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백두대간종주를 시작했다.
어제 시작했는데 피곤해서 그냥 잤기때문에 오늘 적는다.
2003.7.26. 흐림 대간 1,2일째
새벽 3시까지 짐정리를 하다 다 못하고 깜빡 잠이들었다.
시계소리에 잠이깨니 아침 6시다. 사상터미널까지 7시까지 가야되는데 큰일이다.
짐을 대충 빨리 정리하고 부모님께 하직인사 올리고 냅다 달렸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선배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석관선배와 영재선배는 세석까지, 종채선배는 일주일정도 나와 동행하기로 하엿다.
중산리행버스를 버스를 타니 3년전 그때가 생각난다.
이런저런 생각에 어느듯 버스는 중산리에 도착하고 우리는 아침을 먹엇다.
짐을 다시정리해보니 코펠과 수저를 않챙겼다. 석관선배가 코펠을 사고 또 나중에 자신의 수저를 주엇다.
커피한잔 마시고 출발하였다. 처음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선배들이 교대로 배낭을 메주엇다. 3년전 그때는 뒤로 나자빠지는줄 알았는데...
지금은 제법이다. 하지만 천왕봉엔 생각보다 너무늦게 도착하엿다.
간단히 사진몇장 찍고 장터목으로 내려섰다. 쉬지도 않고 바로 세석으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저녁준비를하니 날은 곧 어두워졌다.
영재선배가 국거리며 반찬준비를 많이 해왔다. 밥맛이 최고다. 선배들은 내걱정이 많다.
하긴 나 조차도 내가 걱정스럽다. 벌써 어깨, 허리가 쑤셔온다.
차차 적응이 될테지.
옆자리에 사람들도 하나둘 잠자리에 들고, 나와 종채선배도 누웠다. 석관선배와 영재선배는 술한잔 하면서 늦게까지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5시 50분 이었다. 영재선배가 아침준비를 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
선배들은 거림으로, 우리들은 벽소령 쪽으로.
다리보다는 어깨가 너무 아프다.
자주 쉬는데, 한번 쉴때마다 2,30분씩 쉬니까 몸이 더 늘어지는것같다.
연하천에서 군의관 출신의 광주사람과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 연하천으로 출발하엿다.
원래 오늘 목적지는 노고단산장인데 도저히 못가겟다. 잠도오고 어깨도 아프고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 이제 시작인데...
*출발하기전 선배님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환송식을 해 주었다.
모두들 기특함 반, 걱정 반이엇다.
아마도 걱정이 더 많았으리라.
2003.7.29.비. 대간 3일째
아침 6시에 일어 났는데 아무도 없다.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난 것이다.
어제 먹다 남은 밥에 물을 붓고 아침을 간단히 해치웠다.
8시 조금못되 산장을 출발하였다.
지루하게 이어진 나무계단을 따라 토끼봉을 올랐다.
어제와 그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오늘은 땀이 많이 나지 않았다.
짐도 좀 줄었고 종채선배가 나의 짐을 좀 덜어주었다.화개재에 도착하여 좀 쉬었다.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아까보다 더 된비알이고 더 길게 느껴졌다.
힘들게 올라선 삼도봉은 시원하고 풍경도 좋아서 지친마음을 조금은 씻어준다.
반야봉을 옆으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지리산종주를 세번했지만 아직 반야봉을 오르지 못했다. 가야지 하면서도 막상 종주할때면 지친 마음에 그냥지나쳤는데 이번에도 역시다.
임걸령에 도착해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출발했다.
돼지령 조금 못가 아주머니들이 쉬고 있길래 우리도 배낭을 내려놓고 쉬려는데
배낭내려놓기 무섭게 고생한다고 먹을것을 막 갔다준다.
홍삼드링크, 사과, 떡, 커피.
더 주시려는걸 사양하고 먼저 일어섰다.
삼도봉에서 노고단까진 길이 평탄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산장에 도착하니 2시 조금 넘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우리의 고단한 몸을 뉘울테지
2003.7.29.비 대간 4일째
어제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내리고 있었다.
산장아저씨께 여쭤보니 오후늦게 갤꺼란다.
아래위 오버트라우져를 입고 그냥 출발하였다.
성삼재에 도착하여 덥고 비도 조금만 내려서 밑에는 그냥벗었다.
안개가 잔뜩 끼어 만복대 가는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차관리하는 아저씨께 물어보니 밑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길이 있단다.
지루한 능선길을 따라 만보대에 도착해서 조금 쉬었다 정령치로 내려갔다.
정령치 휴개소에서 짜장면곱배기로 배를 채우고 석관선배와 상진이한테 전화를 하고선 바로 출발하였다. 고리봉을 빡세게 오르고 고기리로 지루하게 내려오니 비가 뚝 그쳤다. 윗도리도 벗고 잠시 쉬었다 마을어르신께 가재마을 가는길을 묻고 발길을 옮겼다.
동네 중간쯤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커피를 샀다. 마을 뒤로 수정봉이 구름에 가리워져 있었다. 지금까진 중간에 시수가 풍부했지만 지금부턴 물이 제일 걱정이다. 6리터짜리 수낭에 물을 가득 채우니 숨이 턱 막힌다. 몇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이마와 팔에 땀이 송골송골 맻힌다. 삐직삐직 능선에 올라서니 길은 완만하였다. 수정봉 조금지나 적당한 곳이 있어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국립고원을 벗어난 첫 구간이라 이정표도 없고 물에 대한정보도 불확실하다.
내일은 더 힘들것 같다.
아침엔 안개가 좀 꼈지만 곧 걷히고 햋볓이 내리 쬐였다. 입망치 지나 여원재 도착해서 물을 구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표지에는 500m 내려가면 된댔는데 등산로도 않보이고 리본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더 내려가다 등산로가 보여 올라갔는데 리본이 없었다. 그래도 능선에 올라가면 대간과 만나겠지하며 올라가는데 무덤만 계속나오고 리본도 보이지가 않는다. 종채가 돌아가자고해서 다시내려왔다. 내고집 때문에 괜한 체력과 시간만 낭비했다.
조금더 내려가니 임시휴계소가 보이고 그 뒤로 등산로가 보여 아줌마에게 여쭤보니 그리가면 고남산으로 가는길과 만난다고 하였다. 음료수를 먹고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12시가 되어 스프를 끓였다. 아까 쓸데없는 힘을 낭비해서 스프라도 먹어야했다. 맛은 별로다. 종채나 나의 인상도 별로다.
조금쉬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리본이 보였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다리에 힘이 솟는다. 서로의 인상도 조금 풀린것같다. 멀리 고남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도 덮고 다리도 천근만근이다.
겨우 고남산에 올라서니 멀리 지리산 반야봉, 노고단, 서북릉이 길게 펼쳐져있다.
시간도 4시가 넘고 몸도 지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려는데 어째 자리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는사이 통안재도 지나고 유치재도 넘었다. 결국 대충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언제 물을 구할지몰라 여원재에서부터 6L짜리수낭에 물을 가득채워 산행했다. 앞으로 물구하기가 걱정이다.
07:00(수정봉)--->11:00(여원재,민가에서 물 구함)--->헴멤--->16:00(고남산)
--->18:00(유치재)
*이날 처음 길을 잃었다. 전에는 "산에 무슨 리본이 저리도 많노"라고, 나뭇가지에 리본 다는걸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날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어려운 등반루트에서 만나는 큼직한 홀드처럼.
이후로도 이 리본에 신세를 많이졌다.
2003.7.31.목 대간 6일째
자욱한 안개속에서 출발하였다. 9시가 조금 못되어 유치마을로 내려서서 길을 따라 조금걸으니 유치휴게소가 나왔다. 무슨 다방인줄 알았는데 시골 구멍가게였다음료수나 사 먹을까 했는데 문은 잠궈져있었다. 가게입구엔 대간행리본이 나뭇잎마냥 바람에 흔들린다. 먼저간 대간꾼들도 이곳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었는가보다.
가게주인이 나타나지않아 그냥출발하였다. 우리는 사치마을로 돌아갔다. 사치마을을 지나면서 마을어르신꺼 가게가 있는지 물어보지만 역시나 없단다. 사치재로 올라가는데 한 어르신이 보기에도 시원하게 대청마루에 앉아 "더운데 뭐하러 그런거 해" 그러신다. 식 웃고 올라갔다. 시루봉 가는길이 보였다. 그냥갈까하다 배도채우고 전화도할겸 지리산휴게소로 갔다. 우유, 아이스크림, 쵸코파이, 커피를먹고 선배와 집에 전화도 하고 한시간쯤 쉬다 사치재로 갔다.
사치재서 물을 뜨고 허기적허기적 오르는데 이 구간은 등산로에 그늘이 없다. 산불이나서 그런지 큰나무들도 없고 잡목만 무성할 뿐이다. 시루봉 넘어가니 아막성터와 그뒤로 복성이재도로가 보였다. 지도엔 비포장인데 도착하니 완전히 포장이 되있었다
총채가 여기서 자리를 잡자 했지만 계속갔다.
새맥이재에선 치재에 가면 물이 있다고해서 치재까지가려했지만 내일로 미뤄야겠다.
어제는 텐트를 치고 바람이 않불어 무철더웠는데 오늘은 시원하게 자겠다.
갈수록 밥을 잘 짓고있다,씨에라컵으로 쌀 2컵, 물4겁으로 하면 정말 맛있는 쌀밥이 된다. 이것도 대간에서 얻은 노하우다.
오늘은 종채와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좀더 일찍 일어나서 서둘렀다. 스틱,콜맨버너,연료통,약력기,고어텍스하의를 종채에게 맡겼다.아침먹고 출발하려는데 종채가 돈5만원을 주었다. 사양하다가 그냥 고맙다고 받았다.
날은 맑은데 이슬이 내려 바지와 신발이 다 젖었다. 양말을 괜히 갈아신었다. 봉화산까지 온통 잡목숲이고 정상부근은 똑 억새밭이다. 허위허위 오르니 능선이 쫙 펼쳐져 눈과 마음이 시원하다. 햇빛이 강해 모자를 섰다가 곧 더워 그냥 벗었다. 목이 말랐지만 물이 다 떨어져가 마실수가 없다. 오후 2시쯤에 중재에 도착하니 반가운 글이 보였다.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물이 있다고 쓰여있었다. 몇걸음 가니 냇물이 보기도 시원케 흐르고 있었다. 얼른 냄비에 물을 받아 라면도 끓이고 커피도 마시고 또 옛사람 흉내내어 탁족도 즐겼다. 정말 꿀맛이다. 하지만 갈길이 머니 어쩔수없다.
수통과 수낭에 물을 가득 채우고 걸음을 옮겼다.
백운산정상은 정말 멀리 보였다.
눈이 자꾸 감긴다. 오르는 중에 몇번을 졸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해는 기울어 크게덮지는 않았다. 정상엔 무덤이 두개가 있었다. 찝찝하지만 더이상 갈 힘이 없다. 자리를 잡고 잠깐쉬었다. 그리고 오늘저녘은 굼기로 하였다. 시간도 늦고 밥먹는것도 귀찮다. 여기는 정상인데도 바람이 안분다.
*혼자 종주한 첫날이다. 이날이후로 혼자 걷다보니 말은 없어지고 생각만 많아졌다. 가장많이 했던 생각이 "산은 왜 오르는가"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산에 대해서도 그려보았다. 너무 어려워 해낼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노래도 자주불렀는데 어떤노래는 산노래로 가사를 바꾸어도 보았지만 지금보니 유치하기 짝이없다
또 대간중 유일하게 저녘을 굶은 날이다.
2003.8.2.토. 역시맑음
혼자남은 천막은 적막하다. 잠이 잘 오지않았다. 바람소리에도 잠을 여러번 깼다.
오늘 아침은 좀더 일찍 일어났다. 덕분에 일출사진도 찍고 아침이 여유가 있었다.
오늘 목표는 육십령이다.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가니 벌써 영취산이다. 멀리 장수.남덕유가 무슨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다. 불던 바람도 잦아들고 햇살이 내리 쬐인다.등산로엔 그늘도 없고 산죽만 무성하다. 어슬렁그리다보니 벌써 민령철탑이 보였다. 저기만 지나면 깃대봉이고 그너머엔 그토록 그리던 육십령이다.
깃대봉지나 육십령으로 걸음을 서두르는데 왠 샘터표지가 보였다. 반가워 사진도 찍고 배낭을 내려놓고 좀 쉬었다. 약수를 네바가지나 마시고 가려다, 다시 한바가지를 더 마셨다. 내려서니 곧 육십령이다.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사먹고 식량보충하러 거창으로 가려했는데 아주머니께서 서상에서 하는게 가깝고 좋다고 하여 서상으로 내려갔다.
배낭은 가게에 내려놓고 걸어갔다. 내려가는 차를 붙잡으려 하는데 잘 않 세워준다.
몇번하다 열도받고 쪽팔리고 그만두었다. 1시간30분정도 걸어가니 서상에 도착하였다. 차를 탔으면 몇분만에 도착했을텐데 괜히 열받는다.
마트에서 식량을 사고 다시 콜라와 복숭아통조림을 사먹었다. 버스정류소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표파는 아가씨가 육십령가는 막차가 갔는지 않갔는지 모르겠단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또걸어가야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버스가 왔다. 반가운 버스!
다시 육십령으로 와서 저녁을 하려는데 전주에서 온 아저씨 한분과 백두대간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분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헤어지고 밥을 먹으려는데 또 어떤 어러신께서 날 부른다. 그분들은 내일 백두대간을 구간종주 하시는데 내가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니까 대단하다며 고기와 소주를 권한다.
그분들은 포항 셀파산악회 회원이고 또 백두대간보전회라고 하셨다. 벌써 백두대간을 두번이나 구간종주 하셨단다.
삼겹살로 배를 단단히 채우고 내텐트로 돌아가려는데 나보고 먹으라며 군용 전투식량까지 주셨다. 지난 96년 동해간촙침투때 이후로 먹어보지 못한것인데....
내일은 삿갓골재까지다.
첫댓글 쌀두컵,물네컵으로 지은밥 맛 함 보고 싶군요...병조씨 사진메모리 언제 받을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