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2 권
제 사. 신해품
제 3 장
세존이시여, 저희가 지금의 일을 비유로써 이러한 뜻을 밝히겠나이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때에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을 가서 오래도록 다른 나라에서 십 년, 이십 년, 내지 오십 년을 살게 되었나이다. 나이가 들었으나 곤궁함이 더하여 사방으로 의식을 구하러 떠돌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가게 되었나이다.
한편 그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자식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어느 성에 살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는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배가 많았는데, 금 . 은 . 유리 . 산호 . 호박 . 수정 . 진주 등 온갖 보석이 창고마다 가득 찼고 남종 . 여종 . 청지기 . 신하 . 보좌관 . 관리인 . 일반인들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 . 말 . 수레와 소 . 양들이 매우 많았고 재물 출입의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져 장사치와 손님들이 또한 매우 많았나이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여러 마을과 도시와 나라를 두루 떠돌아 다니다가 마침내 그의 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성에 도착하게 되었나이다.
아버지는 늘 아들을 생각했으며 헤어진 지가 오십여 년이 지났으나, 아직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마음속으로만 걱정하며 한탄하였나다.
'내가 나이는 들어 늙어만 가고 창고에는 금 . 은 . 보배들이 곳간에 차고 넘치는데, 자식이 없으니 한번 죽게 되면 재물이 흩어져 없어질 것이 아니가.' 하면서 늘 그 아들을 마음속 깊이 기억하며 또 '내가 만약 아들을 만나 내 재산을 주게 되다면 매우 기뻐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으리라.' 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궁핍한 아들은 품팔이로 전전하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간에 서서 멀리 그의 아버지를 보았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사자평상에 앉아 보배궤에 발을 올려놓은 채 많은 바라문과 찰리와 거사에게 둘러싸여 공경 받았으며, 천만 냥이나 되는 진주 영락으로 몸을 치장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불자를 들고 좌우에서 시중들었으며, 또한 보배휘장을 치고 온갖 꽃번을 둘렀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여러 가지 이름난 꽃잎을 흩뿌렸으며 보물들을 벌려놓고 내어주고 받았나니, 이처럼 여러 가지로 장엄하는 일들이 위엄과 덕이 한창 높아 존귀하게 보였나이다.
곤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이 있음을 보고는 곧 두려운 마음을 품고 여기에 온 것을 휘회하면서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저 분은 혹시 왕이거나 혹은 왕족일 것이니 내가 품팔이를 하여 삯을 받을 곳이 아니로다. 가난한 마을로 가서 땅을 얻어 힘껏 일하여 의식을 얻는 편이 낫겠다.
만일 이곳에 오래 머물렀다가는 강제로 붙들려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급히 그 곳에서 달아났나이다.
그때 부자 장자는 사좌좌에서 대문간에 서 있는 사람이 자기 아들임을 알아보고 난 뒤 마음이 크게 기뻐 곧 이같이 생각했나이다.
'내 창고에 가득 찬 재물들을 이제 물려줄 사람이 있구나. 내가 항상 저 아이를 생각했으나 만날 수가 없었는데 스스로 이렇게 찾아 왔으니 내 소원을 마침내 이뤘구나.
내 비록 늙었으나 이런 까닭에 여태까지 아껴두었도다.' 하고는 곧 사람을 보내어 아들을 데려오도록 하였나이다.
그때 한 심부름꾼이 쫓아가 붙드니 아들은 놀라며 원망하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한 일이 없는데 어찌하여 붙들어 가나이까.'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잡고 강제로 데려가려 하자 궁핍한 아들는 생각하기를 '아무 죄도 없는데 잡혀가니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아들은 당황하고 두려운 생각에 그만 땅에 넘어져 기절하고 말았나이다.
아버지가 멀리서 이것을 보고 심부름꿑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억지로 데려오지 마라. 찬물을 얼굴에 끼얹어 깨어나게 하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마라.'
왜냐하면 아버지는 그 아들의 마음이 작고 못난 줄을 알고 자신의 호방하고 부귀함에 아들이 어려워함을 알았나이다. 분명히 아들인 줄을 알았지만 방편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는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고 심부름꾼에게 아들에게 말하도록 시켰나이다.
'이제 너를 놓아 줄 테니 마음대로 가러가.'
빈궁한 아들은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로 가서 의식을 구하였나이다.
그때 장자는 그 아들을 데려오기 위하여 방펀을 써서, 외모가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보내면서 일렀나이다.
'너희들은 저기에 가서 그 궁핍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은 배로 준다고 하고 만일 허락하거든 데려오되,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똥거름을 치우는 일인데 우리 두 사람도 당신과 같이 일한다고 하여라.'
두 심부름꾼은 즉시 빈궁한 아들을 찾아가서 주인이 시키는대로 말했나이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은 장자의 집을 찾아가서 품삯을 먼저받고 똥거름을 치우게 되었느데,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볼 때마다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나이다.
어느 날 창문 틈으로 멀리서 일하는 아들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몸은 야위어 초라하였고 똥거름과 흙먼지로 더럽혀저 깨끗하지 않았나이다.
아버지는 곧 구슬복걸이와 장식으로 치장된 비단옷을 벗어놓은 뒤, 헤져서 추하고 때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흙먼지를 묻히고 오른손에 똥거름을 치우는 기구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했나이다.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 이런 방편을 써서 그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또 이르기를, '이 사람아, 자네는 항상 여기에서만 일하고 다른 데는 아예 가지 말게. 품삯도 그대에게는 더 줄 것이며 온갖 그릇 . 쌀 . 밀가루 . 소금 . 장은 물론 그 밖의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어려워하지 말고 말하게나. 또한 늙은 일꾼도 있는데 쓸일이 있으면 붙여줄 것이니 걱정말고 마음 편히 지내도록 하게나. 나는 자네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염려하지 말게.
왜냐하면 나는 늙었고 자네는 젊네. 자네가 항상 일할 때 속이거나 성내거나 원망한는 등 불평이 없어서 다른 일꾼들하고는 좀 다르더군. 이제부터는 내 친자식처럼 여기겠네.'
곧 바로 장자는 다시 이름을 지어주고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이러한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스스로 예날과 같이 일꾼으로서 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이십 년 동안 똥거름만 치우고 지냈나이다.
이렇게 지내며 마음을 알고 믿게 되어 서로 어려움 없이 출입하게 되었으나, 그가 머무는 곳은 본래에 있던 누추한 처소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던 중 장자는 병이 들어 스스로 장차 죽을 날이 멀지 않음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했나이다.
'지금 나에게는 금 . 은 . 보배가 곳간마다 가득하니 그 재물들이 얼마가 있는지 조사하고 또 무엇을 내어주고 받아야 하는지 네가 다 알아서 하라. 내 마음이 이러하니 내 뜻을 잘 받들도록 하라.
왜냐하면 지금의 나와 너는 남남이 아니니 마땅히 이 보물들을 굳게 지켜 허비하거자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가르침을 받들어 금 . 은 . 보배들이 들어 있는 창고를 맡아보게 되었는데, 쌀 한 톨도 가지려는 뜻이 없었고 머무는 곳도 본래 거처하던 곳이었으며 자신을 못났다고 낮추는 마음 또한 버리지 않았나이다.
다시 얼마가 지난 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차로 열리고 뜻을 크게 가지게 되어 비천하다는 예전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나이다.
임종 때가 되자 그 아들을 시켜 친족과 국와 , 대신과 무사, 거사들을 함께 모이게 해놓고 선언했나이다.
'여러분들은 마땅히 아십시오. 사실 이 아이는 나의 친아들입니다. 어느 성 안에서 살 때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오십여년 동안 홀로 떠돌아다니며 갖은 고생을 다 했소.'그 아이의 본래 이름자는 아무개이고 내 이름은 아무개였소.옛날에 본래 살던 성에서 걱정하며 찾았었는데 뜻밖에 여기서 만나게 되었소. 이 아이는 진실로 나의 아들이며 나는 그의 아버지이니, 이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소유이며 예전부터 출납하던 것도 이 아들이 다 알아서 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런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일찔이 없던 희유함을 느끼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본래 얻으려고 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물창고가 저절로 왔구나.' 라고 하였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