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은 신자유주의 살인적 교육제도가 원인
- 숨진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7일 인천시 만수동의 한 아파트 1층에서 카이스트 2학년 박 모 씨가 숨짐으로써 카이스트에서 올해만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박 씨 사망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의 우울증과 카이스트 측의 징벌적 수업료 제도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카이스트는 징벌적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는 등 현 제도에 대한 존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급히 진화에 나섰다. 원래 카이스트는 등록금이 없는 학교지만 성적 부진에 따라 최고 600여만 원의 수업료를 내게끔 하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한 유의미한 조사가 있다. 2005년 정신건강실태조사(함봉진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하면, 서울대생 8%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이 있으면 자살 위험은 일반 학생에 비해 4.4배 증가하는데, 실제로 학생 상담업무를 총괄했던 김명언 교수(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장)에 따르면 당시 2년간 강박증, 우울증 등으로 자살한 서울대생은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는 무한경쟁에서 승리(?)한 학생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걸 암시한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죽음에서 우리는 시야를 넓혀 한국 사회 10대 청소년들의 연간 자살자 수가 446명(2009년 기준)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경쟁에 지친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살을 유도하는 극한의 서열화 교육(?)은 이 땅의 다수 청소년들이 처한 일반적 환경이다. 하루 5시간 자고 정규수업 외에도 야간자율학습·학원·독서실을 전전하며 자란 이들에게 성적이 따라주지 못할 때 생기는 우울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므로, 처방 또한 서열화 교육 자체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카이스트 학생들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자살은 이 사회가 채택한 살인적인 교육제도의 단면이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들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본격적인 접근을 기피한다. 주류 권력과 비주류 권력 모두 결과적으로 학벌카스트의 수혜자로서 공생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들은 대학생·청소년들의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아예 외면하거나, 아니면 상담교사를 좀 더 배치하라는 등의 전시행정적인 미봉책에 그치곤 하지만 이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한편,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이 톱뉴스로 화제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벼랑에 몰린 서민들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을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사회 전반적인 자살 현상을 가려지게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즉, 생활고와 병마 등 주로 사회경제적인 원인이 많은(한국인 자살율: 하루 평균 42명, 연 15,413명, OECD 평균보다 2.5배 이상, 2009년 기준) 노동자민중들의 자살보다 명문대생의 죽음이 유난히 부각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 사회에서 똑같은 목숨 앞에서조차 학벌카스트가 얼마나 견고하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생·청소년들의 자살 행렬을 저지하려면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교육제도 철폐를 통해 학벌카스트를 해체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노동자민중들의 자살 행렬을 중지시키려면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폐기해야 가능하듯 말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전면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그 구성원들의 중차대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변혁’을 지향하는 이들이 말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자신들의 자녀를 제도권의 학벌카스트에 충실히 임하는 교육(?)을 시키고, 자신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 안에 머무르며 물질적인 삶에 자족하는 한, 이 땅에서 매일 매일 빚어지는 학생·청소년·노동자민중들의 자살 행렬은 멈출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에서 자행되는 살인적 교육제도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모든 형태의 자살을 막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2011. 4. 8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 새기운
http://newchristianity21.org/
첫댓글 카이스트 총장 하는 짓꺼리가 참 우습더군요.
학생들이랑 간담회 하는데, 학생들 얘기는 안듣고,
자기 인생철학을 떠벌리며 덕담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더군요.
저리 인간의 자율성과 주관적 사고를 깨워줄 역량은 없고
오직 강압적인 효율교육에만 앞장서는 자가 이름난 대한의 총장이라니 참 답답합니다.
나도 이랬으니 남도 이래야 한다는 사고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남의 차이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