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이트 교회와신앙(www.amennews.com)에는 지금도 심심찮게 다음과 같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이 통일교로 넘어갔다는데 맞나요?” 이런 전화를 한 두번 받은 게 아니다. 기자의 주변에선 질문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의 업체들이 “통일교로 넘어갔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주)아발론교육(아발론)에 대한 문의도 적잖게 들어오고 있다. ‘아발론’이 통일교 재단과 관계됐는지 묻는 질문이다.
이런 문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다. 네이버에는 “파리바게뜨가 통일교로 넘어갔나요?”란 질문이 2009년 현재까지도 꾸준히 올라가 있다. ‘아발론학원이 통일교 것인가요?’라는 질문도 올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업체들이 통일교로 넘어간 것일까? 아니라면 혹시 다른 이단과의 관련성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왜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일까?
위에 언급한 기업들이 통일교로 정말로 넘어갔을까? 샤니, 삼립식품,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SPC그룹(www.spc.co.kr)의 연혁을 보면 이 그룹은 1945년 허창성 명예회장이 상미당이란 이름으로 설립했다. 1968년 삼립식품공업(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알려져 왔고 지금까지 대중에 잘 알려진 계열사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지분구조는 어떻게 될까?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는 파리바게뜨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파리크라상’에 대한 정보가 올라가 있다. 이외에도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주력 브랜드로 두고 있는 ‘비알코리아(주)’에 대한 주식 소유 현황이 공개돼 있다. 파리크라상의 주식은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이 74.5%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알코리아(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66.7%의 주식을 허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아발론교육은 어떨까? 1997년 12월 설립한 아발론교육(대표이사 김명기 www.avalon21.co.kr)은 전국 70개 캠퍼스, 약 4만3천여명의 재원생을 확보하고 있는 초·중등 영어전문 교육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식은 김명기 대표이사가 71.5%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로서의 권리는 없지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우선주의 경우 AIG인베스트먼트(주)가 100%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발론은 AIG와 작년 7월경 6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계약을 맺기도 했다. 1997년 분당에서 아발론교육을 설립한 김명기 사장은 원광대 한문교육과 출신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혹시 지분구조와 상관없이 대표이사의 종교가 소문의 진원지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SPC그룹 기업주인 허영인 회장과 (주)아발론교육의 김명기 대표이사의 종교는 무엇일까?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두 기업의 홍보실 관계자와 전화통화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SPC그룹 홍보팀의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다.
-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등이 통일교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들어 봤는가? 아주 오래 전에 들어본 것 같다. 1990년대 후반에 얼핏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루머일 뿐이다. SPC그룹의 모기업이 삼립식품이다. 통일교나 통일교 관련기업과 전혀 무관하다.
- 그렇다면 혹시 허영인 회장의 종교가 통일교여서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아닌가? 그것도 아니다. 설립자인 허창성 명예회장이 별세하셨을 때 가톨릭의 주교가 와서 집전을 할 정도로 명예회장님의 가계는 가톨릭과 관계가 있다. 현재 허영인 회장님의 종교가 굳이 있다면 가톨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도 이런 소문이 계속 돌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정말 모르겠다.
- 이런 소문이 도는 것에 대한 입장은 뭔가? SPC그룹의 계열사들이 가맹점 숫자도 많아지고 그룹에 소속한 인원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소문이 나올 수 있지만 사실무근한 일에 세세하게 입장을 밝히기도 참 어색하다. 다만 누가 물어보면 아니다고 말할 뿐이다.
(주)아발론교육의 홍보팀 관계자도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 아발론교육이 통일교측 재단 아니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 어떤가? 전혀 무관하다.
- 혹시 위와 같은 소문을 들어본 바는 있는가? 오래 전에 들어본 바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그런 소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 아발론교육과 통일교의 관련 의혹이 왜 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청심국제중고등학교(통일교 유관학교다)가 세워질 당시 우리 회사가 영어전문교육기관으로서 국제중학교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때문에 통일교 재단이라는 소문이 있는듯하다. 그러나 조언을 해줬다고 통일교는 아니잖는가?
- 김명기 대표이사가 아발론교육의 지분 71% 이상을 갖고 있는데 혹시 그가 통일교인은 아닌가? 아니다. 김 대표이사는 종교가 없다.
- 통일교 재단이 아니냐는 문의에 대한 입장은? 우린 정말 통일교와 무관하다.
홍보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SPC그룹과 아발론의 CEO의 종교도 각각 가톨릭과 무교다. 아발론의 경우 통일교측과 유관한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소위 ‘청심반’을 개설해 놓았다. 이것이 아발론이 통일교와 관련 있다는 소문을 증폭시켰다는 후문도 있다. 그러나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청심반’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통일교와 관계가 있는 것이라면 국내의 유수의 학원들이 모두 통일교와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하는 실정이다. 청심반이 개설된 학원은 아발론 외에도 세종국제학원, 페르마 학원 등 다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통일교 계열사의 명단을 살펴보자. 문선명 씨가 설립자인 통일그룹의 계열사에는 세계일보를 비롯 일화, 일신석재, 세일 여행사 등이 있다. 통일교측 계열사 명단에도 SPC그룹과 아발론은 없다.
이처럼 살펴본 바와 같이 두 기업들이 통일교로 넘어갔다고 확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확실한 근거도 없고, 관계자들에 의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단문제는 그 어떤 영역보다 사실관계와 객관적 입증자료가 중요하다. 더욱이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단 관련설'은 더욱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불법정치 자금을 제공으로 사회문제를 일으킨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아버지가 천부교의 교주인 박태선 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오인한 것이다. 박태선 씨의 아들의 이름부터 박연차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의혹이 제기된 것일까?
박태선 씨의 맏아들 박 모 씨가 1975년 대표로 있었던 기업 명칭이 ‘태광실업’이다. 박 회장이 세운 기업과 명칭이 동일하다. 그러나 박 씨의 태광실업은 가발을 수출했던 회사이고 1980년 이전에 이미 설립됐다. 그러나 박 회장의 태광실업은 1980년에 세운 회사로서 신발제조, 특히 NIKE사와 OEM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었다.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동일한 기업명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