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소재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쯤 베스트 셀러 추리소설 작가 '사라 모튼'은
자신의 출판사 사장이면서 동시에 애인인 편집장 '존' 의 제의로 프랑스에 있는
존의 별장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된다.
잔뜩 흐린 무거운 공기, 신작을 기대하는 독자, 출판사의 압력으로 가득차 있는
영국을 떠나서 맑고 청명한 공기로 가득찬 프랑스 시골의 별장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평화로움 속에서 다시 글을 쓰게 되는데..
제 2 막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아침 햇살, 모닝 커피, 시골 까페의 한가로운 여유..
새로운 환경과 평화로움이 가져다 준 창작 열기는 어느날 밤 예고없이 등장한
'존'의 딸 '줄리'로 한순간 뒤죽박죽이 된다.
줄리와 사라의 순조롭지 못한 첫 만남에서 이미 예견 되었듯이, 줄리는 단숨에
별장의 평화를 깨고, 밤마다 술에 쩔은 채로 남자를 바꿔가며 데려와 사라를 괴롭힌다.
제 3 막
매일 아침 사라는 요거트를 먹고, 줄리는 별장 뒤편에 있는 풀에서 한낮의 고요를
즐기는듯 불편한 둘의 관계는 터지지 않고 겉으로는 별장은 정적을 유지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라의 심기는 더 불편해지고, 줄리 또한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 가운데,사라는 줄리의 이러한 행동을 훔쳐보고, 영감을 받은 사라는 'Julie'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된다.
어느날 사라의 마음에 든 한 남자가 줄리와 함께 온 그날 밤,
영화는 반전되고 영화속 여자들은 모종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영화 '스위밍 풀'은 역시 오종 감독이라는 말을 듣게 하는 작품이다.
끝까지 실제와 환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덜 깬 잠처럼 영화관을 걸어나오게 만들었으니..
여자 VS 여자, 그 둘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질투와 부러움이 점철된 이상야릇한 욕망을 감독은 '훔쳐보기'라는 장치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육체의 젊음이 사라진 중년 작가의 심적 평정과 금방이라도 툭 터져 나올듯한 잘 익은 여자의 관능을
대립시킨다.
사라와 줄리의 관계는 서로를 질투하는 듯 하지만, 종내에는 사라는 줄리의 솔직한 관능과 욕망의
토로에 빠져들고, 자신도 서서히 줄리를 닮아간다.
줄리 또한 사라에게서 죽은 엄마의 환영을 보는 것으로 은연중에 죽은 엄마의
꿈인 작가를 동경한다.
영화를 보고 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동경하고, 닮아 가려는 욕망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어,
관념과 관능은 서로를 지향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보았던 '루이제 린저'의 생각처럼..
사라는 책속에서나 살인, 섹스, 죽음, 범죄라는 욕망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근원적인 욕망의 배출이나 승화가 아닌 제도권하에 편입한 욕망의 질서를 보여준다.
이에 반해 줄리는 “온갖 더러운 것을 다 쓰면서 정작 실천은 못하지 않느냐.” 며 조롱하지만,
섹스, 마약, 살인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자신도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발작한다.
영화 타이틀이자 인간 욕망 혹은 그것을 들여다 보는 장치인 Swimming Pool,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다시 찾아온 늦더위,
축축하고 짜증스러운 연속인 비구름을 벗어나, 당신안에 고여 있는 '스위밍 풀'에
확 뛰어 들고 싶지는 않은가? 그리곤..등줄기에 확 오르는 전율을 맛보고 싶지 않은가?
그럼, 이 영화를 보라~ ^^
사족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미스테리라고 이 영화를 분류하기엔 확실한 정체성 규명에 실패한 듯..
배고픔을 다 채우지 못한듯한 결말!
그래서 나는 아직 배가 더 고프고 그것이 오종 감독이 노린거라면 실패하지 않은 작품!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