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고창 선운산
산행일 : 2008년 3월 16일
산행성격 : 발안 산악회의 정기산행에 향남산꾼들이 번개 참석
아침 7시에 발안을 떠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거쳐 3시간만에 거쳐 도착한 고
창의 선운사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산꾼들이 주말이면 떠나는 목적은 산
행이 목적이겠지만 이번 우리의 산행 목적은 두가지가 있었다.다름아닌 선
운사의 동백과의 만남 및 선운산 산행. 선운사의 동백은 대중가요에도 나온
다고 누군가가 이야기 했지만 동백나무는 선운산 절주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이 선운사의 활짝핀 동백은 봄에 대한 그리움 또는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의 상징으로 우리를 자극해 왔었고 발안 산악회가 선운산을 산행지
로 결정함을 안 우리도 같이 동행하기로 결정했던 것......10시경에 도착
한 선운산의 입구인 선운사에는 따뜻한 햇살이 반겨준다.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은 떠나는 우리에게는 계절은 무척 예민한 편이다. 3월들어 햇볕의 따
뜻함이 시작된 것을 알고 있던 나는 봄의 햇살의 따듯함의 변화폭을 주간격
으로 피부로 느껴 왔다. 2주일전 도봉을 탈때는 햇살이 제법 따뜻하면서 계
곡의 얼음이 녹기시작했었고, 1주전 축령을 탈때 또한 따뜻함이 도봉 때와
는 달리 포근함까지 느낄 수 있었으며,오늘 여기 오늘 선운
사의 날씨는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가 있슴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이 예사가
아니다.
선운사에 도착하자 마자 성급한 산꾼님들은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들고 산
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며 절 뒤로 멀리 보이는 동백은 온통 초록색만
보이고 동백꽃의 흔적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단지 몇개의 꽃봉우리만 드문
드문 보일뿐... 고창에 오기전까지 그렇게 보고싶던 활짝핀 동백꽃을 보
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산악회에서 알려준 코스대로 따르니 앞에 가
시던 서봉 총 산악대장님이 내려오신다. 입산금지라 코스를 변경해야 한단
다. 선운산은 400 M가 넘지 않은 낮은 산인데 앞에 보이는 산경은 과히 예
사로운 산같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선두로 나간 십수명은 원래의 예정
된 코스로 넘어 갔는지 꼬리가 보이지 않고 예정된 능선 코스를 타지 못한
데 실망한 우리는 어쩔수 없이 입산 금지가 아닌 계곡 개울 옆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비포장 대로 코스로 어슬렁 어슬렁 가는데...날씨는 덥고 건조하
고...공기는 최근에 오른 어느 산의 공기보다도 탁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봄기운에 뜨끈하게 달구어진 건조한 공기가 콧속을 파고듬때문일 것
이라고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한반도의 봄은 대륙에서 부는 계절풍의 영향
으로 엄청 건조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약 30분 정도나 걸
었을까? 출발할 때는 항상 그렇지만 느린보가 후미에 선다. 느린보는 원래
행동도 느리지만 향남 산악회 대표 찍새이기 때문에 오늘도 후미에서 미니
님,서복희님과 같이 뒤에서 팀을 따른다. 어디 기념될 만한 자연이 있는
지...어디 오래된 고장을 대표할 만한 문화재가 있는지...그래서 느린보는
등산을 위한 산행인지 찍사로서의 사진을 목적으로한 산행인지 불분명한때
가 많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잡아 마음대로 산행을 하니 느린보와
산행을 하는 산꾼들은 답답하기 그지 없으리라...같이 산행을 하게된 두번
째 산행에 참가하신 서복희님과 총무 미니님은 서서 기다렸다가 때로는 앉
아서 기다렸다가...성질나면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소리도 지르고...한참을
가니 재미가 약간 떨어지는 계곡산행을 거부하고 능선산행을 추진하기 위
하여 백코스로 돌아갔던 발안,서봉 산꾼님들과 다시 만나기도 하고 ... 앞
서거니 뒤서거니 ...... 선운사의 계곡은 절의 연륜의 장구함을 말해주듯 아
름드리 나무들이 꽤많이 도열해 있다...우리는 동굴부처님을 지나... 장사
송을 지나서... 어그적 어그적 언덕위에 올라서니 부처님을 모시는 암자
가 길 우측에 나타나고 불자님들이 물건을 파는 아주 작은 좌판이 나타난
다. 아마 불자님들이 절의 용처에 보탬이 되게하기 위하여 아주 작게 기념
품을 파는 장소를 만든 모양인듯...앞쪽에는 발안산악회 산행팀이 잠시 모
여 무엇인가 상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재빠른 미니님은 산행 초기부
터 고창이 왜 풍천장어로 유명한지를 자랑삼아 이야기 하시던 발안산악회
풍천임씨라고 이야기 하는 형님으로 부터 기념 수건하나를 선물받아 느린
보에게도 서복희님에게도 하니씩 건네니 느린보 흐믓하고 감사한 마음으
로 목에 휘감는다. 앞에 서있던 꾼님들은 길옆에 있는 입산금지라는 팻말
의 해석을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듯...잠시 조용하더니 누군가 소리친
다. 그냥 앞으로 전진...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능선을 휘감아 앞으로 전진
한다 ...길 옆으로 현수막을 쳐 놓으면 들어 가라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들어
가지 말라는 이야기인지 지금도 헤깔리기는 하지만 ...
나무계단을 수십계단을 오르고 70여도의 바위절벽을 기다시피 올라서 숨
을 가다듬는데(11:50)앞에 펼쳐지는 산경이 예사롭지 않다. 앞에 펼쳐지는
경관은 미국의 서부를 소개할때 항상 보와왔던 그랜드 케니언의 수직절벽
에 비하여 크기는 적지만 모양이나 배열이나 전혀 뒤질것 없은 리틀 그랜드
케니언...절벽은 주위의 선운산과 어울어져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
룬다. 우리가 서있는 여기는 낙조대...해가 떨어지는 장관이 이곳에서 가장
멋있게 보이니 낙조대라고 명명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배가 고푸니
여기서 먹고 가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이내 펼치기 시작한다.(12:10) 중간에 합류한 10여
명이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듯하다.
나중에 반대쪽 방향에서 발안산악회 회장님도 올라오며 식사 대열에 합류
한다.(12:18) 누가 가지고 왔는지 귀한 상추가 꺼내지고 고추장을 푹찍어
상추에 얹어 밥을 큼지막한 밥숟갈로 한덩어리 올려놓고 작은입 찢어질들
벌려 집어 넣은니...그야말로 꿀맛...옛날 진시황제의 수라상이 이렇게 맛있
었을까? ...그 낙조대에는 무슨 연속극인지 모르지만 최상궁이 떨어져 죽었
다는 바위가 있기로 유명하단다. 가만히 보니 같이 올라왔던 서봉총대장님
이 보이지 않아 궁금해 하던차 대장님은 원래의 코스를 타기 위해 먼저 산
행길을 떠났단다.산꾼중 산꾼 총대장님... 선운산은 산은 낮은 산인데도 그
경치는 빼어난 편에 속하는 산이라는 생각이 나의 머리속에 각인되며... 올
라왔던 방향에서 약간 틀어진 능선쪽으로 하산을 결정하고 발안 총무님이
선두에 서서 팀을 이끈다. 능선코스를 내려오며 앞쪽의 멋들어진 능선쪽으
로 다시 오르나 기대 했더니 능선밑에 다다른 팀은 능선 오르막을 놔두고
우측 용문골 쪽으로 쪽으로 우회전 하산 코스를 탄다. 조금 내려가니 커다
란 바위 동굴이 나타나는데 생긴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 바위 또한 무슨 연
속극에 나왔다는 바위...그 바위 앞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하산...
얼마 있더니 오르던 그 넓은 길과 다시 합류하니 아하 우리의 산행은 이렇
게 끝나가고 있었다. 잔듸속을 가만히 살펴보니 아까 오늘때는 경황이 없어
볼수 없었던 새싹들의 파란 잎파리들이 땅속을 파고나와 햇볕을 듬뿍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개오동 나무가지는 축 늘어진 특유의 꽃을 피우
고 있는 것 또한 눈에 들어온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선운사 경내로 들어
가 포즈를 취한 모델(미니님,서복희님) 들을 향해 촬칵...촬칵...사실 사진이
라는 것은 찍히는 사람보다는 찍는 사람이 기분 좋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
다. 왜냐하면 일반 눈으로 보는 펼쳐진 영상과 사진의 화면에 잡힌 선택된
영상은 사진을 찍는 찍사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찍사로서의 자율권
을 행사할 수 있으니 쫗고, 찍사는 원하는 장면을 볼수 있는 반면 찍히는 모
델은 자기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한참 사진을 찍고 커피가 생각난 미
니님이 한쪽으로 느림보를 불러세워 커피를 주는데 이 커피맛이 이렇게 달
수가 없다. 커피는 틀림없는 일반 커피인데 이렇게 맛이 나는 것은 따뜻한
백만불 짜리 태양빛을 정면으로 두고 최고의 카페인 선운사 경내안에서 맛
볼수 있음이 아닐까? 잠시 취함에 사로잡히는가 했는데...아뿔사 서있는 곳
바로 위에는 동백의 꽃몽우리 몇개 달려 있구나. 만개한 동백을 그리는 우
리는 아쉬움을 보다는 기다림의 기약을 하는 순간...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
는 개동백 (개똥동백)은 이미 커다란 나무위에 샛노란 꽃망울을 확실히 터트
려 만개 직전임을 알린다...오늘도 느린보의 감성이 살아나 기쁨에 들뜬 마
음 둥실 둥실 춤을 출 정도더라...아!!! 드디어 봄은 겨울의 사선을 넘어 한
반의 남쪽인 여기 고창바닥을 점령하고 말았구나...다음 주에는 충청을 점
령할 것이고 그 다음 주에는 경기남부...북부를 감싸리라...다음주에는 나
느린보는 이보다 더 남쪽인 여수땅에서 만개한 봄과 함께 춤을 출것을 생각
하니 마음이 흐믓하다.
4시에 고창 선운사를 출발한 차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군산휴계소, 행
담 휴계소에서 각각 한번씩 휴식을 취한후 발안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40분 정도...봄을 처음본 느린보 흐믓한 마음으로 발안 산악회 여러분에게
감사한 말씀을 올리고, 수고 하신 만조산악회 여러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올
리고, 점령군 봄의 화신에게는 빨리 빨리 올라 오시라고 부탁 말씀 드리면
서 고창 선운산 산행기를 마칩니다.감사합니다.
2008. 3. 17
향남 산악회
산꾼 느린보
선운사 경내 동백꽃...아직 꽃봉오리로 남아 있었다. 한 이 주 정도면 만개할 듯...
아쉬운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한번 더 가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