탱이 일에 니가 왜 그케 예민하냐?...(문득 생각난 듯) 채은환? 채지환?...너 우리 담탱이랑 혹시 친척이니?
지환 (시침떼고) 이미자랑 이영자랑 친척이냐, 그럼?
73. # 운동장(늦은 오후)
학생들과 선생들 하교하고 있다.
상두, 교문앞에 서서 하교하는 선생들과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다.
상두, 문득 고개 돌리는데, 저 앞으로 은환이 걸어오고, 그 뒤로 지환이 졸졸 따라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상두의 시선으로 보이는 은환과 지환의 모습...지환, 은환에게 뭔가를 계속 귀찮게 요구하고 있고, 은환, 몹시 당황하고 난처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저 자식이 정말....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상두, 얼핏 표정이 굳어진다.
은환,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다시피 가는데, 지환, 훌쩍 뛰어와 은환을 가로 막는다.
지환 (상두를 의식하고 껄렁하게) 선생님이 돼 가지구 학생 소원두 하나 못 들어줘요?
은환 (표정은 ‘너 왜 이래, 자식아’, 학생들이 있어 크게 야단도 못치고) 내가 지금 좀 바 쁘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가려는데)
지환 (은환을 탁 잡으며) 아, 정말 너무 튕기신다...데이트 좀 해줘요, 네?
은환 (이를 앙물어 보이며) 이거 못 놓니?
지환 같이 가주신다 그럼 놔 드리께요.
은환 (눈을 부라리며) 셀 샐때까지 이거 놔. 하나.
지환 (상두가 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능글능글한 표정) 좋으면서 괜히 빼시는 것 좀 봐.
은환 둘!
지환 (아예 은환의 손을 꼭 잡는다) 같이 가요, 선생님.
은환 이거 놔! (지환을 손을 빼려고 흔들며) 놔아, 좀! 놔아!!
지환 같이 가요오...(손을 안 놓고 있는데)
상두(E) 그 손 못 놔!!
은환과 지환, 돌아보면 상두, 어느새 앞에 와 있다.
은환 (난처한)
상두 (지환을 야단치는) 선생님한테 뭐하는 짓이야, 이게?!!
지환 이건 선생님이랑 제 문제거든요. 아저씬 상관 말고 교문이나 지키시죠....(은환에게)
선생님 같이 가요오.
은환 (안되겠다 싶어) 이거 놔...(있는 힘을 다해 지환의 손을 떼내고 도망치는데)
지환 선생님! (하며 따라가려는데)
상두 (막아선다)
지환 비켜요!
상두 (지환의 멱살을 한손으로 탁 잡으며) 따라 와, 너.
지환 선생님도 못 때리는 학생을 수위아저씨가 패시게요?
은환 (도망치다가 걸음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지환 쳐봐! 때려봐요! 자! (얼굴 대주는)
상두 (때리려고 하다가...주먹만 부르르 떨고 있다)
지환 근데, 왜 이렇게 흥분하세요? 채은환 샘한테 관심 있으세요, 혹시?
상두 (표정이 굳어지는)
은환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는)
지환 주제를 아셔야지, 아저씨! 감히 어떻게 채은환 선생님을 넘봐!
상두 이 자식이...(결국 못 참고 지환을 주먹으로 후려친다.)
지환 (넘어지고)
은환 (달려가 말리고 싶지만, 너무 놀라 꿈쩍을 못하겠다)
지환 (입술이 터졌다) 짝사랑하는 거야 내 맘이다 왜? 그렇게 말하고 싶다본데....채은환 선생님은요! 짝사 랑두 안돼요! 아저씨같은 사람은 쳐다도 보면 안되는 사람이예요, 알아요?
은환 (버럭) 입 못 닥쳐! 채 지환!
상두 (고개를 돌리다 은환과 눈빛이 마주치는)
은환 (안타깝게 보다가 차마 못 보고 시선 돌리는)
74. #은환 학교 외경 (아침)
75. #교문앞
학생들, 등교하고 있다.
이때, 교문앞으로 심란의 족발집 차 와 서고, (‘바보 똥개’라는 긁힌 자국 그대로 남 은), 심란, 운전석에서 내린다.
심란, 학교를 노기서린 눈빛으로 노려본다.
76. #교장실밖
은환, 난감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77. #교장실
심란, 마시던 물잔을 탁자에 쾅하고 내려놓는다.
교장, 착잡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다.
심란 그 수윈지 수발인지 하는 놈 어딨어요, 지금?
교장 진정하십시오, 지환이 어머님.
심란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내 자식이 아무리 철딱서니 없구, 삼박 사일을 패도 모자랄 놈이지만, 개나 소나 다 때려도 되는 놈은 아니예요, 걔!
교장 차군이 좀 다혈질이긴 하지만, 그렇게 아무 분별도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해가 좀 있었나본데..
심란 (O.L.) 오해구 자시구 그 수위가 이 학교에 있는 한은 우리 지환이 이 학교에 못 다니겠대요!
이때, 문 열리고, 은환, 들어온다.
은환 엄마!
심란 넌 누나란 게 뭐하는 년이야?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수위한테까지 맞구 있는데 넌 뭐하구 있었어?
은환 ......
심란 (교장을 보며) 그 수위 놈을 파면 시키든지 우리 지환이가 자퇴를 하든지...양단 간 에 결정을 하시죠, 교장 선생님!
교장 (난처하다)
은환 (표정)
78. #학교 정원
상두, 학교 이곳 저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쓰레기 봉지에 담고 있다.
어느새 다가온 교장, 쓰레기들을 함께 주워 담아준다.
교장 여기서 나가면 갈만 한데 있나?
상두 (당황해서 보는)
교장, 호주머니에서 상두의 이력서를 꺼내서 본다.
**초등학교 입학, 졸업, **중학교 입학 졸업, **고등학교 중퇴라고 솔직하게 씌여져 있다.
교장 고등학교 중퇴 학력 갖구 뭘 믿구 기술 하나 제대루 안 배워놨어?
상두 .....(내쫓으려는 건가...당황해서) 교장 선생님!
교장 친구 녀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시골 학교가 있는데, 거긴 수위는 없구 기능직쪽에 자리가 하나 비었다 그러네.
상두 (멍해져서 고개 절래 절래 흔드는) 저 못 나가요.
교장 추천설 하나 써 줄테니까 (이력서 주며) 이거랑 같이 갖구 가봐.
상두 ....싫습니다. 이 학교가 아니면 다른 덴 싫습니다!!
교장 (일어나며) 나갔다고 발길 뚝 끊지 말구, 가끔 와서 늙은이 술 친구나 해줘.
상두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 학생을 만나겠습니다.
교장 자네가 나갈때까진 학교에 안 나오겠대.
상두 (표정이 일그러지는)
교장 ....채은환 선생한테두 동생을 좀 달래보라긴 했는데, 모친이 워낙 완강하시네.
상두 (의아한) ...동생..요?
교장 아, 몇사람만 아는 비밀인데....지환이 녀석, 채 선생 동생이야.
상두 (놀라는)
79. #교정 벤치(노을녘)
상두,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이때, “상두형!”부르는 어린 남자 아이의 목소리 들린다.
상두,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운동장 저편에서 어린 지환(7세), 환하게 웃으며 상두에게 달려오고 있다.
80. #시골 바닷가(회상)
17살의 상두, “우리 지환이 왔어?” 하며 달려오는 어린 지환을 번쩍 안아 올린다.
상두와 지환, 바다에서 물장구치며 무등도 태워주며 놀고 있다.
17살의 은환,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조심해, 다치겠다”하며 재밌다는 듯 두 사람 을 지켜본다.
상두 어떡하냐, 은환아! 지환인 지 누나보다 내가 백배는 좋대는데?
은환 정말이야, 채지환?
지환 응! 난 상두 형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상두 나두 우리 지환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은환 (어이없어 웃는)
상두, 지환에게 윙크하고 물장구 치고 논다.
81. #학교 벤치(현실)
상두, 씁쓸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는다.
멀찍이서 그런 상두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은환.
82. #심란 족발가게 외경(밤)
네온사인 꺼져 있고, 셔터문도 내려져 있다. 희미한 불빛이 밖으로 비춰나온다.
83. #심란 족발가게(밤)
어두운 실내, 작은 등 하나만 밝혀져 있다.
손님들 아무도 없고, 은환, 자리 하나를 차고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테이블에는 벌써 빈 소주병 3병이 놓여 있다.
은환, 소주를 따라 원샷으로 들이키고, 어지러움에 테이블에 탁 엎드려 버린다.
은환(E) 상두야! 학교 가자!
84. # 상두집앞 (시골, 상두가 입양된, 회상)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17살의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부르고 있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대문이 약간 열려진 집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마음이 조급하다, 더 큰소리로) 상두야! 학교 가자!
이때, 열려진 대문으로 작은 점박이 강아지 하나가 나와 은환에게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은환 짱가야. (강아지를 반갑게 안는) 니네 형 어디 갔니? 니네 형 벌써 학교 갔니?
이때, 택시 한 대가 와서 멎더니 심란, 내린다.
심란 여기서 뭐해, 이년아?
은환 난 안간다 그랬잖아, 난 안 가!
심란 니 에미 동네 사람들한테 맞아 죽는 꼴 보고 싶어? 어서, 타! (은환을 지환이 타 있 는 택시로 밀어넣는다)
은환 난 안가, 엄마!....(택시안에 억지로 태워지며 마지막으로 상두집을 향해 외쳐부른다) 상두야! 상두야!!
85. #심란 족발 가게
멍하게 그대로 눈을 뜬 채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은환, 뭔가 이상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 본다.
점박이 강아지(어린시절 상두의 집에서 나온 강아지와 같은 종류), 은환의 다리를 핥고 있다.
은환, 빙긋 웃으며 강아지를 안아든다.
은환 짱가야.
86. #학교 운동장(밤)
상두, 후레시를 들고 이곳 저곳 순찰하고 있다.
돌아서며 후레쉬로 운동장을 휘 비추는데, 바로 몇걸음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
누군가를 휘 스쳐갔던 상두의 후레시 불빛, 누군가를 다시 비춘다.
후레시가 비치는 곳에 눈물이 그렁한 은환이 서 있다.
상두 (놀라는).....은환아.
은환 (술에 많이 취한 상태다. 따뜻하게 웃어주며)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여기 말구, 우리 학교! 우리 고향에 있는...바닷가앞에 있는 우 리 학교!! ....가자, 지금!
상두 (당황한 표정)
은환 안 갈래? 가기 싫어? ..같이 가지이.
상두 (멍한)
은환 에이, 치사하다, 차상두....알았어, 나 혼자 간다, 그럼...(휘청거리며 뒤돌아서 간다. 몇 발자국 가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상두 (멍한...얼어 붙은 것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87. #학교앞 도로
은환,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다. 술에 취한 탓에 전혀 공간 감각, 거리 감각 이 없다.
늦은 밤이라 오가는 차량들 쌩쌩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다. 은환, 위험해 보인다.
은환 택시! 택시!! 남해! 남해요!!
자가용 한 대 쌩하니 달려와 거의 은환을 치일뻔하며 지나간다.
은환 (술기운 탓에 대담해져 차로 쪽으로 걸음을 떼는) 택시! 남해! 따블!
이때, 저 앞으로 다시 커다란 지프차,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고 경적소리 빠앙 울리 며 은환을 향해 달려온다,
은환, 피할 생각은 못하고,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린다.
지프차, 거의 은환 가까이로 오는데.
이때, 은환의 허리를 감아 안는 상두의 팔....상두, 은환을 순식간에 인도쪽으로 옮겨 놓는다.
은환 (상두를 보고 표정이 환해져서) 상두야.
상두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 선생님이?
은환 (씨익 웃고)...너두 갈래?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
은환 (활짝 웃으며) 그럴 줄 알았어. 너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지.
상두 (피식 웃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택시!!
88. #고속도로
택시, 달리고 있다.
조명등 아래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탄 상두와 은환의 모습이 보인다.
89. #택시안
은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 표정이 몹시 흥분되고 달떠 있다.
상두, 평소 무대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긴장해 있다.
은환 (술 기운에 몹시 다정하게 부르는) 상두야아.
상두 ....(흠칫) 어.
은환 우리 교가 부르자.
상두 응?
은환 우리 고향에 우리 학교 교가!
상두 세삼스럽게 웬 교가?
은환 난 있지, 술 마시면 교가만 부른다?
상두 (보는)
은환 엄마때매 학교두 다 못 다니구 도망쳤잖아, 내가!....그래서 그런지 술만 마시면 그 노래가 나온다, 이상하게?
상두 ....(마음이 짠하다)
은환 (손까지 으쓱으쓱 들어 보이며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상두 (어정쩡하게 있는)
은환 (잠깐 노래 멈추고) 뭐야? 넌 안해?
상두 어, 해! (하며 교가를 부른다)
은환 (같이 부르고)
저녁 12시를 훌쩍 넘긴 택시안, 은환과 상두, 씩씩하게 교가를 부른다.
택시 기사, 뭐 이런 승객들이 다 있나? 백미러로 보며 말리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
90. #국도
택시, 달리고 있다. 저 앞으로 밤바다와 불빛들이 불야성을 이룬 남해대교가 보인 다.
91. #택시안
택시 기사,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고, 상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앞만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의 스킨십에 잔뜩 긴장해서 거의 숨도 멈춘듯한 표정이다.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토할 것 같은 표정 짓는다.
상두 스톱! 아저씨 스톱!!
92. #택시안/남해대교 초입
택시 급정거하며 멈추고, 택시 뒷문 열리고 은환, 뛰어내려 다리 난간쪽으로 뛰어간 다.
상두, “은환아!” 부르며 은환을 쫓아가고.
93. # 남해대교 일각
은환,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뛰어와서 은환의 등을 두드려 준다.
상두 괜찮아? 괜찮아?!!
은환 (안색이 노래져서 바닥에 푹 주저 앉으며) 안 괜찮아.
상두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을 부축하며)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이제 다리 만 건너면 돼.
은환 나..못 가겠어. 나 못 가...(하며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너 혼자 가.
상두 (황당하게 보는)
94. #택시앞
상두,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상두 조심해 가세요, 아저씨.
95. #남해 대교 일각
은환, 완전히 대자로 쫙 뻗어 기절해버렸다.
상두, 어이없어 하다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상두, 은환을 조심스럽게 들춰 업는다.
96. # 일각 길
상두, 은환을 업고 걸어간다. 주위를 휘 둘러 보는데, 저 앞으로 모텔 간판을 단 여 관들 보인다.
97. #모텔 앞
상두, 모텔 앞으로 와서 잠깐 망설인다. 모텔안으로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98. #모텔 현관
은환을 업은 상두, 현관으로 들어서 주인방 창구 앞으로 간다.
주인여자(50대 초반의), 앉은 자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얼굴이 벌개졌다)...저기요....아줌마..아줌마!!
주인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 상두의 등에 업혀 있는 은환과 상두를 번갈아 보는)...쉬고 갈낄니꺼? 자고 잘낍니꺼?
상두 .....(주인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 퉁명스레) 자고 잘건데요..
주인 물 침대로 디리까? 스프링 침대로 디리까?
상두 (사람을 어떻게 보구...괜히 화내며) 우린 그냥 (강조)잠만! 자러 왔어요, 아줌마!!
주인 누가 뭐라 캤어예?
상두 ......(머쓱한)
99. #모텔방
상두, 은환을 침대에 눕힌다.
불빛 아래서 본 은환의 옷에 토한 얼룩들이 묻어 있다. (은환의 목에 네잎 크로바 목걸이 걸려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은환 블라우스 단추를 열려고 떨리는 손을 움직이는데.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다.
상두 (화들짝 뒤로 물러나며) 아니, 난...니 옷이 더러워 갖구 벗겨주려구...
은환 (게슴츠레 눈을 뜨고 상두를 보는) 너 누구야?
상두 (벙찐)
은환 (뚫어질 듯 보다가 표정 환해지며) 어, 상두네?
상두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너?
은환 (씨익 웃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상두 (긴장한 표정으로 몇걸음 다가가는)
은환 되게 많이 보고 싶었어, 상두야.
상두 ......(눈빛 흔들리는)
은환 지금까지 하루두 안 빼먹구 언제나 니 생각 했었다?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일어나서 상두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며) 우리 상두...하나두 안 변했네? 더 멋있어졌어.
상두 (가슴이 심하게 떨려온다.) 너두...너두 볼라보게 예뻐졌어.
은환 내가 얼마나 너 사랑했는지 너 모르지?
상두 (숨이 턱 막힌다)
은환 어떻게 니가 알겠어? 모르지. 죽었다 깨나두 모르지.
상두 ....알아.
은환 알아?
상두 알아.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침대에 툭 걸터 앉는다) 이상하네, 어떻게 알았지?
상두 나두 은환이 너 얼마나 사....사....(사랑해라는 말이 안 된다, 왜 이러지?) 사...사...
(하는데)
은환 (침대에 털석 드러누워 다시 기절해(?) 버린다)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나름대로 심각하다) 사랑합니다, 사모님!....사랑해, 숙자씨...사 랑해 미숙씨!....되는데...은환아, 사...사...사...왜 안 되지? (어이없어) 하아, 내 전공이 자 특긴데...다른 여잔 다 되는데, 왜 안되지? 은환아...사...사....(절망어린 표정, 답답 함에 눈물까지 맺히려 한다.)
100. #모텔방
은환, 반듯하게 누워 있고, 상두, 물수건으로 은환의 얼굴과 손을 정성스럽게 닦아 준다.
상두, 다시 은환의 옷을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데...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상두의 호흡소리가 가프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던 상두, 그만 손을 딱 멈추어 버린다.
상두 (긴장했던 한숨 내뱉는) 푸후우우.....(....도저히 은환의 옷을 벗길수가 없다...)
101. #모텔 현관
상두, 여관방 창구 문을 두드린다.
코를 골며 잠들었던 여주인, 짜증스런 표정으로 일어난다.
주인 (짜증스럽게) 와예?
상두 ...죄송하지만, 옷 좀 벗겨 주실래요?
102. #모텔방
상두, 은환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주인, 별 희안한 인간들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상두와 은환을 번갈아 보며 은환의 옷을 벗기고 있다.
주인 두 사람 애인 아입니꺼?
상두 .......
주인 아이고, 쏙옷꺼지 다 배릿네? 싹 다 벳기뿟까예?
상두 ......
은환의 옷가지들, 침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103. #목욕탕
상두, 세수 비누로 은환의 블라우스를 열심히 씻고 있다.
104. #모텔방
은환, 곤하게 잠들어 있는.
105. #목욕탕
상두, 은환의 스타킹을 정성껏 씻어 물을 짠다.
106. #모텔방
상두, 은환에게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는 베개 하나 가져와 맨바닥에 눕는다.
침대위에 잠든 은환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그렇게 밤이라도 샐 듯 이 오래도록 은환만 바라보는 상두.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