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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훌륭한 동시집들 2005/02/25 22:20 | 추천 0 스크랩 0 |
최윤정1)의 『우리반 김민수(문원, 2004.1.31)』는 아이의 독백이 많다. 그 중얼거림이 시가 된다. 어쩌면 시라는 것이 바로 중얼거림일 수 있는 거라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화책을 읽으며/ 걷고 있었지 / 눈은 글자따라 움직이고 / 발은 길을 따라 움직였어. 천천히 천천히 / 그렇게 걷고 있는데 / 볼톡 튀어나온 / 길가의 돌멩이가 / 내 발을 / 확 걸었어. 땅바닥에 떨어진 내 책 / 삐죽 나온 돌멩이가 힐끗힐끗 / 훔쳐보는 거 있지? -‘돌멩이가 발을 걸었어’의 전문 1) 1970년 서울 태생. 1992년 계간<아동문학평론>지 신인상으로 등단. 2000년 새벗문학상 수상. 작품집 「거리마다 따르릉」 권영상2)의 『실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지(국민서관, 2004.2.10)』는 시인의 특유한 장기인 익살스런 언어가 춤을 추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무지 제4차원의 세계라도 온 듯 황당하게 만들어준다. 신선한 것이 아니라 신기한 말놀이요, 랩리듬이다. 강아지 여덟 마리나 낳았다! / 자랑삼아 떠벌리던 꽁수 말에 / 꽁수네에 슬쩍 가보았다. / 창고 방 헌 옷 더미에 누운 어미 검정개한테 / 여덟 마리 강아지가 달려들어 / 뻑뻑뻑뻑, 젖을 빤다. -‘꽁수네 검정개’의 앞 절반
2) 1953년 강원도 강릉 태생. 관동대학 국어과 및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수료. 현재 중학교 교사. 197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2년 소년중앙 문학상 당선 등을 거치면서 동시인으로 입지. 동시집 「월화수목금토일별요일」, 「신발코 속에는 생쥐가 산다」, 「밥풀」 등과 동화집으로 「내 별엔 풍차가 있다」, 「개미꼬비」등. 세종아동문학상, 새싹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최춘해3)의 『울타리로 서 있는 옥수수나무(2004.3.1)』는 머리말에 두 권의 선집을 포함해서 시인의 13번째 작품집이라고 밝히고 있다. 얼추 헤아려 보아도 거의 1백 편 안팎은 될 듯싶다. 12번째 시집을 내고 3년만이라니까 도무지 창작 열정이 식을 줄 모르는 분이다. 연작시 ‘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61번부터 71번까지 11편. 그의 작품은 그 전 것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흙의 속성 그대로 텁텁하면서 따뜻하고, 생명감이 진지하다. 3) 1932년 경북 상주 태생. 평생을 초등교단에 섰었다. 정년퇴임한지도 10년 안팎에 이르렀으리라. 지금은 대구에서 아동문학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펴낸 시집으로 「시계가 셈을 세면」, 「생각이 열리는 나무」, 「젖줄을 물린 흙」, 「흙처럼 나무처럼」, 「나무가 되고 싶은 아이들」, 「운동선수가 된 동원이」, 「나도 언제 어른이 되나」, 「뿌리 내리는 나무」, 「나도 한 그루의 나무」, 「아기곰을 기르는 들개」, 「흙의 향기」, 「연오랑과 세오녀」 등. 한국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경북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허명희4)의 『궁시렁궁시렁 나라(푸른책들, 2004.6.20)』는 동화다. 행마다 사설이 길고 늘어져서 시의 꼴이 말이 아니다 싶은데, 편편이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이야기를 음률에 맞춰서 슬쩍 풀다가 탁 매듭짓는다. 그것이 그대로 온전한 한 편이다. 코끼리도 한 마리, 개미도 한 마리라더니, 몇 백 장짜리 장편 동화도 이 동시집의 열 몇 줄짜리 동시가 그와 맞먹을 수 있는 확실한 한 편이다. -참 추웠어요. / 대문 열고 들어서는 / 민이 코끝이 / 빨갛게 말한다. -참 추웠어요. / 신발 벗고 들어서는 / 민이 눈에 가랑가랑 고인 / 눈물이 말한다. -정말 추웠어요, 엄마. / 언 입에서 / 입김이 말한다. -‘참 추운 날’ 전문 4) 1956년 경남 의령 태생. 현재 대구에서 창작 활동.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7년 새벗문학상을 받고 동시인이 되었는데 또 1999년 아동문예 문학상까지 받았다. 2001년 대산문화재단에서 창작기금을 받았다. 펴낸 동시집 「새의 신발」이 있다. 김종상5)의 『꽃들은 무슨 생각할까(파랑새어린이, 2004.7.16)』 는 작품마다 지면에 발표한 날짜를 적어 놓아서 대충 살펴보니 1990년도의 작품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90년대 초두부터 최근작까지 거의 15년간에 걸쳐 쓴 작품들 중에서 골라 엮은 선집이다. 작품마다 해설을 써서 붙여 놓았다. 노익장. 끊임없는 창작의 열정을 과시한 작품집이다. 5) 1935년 경북 안동 태생. 평생 초등교단을 지키고 있다. 현재 유석초등 교장으로 재직중.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창작활동을 시작. 펴낸 동시집 「어머니 무명치마」, 「흙손엄마」, 「어머니 그 이름은」 외에 여러 권이고, 동화집도 「생각하는 느티나무」, 「아빠가 들려주는 밤하늘 이야기」, 「아기 사슴」, 「잃어버린 하늘」, 「갯마을 아이들」, 「간지럽단 말야」 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등 수상 이상교6)의 『살아난다 살아난다(문학과지성사, 2004.7.30)』 는 안보는 척하면서 고약하고 놀라운 것을 보고 은근 슬쩍 말한다. 그 말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한다. 보이는 대로 말해버린다. 속내는 알아서 채라는 듯이. 그러니까 그가 하는 말에는 음험한 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어린 독자는 수사관처럼 눈을 부릅뜨고 그의 글과 행간과 뒤쪽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더워 죽겠더니 / 소나기 쏟아진다 뽀얗게 손사래 치며 / 쏟아진다 매미들이/ 저희 집 창틀에 매달려 / 쏟아지는 비를 / 구경한다 물장난하러 나가는 게 어때?/ 재미날 거야 / 큰 눈 대록거리면서 / 엄마 모르게 빠져 나갈 / 궁리를 한다. / (노란 장화를 어디 두었지?) -‘소나기 쏟아지는 날의 매미’ 전문 6) 1949년 서울 태생.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가,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동화가 당선되어 동시와 동화 창작 활동. 동시집 「우리집 귀뚜라미」, 「나와 꼭 닮은 아이」, 「1학년을 위한 동시」, 「자전거 타는 내 그림자」등과 동화집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의사」, 「안녕하세요 전 도둑놈이랍니다」, 「토끼당번」, 「푸른휘파람」, 「수탉을 이긴 깜동이 토끼」 등. 그림책으로 「아주 조그만 집」, 「그림 속 그림찾기」, 「수염할아버지」등, 한국동화문학상, 해강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불교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희윤7)의 『하늘 그리기(문원, 2004.9.10)』는 침이 꼴딱 넘어가는 작품들의 연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 감칠 맛이 있고, 상상력에 놀라고, 말의 리듬감에 춤 박자도 못 맞추는 나같은 인간도 마루에 스텝이 미끌어진다. 학교 운동장에서 / 친구들과 공 차고 노는데 / 해가 꼴딱 넘어간다 (두 연 줄임) 엄마가 기다리신다 / 얼른 가서 밥 먹자 / 침도 꼴딱 넘어간다. -‘해도 꼴딱 넘어가고 침도 꼴딱 넘어가고‘의 1,4연 7) 1954년 충남 단진 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시집으로 「내가 먼저 웃을게」가 있다. 허일8)의 『메아리가 떠난 마을(21문학과문화, 2004.10.4)』은 동시조집이다. 우리에게 동시조 시인은 아주 희귀한 존재다. 그런 의미를 떠나서 이 작품집은 일반 동시인들이 아껴 읽고 배워 익힐 만한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즐겁게 암송하게 해야 하고. 아아- / 아아- / 절레절레 한 입만 / 한 입만 더…… 어쩌나 / 꼭 오무린 입/ 옳지, 열려라 참깨! 아닌가?/ 그럼 들깨, 콩, 팥…… 엄마도 아가도 아아- -‘밥 투정’ 전문 8)1934년 일본 오사카 태생. 1963년 전국 시조 백일장 입상. 1978년 <시조문학>지에서 천료. 1979년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87년 중앙일보 시조 신인상 대상 1996년 노산 문학상 1999 대한 동시조 문학상. 펴낸 동시조집 「나는요 청개구리래요」, 「메아리가 떠난 마을」 외에 시조집이 여러 권이다. 안학수9)의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 2004.11.30)』는 거의 60여 편 가량 되는 작품을 다섯 무더기로 갈랐는데 그 중 한 무더기가 개펄에서 줍고 건진 것들로 시집 맨 앞에 진열해 놨다. 솜씨 좋은 너그러운 낙지 아줌마 / 손톱 없고 뼈도 없는 빨판 손으로 / 즐먹즐먹 개고 이겨 부풀린 반죽 / 부드러운 진흙 요리 차진 버무리 -‘낙지네 개흙 잔치’ 제2연 연마다 넉 줄씩 4개 연으로 짠 이 작품에서 보듯 그야말로 진국이다. 개펄의 질퍽하고 부드럽고 푸짐한 그 말뽄새가 그대로 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동화작가가 이 시에서 배우고 글감을 건져가야 할 것 같다. 멋진 시인이 될 자질을 타고 났다. 9) 1954년 충남 공주 태생.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박하사탕 한 봉지」를 펴냈다. 박혜선10)의 『텔레비전은 무죄(푸른책들, 2004.12.10)』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다. 아이들의 애환이 투정조이다가도 금방 웃음 담은 환희조로 바뀌곤 한다. 엉덩이에 부스럼 생길텐데. 수리수리 마수리 / 끔찍한 시금치가 / 돈가스로 변해라 얍! / 물컹물컹 호박죽 / 떡볶이로 변해라, 얍! 얍! 급식을 받아들고 / 난 가끔 마술을 걸지 -‘급식판을 받아들고’의 앞 2개연 10) 1969년 경북 상주 태생. 1992년 새벗문학상 당선 동시인으로 활동하면서 2003년 월간 <동화읽는가족>에 추천되어 동화도 쓴다. 동시집 「개구리 게시판」이 있다. 연필시 문학상을 받았다. 유미희11)의 『고시랑거리는 개구리(청개구리, 2004.12.10)』은 시인이 한국문예진흥원의 창작지원금을 받아서 펴낸 처녀시집이다. 그는 아주 뜻밖의 곳에서 익살스런 시의 소재를 건지고 이를 깔끔하게 다듬어서 동시집 지면마다 차려낸다. 녹슨 망치가 / 선반 위에서 / 못에게 말했습니다. “고맙다. / 지친 나를 쉴 수 있게 받아주어서.” 못이 말을 받았다. / “똑바로 길을 가도록 가르쳐 준 것은 선생님의 회초리였어요.” -‘못과 망치’ 전문
11)충남 서산 태생. 1998년 월간 <자유문학>에서 청소년시 신인상 입상. 2000년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으로 동시인으로 활동 시작. 김미혜12)의 『아기까치의 우산(창비, 2005.1.12)』는 그저 산문처럼 늘여쓰는 것이 유행인 줄 아는 요즈음 젊은 시인들 중에 드물게도 시의 생명이 절제에 있다는 것을 터득한 듯한 시집이다. 엄마 토끼가 아픈 가봐요. / 쪽지 시험은 100점 받았어? 아까부터 재채기를 해요. / 숙제는 했니? 당근도 안 먹어요. / 일기부터 써라! -‘말이 안 통해’의 전문 아이와 엄마의 관심이 전혀 딴 데 있음을 단 세 마디의 대화로 압축 해린다. 우리는 거기서 너무나 극명하게 다르게 드러나는 아이와 엄마의 세계를 본다. 이 시집에는 이런 작품이 꽤 있다. 12) 1962년 서울 태생. 상명여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0년 계간<아동문학평론>지에서 신인상을 받고 공식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 동시 쓰기 뿐 아니고 그림책 글쓰기도 함께 하고 있다. 이 작품집이 처녀작품집이다. 문예진흥기금 수혜 작품집. 현재 <한국동시문학> 편집위원 겸 동시문학회 사무 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