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일정은 안탈리아에서 올림포스 다시 안탈리아로 돌아와서 파묵칼레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이동시간이 마음에 걸렸다. 올림포스 나오는 시간과 파묵칼레까지 또 이동이었다. 어떻게 할지 끼리와 이야기를 하다 안탈리아에서 하루 있다가 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계속 대화하다보니 더 좋은 의견이 나왔다. 곧바로 올림포스로 갔다가 안탈리아에서 3일동안 있는 것으로. 훨씬 더 일정이 매끄러웠다. 역시 계속 이야기하고 고민하다보면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는모양이다. 그래서 에이르디르에서 곧바로 올림포스까지 이동하였다.
여행안내서에 나온 올림포스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왠지 그리스 신화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오래된 성벽과 지형 해적 이야기까지 어우러져 마치 전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드는데 소나무 가득한 숲을 헤쳐 나가다 묻득 만나는 넓은 바다는 올림포스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
여름에 오면 히피분위기가 나지만 겨울 비수기라 사람들이 많이 없어 오히려 타인 신경쓰지 않고 놀기 더 좋은 곳이다. 35일간의 긴 여행을 하다보면 휴식이 필요하다. 여행 자체가 휴식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행은 삶과 똑같다. 긴호흡으로 휴식을 통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최적지로 잡은 곳이 바로 올림포스다. 이곳 대부분 펜션은 나무로 되어 있고 아침 저녁까지 포함해 저렴할 뿐만이 아니라 오렌지가 공짜다. 얼마나 많았으면 그냥 개울가에 버려두기도 한다. 우리가 갔던 오렌지펜션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의 저자 오소희씨가 소개한 그 펜션이었다. 물론 책 주인공인 매니저 유습은 없지만 더 유쾌하고 마음씨 좋은 아포가 있고 똑같은 이름의 요리사 유습이 있었다. 4박 5일 길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올림포스의 오렌지 펜션이었다.
이곳 또한 특별하게 돈이 필요없었다. 아침 저녁이 제공되고 점심까지 펜션에 주문하였다. 마땅히 주변 식당이 많이 없기에 그저 식당에서 주는대로 먹고 쉬면 된다. 도착하자 아이들이 오렌지가 공짜래..하면 막 따 먹더니 하루 지나고 나니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식당에서 체스도 두면서 놀고 있다.
체스 뿐만이 아니라 터키인들이 좋아하는 루미큐브도 있어서 함께 게임을 하였다. 물론 터키인들이 즐기는 루미큐브는 규칙이 다르다. 이슬람문화다보니 술은 많이 안마시지만 담배와 함께 나이든 사람들도 차집에서 차이한잔에 루미큐브를 즐긴다. 뭐 한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 화투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그래도 루미큐브를 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아침 또한 부페로 푸짐하게 제공된다. 나무로 된 집이라 온풍기가 있지만 밤이라 조금 추웠던 모양이다. 아침은 8시부터 11시까지 대부분 8시 30분쯤 식사를 마쳤다. 밥은 늘 마찬가지로 먹든 말든 간섭하지 않지만 모두 먹는다. 안먹으면 손해니까.
아침 식사후 밖이 시끌벅적하다. 남자 3명 석준이와 유현 한결이가 서로 물에 들어가기 시합을 했다. 한결이가 걸리자 바로 입수. 이날 이후 한결이는 상남자가 되었다. 많이 추웠겠다. 한결아~~한결이 등은 에이르디르에서 약통에 부황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장난치며 있는 자국이다. 유현이와 선주도 얼굴에 장난치다 그만 자국이 났다. 물론 한참 후 지워졌지만..ㅋㅋ
여행안내서에 소개된 해변이다. 지중해라서 물이 차갑지 않다. 오렌지펜션 매니저 아포에게 물어보니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전해 볼까?
돌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바닷빛깔 또한 푸르디 푸르다. 밖에 나오는 것이 더 추울 정도로 바닷물이 더 따뜻해서 나오기가 싫었다.
지중해 바다에서 물개들~~
몽돌 해변이 아름다워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고 있다. 오~석준이 근육이 장난이 아닌데. 보드도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해서 자주 운동해서 아주 건강한 석준이다. 유일한 비경상도 서울 출신. 석준아 경상도 말 아직도 어렵지? 경상도말이 암호 해석하는 것 같다고 한다.
물만 있으면 하루종일 논다고 하던가. 물에 빠지기 싫어하는 친구를 빠뜨리는 재미를 놓칠 수 없지. 한결아~빨리 잡아 잡아.
할일이 없으면 장작이나 패 볼까? 펜션 식당에 난로가 있어서 이곳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감자도 구워먹었다.
올림포스에서 7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키메라라고 있다. 키메라는 사자머리, 염소 몸통, 용의 꼬리를 가진 신화 속의 괴물인데 밝혀지지 않는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는데 이곳을 키메라라고 하는 이유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천연가스가 어떤 성분인지 밝혀지지 않아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불을 보러가는데 구워먹을 것이 있어야하는 법.
터키 소세지라고 하는 살라미와 마시멜로를 가져갔다. 유독 아이들이 불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불을 좋아하는 거다. 나 또한 불을 보면서 가끔 감상에 빠진다. 불장난도 하고 싶고.
4박 5일간 쉬면서 무엇을 했을까? 뭐 게임도 하면서 놀았지만 때론 책을 보기도 하고 밀린 일기도 쓰기도 하였다. 특히 여행하며 못한 아이들과 일기와의 대화를 하였다. 시간도 많기 때문에 천천히 한사람씩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은이부터 시작된 일기와의 대화는 한꺼번에 많이 할 수 없다. 나 또한 듣고 이야기하면 힘이 빠진다. 그래서 오전 2명 오후 2명 이렇게 나누어서 진행하였다. 일기와의 대화 이외에 안탈리아에서 3일동안 숙소비와 쓸 돈에 대한 개인협상도 함께 진행하였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삶의 전체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구체적으로 힘든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또한 여행에서 섭섭하거나 제안도 듣는다. 과연 인생의 정답이 있을까? 정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계속 정답을 요구한다. 갈수록 획일화되고 스펙만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이 견디는 것만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선주는 만화를 배우는 고등학교 기숙생활을 하는데 교칙중 연애금지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예술을 배우는 친구들이 가장 중요한 인간의 욕망마저 막는다는 말인가. 하긴 대안학교도 이런 교칙이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지 발상이 웃기다. 그외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기성세대이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냥 내가 사는 것을 보여주고 내 삶의 방식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한다. 주위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강요하지 말고 본인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들도 공부하게 되어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책을 본다.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늘 밥 잘 챙겨먹고 탄산음료 거의 먹지 않는다. 모두 다 모범이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많이 한다. 아이들은 오히려 그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우치다 다츠루의 스승은 있다라는 책을 보면 나쁜 선생 또한 아이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현재 좋은 스승이 너무 부족하긴 하지만.
사람은 계속 함께 있다보면 닮는다. 맹모삼천지교. 그렇다. 함께 있는 시간 알게 모르게 아이들은 닮게 된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다보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완벽한 스승이기 보다는 그저 친구처럼 편한 어른 한명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돌아다닌다.
올림포스에서 마지막날 계속된 일기와의 대화 시간과 협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몇몇 친구들은 느긋했다. 오후 6시까지 협상 마감시간이라고 했는데 두시간을 남겨두고 세명의 친구들이 아직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한결, 유현, 영찬.
그냥 기다렸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니 그냥 가위바위보 한단다. 그래서 순서대로 한결, 유현이를 마지막으로 협상은 끝났다.
6시가 넘자 영찬이가 일기를 들고와서 대화겸 협상을 하자고 한다. 이때 나 또한 아이들에 대한 욕심도 있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단호하게 미안하고 아쉽지만 협상 끝났다.
저녁먹고 난 후 영찬이가 괴로운듯 아무말없이 엎드려있다. 지난번 에이르디르에서 일도 있고해서 3명의 친구들이 잘 이야기를 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이야기를 한 후 8시에 보자고 하였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벌은 그냥 한대 맞는 것이다. 또는 벌칙을 정해주면서 어떻게 하라는 것이든지. 이 얼마나 수동적인가. 스스로 수긍하며 생각하는 것도 아닌 그저 하라는 대로 하면 그만인 벌칙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이런 현실에 익숙하다보니 스스로 생각해 오라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가보다. 아주 침울한 표정으로 내방에 온 세친구들.. 역시 어떤 해결방안도 없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나누었다. 영찬이가 잘못은 하였지만 냉정하게 협상끝났다는 말에 속상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공부이야기를 하며 동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돈 또한 마찬가지다. 그만큼 욕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필요하면 계속 나에게 요구를 할 것이다. 이런 동기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 또한 나의 욕심이겠지만~~어쨌든 한참을 이야기 한 후 다시 영찬이와 협상을 하였다. 나머지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에이르디르 숙소 화장실 기물파괴비용은 더 묻지 않았다. 꼬이고 꼬였을 때는 때론 그냥 넘어가는게 좋다. 계속 해결방안을 찾다보면 더 꼬이게 된다. 어쨌든 이 사건 이후 아이들과 관계는 더 좋아졌다. 뭐 늘 하든 말처럼 내가 아이들과 싸움 아닌 싸움에서 늘 져서 그런가?
올림포스에서 4박 5일 휴식같은 시간은 끝나고 서로 아주 친해졌던 시간이었다. 겨울 터키는 우기다보니 강을 건너기 위해 잠깐의 트렉터를 타야했다. 이 트렉터는 올림포스에 있을 때도 아이들을 태워주며 함께 놀았었다. 운전사가 매니저 아포다. 여름에 꼭 놀러오라고 한다. 사실 올림포스는 히피분위기가 많이 나는 곳인데 여름때 오면 여자를 소개시켜준다고 한다. 오~~한번 가 볼까? ㅎㅎ
안녕 올림포스.
(안탈리아에서 직접 숙소 잡고 놀았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