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봉투 잡아라 … 은행 vs 증권사 ‘쩐의 전쟁’ 시작됐다

[언제나로우]

월급봉투 잡아라 … 은행 vs 증권사 ‘쩐의 전쟁’ 시작됐다 

은행권
예금·대출 금리 우대 … 각종 수수료도 면제돼
증권사
보통예금보다 금리 더 줘 … CMA계좌로 대출 가능

은행 통장이냐,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냐.

한동안 직장인들의 급여통장은 은행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금리가 높고 입출금을 할 수 있는 CMA를 내세워 직장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은행들도 급여를 이체하는 주거래통장에 대해서는 높은 금리를 주는 등 여러 가지 우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6월께엔 증권사들이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직접 소액 결제에 나설 수 있어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권 신개념 통장으로=은행 거래가 많거나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면 은행이 더 유리하다. 급여통장을 개설하고 각종 거래를 몰아서 하는 주거래 고객에게는 수수료 할인뿐 아니라 대출 이자도 깎아 주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출시한 ‘KB스타트통장’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출시된 지 1년여 만인 2월 24일 100만 계좌를 넘어서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KB스타트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만 18~32세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 만 35세가 되면 이듬해 ‘직장인우대종합통장’으로 자동 전환된다. 고객들에게는 평균 잔액 중 100만원까지는 연 4%의 금리를 제공하고, 10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 0.1%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기존 은행권 고금리 상품들이 보통 300만원 내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높은 금리를 주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일정한 거래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다음 달 전자금융(인터넷뱅킹·폰뱅킹·모바일뱅킹)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신한은행은 만 18세 이상으로 급여를 이체하는 직장인이면 가입할 수 있는 ‘Tops 직장인플랜저축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급여이체를 신청하면 ▶5년간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하고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깎아 주며 ▶예금과 대출금리·환전수수료도 우대한다. 단 급여 입금 실적이 1개월에 50만원 이상이거나 3개월에 15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우리은행엔 ‘AMA전자통장’이 있다. 이 계좌를 월급통장으로 사용하거나 AMA전자통장의 평균 잔액이 50만원 이상이면 전자금융 수수료부터 정액 자기앞 수표 발행, 자동화기기의 타행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우리 AMA전자통장에 연결된 저축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계좌는 기본 계좌 예치금액 중 일부가 들어가 높은 금리를 받는다. 저축MMDA계좌 적용 금리는 증권사 CMA와 같이 예치 기간별로 다르다. 이 계좌를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면 하루 만 맡겨도 연 2.2%의 금리를 받는다.

하나은행의 ‘하나 부자되는 월급통장’은 급여나 관리비를 자동이체하면 다양한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신용대출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하나은행의 신용카드로 한 달에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된다. 환전이나 송금을 할 때도 조건이 좋다. ‘하나 부자되는 적금’에 신규 가입을 할 때는 최대 연 0.9%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기업은행도 월급계좌에 최고 연 3%를 지급하는 ‘아이플랜급여통장’을 내놨다. 은행권 최초로 일정액을 넘는 금액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각종 수수료도 면제하며 적금과 대출 금리도 우대를 한다. 이 통장은 고객이 설정한 금액까지는 고시 이율을 적용하고 이를 넘는 금액은 더 높은 금리를 준다. 2개월 연속 급여를 이체하면 100만원을 넘는 액수에 대해서는 연 2.3%의 이율을 적용한다. 또 기준금액을 1000만원으로 정하면 이를 넘는 금액엔 연 3%의 금리를 준다.

◆증권사, CMA로 도전=높은 금리를 선호하고 증권사의 투자 상품을 많이 이용한다면 CMA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CMA는 원래 종금사의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수시 입출금식)으로 은행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우량 어음 및 채권 등으로 자산을 운용해 그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 배당 상품이다. 운용 방식에 따라 머니마켓펀드(MMF)형과 예치 기간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등이 있다. 강점은 은행 통장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략 연 2~3%대로 증권사와 상품에 따라 차이가 난다.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CMA에 체크카드 기능을 부가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CMA에 후불식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했다. 삼성CMA플러스는 RP 또는 전용 MMF를 통해 운용된다. 이 가운데 RP형의 경우 단 하루 만 맡겨도 연 2.9%, 1년 약정을 하면 연 3.4%의 수익을 지급한다. CMA를 급여통장으로 지정하면 국민·우리은행과 농협의 자동화기기에서 영업시간 외에 출금을 할 때도 수수료가 면제된다. 인터넷 뱅킹이나 ARS를 통한 이체 출금 시에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삼성생명과 제휴를 통해 우대 조건으로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우증권의 CMA도 자유로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은행 보통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회사 측은 “은행처럼 편리한 금융거래 서비스는 기본이고 각종 투자 혜택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상품별 수익률은 연 2.4~3.2%다. 신용카드 대금이나 공과금·통신료를 결제할 수 있고 은행 자동화기기로 출금과 이체를 할 수 있다.

현대CMA는 하나의 CMA 계좌로 투자자들이 지출·지급과 관련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CMA 계좌를 이용한 직장인 신용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심사를 통해 대출한도를 부여받으면, 자동 납부일에 통장에 잔고가 부족하더라도 자동으로 마이너스 통장식으로 자동 납부가 된다.

대신증권의 ‘대신국공채CMA’는 국채와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을 100% 편입해 안전성을 높였다. 부도가 날 위험이 없는 만큼 예금자 보호를 하지 않아도 안전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또 어느 금융회사에 송금을 해도 수수료를 면제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수익률은 연 3%로 다른 증권사의 CMA 수익률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옥토 CMA’는 ▶입출금 ▶오토머니백(주식 계좌의 잔액을 자동으로 MMF로 넣는 것) ▶종합담보대출 ▶체크카드 ▶이체·결제·납부 ▶통합 조회 ▶주식 거래 ▶금융상품 투자 등 8가지 기능을 한 상품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 종합자산관리 상품이다. ‘문어(Octopus)’의 8개 다리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과 ‘기름진 땅(沃土)’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투자증권, 우리은행과의 거래 실적을 합산하는 고객 우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명품CMA’도 은행과 자동화기기를 통한 입출금과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이체를 할 수 있고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까지 가능하다. 50만원 이상 급여이체를 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이체와 출금 수수료가 면제된다. 전국의 신한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하여 입출금과 통장정리를 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 CMA 가입 고객은 CMA 계좌에서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해외·부동산 펀드 등 증권사에서 판매되는 모든 펀드 거래가 가능하며, 주식·선물 옵션매매 등 증권 거래뿐 아니라 채권이나 기업어음(CP) 거래도 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인 하나은행을 통해 하나은행의 주거래 고객과 같은 대출금리와 대출한도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