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꼬리잡기
한 농부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바위 틈새로 삐쭉 나와 있는 호랑이 꼬리를 발견했어요. 집으로 줄행랑을 치고 싶었으나 호랑이가 알아채고 나오면 죽을까봐 호랑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바위 뒤로 다가가서 호랑이 꼬리를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쥐었어요. 호랑이는 빠져나가려고 힘을 썼어요. 그 때부터 바위를 사이에 두고 농부와 호랑이 사이에 필사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어요. 농부는 갈수록 힘이 빠졌어요. 꼬리를 놓치면 당장 호랑이가 달려들 게 뻔했기에 농부는 죽을 지경이었어요.
바로 이 때 마침 한 스님이 그 곳을 지나가고 있어서 농부는 소리쳤어요. <스님, 저기 있는 저 낫으로 이 호랑이를 찍어 죽여주십시오. 제가 이 꼬리를 붙들고 있는 한 스님에게는 절대로 위험이 없어요.> 그러나 스님은 근엄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말했어요. <농부여, 불교 계율에는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지 말라고 했오. 당신이 딱하지만 내 어찌 살생을 할 수 있겠오?> 하고는 자기 길을 갈려고 하니까 희망이 사라져 버린 농부는 말했어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너무 지쳐서 이 꼬리를 놓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호랑이는 우리 둘 중 하나를 잡아먹을 게 분명해요. 그런데 호랑이는 바싹 마른 저보다는 뚱뚱한 스님을 잡아먹을 게 틀림없으니까 계율 때문에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면 제가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잠시만 호랑이 꼬리를 함께 잡아주십시오.> 잠시 생각하던 스님이 말했어요. <그래 호랑이 꼬리를 잡는 것은 계율을 어기는 것은 아니니, 내 잠시 함께 잡아주지.> 스님은 큰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꼬리를 잡았어요. <꽉 잡으세요.> <알았어, 꽉 잡았네!> 스님이 꽉 잡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농부는 잽싸게 손을 뗐어요. 이젠 스님 혼자 꼬리를 잡게 되니 입장이 바뀌게 되니까 당황한 스님이 소리쳤어요. <여보게 손을 놓으면 어떻게 하나? 제발 부탁이니 저 낫으로 호랑이를 죽여주게.> 그 때 농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어요. <저라고 어찌 살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계속 잡고 계시다가 살생을 예사로 여기는 망나니가 지나가거든 그때 부탁을 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