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월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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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며칠 앞두고 반갑고 기쁜 소식을 받았다.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이 친구에게 그가 원하는 회사에 같이하도록 다리를 놔 준지 올해로 30년 이라며, 형님이라는 호칭으로 전화로 반갑게 맞아준다.
"자식 셋을 다 키우고 여의는 데 혼을 다하고 살다 보니, 형님 덕분에 인생을 이렇게 잘 살아왔으면서도 감사함에 비하여 소식도 없이 긴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서울 가면 찾아 뵐 테니 이쪽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가슴이 훈훈해졌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 청년이던 이친구도 올해 환갑을 맞는다고 했다
설 전에는 택배 배달이 불가하다며 설을 지나면서 바로 선물 하나 보내준다고도 했다.
이 선물 보따리를 정월 초나흗날(어머님으로부터 생일밥을 얻어먹었던 날)에 받고나서 이 선물을 우리 내외만 즐길 게 아니라 몇 달 동안 풀지 못한 체 미뤄온 숙제 하나를 풀기로 맘먹었다.
어릴적에 맞는 설은 그저 설레는 마음의 덩어리였었다는 기억 뿐이다.
설빔을 얻어 입고, 평소에는 기대 못하던 음식을 장만해주셔서 그동안 굶주린 삶에 복수라도 하듯 그 명절음식 맛을 즐기던 일이며, 이웃, 일가친척 간에 서로 헤아려 찾아보고 세배 나누고 안부를 물으며 인척임과 핏줄임을 소중하게 여기던 일, 정월이 다 가도록 농악을 울리고 윷놀이를 하며 이웃 간에 정을 나누던 풍습이 새록새록 추억된다.
자식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 세대들 까지 만의 풍습이지만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요즘은 가족들의 생일까지 양력으로 헤아리니 생활은 양력을 기준으로 세월을 가늠하고 살면서도, 크리스마스시즌을 지나면서는 신정 분위기에 설날 정취까지 오브랩되는 설레임이 닥아 오는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지 않을까!
올해는 정월달에 설날도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음력.양력 내 생일이 이어져서 같이 붙어있다!
좋게 일러서 올해는 내 생일이 하루가 아니라 48시간이다...! ㅎㅎ
생일날인 1월 25일이 음력 초사흘이라, 다음 날인 26일은 음력생일(초나흘)이라서 48시간의 생일이 쭈~우~욱 이어졌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국제 공통 노인규격(?)인 만 65살...!
그런 범상한(? ㅎㅎ) 나이 임에도 스스로 자축하는 생일축하 분위기에 취해서...
생일날이라 누군가로부터 더 많은 축하를 받고 싶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뭔가 잘 되어갈 것 같은 분위기의 갈증과 욕심이 살짝 느껴짐에 혼자서 멋쩍은 웃음이 지어진다.
설날 오후에 동서와 처제 그리고 이질 정아가 찾아오고, 두 사위 내외 - 5월 12일 경에 태어날 사랑이까지 -가 함께 와서 막걸리 몇 병을 비우고 고스톱을 치면서 정월 초하룻날을 보냈다.
고스톱으로 돈을 따는 사람은 '따식' (돈 따서 기분 좋다며 술 한 잔과 안주를 먹는 권리)을 누리기도 해가며...
나는 치매 초기인가?
피박에 쓰리고를 해서 두박을 씌워야 함에도 어벙하게 한 박만 쒸워 받고 지나기도 했다. ㅎ
평생을 두고 내게 전화를 걸어 준 횟수가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전화를 잘 안 해주시는 고향의 형님께서 전화를 다 걸어주셨다.
"동생! 오늘이 초나흘이니 동생 생일이네ㅎㅎ . 동생! 생일축하해여! 가까이 있으면 같이 술 한 잔 할낀데...! 퍽 아쉽네!"
열두 살 위 띠 동갑 형님!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하고 끊었다.
지금 이 가게를 시작하고부터 근 10여 년 간을 추석과 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 조상님께 올리는 명절제사에 참서하지 못했으니 뭔가 죄를 좀 지고 사는 듯... 명절이면 고향의 큰집 작은집 모두에게 또, 내 스스로에게 면구스런 느낌으로 맘이 무겁다.
1.29.(일요일) 아직 한 번도 아니 찾아 본 딸 - 나리 -네 집으로 향했다.
새 둥지를 튼 사위와 딸에게 잘 살라는 격려를 위한 발걸음을 못하고 지내다 사랑이가 세상에 오기 전인 지금에 비로소 발걸음을 하는 것이다.
5호선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하여 영등포 신길역에서 급행으로 갈아타고 송애역까지 전철을 이용했다.
10:29 전철을 타면서 11:50쯤 송내역에 도착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에 맞춰서 사위 찬우가 마중을 나와 있다.
30년이 지난 먼 옛날의 사연을 싣고 날아온 정성어린 선물 반절을 나눠 가져와서 아내는 갈비찜 요리를 해냈다.
겨울방학 막바지에 제부도로 연수 간 나리선생이 요리가 끝나가는 시간쯤에 도착해서 우리는 점심식사를 오붓하게 마치고 나서 잘 지어 놓은 근처의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바로 옆에 있는 - 실내스키.수영.... 등. 웅진에서 운영하는 레저시설을 한 바퀴 돌며 그려 놓은 그림에 익살스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꾀 오래 묵은 숙제 하나를 를 풀었다.
30년 전에 씨가 뿌려졌고 그 열매와 향기 덕에 숙제까지 예쁘게 풀었다.
또 막내와 김서방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조금 남겨둔 재료로 매콤하게 찜을 해서 가져다주겠다며 아내가 좋아한다.
30년 묵은 情理가 담긴 이 선물을 받던 날. 회장님 曰!
"나리아부지에게도 이런 일이 다 있노...!"
예쁘게 빈중데지만 어쩌겠나. 내 삶의그릇 크기가 가진데 ...! ㅎ
아내의 핀잔이 반주로 여기지는 분위기와 함께 올 정월을 보내고 있다.
내가 살아 갈 앞날에 추억으로 진하게 남을 것 같은 기분과 함께 국제규격에 일치하는 노인이 되는 해의 설 분위기에 휩싸여 올해의 정초(正初)가 지나가고 있다.
나와 내 주위 모든 이들의 가슴이 올 한해 내내 평화롭기를 기원해 본다.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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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어떡해...!

수퍼맨은 물위에 뜨는 재주도 가졌다!

long 다리와, short 다리로 비춰주는 거울에 비춰진...

첫댓글 어라? 그러면 반쪽 남았네...그거 우때여? 오늘 후딱 해치우는 것....눈도 오고 한다는데...
가족끼리 즐거운 명절 맞이와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사진 찍은 모습이 너무 밝고 좋습니다.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따님과 사위를 때동하고 화목한 모습 보기좋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님의 살아가는 모습 부럽도록 보기 좋습니다 . 난 죽어다 깨어나도 못해볼 그런 분위기 같아요 . 딸 자식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 기분 이대로 계속 이어가시길.....
친구는 사위 볼 팔자가 아니고, 난 며느리를 만날 복은 없고... 세상사 그런 거구만! 반갑고 고맙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