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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괴물들/에릭 푸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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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누이를 위해 달걀 프라이와 얼음이 하얗게 낀 싸구려 냉동 소시지로 아침식사를 준비중 일 때, 창 밖으로 한 남자가 나무에서 사과를 따 먹는 모습을 보았다. 소년은 주걱을 떨어뜨렸다. 햇살은 쨍쨍하고 화창한데 제법 강한 바람이 부는 아침이다.) 바람에 잔물결이 번지는 그 남자의 셔츠가 한쪽으로 펄럭거린다. 소년은 오직 책 속에서만 보았을 뿐, 성인 남자를 실제로 대면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남자의 모습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무서웠다. 남자가 나무 높은 데 있는 다른 사과를 따서 게걸스럽게 서, 너번 베어문다. 남자는 수염이 났고 그의 그림자만큼이나 키가 컸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하게 생긴 건 그 남자의 손이다. 손은 거대하고, 기괴하며, 게처럼 울퉁불퉁하게 보였다. 정맥들은 툭 불거져나와 있고, 손가락 마디 주변으로 뻗어있다. 남자가 사과를 좀 더 따서 발밑에 있는 배낭에 찔러 넣으려고 머리를 수그렸을 때는 그의 머리카락 중간에 동그랗게 생긴 두피가 보인다.
그가 뭘 하려는 것 같애? 누이가 스토브 옆에 있는 소년에게 다가서며 속삭였다. 그녀도 그 흉칙한 존재가 그들의 과일을 나무에서 따는 것을 본다. 머지않아 소년의 일거리는 떨어질 것이고, 그들에게도 저 사과가 필요해질 것이다. 달걀 프라이의 가장자리가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모르겠어. 그는 분명 숲을 떠나 헤매고 다녔을 거야.
나는 그들이 저것보단 덜…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어, 누이가 말한다.
남자의 얼굴은 재 때문에 생긴 줄무늬 자국으로 축축하다. 소년은 그가 울어서 그런 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잔가지 하나가 그의 턱수염 끝에서 달랑거리고 있다. 소년에게는 그 남자가 못생기게 보이지 않았다. 사실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잘 차려입은 남자들이 그들의 딸들과 야구를 하거나 헝가레를 치고 있는, 금지된 삽화들, 멋진 아버지들의 그림으로 가득 메꿔진 만화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누이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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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에게서 옷을 제대로 입은 데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셔츠와 마찬가지로 누더기 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데 마치 사슴가죽을 꿰맨 것처럼 보인다. 그의 맨발은 숯검댕처럼 새까맣다. 남자의 등 뒤로 보이는 가물었던 산들이 2주 동안 계속되는 산불때문에 까맣게 타버리고, 연기로 부글거리고 있다. 숲에는 소문이 무성했다. 거인에게 포위를 당한 소방관들이나 음식이나 텐트, 침낭들을 훔치는 털북숭이 야수, 잠자리에서 강간을 당한 소녀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 남자는 사과 따기를 멈추더니 부엌 창문을 똑바로 쳐다본다. 마치 달걀 타는 냄새를 맡은 듯이. 소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남자가 소매로 입을 스윽 문지르고는, 차가 들어가는 길로 흐느적거리며 걸어가서, 열려진 차고 문 안으로 몸을 구부린다.
그가 뭔가를 훔치고 있어! 소년의 누이가 말한다.
그가 간신히 들어갔어, 소년이 말한다.
그를 가두자. 문을 자물쇠로 채울 수 있잖아.
소년이 복도 옷장에서 22구경 소총을 찾아서 간다. 이전에는 불법 침입자라야 고작 스컹크나 주머니쥐, 이따금씩 출현하는 너구리였기에 그가 소총을 꺼낼 일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마치 일터에서 즉각적으로 풀 깎는 기계 사용법이나 배관작업, 전기톱 작동법을 알아내듯이, 그의 뇌속에 있는 명확한 직감으로 총 사용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가 늘상 해오던 일인, 다른 소년들과 소녀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그는 소나무 자를 때 나는 냄새와 콧속에 들어오는 톱밥, 나사가 석고보드를 뚫고 나무에 박힐 때 내는 프즈즈즛 소리를 사랑한다--그 일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마치 산으로 빙 둘러싸인 바람 세찬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이러한 것들을 다 가지고 태어났고, 이런 능력은 영원히 유지될 것이다. 소년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호흡만큼이나 본능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배운 인간에 관한 지식은 오직 역사책을 통해서이고, 불법적이고 감상적인 동화에 불과한 누이의 만화책에서 뿐이다.
소년은 누이에게 집안에 있으라고 말하고서 소총을 앞세우고 차고 쪽으로 걸어갔다. 바람이 나무들을 일렁이게 하고, 그의 발 밑으로는 시들어버린 팔월의 이파리들이 바스락대며 버터 스카디 냄새를 풍긴다. 왜 그런지, 아마도 그 남자의 얼굴에 깃들인 슬픔 때문이었는지, 상상해왔던 것만큼 겁을 먹지는 않는다. 소년은 차고의 그늘 속에 멈춰서서 잔디 깎는 기계 뒷편 서까래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몸을 굽히고 있는 그 남자를 본다. 말려 올라간 바지의 한 쪽 다리 종아리가 심하게 베인 상처로 피투성이인 채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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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연료 담긴 주전자를 선반에서 내리고 소량의 개솔린을 고통스러워하며 상처에 끼얹는다. 소년이 크게 헛기침을 해보지만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 차고에서 꺼져, 소년이 말한다.
깜짝 놀란 남자가 서까래에 머리를 쿵 부딪친다. 벽에 세워져 있던 삽을 낚아채서는 몸 앞으로 가져간다. 지나치게 큰 그의 손안에서 삽은 흡사 야구 방망이처럼 작아 보인다. 소년이 자신의 눈높이로 22구경을 조준하지만 그 남자의 배높이 밖에 안된다. 소년은 총구가 남자의 얼굴을 향하도록 기울인다.
뭘 하려는 거냐?
당신을 쏠 거야, 소년이 대답한다.
남자가 미소짓자, 지저분한 뺨에 보조개가 생긴다. 이빨들은 마치 옥수수처럼 노랗다. 쏠 테면 쏴라.
목젖을 정확하게 쏠 거야. 네 숨골. 넌 즉사할 테지.
너는 아홉 살 정도로 보이는구나, 남자가 중얼거린다.
소년은 이 말에 응수하지 않는다. 남자의 질환이 뇌로 감염되어진 건 아닐까 의심한다. 천천히, 남자는 삽을 내려놓고 얼굴에 붙은 거미줄을 걷어내면서 차고 밖으로 빠져 나온다. 햇빛에 드러난 남자의 다리 부상은 더 심각해보인다. 마치 채 썰린 것 같은 살점들이 잔디처럼 달라 붙어 있다. 그는 가솔린과 연기 또 그 밖의 어떤 것이 합쳐져 몸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마치 스키 장화 안에서 나는 것 같은.
나는 내 다리를 소독하고 있었을 뿐이란다.
어디에 살아? 소년이 묻는다.
산 속에. 그 남자가 소년의 총을 힐끗 쳐다본다. 걱정마라. 나 혼자야. 우리는 죽지 않으려고 뿔뿔이 흩어졌지.
왜?
떼지어 있는 것들이 사냥하기에는 더 쉬운 법이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떠난 거냐고?
불이 났었어. 겨울동안 창고에 저장해 둔 모든 것들이 타버렸지. 남자가 집을 곁눈질한다. 물 한모금만 얻어 마실 수 있을까?
꿈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 높다란 존재를 측은하게 여기며, 소년이 총을 내린다. 소년의 꿈 속에서 남자들은 온몸에 나뭇잎을 붙인 채, 한밤중에 동네를 배회하는 아름다운 괴물들처럼 보였다. 소년은 남자를 집 안으로 안내하였고 누이는 여전히 창문 옆에 서 있었다. 남자는 누이를 보자 고개를 끄떡이며 인사한다. 누이에게는 그가 풍기는 악취보다도 얼굴에 머리카락이 자라난 누군가가 훨씬 더 섬뜩하다. 내 집 안에 성인 남자가 있다니, 소녀가 속엣말을 한다. 하지만 소녀는 부엌 안으로 절룩거리며 들어오고 있는 이 구부정한 존재를 그녀의 머리속에서 떠올리 있던 이미지와 일치시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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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종종 아버지와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상상해 보고는 했다. 근사한 거인이, 그녀에게 선물을 안겨주고,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의롭게 지켜낼, 용맹스러울 것 같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인간 아버지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럴 만한 멋진 존재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그녀의 목을 부러뜨리고도 남을 검게 그을린 우람한 손을 보자 걷잡을 수 없는 스멀거림이 그녀의 내부를 휘젓는다.
그들은 그에게 맞는 큰 의자들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소년이 두 개를 나란히 붙여 놓는다. 소년은 씽크대로 가서 물 한 잔을 들고 온다. 그 남자는 단숨에 물을 마셔버리고는, 곧바로 또 한잔을 부탁한다.
몇 살이죠? 소녀가 의심쩍게 말한다.
그 남자가 자기의 턱수염에서 잔가지를 떼어낸다. 마흔 여섯.
소녀가 코웃음을 친다.
아니, 정말이야. 나는 초마다 늙어가는 중이지.
소녀는 놀라서 눈을 껌벅껌벅거린다. 그녀는 삼십 년을 살았어도, 몸 어디에 시간의 흔적 같은 것이 남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탁자 위에 잔가지를 내려놓으면서, 조리대 위에 올려져 있는 캔털롭을 흘끔거린다. 소년은 식칼을 뽑아서 캔털롭을 둘로 자르고, 숟갈로 걸쭉한 부분을 긁어낸다. 큼직한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주황색 미소를 가지런하게 담는다. 남자는 스푼도 사용하지 않고 하모니카처럼 쥐고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너는 어디서 일을 하지? 갑작스레 남자가 물어보며, 드라이브웨이에 세워져 있는 픽업트럭을 응시한다. 뒷마당 도구상자가 햇살 아래서 반짝거린다.
올드 하모니Old Harmony 바깥에서, 라고 소년이 말한다. 집들을 몇 채 짓고 있어요.
너의 뛰어난 기술을 선보일만한 무엇이겠지, 어?
실은, 거의 완성되었어요, 소년이 말한다. 소녀가 그를 쳐다본다. 점점 더, 소년과 소녀는 미래에 대해 염려가 된다. 타운은 인구 제한에 봉착했고, 당국에서는 집을 다시 늘릴 계획이 없다는 소문이 떠돈다.
걱정말게나, 남자가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들이 딱맞게 너희들을 전환시킬 테니. 아주 빨리 눈 깜짝할 사이에.
그런 걸 당신이 어떻게 알죠? 소녀가 물어본다.
페르니얼Perennials(영원히 늙지않는 족속)에 관해 알지. 너는 내가 무식한 유인원일거라 여기니? 남자가 그의 머리를 흔든다. 제기랄, 눈 감고도 가르쳐 줄 수 있다구. 소녀가 남동생을 보며 히죽거린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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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할 듯이 입을 열다가 다시 곧 다물어버린다. 스토브에 걸려있는 팬들을 빤히 쳐다본다. 그것들은 크고 작은 공룡의 꼬리뼈처럼 정리되어 있다. 그의 얼굴이 의기소침해 보인다. 음, 아비새 울음소릴 못 낼거라는 데 내가 너희에게 내기를 걸지.
뭐라고요?
당신의 손과 입으로? 아비새의 울음소리를?
소년의 머릿속이 멍하다. 멍하면서도 근사한 느낌이랄까. 그 느낌은 소년을 무섭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남자는 정신을 차린 듯 활기를 띤다. 그는 두 손을 덥히기라도 하듯 컵모양으로 모아쥐고는 엄지손가락 사이로 바람을 불어넣어면서, 한쪽 손을 날개처럼 파닥댄다. 그 소리는 완벽하고도 묘하다, 아비새의 기이한 울음소리처럼.
소녀가 조리대에서 식칼을 집어든다. 그걸 어떻게 했지?
하! 우주의 정복자들께서! 남자가 (남자는 경멸의 눈빛이 담긴 미소를 짓는다)빙그레 웃는데, 두 눈은 경멸로 반짝이고 있다. 이쪽으로 오렴 내가 가르쳐 줄테니.
소녀는 여전히 칼을 휘두르면서 거절하지만, 소년은 두려움을 삼키면서 탁자로 다가간다. 그 남자는 소년에게 상자 모양으로 어떻게 손을 모아쥘지 보여주면서 붙인 엄지손가락 틈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보라고 말한다. 소년이 시도해보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남자가 웃는다. 소년은 뺨이 아파 단념할 준비가 될 때까지, 새소리와 그 소리를 내는 아비새에 대한 생각으로 온통 울화가 치밀때까지 시도한다. 그것이 그 남자를 더욱 웃게 만든다. 남자가 소년의 엄지를 조인다. 소년은 남자의 손길이 꽤나 거칠고 갑작스런 탓에 움찔한다. 전율하며, 엄지 마디 아래로 입술을 더욱 압박하자, 놀랍게도 낮고 자늑한 휘파람이 흘러나온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마치 얼굴이 빨개지는 것처럼, 쑥스러우면서도 오만한 기쁨이 차오른다.
소년과 소녀는 남자가 샤워를 하도록 허락한다. 그가 옷을 벗는 동안에 그들은 바깥에서 망원경처럼 말아 쥔 손을 욕실 창에 갖다 대고 교대로 본다. 그의 요상한 털복숭이 몸뚱이와 흰머리 수리의 날개처럼 붙여 올린 거대한 양 어깨, 돌아서는 순간, 너무도 충격적으로 길쭉하고 끔찍한 페니스를 엿본다. 소녀는 특히나 그 음낭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축 늘어져있고 털이 북실할 뿐만 아니라 한쪽은 정맥이 툭툭 불거져 터져버린 것 같이 얼룩덜룩하다. 소녀는 아기를 만드는 먼 옛날식 방법에 관하여 읽은 적이 있다. 그녀의 뱃속에서 태아가 자란다면 어떠할까,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아주 작은 콩알만하던 것이 주머니에 갇힌 채 오무린 상태에서부터 신비스럽게 피어난다는 것 말이다. 그녀는 냉동수정란을 보관하는 실험실에서 보조로 일을 하면서 이따금씩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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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눈의 작은 생명체들이 있는 인큐베이터들을 응시하다가, 고릴라가
하는 것처럼 저들 중 하나를 키우면서 그녀의 가슴에 꼬옥 끌어안아 본다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들이
부화되고 필요한 모든 지식으로 입력되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키워줄 고아원으로 보내질 때는 가끔,
심지어 외로움의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도 고스란히 겪었던 것인데, 무엇 때문에
외롭다는 느낌을 가져야 되는 것일까?
가끔씩 소녀는 소년의 방에서 그가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것을 슬며시 들여다볼 것이고, 맹장처럼 퇴화된 그의 작고 달랑거리는 줄 같은 페니스를 엿보면서 입이 마를 것이다. 이런 감정은, 그녀의 뇌가 그만하라고 명령을 내릴 때까지 잠깐이다.
지금, 그 남자의 흉측한 몸을 노려보며, 소리없이 뛰는 심장 고동을 자각하면서, 그녀의 입이 똑같은 식으로 마르는 것을 느낀다.
남자는 밤까지 그들과 머물러 있다. 소년은 그를 도망자, 라고 호칭하며 아무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커튼을 친다. 남자의 옷은 찢어지고 피로 빳빳해져 찢어졌고 피로 뻣뻣하며, 은밀한 남자 물건의 악취로 물큰하다. 소년은 운동복 바지들 중에서 그의 허리에 맞도록 고무밴드가 들어있는 세로로 트여진 반바지 한 벌과 티셔츠처럼 입도록 목욕가운을 내준다. 남자가 팔 아래로 약간의 털을 드러내며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서 그가 행복해하는 것 같다. 재미난 인사법으로 소년을 웃기기까지 한다. 남자가 자기 앞쪽 공기속으로 손을 굴리면서 정중한 표현으로 소녀에게도 시도하지만, 그녀는 찌푸리면서 문을 쾅 닫고는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그 주가 지나는 동안, 소녀는 불행을 무럭무럭 키워간다. 매일 아침, 밤마다 남자의 상처를 싸맨 거즈에서 새어나오는 피와 나이 든 사람의 입김, 시큼한 땀으로 범벅된 그의 냄새가 떠다닌다. 그 남자가 지팡이로 쓰려고 가져간 하키 스틱의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이 방 저 방 에서 꼴사납게 절뚝거리며 돌아다니는 것까지. 너무나 강력해서 눈물이 핑 돌 만큼, 어마어마한 고린내를(악취를) 욕실에 남긴다. 뒷마당에는 남자가 소년에게 가르쳐주었던, 종이접기 하듯 복잡하게 만들어진 새의 코같이 미끈한 종이 비행기들이 흩어져 있다. 보통 때, 소년과 소녀는 퇴근 후에 부엌에서 맥주를 함께 마신다. 때때로 그들이 음악을 듣는 동안 소년이 그녀의 발을 주물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간에는 그녀가 돌아올 때마다, 소년과 남자가 함께 붙어서서 마당 사방으로 남자의 멍텅구리 비행기들을 날리고 있는 것을 본다. 매번 비행기를 날린 후에 소년이 남자의 얼굴을 살피는 꼴은 그녀로 하여금 파리채로 비행기들을 후려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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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소나무 방품림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어쩌다가 이웃 중 하나가 볼까봐, 경찰에 신고할까 걱정이 된다. 누구라도 그들의 집에 성인 남자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면, 실험실에서 해고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쩌면 그녀를 감옥에 쳐넣을지도 모른다.
가끔 그 남자는 그들에게 고함을 지른다. 감정의 폭발은 예측불허다. 그 끔찍한 소음 좀 낮추란 말야! 그가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이 음악 연주를 한다면 그럴 것이다. 한번은, 저녁식사 도중 소녀가 전화에 응답하고 있을 때, 남자가 전화기를 그녀의 손에서 낚아채서는 씽크대 속으로 내동댕이치는 거다. 다음 번에는 벽돌로 박살내버릴거라고, 그가 말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남자를 진정시키게끔 그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 그녀는 그를 죽여버릴 거다. 소총을 쥐고 남자가 자는 동안 쏘아버릴 거다.
토요일, 소녀가 식품점에 갔다 돌아와 보니 소년을 목말 태운 남자가 절룩거리며 뒷마당을 돌고 있다. 잔디깎이 기계는 풀더미 위에 얹혀져 있다. 소년이 큰 소리로 웃자, 이웃에서 들을까봐 소녀가 그들에게 쉬쉬거린다. 남자가 소년을 턱 내려놓고 이번에는 그녀를 휘익 들어올려 그의 어깨 위에다 올려놓는다. 소녀는 자기가 상상한 것보다 더 높아져서, 너무 높아져서 이층 자기방 창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다. 풀더미 거름 냄새가 그녀의 코 안 가득해진다. 그녀의 다리로 그의 목 둘레를 감싼다. 호수에서 기어나올 때와 같은 전율이 그녀를 관통한다. 목 안에 낀 머리카락 만큼이나, 그 떨림은 그녀 내부로 꼼지락거리며 파고들면서 끝날 기미조차 없다. 남자가 마당을 빙 돌아가며 빠르게 걷자, 그녀도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소년이 한 것처럼 웃어제낀다. 남자의 목에 두 다리를 딱 갖다붙이면서, 전에는 그래본 적조차 없는 식으로 낄낄깔깔댄다. 요상하고 높은 톤의 소리로, 스스로 입을 조절할 수조차 없는 것마냥. 뒤 베란다 그늘 참나무의 가장 낮게 드리워진 가지들 밑으로 홱 수그렸다 빠져나오면서 남자 역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그녀를 내려놓고 잔디밭에 네 발을 대고 엎드린다. 소년이 등 위로 올라타고, 발 바퀴로 박차를 가하도록 시키면서, 새 목초더미 안의 말처럼 히이잉거리다가 껑충 뛰어올라 소년을 떨어뜨리는 시늉을 한다. 잠깐 동안 소녀는, 희열로 반짝이는 남자의 얼굴, 혼연일체같이 훌쩍 뛰어오르는 그들의 기다란 그림자, 그들이 마당 주변을 승마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뒤고 가서 소년을 밀어뜨린다, 숨이 멎을 것처럼 세차게.
소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빨개진 소녀의 얼굴을 째려본다. 어떤 이유에서건 소녀가 그를 밀친 적은 없다.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남자와 비교해서, 자그마하고 부드럽고 주근깨가 있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노려본다. 처음으로 혐오감이 올라온다. (그녀에게서 혐오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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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절뚝거리면서 이를 악문다. 다리가 피범벅이다. 거즈는 흥건해졌고, 짙은 피 얼룩이 거미 다리같이 가느다랗게 정강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당신이 한 것 좀 보라구요! 남자를 집까지 부축해 가기 전에 소년이 말한다.
그날 밤, 소녀는 마치 꿈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남자가 하키 스틱을 움켜잡은 채 그녀의 방 구석에 서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하고, 기괴하게 번들거리는 그의 얼굴이 창문으로 흘러드는 달빛에 떠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가 그녀를 강간하려고 온 것일까. 남자가 그의 가운 끝자락으로 눈을 훔친다. 한 쪽 먼저 그리고 또 다른 쪽. 그런 다음 그녀를 향해 타그닥거리며 오더니, 침대 가장자리, 그의 시큼한 숨결을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앉는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축축하다.
남자가 속삭인다. 나는 그냥 네가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단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가 샤워하면서 흥얼거리던, 이 비통한 세상을 지나는 순례자에 대한 슬픈 노래를. 질병이나 노역 혹은 위험 따위 없다네,
내가 향하고 있는 밝은 땅에는. 그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동안, 손등으로 소녀의 머리결을 쓰다듬어주고, 풀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기도 한다.
우람하고 까칠한 그의손가락 마디가 도토리같이 느껴진다.
그 밝은 나라가 뭐지요? 소녀가 묻는다.
남자가 귀 뒤로 머리카락 넘겨주던 것을 멈춘다. 천국, 이란다.
소녀는 죽음 이후에도 살아날 거라 생각하는 아주 독특하고 순진해서, 이상하게 그녀를 건드렸던 이러한 케케묵은 믿음에 관해 들은 바가 있다.
당신이 아는 누군가가 죽었나요?
사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땀의 음울함이 느껴진다. 떨면서, 소녀가 팔을 뻗어 추리닝 바지 끝부분, 거친 털 감촉이 있는 남자의 무릎에 닿게 한다. 손가락을 남자의 땀으로 젖은 아래쪽으로 움직인다. 남자는 꼼짝도 않고, 소녀의 손가락이 그의 다리 위로 서서히 움직일때 눈을 감는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다. 바깥에 바람은 거세어지고 창문이 덜컹거린다. 순간, 남자가 갑자기 흠칫하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다.
너는 그저 소녀야, 그가 소곤댄다.
소녀가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녀를 쳐다보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것인양 그가 얼굴을 돌린다. 소녀는 자신이 어떻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를 ‘잠꾸러기야’ 라고 부르고선, 그가 절룩거리며 방을 나간다. 소녀는 그가 그녀에게 낯선 이름을 불러 준 것에 대해 의아해 하다가 명백히 그것은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눈이 홧홧거린다. 창 밖에 뜬 달이 커다랗고 졸린듯 흐리멍덩하게 보인다. (그녀의 눈은 불타올랐다. 창밖의 달이 커다랗고 멍청해 보인다. 잠꾸러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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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소년이 일터에서 돌아오니, 집 안이 요리 냄새로 후덥다(후덥지근하다). 남자는 부상당한 다리에 너무 많은 무게가 쏠리지 않도록 한쪽으로 비스듬이 스토브에 기대어 몸을 수그리고 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는데, 베인 상처는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 실제로, 냄새가 달라지고 있다. 마치 빗물 속에 고여 있었던 것처럼 시체 썩는 고약한 냄새(almondy stink)로 변해가고 있다. 어제, 소년이 남자의 붕대를 갈면서 보니, 피부 속 고름이 오래된 나뭇잎같이 황갈색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상심하지 않는다. 그 남자를 일종의 신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하루종일 일터에서 집으로 가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리면서, 가운 속 몸에서 그 날의 땀냄새를 풍기는, 그의 집에 와 있는 이 거대하고 움츠린 존재 생각으로 가득하다. 소년은 남자에게 뛰어가고 싶은 충동에 무력감을 느낀다. 남자는 소년을 보면서 늘상 경미하게 놀라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행할 때조차도, 고마움의 답례식으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젓는다. 소년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그가 늘 바래왔던 것이고, 일하면서도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그런 경이로움이다. 어이 이봐, 남자가 말한다. 특별히 재밌는 것도 아니고, 어리석은 짓거리 같기도 하지만, 소년은 그게 좋다. 어이 이봐, 남자가 다시 말한다. 이따금 소년이 남자의 붕대를 새로 바꿔줄 때면, 전류가 목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남자가 소년의 어깨를 꽉 움켜잡곤 한다. 소년은 이 순간조차도 고대한다. 둘 다에게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 남자는 스토브에서 프라이팬을 꺼내들고 소년과 소녀에게 저녁밥을 담아준다. 소년은 접시를 살핀다. 털가죽을 벗겨내 뼈만 앙상해 보이는, 아주 아삭하게 튀겨진 소형 그레이하운드 같은 것이 담겨져 있다. 다람쥐다.
그것들을 뒤뜰에서 잡았단다, 남자가 설명한다.
토할 것 같아! 소녀가 발끈하면서, 얼굴을 찌푸린다.
방으로 가는 게 낫겠지, 아가씨는? 남자가 말한다
그녀가 의자를 뒤로 뺀다.
아니다, 제발. 내가 미안하구나. 먹지 않아도 돼. 남자가 접시를 들여다보면서 미간을 찌푸린다. 나의 어머니는 진짜 완벽한 요리사였지. 이걸로 프리카세(잘게 다진 고기와 야채를 넣은 요리)를 만들수도 있었지.
그들이 뭐 같다구요? 소년이 묻는다.
어머니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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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은 훌륭해, 잠시 후 남자가 얘기한다. 비록 어떤 때는 미워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미워하기도 하지.
왜요?
그거 좋은 질문이구나. 여섯시의 일광이 여전히 환하게 드리워진 창문 커튼을 응시하는 대신, 남자는 다람쥐 한 쪽을 잘라놓고 먹지는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가 기억나, 여름철에는 어찌나 잠들기가 어렵던지. 나는 어머니께 낮을 꺼달라고 말하곤 했지. 내가 그렇게 말했어, 낮을 꺼주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팔을 쭉 뻗어서 끄는 시늉을 하셨단다.
남자가 손을 들어올려 허공을 확 잡아당긴다, 마치 전등의 스위치를 끄듯이.
소년은 테레빈유(송유) 맛이 나는데도 다람쥐 요리를 절반 먹는다.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소년은 안다. 숲에서 벌어졌던 사건들로 인해 남자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수마일 떨어진 산속에 마지막 남은 수용소 같았던 그가 성장한 마을에 대해 소년에게 얘기했었다. 어떻게 모두가 집밖으로 강제추방 당했고 몇 몇 소년과 소녀가 종내에는 어떻게 이동하게 되었으며, 물과 식량이 풍성하면서 발각되지 않기에 충분히 황폐한 장소를 찾아다니느라 수년간 그들이 어떻게 각처를 떠돌아다녔는지를. 마침내 소년과 소녀가 사는 집 가까이 대정원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소년이 좋아하는 부분은 질병 그 자체에 대해 듣는 것이다. 남자가, 까만 머리에 수염이 나고 키가 자라면서 야수처럼 강인해지는 본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흥분되는 것인가를 말해주었다. 이따금씩 낯설도록 깊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와 못 생겼다고 느끼는 것도. 여자와 몸을 섞고 사랑을 나누는 것과 그녀와 탯줄로 연결된 채로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그게 바로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하면 남자는 잠자코 있다가, (영원한 생명족) Perennials들이 왜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당신도 그렇게 해서 아기를 가졌나요? 어제 소년이 그에게 물었다. 남자는 일어나서 절뚝거리며 뒷마당으로 가더니 한참동안 가만 있다가, 떨어져 있는 비행기들을 주워 공 속으로 꾸깃꾸깃 쑤셔넣었다.
저녁식사 후, 그들은 다람쥐 요리의 배어있는 냄새를 피해 거실로 간다. 남자는 통창으로 가서 커튼을 열어 젖힌다. 가로등 아래로 박쥐들이 매달려 흔들거리는 텅 빈 거리를 내다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가 어렸을 때는 거리가 아이들도 북적거렸다고 했다. 깜깜해질때까지, 탑을 쌓거나 막대기로 서로 총싸움을 하거나 또는 아직까지 설명해주지 않았던 공동묘지 유령놀이, Butts UP과 Capture the Flag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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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저녁이로군, 하면서 그가 또 한숨을 내쉰다.
소녀는 소형 컴퓨터로부터 시선을 들지 않는다. 지난 밤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두 눈이 또다시 홧홧거린다. 그녀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떤 것인가 하면, 남자의 머리가 지난밤의 흐리멍덩한 달처럼 나른하다. 그녀는 이를 악 물고, 겉으로는 그저 듣고만 있다. 그들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비가 오면 무엇을 했나요? 소년이 물어본다.
인형극, 남자가 밝게 대답한다.
인형극?
남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공연! 엄마랑 아빠를 위해 남동생과 내가 대본을 쓰고 외웠지. 바닥에서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는 소녀를 힐긋 쳐다본다. 남자가 그녀의 얼굴에 대고 손뻑을 친다, 크게, 그러나 소녀는 올려다보지 않는다. 나한테 매직펜과 몇 가지 색깔이 다른 양말을 좀 갖다 줄 수 있겠니?
그것들은 당신에게 맞지 않을 걸요, 소년이 말한다.
인형극을 할 거야. 우리 셋이서.
206-난 너를 징그럽게 생각하지 않아
209-어이 거기. 소년이 집에 오자마자 이제 남자가 말을 한다.
210-샛별이 어스름을 뚫고 반짝이는 것을 본다.
211 아니. 남자는 소년이 그 일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211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인간의 머리가 달린 막대기를 들고 콘오버 패스를 향해 향진을 하고 있다.
막대기에 끼워진 머리통은 마치 공중에 매달린 인형들처럼 보였다.
파리들로 둘러싸인 머리통하나가 소년쪽으로 획 돌더니 그 순간 두 눈은 괴물을 본 것 같이 점점 더 커져갔다.
자신들의 몸에서 자유를 찾은 머리들은 괴물로 변한 아이들과 같이 춤을 추며 거리를 내려갔다.
첫댓글 늦었지만 영라샘에게 제 의견이 도움이 될까하여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