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강진군청 인근에 있는 영랑생가를 찾았습니다. 영랑생가는 예상대로 문이 잠겨져 있었습니다. 담 너머로 영랑생가를 보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영랑생가를 보고싶어 했던 이유는 평소에 시를 쓴다는 것은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있다는 나만의 막연한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영랑 김윤식 시인의 어린시절을 상상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대문 밖에서 집안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영랑생가를 촬영했습니다.
영랑생가앞 골목 담벼락에 붙어있는 시와 그림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렀습니다
담 넘어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대문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영랑생가를 담 밖에서 둘러보고 강진군 신전면 소재지까지 가는 차안에서 여러 생각을 했는데 영랑생가와 다산초당을 보기위해
다른 분들이 국토종주를 할 때 걷는 길과 달리 코스를 정했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영랑 김윤식선생의 시라고는 기억나는 것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영랑선생을 얼마나 안다고 생가를 방문한단 말이냐 하고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은 생각에 혼자 무안해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생각했던 그 동안의 훈련이 성과가 있어 발에 물집이 생기지 않은 것은 다행인데 대신 다른 곳이 탈이나서 강진읍에서 약을 구입했습니다.
사람의 신체구조가 상체에서 흐르는 땀은 앞쪽의 거시기쪽과 등쪽의 엉덩이로 모여 흐르게 되어있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잠깐 땀이 흐르다 중지하면 별일이 없을텐데 하루종일 걷다보면 땀이 계속나게 되고 땀이 나는 상태에서 걸음을 옮기면 피부가 부딪히는 부분에 땀이 스며들어 피부가 금방 탈이나게 되어 어린애들 땀띠에 바르는 분을 샀습니다. 사기는 샀는데 어디서 바르나? 그런저런 생각을하며 신전면에 도착해서 9시에 오늘 일정을 시작 했습니다.
1시간 30분 쯤 걸어와서 도암면 석문리에서 다산로로 접어들며 촬영한 산입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가까워 집니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다산로입니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여기도 농작물에 산짐승들의 피해가 많은 것 같습니다.
드디어 다산 유물관과 교육관이 보입니다.
다산초당 입구에 있는 안내판인데 여기까지 2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이 안내판을 보고 다산초당에서 백련사까지 숲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입구에 있는 찻집 간판이 이 쁘게 보였습니다.
다산 유물관입니다.
조선시대의 학맥을 그림으로 만들어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이 과연 이렇게 박학다식할 수가 있겠나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의 게으르고 편한 것만 좇는 심성을 탓해야겠지요.
유물관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두충나무 숲길입니다.
다산초당으로 가는 뿌리길이라 합니다. 무슨 영화인지는 몰라도 영화촬영도 했다 합니다.
다산초당입니다. 조용하기는 한데 숲속이라 어둡고 습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500 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합니다.
조용히 저술활동을 하기에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숲길 입니다. 다녀간 흔적을 남겨야겠지요.
백련사입니다. 주위가 온통 동백림입니다. 동백꽃이 필 때가 제일 많은 사람이 찾는 절이라합니다.
백련사 동백림입니다.
다산유물관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에 찻집과 음식점이 있어 시간을 보니 12시가 가까워져서 점심을 먹고 갈까하다가 백련사도 꽤 유명한 절이라던데 싶어 백련사 보고나서 먹자고 생각했는데 절 밑에는 음식점이 하나도 없고 1시 30분에 강진만의 철새관찰지 까지 오도록 밥먹을만한 집을 찾지 못하다가 기온도 높고 햇볕도 따가워 철새관찰지 옆에 있는 조그마한 슈퍼를 두 곳이나 들러도 문이 잠겨 있어 허탈한 마음으로 뜨뜻해진 생수와 간식을 먹었습니다.
갯벌의 작은 점들은 전부 살아있는 게입니다.
저멀리 강진읍이 보입니다.
지난 밤을 보냈던 강진읍에는 들어가지 않고 우회도로로 가다 만난 3.1운동 기념비입니다. 기념비 앞에서 쉬었습니다.
4차선 국도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도로에 들어오니 오늘 점심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화과를 파는 노점상이 있어 보니 작은 상자가 2kg 라서 반 상자만 파시라고 하니까 그러면 반상자는 못파니까 안된다하여 2kg 한상자를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먹으며 걸었습니다. 그런데 걸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무화과나무를 본 기억이 없는데 이 무화과는 어디서 났을까? 혹시 수입산?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배가고파서 그런지 맛은 좋았습니다. 2/3 정도를 먹고 배가불러 배낭에 매달고 계속 걸었습니다.
왼쪽에 2차선 도로, 가운데 4차선도로, 오른쪽에는 탐진강이 흐릅니다. 이 도로 위에 있는 육교위에서 촬영한 사진인데 이 사진을 촬영하고 육교밑에서 쉬다가 쌩쌩달리는 자동차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10여분을 졸다가 일어섰습니다. 이 길을 계속 걷다 너무 덥고 땀이나서 얼음과 생수를 사기위해 강진군 군동면소재지 방면 2차선 도로로 접어들어 군동면사무소 앞 슈퍼에서 얼음과 생수를 사서 마시며 장흥읍을 향해 걸었습니다.
들판은 푸르고 넓은데 사람은 없습니다. 이 더운 날 한낮에 있을 사람이 없지요. 미친 놈 아니고는... 이 들판을 동무삼아 길을 걷다가 농수로에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기위해 마을앞 길가에 널어놓은 고추말리는 천막지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수로에서 세수하고 땀에 젖은 수건을 빨아 올라오니 고추 주인어른이 고추를 뒤집다가 묻는다. "어디 가시는게유?" "장흥까지 갑니다." "어디서 오셨수?" "강진군 신전면에서 옵니다." "그게 아니구 어디 사시느냐고?" "경남 밀양에서 왔습니다."로 시작된 대화에서 그 어르신은 6.25전쟁시 부산에서 군대생활을 해서 경남지방을 잘 안다고 하셨고, 내가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간다하니까 부럽다 하시며 조심해서 잘 가라 했습니다.
드디어 장흥군 입니다.
전남 해안가 마을입구에는 마을마다 이렇게 큰 마을 표지석이 있습니다.
드디어 장흥읍(19:20) 입니다. 다리를 이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번 여행 며칠 전에 바꾼 휴대폰이 이렇게 유용할 줄 몰랐습니다.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 목적지를 입력해서 검색하면 지도상에 코스와 거리까지 소수점이하 두자리까지 km로 환산해서 표시해 주고 화면을 키우면 골목길까지 상세히 알려줍니다. 25만분의 1 전라남도지도와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녔지만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번도 길을 잘못들어 돌아나온 일이 없었습니다. 점심도 굶었는데 우선 밥 부터 해결해야지 싶어 이 작지만 유용한 기기를 이용해 음식점을 검색하여 음식점이 밀집한 지역으로 찾아가니 유명한 장흥 한우판매점들이었습니다. 생고기도 팔면서 한우고기도 구워먹는 그런 집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혼자 들어가기가 망설여져 모텔 불빛을 보고 찾아가 숙소를 정하고 종업원에게 혼자 밥 먹을만한 집을 물으니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집을 알려주어 들어가니 혼자라도 반겨준다. 모녀지간인 듯한 여자 두분이 밥을 차려주고는 옆자리에서 식사를하며 말을 붙이는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느냐 해서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간다하니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내일 아침도 먹을 수 있겠느냐 물으니 된다하여 7시에 아침을 먹기로 약속하고 나왔습니다.
숙소에 들어와서 오늘 입었던 옷들을 빨래하여 널고 씻고 짐을 챙겨보니 낮에 먹다 남은 비닐봉지 안의 무화과는 무화과즙으로
변해있어 변기에 버리고 낮에 편치않던 발을 보니 왼쪽발에 물집이 두 개 생겨 준비해 간 알코올 솜으로 실과 바늘을 소독한 다음 수술을 했습니다. 물집을 터뜨리지 않고 바늘로 물집을 관통하여 실을 물집에 물려놓았습니다. 어제까지 괜찮던 어깨도 오늘부터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배낭을 메고 가다가 어깨가 아플 때는 애기를 업고 가듯이 두손을 등 뒤로하여 깍지를 껴서 배낭을 업고 다니기를 반복했는데 짐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토종주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먼저 종주를 하신 분들의 기록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저는 65세 나이로 국토종주에 나선 황안나 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와 여행가 김남희 님의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 역시 오지 여행가이자 세계일주로 유명한 한비야 님의"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와 베르나르 올리비에(프랑스)의 "나는 걷는다"(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2,000km를 4년에 걸쳐 여행한 기록)을 읽고, 경복고 37회 동창회 카페(http://cafe.daum.net/kyungbock37)의 "노노(no 老)3인방"의 국토종주기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안상규 박사님의 블로그 "나는 걷는다..."(http://blog.naver.com/softahn)에서 4년에 걸친 국토종주기를 참고로 했습니다. 처음에 올리비에 베르나르의 "나는 걷는다"를 읽고 언젠가 나도 한 번은 해보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꿈만 꾸다가 나와 같은 직장인인 안상규 박사님의 여름휴가를 이용한 일주일씩 4년에 걸친 종주기록을 보고 지난 해 부터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늘과 실로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수술하는 것도 이런 기록들을 보고 배운 것입니다.
오늘은 강진 신전면에서 다산초당을 거쳐 장흥까지 약 33km를 걸었습니다. 내일은 보성녹차밭을 거쳐 보성읍까지 약 35km를 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