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감 외 4
동 경 산
1
보지 않아도 눈 감고 있어도
1417년, 분명 하늘은 어두웠고
5백리 내내 구비쳤던, 그 날
어쩌랴 등 짝 몇 군데 담 걸려 아프더니
진정 당신 음성 들리었음이라.
달 빛 흐르다 멈춘 듯 찬란한
손짓 느꼈음이라.
쇠도끼 바위 부딪는 소리 청청
푸르다 앞서 간 저 배 뒤따르며 미소 짓는
바람, 온다 간다 기별없이 돌아오지 않고
떠나 가버린 파도야.
채곡채곡 쌓인 욕심도 깊어
언저리 짠 포말들 한 숨 돌릴 사이
아무도 없었지만, 어디선가
제 어린 자식 울음은 듣지도 않았으면서
날다 지친 저, 저 것들이 어느 무더운 여름
오후 큰 소나기 뿌리고, 후드득 날개짓
떨어지는 빗방울에 튕겨 나간 돌덩어리
산산히 쪼개진, 물 부딪힘의 거룩한 굉음
들려 왔음이라.
2.
두 손 모으면 들려오는 허공을 겨냥한다.
지문 닳아 뿌옇한 그리움을 긴급히 불러본다
응답하라 응답하라. 잘 들리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갈만큼은 갔었단 말이지.
아니 갈수 있을 만큼 이었을지도 몰라
어딘가 우리의 안식처를 찾을수
있을 것 같았어 가끔 눈 익은 별자리
정돈된 船尾에 앉으면
쪽색 바람은 항상 옆에서 불어와
깨어있는 香木 뿌리
움푹 파인 곳에 고여 있기도 해
고인 바람 일렁이기 전에는 그 바람
왜 황토구미 돌아서 오는지 이유를 몰랐어.
3.
여기가 어디냐고.
누구던 한 번 가기도 힘들지만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가을엔 낙엽향기 식량으로 하고
이른 봄 아침 이슬 만으로도 사는
영혼 불멸의 땅, 우뚝 솟아 풍요롭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 그리 멀진 않다라는
우렁찬 그대 유혹은 항상 허전 하더라.
내 왔던 길
벌거벗어 가벼운 몸으로 홀연히
퍼 날라도 아니다 그것이 아니었다.
가득 채움이 아니었더라.
버릴것 없는 그때, 버리지 않아도
부족함 없던, 바람 타고 돌아 가련다.
성인봉 가는 길
모처럼 풀어헤친 햇살 따라 성인봉을 간다.
눈부시게 고요한 손바닥 위 저 바다 호호 모여 드는 그리운 자락, 목에 걸치고 대한민국 동해의 푸른 울릉도
성인봉 가는 길.
맑은 날, 독도 보이는 소나무랑
잘 빗은 가두봉 여인의 머리칼 같은, 어느 덧
안평전 도로 중간, 먼저 간 바람이
봄 여름 가을 깨끗한, 고로쇠 잎사귀 물든
하늬바람 눈 빛 되어 바람 처럼 쳐다본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길을 돌아
끝내 가야할 길
재촉하던 도동 사동 갈림길에서
솟은 돌 총총 밟고, 나무계단 틈새
하늘 구름 빛 타래 한올 한올 뽑아 내던
땀방울 섬섬 불혹의 삶이란.
바람 도는 구비, 홀로 선 이정표를
바람 장단 맞춰 못질 하는 삶이란.아니 아픔도 면역되어 희한하게,
거짓말처럼 단단한 줄 알았는데
흐르는 물 계곡 하얀 돌
바라보는 깔딱 고개 저만큼 혼자 구르고
올라갈수록, 한사코 내려올줄 모르는
가파른 日常의 박동들이
두근 두근거리는, 원시林 기슭 지나山바람 너울대는 성인봉을 간다.
울릉도 아리랑
1.
성인봉 원시림 구비 돌아
알봉을 내려오네.
나리 분지 섬백리향
님의 미소 담고
지천으로 피었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깨끗한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2.
행남 산길 휘영청 열린 뽈뚜
죽어도 못잊을 사랑같이
붉게 몰들었네. 둘레길
꾸불꾸불 님 맞으러
가는 저 하얀 구름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빛나는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3.
보루봉 해야 솟아라
대한민국 동해의 아침을
환하게 비추어라.
가두봉 장흥의 달아
찬란한 망월로 떠 올라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푸르런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4.
눈으로 보면 눈에 보이고
가슴에 담으면 커다란
세상을 가득 채우는
님아 님아 해와 달같이
둥근 우리 님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맑고 맑은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5.
코끼리바위 앉아 향목
대풍감을 바라보네.
황토구미 휘감아 태하 신당
앞에 서니 동남 동녀
언젠듯 애닯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푸르런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6.
울릉천국 가는 석봉
송곳봉 올라 독도를 부르네.
옥녀봉 형제봉 간두산 넘고
비파산 넘어 대한봉을
부르네 우산봉을 부르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거친 바다
아라리요
아리랑 춤을 추네
7.
고릴라바위 수평선, 용오름
한 곳 모여 셋이 먹다 둘이
떠나도 난 모르는 홍합밥
누런창 뽀글뽀글 끓네
새콤매콤 한 꽁치물회 말아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푸른 하늘
괭이갈매기 따라
아리랑 춤을 추네
8.
오징어 잡이 가시더니
이제 내가 가야 하네
어찌하여 꿈속에서만 보는 님
깨고나면 허망한
그리움 이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사나운 바다
파도 바라보며
아리랑 춤을 추네.
9.
어쩌자고 정 준 만큼
님은 돌아 오지를 않네
흐르는 눈물이야 그냥
둔다지만 가시로 박힌
사랑은 어이 뽑아 낼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울릉도 경사진 비탈길
더덩실 더덩실
아리랑 춤을 추네.
거북 바위
당신 웃음처럼 바다 올라 온
어스름 인중에 박힌
지워도
지울수 없는
갯내음 달라붙어 군살없는
回想의 소금기 같은
물보라, 민박 간판 불 꺼진
桶龜尾 섬세히 내린
이백오십만년 주름 이마
탁탁 쏘는 눈빛, 갈증나는
입맞춤이고 싶은
훨훨 어깨 젓고 처엉청 파도 터는 소리
흐익흐익
네가 보이는 것을.
정월 대보름
보이진 않았지만
마음의 달은 이미 떠 있었다.
최동단의 고요함으로 시작된
타는 눈썹의 간결한 소망과
희망의 바다, 정돈된 물결 위로
황금 색깔, 훨훨 상쾌한
화합과 나눔이 곱게 물들어 있었고,
달의 입술에는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포함해서
안녕과 건강을 바라는 절절함이
빽빽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저 달의 손바닥에는
떠난 이를 추억하고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걱정하는
곰살 맞은 궁지렁들이
가로세로, 가볍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 집 태우기로 잠 깨우고
한 해의 더위 팔기, 서로를
부르고 지신 꼭꼭 밟아
송액영복의 액 막이
연 날리기, 시린 입김
잔병 치레 부럼 가득,
복조리 어깨 걸치고
성씨 다른 집 들러 얻은
양수 아홉 가지 나물,
쌀 콩 팥 수수 조 보리 오곡밥
지은 적선공양,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울릉도여. 독도여.
대한민국 푸른 동해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라.
후손 들의 땅으로 영원 하라.
우산봉, 대한봉 올라
경건히 성인봉을 가로 지르는,
푸르디 푸른 말의 갈기 휘감은
장흥망월, 하얀 바람 헤치며
두둥실 사랑처럼 떠 있었다.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14호 여름호 시부문 당선작으로 동경산의‘대풍감’외 4편을 선정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은 저절로 자연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어우러진 시를 지을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은 한결같이 독도와 울릉도를 주제로 한 향토시라고 할 수 있다.
수만년 세월을 지내온 섬의 바위 바위마다 또는 지세(地勢)마다 서려있는 우리민족의 한과 기쁨 그리고 설화들을 감칠나게 시로써 풀은 내용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풍광을 느끼게 하는 우수작이다.
자유시에도 음률이 있다.
일정한 틀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마치 장구를 두드리는 국악의 음률처럼 어떤 때는 흥이 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침묵의 기운을 느끼듯 천천히 가는 음률이 자유시의 매력인데, 시인 동경산의 응모작들은 이러한 자유시의 맥을 잘 꿰뚫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의 우수성은 서정시에 있다.
특히 어떤 역사나 환경적인 사실을 시로 읊을 때에 가장 어려운 점이 자칫하면 주제가 무거워서 글의 흐름이 딱딱한 감을 줄 우려가 있는데, 시의 대부분이 이러한 난점을 잘 극복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대상의 강인한 모습을 묵직하게 잘 표현하며,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흐름이 잘 되어있어서 앞으로 시인 동경산의 더욱 발전된 서정시가 기대된다.
모쪼록 정진하여서 한국 문단에서 대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 심사위원 엄원지, 김성호 -
<당선 소감>
나의 삶을 잡아 엮어주신 심사위원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내면에 문학의 꿈이 많았지만 어려웠던 지난 삶 구비 구비 넘고 넘으면서도 이 꿈만은 놓치 않고 살아온 세월였기에 부족함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하여 당선작으로 추천 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끝없는 기쁨과 고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제부터 어떤 글을 엮어서 만인 속에 살아있고 생동감 있는 창작시를 찾아 만들도록 끝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저를 추천해 주신 분
2014 여름호 완성.indd 289 2014-07-21 오후 9:43:31
290 한국신춘문예 들 기대에 어긋남 없이 보답하도록 더욱더 노력 하겠습니다
◆ 동경산 프로필
현재 : 1958년12월 11일생 / 부산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현재 대아 울릉리조트 대표이사 / 독도중앙연맹 상임이사 / 사단법인 푸른 울릉 독도 가꾸기회 울릉군 운영이사 / 부동산 사주학 창시 / 독도-울릉도 풍수 창안 / 음양오행학(주역, 풍수, 사주, 관상, 수상, 족상 등)연구가 / 저서: 부동산에도 사주팔자가 있다. (예나루) , 부동산 사주학 , 독도 풍수 이야기. (울릉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