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과 화장실 비밀번호에 대한 생각
커피전문점에서 화장실에 비밀번호를 걸어두고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화장실이 더러워지고 관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만들어낸 고육지책이었을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한 듯 하다. 너무 치사하다는 둥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니겠냐는 둥.
비밀번호는 구매영수증에 찍히도록 해두었고, 구매한 사람은 번호를 아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비밀번호가 영수증에 찍힌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려면 (1) 매일 아침에 화장실 비밀번호가 변경되어야 하고 (2) 영수증 발급을 위한 시스템에 비밀번호가 입력되어야 한다. 구매할 고객이라도 비밀번호는 아직 모르므로 화장실이 급해도 일단 구매를 마쳐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 물론 복잡하고 불편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줄서서 화장실 가려고 기다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영수증에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인다. 시스템에 의해 처리되므로 한번 입력하면 하루 종일 따로 고객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되고 열쇠를 관리하는 불편함도 없다. 고객과 고객이 아닌 사람을 구별해서 (즉, 수익성을 고려해서) 대우한다는 점은 CRM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부분과도 일면 통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비밀번호가 하루마다 바뀐다는 점이다. CRM 관점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오늘의 고객만이 고객이다라는 식의 발상은 모자란 부분이 있어보인다. 한달에 열번 정도 커피를 마셔주는 고객이라면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지는 생각해 볼일이라고 해도 고객을 하루단위로 차이를 두어 대우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측면에서는 많이 미흡한 것이 아닐지 싶다.
사람들의 의견중에는 잠재고객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잠재고객이 영원히 잠재고객일 수 있다면 그들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없다. CRM은 기존고객으로 부터 번 돈을 그렇게 낭비하라는 것은 아니다. 잠재고객은 아직까지 이용한 적이 없더라도 앞으로는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길을 다니면서 화장실 이용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인심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도 힘드니 화장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장실이라는 것이 급할 때 가는 곳이라 좀 인심이 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존고객 그중에서도 특히 우수고객에게는 좀 더 편안한 화장실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런 차별에 대해서는 절대 찬성이지만 말이다.
|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2009 時論(?)
| 다음까페: cafe.daum.net/revisioncrm
첫댓글 구매영수증 바코드를 화장실 인식장치에 읽혀, 출입할 수 있게 하는건 어떤지요??? 정말, 개방 화장실을 만드는 세상에 인심 각박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