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우승순]

  청춘이 어린 DMZ다.

  인생의 신록이 짙어가던 20대 초반 3년여를 철원에서 보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과 땀 흘리고 부딪히며 전우애를 나누었으니 철원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국방색청춘의 고향이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피가 뜨거워진다.

.............................

  어느 초가을 철조망에 앉은 잠자리를 보면서 DMZ란 용어에 침잠한 적이 있었다. 아이러니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라는 DMZ의 말뜻대로라면 무장을 전혀 하지 않은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하지만 실제는 지뢰밭이었고 밤낮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매복근무를 서는 긴장감 넘치는 곳이었다. 지구상에서 이념으로 갈라진 유일한 분단국가의 상징이지만 사실은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중간지대가 DMZ였다. 남과 북이 잠시 전쟁을 중단하고 총과 포를 겨누며 일촉즉발로 대치하는 곳이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환경과 야생동물들은 너무도 평온하지 않은가. 인간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결과 오히려 생태계의 보물창고가 되었고 한반도의 생명 띠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동반하겠지만 나에게 철원과 DMZ는 늘 충성어린 국방색청춘으로 자리할 것이다.

......................................

  어느 듯 우리 일행은 관광의 마지막코스인 평화전망대에서 DMZ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얼마만이던가. 청춘의 한 때를 함께했던 구릿빛 얼굴들이 오버랩 되면서 장난기어린 말투로 안부를 물어왔다. “우상병! 여자 친구 고무신 거꾸로 안 신었어?” 뜨겁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을 즈음 어디선가 노병의 독백이 귓전을 울렸다. “언젠가는 통일의 그날이 오겠지. 빛나라 철원이여!” 40여년 전에도 그랬듯 새들은 여전히 하늘 길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 우승순의 수필 「DMZ」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