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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십일(其二十一)
거미는 그물 칠 줄을 알고 / 蜘蛛觧布網
말똥구리는 굴릴 줄을 알 듯 / 蛣蜣觧轉丸
만물이 하는 일 따로 있는데 / 萬物各有役
사람으로서 태연해서야 될 일인가 / 夫人得晏然
주공은 귀하기 재상이었으나 / 周公貴爲相
생각하느라 밤에 잠 못 이루고 / 仰思夜不眠
중니는 위대한 성인이었지만 / 仲尼大聖人
가죽끈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는데 / 易書三絶編
누가 나더러 귀가 있다고 하리 / 孰謂我有耳
옛날 성현의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 不聞古所傳
한 번 들으면 감히 포기할 수 있으랴 / 一聞敢自墮
솟구치는 샘물처럼 용기를 내야지 / 勇志如奔泉
기이십이(其二十二)
좋은 용도 진짜 용이 아니고 / 好龍非眞龍
그린 것이면 애들 장난감이요 / 藻繪等兒戱
책 갉아 먹는 저 좀벌레는 / 愧彼蠹書蟲
글자를 먹고서도 아는게 없네 / 蝕字終無知
육경이 왜 속 빈 글인가 / 六經豈虛文
그 속에 무궁한 뜻이 있는데 / 中有無盡意
황하에서 하도가 나온 뒤로는 / 一從河出圖
덮어둘 수 없는 빛이 있어 / 光景不可閟
밝고 빛나기 해와 별처럼 / 皎皎如日星
천지 사이에 영원히 있나니 / 悠悠在天地
책장에 쌓여 있는 그 책들을 / 靑編積几閣
다 보기가 그리 쉬우랴만 / 飜閱何容易
증삼은 단번에 깨닫고 네 했으니 / 曾參悟一唯
많이 안다고 다 성인은 아니라네 / 聖人非博識
기이십삼(其二十三)
빠른 마차가 마구 달린다 해도 / 四牡正騑騑
그대 너무 서두르지 말게나 / 君行莫怱怱
그대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 君心雖欲速
길이 좋아야 잘 가는 것 아닌가 / 道路好乃通
동쪽으론 골짜기가 놓여 있고 / 東行窺大壑
서쪽으론 공동산을 넘어야 하네 / 西去越空同
세월이 늦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 不憂歲月晩
힘이나 부치는지 걱정하게나 / 但憂筋力窮
삼년 걸려 닥잎 한 장 만들고 / 三年刻片楮
구년 걸려 활 하나 만들면 / 九年成一弓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기는 해도 / 制作雖云難
예술로 친다면 단연 그만이겠지 / 爲藝則已工
작으나 크나 일은 마찬가지인 것 / 小事可喩大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게나 / 願言置胸中
기이십사(其二十四)
휘늘어진 정원 속의 나무들 / 離離園中樹
수도 없이 꽃들이 피면 / 花開動無數
어떤 것은 단주처럼 붉기도 하고 / 或紅如丹朱
맑은 옥같이 하얀 것도 있는데 / 或白如瑩素
오늘 저리도 아름다운 것이 / 今日正自佳
내일 새벽이면 그전만 못해 / 明晨不如故
빨리 된 것은 빨리 시드는 법 / 易成還易衰
겉으로만 화려한 것은 눈앞에서 없어지지 / 浮華眼前度
사물이 왜 그리 천차만별일까 / 物情何參差
똑같이 천지 우로 속에 살면서 / 天地均雨露
남산에 있는 소나무 잣나무는 / 南山有松柏
그 수명 금석처럼 질기지 않은가 / 壽並金石固
주자감흥시(朱子感興詩) 병서
내가 진자앙(陳子昻)의 감우시(感遇詩)를 읽어보니 말뜻이 깊고 음절이 호탕하여 당시 시인들의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점이 좋았다. 마치 단사(丹砂)ㆍ공청(空靑)ㆍ금고(金膏)ㆍ수벽(水碧)들이 비록 근세에 잘 쓰이지 않는 약재요 물건들이긴 해도 사실은 세상에 희귀하여 구하기도 어려운 자연이 주는 기이한 보물인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체를 본떠 보려고 십여 편의 시를 지어보았는데, 원래 생각하는 바가 평범하고 필력도 약해 끝내 그 경지에 이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 그가 이치에는 정밀하지 못하여 자기 자신 선불(仙佛) 사이에서 노는 것을 고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 한스럽기도 하였다. 일없이 서재에 있으면서 우연한 기회에 내키는 대로 써본 것이 시 20편이 되었다. 그 내용이 비록 미묘한 이치를 탐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인이 한 말을 꼭 추적한 것도 아니지만 그 모두가 일상생활에 있어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표현도 평이하고 이해하기도 쉬워 우선 이것으로 나 스스로를 깨우치고 또 뜻을 같이한 이들에게도 주려 한다.
두리뭉실 그렇게 클 수가 없고 / 昆侖大無外
그리 넓게 퍼져 있을 수도 없는데 / 旁礴下深廣
음양은 쉴 사이가 없고 / 陰陽無停機
한서는 번갈아 오고 간다네 / 寒暑互來往
옛 성인인 황제와 복희씨가 / 黃羲古神聖
천지 이치 마음으로 터득하고 / 妙契一俯仰
용마(龍馬)의 그림 보기도 전에 / 不待窺馬圖
인간이 할 일 밝혀 놓았다네 / 人文已宣朗
혼연히 일관된 그 이치는 / 渾然一理貫
너무나도 분명하고 흐릿하지 아니하니 / 昭晣非象罔
진중하게도 무극옹이 / 珍重無極翁
우릴 위해 방향을 또 제시했지 / 爲我重指掌
- 이상은 일장(一章)이다. - 문정공(文定公) 북산(北山) 하기(何基)가 이르기를, “이 시는 세 단락으로 잘라서 보아야 한다. 즉 맨 처음에는 태초 천지 사이에는 아무 별다른 것이 없이 오직 음(陰)과 양(陽)만이 그 속을 유행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천지 조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고 만물을 창조한 밑바탕이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고, 그 다음에는 복희(伏羲)가 천상을 관찰하고 괘(卦)를 만들어내어 사물의 진상은 천하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밝혀내어 인간이 거기에서 해야 할 극치점을 정해 놓은 것을 말한 것이고, 끝에다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太極圖)를 그리고 글을 써 역도(易道)를 발명함으로써 인간이 해야 할 극치점을 다시 제시해 놓은 것을 말하였다.” 하였다.
음양 조화를 내 보았더니 / 吾觀陰陽化
사방 팔방 다 오르내리며 / 升降八紘中
앞으로 보아도 시작이 없고 / 前瞻旣無始
뒤로 보아도 끝이 전혀 없네 / 後際那有終
그 속에 지극한 이치 존재하여 / 至理諒斯存
만세를 두고 지금이나 꼭 같으리 / 萬世與今同
누가 혼돈이 죽었다고 말했던가 / 誰言混沌死
귀머거리도 놀랄 허망한 소리지 / 幻語驚盲聾
- 이상은 이장(二章)이다. - 문숙공(文肅公) 면재(勉齋) 황간(黃幹)이 이르기를, “이상 두 편의 시는 모두 음양(陰陽)에 관해 말한 것이다. 다만 전편이 가로로 보고 한 말이라면 이 편은 세로로 보고 말한 것인데, 가로로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상하(上下)ㆍ사방(四方)ㆍ원근(遠近)ㆍ대소(大小) 할 것 없이 그 기운이 한 군데도 빠짐이 없으며 또 어느 물건에든지 꽉 차 있다는 것이고, 세로로 본다는 것은 즉 천지 개벽 이후로부터 앞으로 천년 만년이 가도록 변함 없이 이 기운이 쉬지 않고 유행한다는 것이다.”
교묘할사 사람 마음 헤아릴 수 없느니 / 人心妙不測
기회를 틈타 마음대로 출입하누나 / 出入乘氣機
얼음이 어는 듯 불에 타는 듯 / 凝氷亦焦火
못에 빠진 듯 하늘을 나는 듯 / 淵淪復天飛
도덕이 높은 이는 그렇지가 않아 / 至人秉元化
동정에 관계없이 마음 끄떡없다네 / 動靜體無違
진주가 들어있기에 못 물은 스스로 아름답고 / 珠藏澤自媚
옥에 묻혀있기에 산 빛은 절로 눈부시다네 / 玉蘊山含輝
천지가 내 눈 앞에 훤하고 / 神光燭九垓
오묘한 이치를 다 통하는 것인데 / 玄思徹萬微
그 공부할 책이 당장 없으니 / 塵編今寥落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말인가 / 歎息將安歸
- 이상은 삼장(三章)이다. - 하 문정(何文定)이 이르기를, “이 장은 때없이 들락거리며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에 관하여 한 말이다.” 하였다.
[주]하기(何基) : 1188~1269. 자는 자공(子恭), 호는 북산(北山), 시호는 문정(文定)이며, 금화(金華) 사람이다. 주자의 문인인 황간에게 수학하였다. 금화산(金華山) 북쪽에 은거하여 강학과 저술에 전념하며 주자학을 널리 전파하였으며, 왕백(王柏), 김이상(金履祥), 허겸(許謙)과 함께 ‘금화 사선생(金華四先生)’이라 불렸다. 저서에 《대학발휘(大學發揮)》, 《중용발휘(中庸發揮)》, 《태극도설발휘(太極圖說發揮)》 등이 있다.
신묘한 영대를 가만히 보면 / 靜觀靈臺妙
모든 조화가 거기에서 나오는데 / 萬化從此出
어쩌자고 그를 다 묵혀 두고 / 云胡自蕪穢
육신의 사역을 받는단 말인가 / 反受象形役
맛있는 음식 보면 턱이 움직이고 / 厚味紛朶頤
아리따운 여인으로 나라까지 망치네 / 姸姿坐傾國
일시에 무너질 것 깨닫지를 못하고 / 崩奔不自悟
계속해서 끝까지 달리기만 하다니 / 馳騖靡終畢
그대는 목천자를 보게나 / 君看穆天子
온 세상을 두루 다녀보고 싶어했다네 / 萬道窮轍迹
만약에 기초시가 없었더라면 / 不有祈招詩
서방이 천자 자리 차지했으리 / 徐方御宸極
- 이상은 사장(四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앞 장에서는 도학이 높은 사람은 타고난 천성을 그대로 지키고 마음이 출입하지 않아 항상 몸의 주재가 되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일에 훤할 수 있을 정도로 신묘하다는 것을 말했고, 이 편에서는 중인들은 늘 욕구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마음도 늘 들락날락거려 그 결과는 나라를 망치고 집이 망하는 데까지 이르게 됨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도심(道心)은 은미하고 인심(人心)은 위태롭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옛날 군자가 일생을 전전긍긍하면서 살다가 죽음에 임해서야 면했다고 하면서 자기 손과 발을 보라고 했던 것도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하였다.
경수의 배가 초택에 발이 묶이자 / 涇舟膠楚澤
주 나라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고 / 周綱已陵夷
왕풍까지도 격이 떨어져 / 況復王風降
옛 궁터에 조만 우거져 있었다네 / 故宮黍離離
성인이 춘추를 지으신 뜻도 / 玄聖作春秋
사실은 이를 슬퍼한 뜻이었으나 / 哀傷實在玆
기린이 나타났다가 거꾸러지자 / 祥麟一以踣
옷소매로 얼굴 가리고 눈물만 흘렸다네 / 反袂空漣洏
그로부터 또 삭막한 한백년을 / 漂淪又百年
참람한 제후들이 멋대로 놀아났으니 / 僣侯荷爵珪
선왕의 법 없어진 지 오래인 것을 / 王章久已喪
슬퍼하고 한탄한들 그 무엇하리 / 何復嗟嘆爲
사마광이 공자 업적 쓰면서도 / 馬公述孔業
애시당초 너무 슬픈 일이었기에 / 託始有餘悲
못잊어한 뜻이야 참 충후했지만 / 拳拳信忠厚
그리 될 수밖에 없었음을 어이하리 / 無乃迷先幾
- 이상은 오장(五章)이다. -
동경이 말고삐를 놓치자 / 東京失其御
환관들이 왕권을 농락하고 / 刑臣弄天綱
서원에는 간물들이 자리잡아 / 西園植姦穢
역대 충량들 기를 못쓸 때 / 五族沈忠良
푸르른 천리초가 / 靑靑千里草
제 때다 싶어 날뛰었고 / 乘時起陸梁
당로자들까지 흉물로 변해 / 當塗轉凶悖
나라가 빛을 잃고 말았다네 / 炎精遂無光
의기당당한 좌장군이 / 桓桓左將軍
서남 지방에서 기치를 들었고 / 仗鉞西南疆
복룡도 힘을 내어 뛰었으며 / 伏龍一奮躍
봉추 역시 날개를 치면서 / 鳳雛亦飛翔
한 나라 역사 다시 세우려고 / 祀漢配彼天
동서남북에 출사를 했건만 / 出師驚四方
하늘의 뜻 돌릴 길이 없었던지 / 天意竟莫回
한쪽에서나마 오래가지 못했다네 / 王圖不偏昌
위를 황제로 친 진 나라 역사를 / 晉史自帝魏
후인들이 고쳤어야 했는데도 / 後賢合更張
세상에는 의기의 사나이가 없어 / 世無魯連子
천년을 두고 슬플 뿐이라네 / 千載徒悲傷
- 이상은 육장(六章)이다. -
진양이 발판이 된 당 나라 / 晉陽啓唐祚
왕명이 소봉을 이은 것인데 / 王明紹巢封
내려온 전통이 이미 그렇기에 / 垂統已如此
그 뒤 이은 왕이래야 혼미할 수밖에 / 繼體宜昏風
티끌들 모여 천륜을 더럽히고 / 塵聚瀆天倫
암탉이 울어 흉화가 터졌지 / 牝晨司禍凶
국가 기강이 한 번 무너지자 / 乾綱一以墜
하늘의 뜻도 멀어만 가서 / 天樞遂崇崇
음기와 독기가 왕의 자리 더럽히고 / 淫毒穢宸極
사나운 불꽃 하늘을 태웠는데 / 虐焰燔蒼穹
그때 만약 적장 같은 이들이 아니었으면 / 向非狄張徒
나라 중흥 누가 시켰을 것인가 / 誰辦取日功
그런데 어째서 구양자는 / 云何歐陽子
붓을 공정하게 잡지 못했던가 / 秉筆迷至公
주의 난리 속 겪은 당 나란데 / 唐經亂周紀
무슨 범례가 다 그랬을 것인가 / 凡例孰此容
마음 강직한 범 태사가 / 侃侃范太史
이천에게서 그 말 들었다네 / 受說伊川翁
춘추가 얼마 안 되는 간책이지만 / 春秋二三策
만고의 어리석은 자 다 일깨워준다고 / 萬古開群蒙
- 이상은 칠장(七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5장(章)에서 7장까지는 모두 온공(溫公)이 쓴 《통감(通鑑)》을 두고 읊은 것인데, 대체로 이 장과 제2장은 음양(陰陽)의 조화가 하나는 날이 되고 하나는 씨가 되고 있음을 말한 것이고, 제3장과 제4장은 인심(人心)이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있음을 말한 것이므로, 그 순서를 따지자면 그 다음에 언급될 것은 당연히 세상 다스리는 문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금의 치란득실(治亂得失)에 있어 사책(史策)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는 온공의 《통감》이 그래도 가장 상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온공의 그 글을 막상 《춘추(春秋)》와 접목시켜보려고 하면 일시적인 처리에 있어 다소 미진한 점이 있는가 하면 크게 잘못된 곳도 있어 그것이 교훈이 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자가 온공을 위해 그 점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했던 것이고, 또 다시 《강목(綱目)》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그래서였던 것이다.” 하였다.
붉은 빛이 하늘에 꽉 차 있으면 / 朱光徧炎宇
음기는 깊은 못 속으로 사라지고 / 微陰眇重淵
매서운 추위가 구야를 덮으면 / 寒威閉九野
양기는 깊은 샘 속에서 깜박인다네 / 陽德昭窮泉
문명한 자 근독에는 어둡기도 하고 / 文明昧謹獨
혼미해도 남보다 먼저 아는 것 있지 / 昏迷有開先
소홀히 넘겨서 안될 것 기미이고 / 幾微諒難忽
선의 싹은 원래가 면면한 것 / 善端本綿綿
몸 가리고 늘 재계하여 / 掩身事齋戒
모든 것 미연에 방지해야지 / 及此防未然
문 닫고 장사꾼 못 오게 하여 / 閉關息商旅
저 유도에 끌리지는 말아야지 / 絶彼柔道牽
- 이상은 팔장(八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은 윗자리에 있는 군자(君子)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때문에 우선 내 한 몸으로부터 시작하여 천하의 모든 사물에 이르기까지 음양(陰陽)이 교제하는 과정에서, 되도록이면 양을 부추기고 음을 억제하며 선은 자라게 하고 악은 막았으면 하는 뜻으로 쓴 것이다. 먼저 4구(句)는 천도(天道)가 소장(消長)하는 기미를 말한 것이고, 다음 4구는 사람 마음이 선악으로 갈라지는 기미를 말한 것이다.” 하였다.
조각달이 서산에 지게 되면 / 微月墮西嶺
뭇 별들 찬란히 빛을 내지 / 爛然象星光
은하수 한쪽으로 기울고 / 明河斜未落
북두칠성 앵돌아져 있는데 / 斗柄低復昻
아! 저 남극과 북극이 / 感此南北極
하늘의 축이요 지도리라네 / 軸樞遙相當
태일은 일정한 자리가 있어 / 太一有常居
바라보면 유난히도 찬란하게 / 仰瞻獨煌煌
중천에서 사방을 비추고 / 中天照四國
다른 별들은 모시듯 둘러 있네 / 三辰環侍旁
사람 마음도 되도록 저렇게 / 人心要如此
고요하고 치우침이 없었으면 / 寂感無邊方
- 이상은 구장(九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위 편에서는 사람 한 몸이 천지와 함께 운행하면서 언제나 양을 부추기고 음은 억제했으면 하는 뜻으로 말한 것이고, 이 편에서는 사람 마음도 별들과 동체가 되어 늘 정(靜)으로 동(動)을 억제했으면 하는 생각을 말한 것인데, 두 편 모두가 윗자리에 있는 군자를 두고 한 말이다.” 하였다.
요(堯)임금은 처음부터 공경하고 통명하여 / 放勛始欽明
왕위에 앉아서도 공손하게 있기만 했다네 / 南面亦恭己
위대한 유정유일의 전통은 / 大哉精一傳
만세 두고 인류 기강 확립했으며 / 萬世立人紀
날로 올랐음을 감탄했던 일 / 猗歟歎日躋
목목한 경지를 노래했던 일 / 穆穆歌敬止
개를 경계한 무열이 빛난 일 / 戒獒光武烈
밤을 지새워 주례 만든 일 / 待旦起周禮
삼가 그 마음들을 생각해보면 / 恭惟千載心
차가운 물에 비친 가을달이지 / 秋月照寒水
공자는 무얼 스승삼으셨던가 / 魯叟何常師
다 손질하여 성인 규범 전했다네 / 刪述存聖軌
- 이상은 십장(十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에서는 열성(列聖)들이 서로 전수한 심학(心學)의 문리가 오직 경(敬)이라는 한 글자에 있음을 밝히고, 나아가서 공자가 시서(詩書)를 손질하여 성인의 규범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만세에 전한 것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을 그 한 글자에 두었음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내가 듣기에 복희씨가 / 吾聞包犧氏
맨 처음에 건곤의 이치를 발명하여 / 爰初闢乾坤
건으로 하늘의 덕 상징하고 / 乾行配天德
곤으로는 땅을 상징했다네 / 坤布協地文
우러러 보면 둥그런 하늘은 / 仰觀玄渾周
단숨에라도 만리를 가고 / 一息萬道奔
내리 보면 네모꼴의 땅은 / 俯察方儀靜
천고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데 / 隤然千古存
저 상(象)을 세운 뜻을 깨달으면 / 悟彼立象意
이 덕에 들어가는 문과 부합하네 / 契此入德門
쉬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 勤行當不息
깊이 생각하고 지켜나가야지 / 敬守思彌敦
- 이상은 십일장(十一章)이다. -
주역에는 도상이 안 보이고 / 大易圖象隱
시서는 틀린 곳이 많으며 / 詩書簡編訛
예도 악도 거의 없어지고 / 禮樂矧交喪
춘추도 잘못된 데가 많아 / 春秋魚魯多
보갑 속에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가 없고 / 瑤琴空寶匣
소리마저 끊겼으니 어찌할 일인가 / 絶絃將如何
여운을 찾아 다시 정리해야지 / 興言理餘韻
용문에 아직 남아 있는 노래 있으니 / 龍門有遺歌
- 이상은 십이장(十二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에서는 성인의 도(道)가 육경(六經)에 의해 전해지고는 있었으나 진(秦) 나라 때에 분서(焚書)의 화를 당하였고 또 초한(楚漢) 간의 8년 전쟁으로 어지럽혀져 문자(文字)가 착란되고 예악도 거의 다 없어진 상태가 되었는데 다행히도 정숙자(程叔子)가 그 조리(條理)를 하나하나 찾고 밝혀 끊어져 가던 수사(洙泗)의 여운을 이어놓았기 때문에 그 전래의 음색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는 물론 주자로서는 겸사이겠으나 그 막중한 책임 또한 사양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용문(龍門)의 여운을 찾아서 위로 공자와 맹자의 정통에다 접목시켜 놓았으니, 모든 더러운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주위를 깨끗하게 만들어놓은 그 공로야말로 주렴계(周濂溪)ㆍ이정(二程)ㆍ장재(張載) 이래로 그렇게 높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안연은 사물을 실천했고 / 顔生躬四勿
증자는 날마다 세 가지로 자신을 살폈지 / 曾子日三省
중용에는 맨 먼저 근독을 말하고 / 中庸首謹獨
비단옷 입으면 홑옷으로 덮으랬지 / 衣錦思尙絅
위대한 그 추 나라 맹씨 / 偉哉鄒孟氏
그 웅변 그칠 줄을 몰랐으나 / 雄辨極馳騁
마음을 잡아 보존하라는 그 한마디가 / 操存一言要
가장 강령이 되고 있지 / 爲爾挈裘領
단청처럼 그리 분명한 법이 / 丹靑著明法
고금을 통해 빛나고 있건만 / 今古垂煥炳
무슨 일로 천년이 넘도록 / 何事千載餘
그 길을 가는 사람 없을까 / 無人踐斯境
- 이상은 십삼장(十三章)이다. -
원형이 모든 물건 생장시키는 것이라면 / 元亨播群品
이정은 그 뿌리에 해당된다네 / 利貞固靈根
정성 아니면 아무 것도 없는 것 / 非誠諒無有
오성을 다 가지고 있다네 / 五性實斯存
세상 사람들 제 소견만 내세워 / 世人逞私見
딴짓 하는 통에 도는 더 어두워지는데 / 鑿智道彌昏
그럴 바에야 숲 속에 살면서 / 豈若林居子
조화의 원리를 탐구함만 같으랴 / 幽探萬化原
- 이상은 십사장(十四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의 요지는 다만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있는 ‘중ㆍ정ㆍ인ㆍ의(中正仁義)를 이탈하지 않고 정(靜)을 주장한다.’고 한 그 뜻이다. 그러나 그 주된 뜻은 자기 생각으로 천착하는 자들을 위해서 한 말이다.” 하였다. ○ 왕 문헌(王文憲)은 이르기를, “이는 선천태극도(先天太極圖)의 전(傳)이 은자(隱者)에게서 나온 것을 찬탄한 것이다.” 하였다.
날고 서리고 신선이 되어보겠다고 / 飄蟠學仙侶
세상 버리고 산에 가 있으면서 / 遺世在雲山
하늘의 비밀을 훔쳐보고 / 盜啓玄命秘
사생의 관문을 몰래 넘으려 하네 / 竊當生死關
금솥에는 용호가 서려 있고 / 金鼎蟠龍虎
삼년을 신선 영약 만들어서 / 三年養神丹
그 약 입에 한 번 들어가면 / 刀圭一入口
대낮에 날개가 돋는다는데 / 白日生羽翰
나도 그 길을 가기로 들면 / 我欲往從之
그리 어려운 일 아닌 줄 알지만 / 脫屣諒非難
두려운 것은 천도를 거역하면서 / 但恐逆天道
살기만 바라는 것이 편치않은 것이네 / 偸生詎能安
- 이상은 십오장(十五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나면 죽음이 있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천도인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서는 그 천도대로 순순히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신선이 되겠다는 자들은 세상사 다 버리고 구름 짙은 산에 숨어 살면서 죽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괴로운 수련을 쌓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그들의 정체를 살펴보면, 사실 죽기가 무서워 살기를 탐하고 자기 사리를 위해 하늘을 거역하는 것이지 무슨 이치를 따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체로 자기 할 일을 하다가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은 성현들이 천명을 지키는 일이고, 수련을 통해 목숨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도가(道家)에서 살기만을 탐하는 일인 것이다.” 하였다.
서쪽에선 인연과 업보라는 말로 / 西方論緣業
어리석은 중생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 卑卑喩群愚
그 도가 전해온 지 오래되어서 / 流傳世代久
하늘이 얕을세라 치솟고 있고 / 梯接凌空虛
힐금힐금 심성까지 들먹이면서 / 顧盻指心性
유무를 초월한다 말하고 있네 / 名言超有無
그 첩경이 한 번 열리자 / 捷徑一以開
세상 사람들 너도 나도 휩쓸려 / 靡然世爭趨
공만 외치면서 실천은 않고 / 號空不踐實
저 가시밭길을 가고 있으니 / 躓彼榛棘塗
그 누가 세 성인 뒤를 이어 / 誰哉繼三聖
그놈의 책들을 불태워버릴까 / 爲我焚其書
- 이상은 십육장(十六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여기서는 석씨(釋氏)의 해악에 대해 말하였다. 그들이 처음에는 인연이 어떻다느니 죄업이 어떻다느니 하여 수준이 낮은 논리로 어리석은 대중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다가, 오래 계속된 후에는 또 곧바로 심(心)과 성(性)을 말하기도 하고 공(空)과 무(無)를 말하기도 하면서 금방 말을 또 꾸며대 상당히 고명한 사람까지 현혹시켰다. 다만 그들 말이 따져서 결론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요리조리 잘 바꾸는 바람에 천년을 전해오는 동안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말한 죄와 복이 겁이 나서 생활의 밑천을 은연중 그들에게 빼앗기고 있고, 지혜로운 자들은 그것을 지름길로 알아 이중으로 학술에 해를 주고 있어 그 화가 사실은 홍수보다도 더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 책은 불태우고 그 도당들은 일체 해산시킴으로써 사람들 마음을 바르게 만들고 민생이 후해지도록 한다면 그야말로 성인의 무리로서 세 성인의 뒤를 이은 이라고 할 것이다.” 하였다.
성인이 백성들 교화 맡아 / 聖人司敎化
학교 세우고 인재 양육하면서 / 橫序育群材
마음에 관해 분명한 교훈이 있고 / 因心有明訓
선의 싹을 배양하도록 했으며 / 善端得深培
천서에 관하여도 소상히 말하였고 / 天敍旣昭陳
인문 역시 활짝 열어놓았는데 / 人文亦褰開
어찌하여 백대 후에 와서는 / 云何百代下
학문도 끊기고 교양도 뒤틀리고 / 學絶敎養乖
모여앉아 문장력이나 겨루고 / 群居競葩藻
너도나도 장원급제나 꿈꾸고 있어 / 爭先冠倫魁
순후한 풍속이 없어지고 말았으니 / 淳風反淪喪
그리 해서 무얼 하자는 것인가 / 擾擾胡爲哉
- 이상은 십칠장(十七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시는 과거(科擧)의 폐단을 탄식한 내용이다. 3년마다 천하의 선비들을 한 데 모아두고 한 번 크게 재주 겨루기를 하지만 거기에서 얻어지는 것이 뭐란 말인가. 인심만 점점 나빠지고 풍속이 어지러워져서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도 윗사람이라는 자들이 그 제도를 바꿀 엄두가 안 나 변통을 못하고 있으므로 주자가 그래서 이를 깊이 탄식한 것이다.” 하였다.
어린이는 바르게 길러야 하는데 / 童蒙貴養正
공손이 바로 그것이라네 / 遜弟乃其方
닭이 울면 다 세수하고 머리 빗고 / 鷄鳴咸盥櫛
삼가 부모님 안부 묻고 나서 / 問訊謹暄涼
물 길어다 땅 위에 뿌리고 / 奉水勤播灑
비 들고 온 집안 청소하지 / 擁篲周室堂
나아갈 땐 공순한 자세 취하고 / 進超極處恭
물러와 쉴 때도 늘 단정해야지 / 退息常端莊
맛있는 음식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고 / 劬書劇嗜炙
악한 것 보기를 끓는 물 만지는 듯이 하여 / 見惡逾探湯
언제라도 거친 말투 삼가고 / 庸言戒麤誕
행동은 반드시 차분해야 하느니 / 時行必安詳
성인이 되는 길 아무리 멀다 해도 / 聖途雖云遠
출발을 너무 서두르지 말라 / 發軔且勿忙
십오세 때 학문에 뜻 두었어도 / 十五志于學
제때에 높이 날지 않았던가 / 及時起高翔
- 이상은 십팔장(十八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여기서는 《소학(小學)》의 공효에 대해 논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되도록 큰 곳을 향해 전진해야지 작은 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였다.
애닯게도 우산에 자란 나무를 / 哀哉牛山木
도끼로 날마다 찍어대네 / 斤斧日相尋
새로 돋는 싹이 왜 없을까만 / 豈無萌蘖在
우양이 그것마저 먹어 치운다네 / 牛羊復來侵
생각하면 저 옥황상제께서 / 恭惟皇上帝
우리에게 인의 마음 내려주셨건만 / 降此仁義心
물욕이 이를 치고 빼앗고 하거니 / 物欲互攻奪
외로운 뿌리 누가 과연 간직할까 / 孤根孰能任
스스로 반성하고 본분을 지켜가며 / 反躬艮其背
태도는 엄숙하게 의관도 단정하게 / 肅容正冠襟
그렇게 계속 가꾸어가면 / 保養方自此
언젠가는 하늘 높이 우뚝하리라 / 何年秀穹林
- 이상은 십구장(十九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은 《소학》 정도에도 못 미치고 때가 이미 지난 자들을 위해 한 말인데, ‘언젠가는 하늘 높이 우뚝하리라.’ 한 것은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을 애석하게 여기면서도 그들로 하여금 힘을 백배나 더 쓰라는 뜻인 것이다.” 하였다.
하늘은 아득하고 말이 없기에 / 玄天幽且默
중니도 말없이 살고자 그랬네 / 仲尼欲無言
동물 식물도 제각기 자라는 것이며 / 動植各生遂
자기 모습도 자기가 가꾸는 것인데 / 德容自淸溫
남의 뜻만 따르는 저들은 / 彼哉夸毗子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면서 / 呫囁徒啾喧
남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으니 / 但逞言辭好
제 정신 나간 줄을 어찌 알겠나 / 豈知神鑒昏
나도 전인들 교훈에 어두워 / 曰余昧前訓
애꿎게 지엽만 다루어 왔네 / 坐此枝葉繁
이제는 용기 내어 다 잘라버리고 / 發憤永刊落
뿌리 찾는 공부나 해야지 / 奇功收一原
- 이상은 이십장(二十章)이다. -
김인산(金仁山)이 이르기를, “여기의 ‘기공수일원(奇功收一原)’은 바로 《음부경(陰符經)》에 있는 ‘절리일원 용사십배(絶利一原 用師十倍)’라는 말을 응용한 것이다. 《음부경》 속의 그 두 마디를 주자가 너무 좋아하여 수시로 학자들에게 거론했었는데, 학자들이 그 뜻을 묻자 주자가 그것을 해석하기를, ‘절리(絶利)란 그 하나 둘인 것을 끊어버린다는 말이고, 일원(一原)이라는 것은 그 뿌리를 하나로 한다는 뜻인데, 그게 어디 군대 지휘에만 필요한 말이겠는가. 모든 일이 다 그런 것이다. 그리고 배(倍)란 공을 틀림없이 곱이나 더해야 한다고 할 때의 그 곱과 같은 말이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방효유(方孝孺)가, 《시경》 3백 편 이후로는 시(詩)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기는 해도 시로서의 구실을 못한 시들이기에 비록 없다고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시가 오경(五經)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그 장구(章句)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는 막중한 강상(綱常)에 보탬을 주기도 하고 치란(治亂)의 교화에 관계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그것은 도를 아는 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시 못하는 사람이 어느 누가 있으랴만 도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내가 말하는 시라고 하겠는가. 아, 주자의 감흥시 20편 같은 것이 그야말로 시인 것이다. 거기에는 성명(性命)의 이치가 밝혀져 있고, 천지의 도(道)가 나타나 있으며, 세교(世敎)와 민이(民彝)에 관하여도 지대한 공로가 있어 《시경》 3백 편 뒤에다 붙여놓더라도 부끄러울 게 없으리라고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또 3백 편 이후에도 시가 없지 않았다고 해도 되겠다. 그 도라는 것은 만고를 두고도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주-01]당체의 시 : 형제의 정을 노래한 시. 주공(周公)이 부도(不道)한 아우인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죽이고 그 슬픈 감회를 노래한 시. 《詩經 小雅》
[주-02]자형화 :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말로, 전진(田眞)이라는 사람이 아우 둘과 재산을 나누어 갖기로 하고 마루 앞에 있는 자형화(紫荊花) 한 그루도 서로 쪼개서 갖기로 했는데, 하룻밤 지나고 보니 말라 죽었다. 그것을 보고 형제가 다시 모여 살기로 결의했더니 그 나무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續齊諧記》
[주-03]자공이 …… 말 : 자공(子貢)이 일생을 두고 쓸 수 있는 단 한마디 말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것은 서(恕)이니,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論語 衛靈公 第15》
[주-04]전씨 형제 …… 않았던가 : 전진(田眞)이라는 사람이 아우 둘과 재산을 나누어 갖기로 하고 마루 앞에 있는 자형화(紫荊花) 한 그루도 서로 쪼개서 갖기로 했는데, 하룻밤 지나고 보니 말라 죽었다. 그것을 보고 형제가 다시 모여 살기로 결의했더니 그 나무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續齊諧記》
[주-05]그때 …… 꺾였으리 : 연(燕)의 장수 악의(樂毅)가 제(齊)를 쳐 70여 성을 모조리 함락시키고 오직 거(莒)와 즉묵(卽墨) 두 성만이 남아 있었는데, 전단(田單)이 그때 장군이 되어 즉묵에서 반간계(反間計)를 쓰고 화우(火牛)를 이용하여 잃어버렸던 70여 성을 일시에 수복하고 공으로 안평군(安平君)에 봉해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연이 또 제의 요성(聊城)을 공략하여 함락시켰다. 이때 전단은 한 해 이상을 두고 싸웠으나 군대만 많이 죽고 성을 빼앗지는 못했는데, 제(齊)의 노중련(魯仲連)이 연 나라 장수에게 서한을 보내 연 나라 장수를 궁지에 몰아 결국 그로 하여금 자살하게 하여 비로소 그 요성을 수복하였다. 《史記 卷82, 83》
[주-06]영대가 …… 있다고 : 문왕(文王)이 선정을 베풀었으므로 백성들이 모두 돌아와 드디어 풍(豐)에다 도읍을 정하고 영대(靈臺)를 지어 백성들과 함께 즐겼는데, 이것을 말한다. 《詩經 大雅 靈臺》
[주-07]그대는 …… 차지했으리 : 사람의 마음이 주재(主宰)가 되어 몸을 지키지 않으면 선비는 몸을 망치고 나라 가진 자는 나라도 망친다는 뜻임. 주 목왕(周穆王)이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수레를 타고 천하를 두루 다녀보고자 했을 때, 제공(祭公) 모보(謀父)가 기초(祈招)라는 시를 지어 저지하였기에 목왕이 뒤에 지궁(祇宮)에서 죽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左傳 昭公 12年》
[주-08]경수의 …… 묶이자 : 주 유왕(周幽王)이 오랑캐에게 패하여 죽은 일을 말한 것인 듯함.
[주-09]왕풍(王風) : 《시경(詩經)》의 편명. 주 평왕(周平王)이 서울을 동쪽으로 옮긴 이후의 시를 말한다.
[주-10]동경(東京) : 낙양(洛陽)을 말한 것으로 여기서는 후한(後漢) 시대를 가리킨 것임.
[주-11]서원에는 …… 자리잡아 : 서원(西園)은 상림원(上林苑)의 별칭. 후한(後漢) 영제(靈帝) 때 서원팔교위(西園八校尉)라는 것을 두었는데, 건석(蹇碩)ㆍ원소(袁紹)ㆍ조조(曺操)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後漢書 靈帝紀》
[주-12]푸르른 천리초 : 당시의 역신 동탁(董卓)을 지칭하는 말로, 후한 헌제(獻帝) 초기에, “천리초(千里草)여! 어찌 그리도 푸르른가 …… ”라는 동요가 서울에 떠돌았다고 한다. 《後漢書 五行志》
[주-13]좌장군(左將軍) : 유비(劉備)를 지칭함.
[주-14]복룡(伏龍)도 …… 봉추(鳳雛) : 복룡은 제갈량(諸葛亮)을 지칭하고, 봉추는 방통(龐統)을 지칭함.
[주-15]적장(狄張) : 당(唐) 나라 중흥에 빛나는 공을 세웠던 적인걸(狄仁傑)과 장간지(張柬之)를 말한 것임. 《唐書 卷115, 120》
[주-16]위대한 …… 전통 : 순(舜)이 우(禹)에게 전수한 말로,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지켜야 중(中)을 잡을 수 있다.” 하였다. 《書經 大禹謨》
[주-17]날로 …… 일 : 탕(湯)을 두고 한 말로, “성경(聖敬)이 날로 올라 하늘에까지 이르렀다.” 하였다. 《詩經 商頌》
[주-18]목목한 …… 일 : 문왕(文王)을 두고 한 말.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목목(穆穆)하신 문왕이여, 계속 공경하여 마지 않았다.” 하였다.
[주-19]개를 …… 일 : 무왕(武王)을 두고 한 말. 서려(西旅)에서 큰 개를 바쳐 오자 소공(召公)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경계를 하였다. 《書經 旅獒》
[주-20]밤을 …… 일 : 주공(周公)을 두고 한 말. 《맹자(孟子)》 이루(離婁)에, “주공(周公)은 삼왕(三王)의 네 가지 일을 자신이 겸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과 합치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밤을 낮삼아 생각하여 다행히 얻어진 것이 있으면 앉아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였다.
순암선생문집
덕곡서재 월삭강회약(德谷書齋月朔講會約)
약규(約規)
*齋長一人。約中堪當師席者爲之。如無其人。副長之無故者當之。
재장(齋長) 1인 약(約) 중에서 사석(師席)을 감당할 만한 자로 하되, 그런 사람이 없으면 부장(副長)으로서 연고가 없는 자가 담당한다.
*副長二人。推約中年長有文學者爲之。齋長有故則代行約事。
부장(副長) 2인 약(約) 중에서 나이가 많고 문학(文學)이 있는 자를 추천해서 한다. 재장이 연고가 있으면 약사(約事)를 대행한다.
*都講二人。推約中有才學者爲之。
도강(都講) 2人 약(約) 중에서 재학(才學)이 있는 자를 추천해서 한다.
*有司。都講。或直月兼之。
유사(有司) 도강 혹은 직월이 이를 겸한다.
*直月一人。推約中近齋室者爲之。凡諸會時。掌灑掃鋪陳等事。周月相遞。
직월(直月) 1人 약(約) 중에서 재실(齋室) 가까이 있는 자를 추천해서 하며, 모든 회합 때에 청소와 준비 등을 관장하되 한달 기한으로 바꾼다.
*使令一人。聽直。月分付施行。
사령(使令) 1인 직월의 분부를 들어서 시행한다.
*記名籍。俗所謂座目也。約貟姓貫名字年紀。皆當入錄。勿論士庶。有文學者。皆當許入
기명적(記名籍) 세속에서 말하는 좌목(座目)이라는 것이다. 약원(約員)의 성관(姓貫)·명자(名字)·연기(年紀) 등을 모두 기록해 넣어야 한다. 사자(士子)나 서인(庶人)을 막론하고 문학이 있는 자는 모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
*記善籍。直月察約貟有善者記之。
기선적(記善籍) 직월이 약원들 중 선행(善行)을 한 자를 살펴서 기록한다.
*記過籍。直月察約貟有過者記之。
기과적(記過籍) 직월이 약원들 중 과실이 있는 자를 살펴서 기록한다.
[선행(善行)]
*[夙興夜寐]。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일
*[整頓衣冠], 의관을 정돈하는 일
*[端坐讀書], 단정히 앉아서 글을 읽는 일
*[揖讓長老], 어른에게 공경하고 사양하는 일
*[敬事父兄], 부형을 공경하여 섬기는 일
*[行步安徐], 걸음을 평탄하고 조용하게 걷는 일
*[言語愼重], 말을 신중히 하는 일
*[接人恭謹], 사람을 접할 때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하는 일
*[待友忠信], 충신으로 친구를 대하는 일
*[毋談人過],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 일
*毋論國政], 나라의 정치에 대하여 논하지 않는 일[
*[見善必行], 착한 일을 보면 반드시 본받아 실천하는 일
*[聞過必改], 잘못을 들으면 반드시 고치는 일
*[懲忿窒慾], 분노와 욕심을 억눌러서 막는 일
*[放遠聲色], 음악과 여색을 물리쳐서 멀리하는 일
*[導人爲善], 남을 선으로 이끌어주는 일
*[規人過失], 남의 과실을 바로잡아 주는 일
*[隱惡揚善].남의 악을 숨겨주고 선을 드러내는 일
[과실(過失)]
*[怠惰放肆], 게으르고 방종한 행동
*[擧止粗率], 거칠고 조심성 없는 행동
*[衣帶倡披], 옷 매무새가 단정하지 못한 일
*[好尙鬪狠], 싸우기를 좋아하는 일
*[罵詈儕友], 친구에게 욕설하는 일
*[侮慢齒德], 나이 많고 점잖은 이를 업신여기는 일
*[言論詭異], 이상하고 거짓된 것을 주장하여 떠드는 일
*[論人長短], 남의 장단점을 논하는 일
*[妄論政事], 나라의 정사를 망녕되이 논하는 일
*[使氣凌人], 호기를 부려 남을 짓누르는 일
*[不樂聞過], 자기 허물을 듣기를 즐겨하지 않는 일
*[面約背負], 대면하여 언약하고 돌아서서 저버리는 일
*[護短匿過], 단점을 감싸고 잘못을 숨기는 일
*[自高卑人], 자신은 잘난 체 하면서 남을 깔보는 일
*[戱言弄人], 싱거운 소리로 남을 놀리는 일
*[言語輕躁], 말이 가볍고 조급한 일
*[評論女色], 여색을 평론하는 일
*[好着雜技], 잡기를 좋아하는 일
*[猜毁勝己], 자기보다 나은 자를 시기하고 헐뜯는 일
*[興訛造訕].거짓말이나 헛소문을 만들어내는 일
按三代之所以敎人成俗。皆在於學。而後世敎學不明。
살펴보건대, 삼대(三代)가 사람을 가르치고 풍속을 이룩한 것이 모두 학문에 있었는데, 후세에 와서는 교육과 학문이 밝혀지지 않게 되었다.
我朝學政非不修擧。今則漸致頹廢。所謂文敎。不過科學。朝廷所以勸督。亦不過於詞賦騈侶之文。求其實用。無可言者。吾儒之學。不過修己治人。於此而無得焉。則雖風雲月露之句。何所取於實用乎。
우리 나라에서 학문에 대한 정책을 갖추어 마련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점차 무너져서 이른바 문교(文敎)란 것이 단지 과거 공부에 불과하고, 조정에서 권면하고 독려하는 것도 사부(詞賦)와 변려(騈侶)의 문장에 불과하니, 실제적으로 쓰일 곳을 찾는다면 말할 만한 것이 없다. 우리 유자(儒者)의 학문이란 자신을 수양하여 남을 다스리는 일[修己治人]에 불과하니, 여기에 대해서 얻는 것이 없다면 비록 자연을 읊조린 아름다운 구절이라 한들, 어떻게 실용에 가져다 쓰겠는가.
國家旣以此取人。而拔身之資。亦無過於此。則只當應俗隨行。而士君子立心。豈在於是乎。
나라가 이미 이것으로 사람을 취하고 발신(拔身)할 방도도 여기에서 벗어남이 없으니 별수없이 세속에 따라서 해야겠지만, 사군자(士君子)가 뜻을 세우는 일이야 어찌 이런 데에 있겠는가.
今日約憲。唯當求古聖賢實用之學而已。朱子增損鄕約。爲萬世必可行之䂓。此當服行。而今別具學約一條。條列于下。吾黨其勉之哉。
오늘의 약헌(約憲)은 오로지 옛성현의 실용의 학문을 추구해야 할 뿐이다. 주자(朱子)가 가감(加減)·증보(增補)한 향약(鄕約)은 만세를 두고 반드시 행해야 할 표준이니 의당 이를 지켜 실천해야 하거니와, 이제 별도로 학약(學約)한 조목을 마련하여 아래에 조목조목 나열하는 바이다. 우리는 모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0 삼외(三畏)
孔子曰。君子有三畏。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군자는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畏天命。天以至善之理。命於我者。失其則而流於惡。豈天命我之意乎。豈不可畏。
천명(天命)을 두려워하며 하늘이 지선(至善)한 이치로써 나에게 명하였다. 그런데 그 법칙을 잃고 악에 흐른다면 그것이 어찌 하늘이 나에게 명한 뜻이겠는가.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畏大人。大人是道立德成之人。其所猷爲。莫非法天而行。則其可不效法而畏之乎。
대인(大人)을 두려워하며 대인은 도(道)가 확립되고 덕(德)이 성취된 자로서, 그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은 모두 하늘의 법을 받아서 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본받으면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畏聖人之言。聖人之言。亦莫非天理之所在。天命之流行也。當循循服行。於此而有違。則悖天命而循人欲也。豈不可畏哉。
성인(聖人)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성인의 말씀은 또한 모두 천리(天理)가 있는 곳이며 천명(天命)이 유행(流行)하는 것이니, 당연히 이를 따라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어김이 있다면 천명을 거스르고 인욕(人欲)을 따르는 것이다.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하였다.
○小人不知天命而不畏也。小人無知識而不知忌憚。不知天命之善。而徒知循於人欲。狎大人。小人不識大人之德。而不知敬愛。反以不與己同而侮忽之。侮聖人之言。後世小人。不知聖言之節節可行。反以爲迂濶而不從。其侮孰甚。
○ 또 말하기를,
“소인(小人)은 천명을 알지 못하여 두려워하지 않는지라, 소인은 아는 것이 없으므로 기탄할 줄을 모르며, 천명이 선한 줄을 모르고서 단지 인욕(人欲)을 따를 줄만 안다. 대인(大人)을 우습게 알고, 소인은 대인의 덕을 모르기 때문에 공경하고 사랑할 줄을 모르고, 도리어 자기와 같지 않다고 하여 업신여기고 홀대한다.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후세의 소인들은 성인의 말씀이 마디마디 실천할 만한 것임을 모르고 도리어 오활(汚濶)하다 하여 따르지 않으니, 그 업신여김이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있겠는가.” 하였다.
按人之所以爲人。有此心也。此心無所檢攝而唯己之從。則其違禽獸不遠矣。是以君子常常提醒此心。使常惺惺。
생각건대, 사람이 사람인 까닭은 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음을 잘 단속하지 않고 자기의 사욕만을 따른다면 금수(禽獸)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군자는 항상 이 마음을 깨우쳐서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0 삼계(三戒)
子曰。君子有三戒。공자가 말하기를,
“군자에게 세 가지의 경계함이 있으니,
*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年少精壯。色欲難禁。若於此時不知戒。則小則喪身殞命。大則敗名辱身。
젊을 때는 혈기(血氣)가 정하여지지 않았으므로 여색(女色)을 경계해야 하고,
나이 젊어 정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색욕(色欲)을 금하기 어렵다. 만일 이때에 경계할 줄을 모른다면, 작게는 몸을 망치고 목숨을 잃으며, 크게는 이름을 망치고 몸이 욕되게 된다.
*血氣方剛。戒之在闘。剛壯之年。血氣方旺。易激于忿。當節制而克之。
혈기가 바야흐로 왕성할 때는 싸움을 경계해야 하고, 한창 때는 혈기가 왕성하여 분노에 격동(激動)하기 쉬우므로 이를 절제하여 극복해야 한다.
*及其老也。血氣旣衰。戒之在得。凡人少時血氣未衰。爲善爲名。稍有可觀。及其精力衰歇。計切後嗣。未免有計功近利之意。此所當戒也。
늙어지면 혈기가 이미 쇠퇴했기 때문에 이득(利得)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들이 젊었을 때는 혈기가 쇠퇴하지 않았으므로, 선(善)을 추구하고 명예를 추구하여 그런대로 볼 만한 것이 있지만, 정력이 쇠퇴하게 되면 후사(後嗣)에 대한 생각이 절실하기 때문에 공을 계산하고 이익을 가까이하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경계해야 한다.”
하였다.
按君子立心。當以志氣爲主。御其血氣然後。可以無愧矣。
생각건대, 군자가 마음을 다스림에 있어서는 마땅히 지기(志氣)를 주장으로 삼아서 혈기를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0 사물(四勿)
顔淵問克己之目。子曰。
안연(顔淵)이 자신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요목(要目)을 물으니, 공자가 말하기를,
*非禮勿視。目不視邪色。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며, 삿된 빛깔을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非禮勿聽。耳不聽淫聲。
예(禮)가 아니면 듣지 말며, 음란한 소리를 귀로 듣지 않는 것이다.
*非禮勿言。非先王之法言。不言。
예(禮)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선왕(先王)이 말씀한 모범적인 말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 것이다.
*非禮勿動。非先王之法行。不行。
예(禮)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선왕이 행한 모범적인 행동이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하였다.
按君子爲學。要不過克去己私。己私不克。則人欲橫而天理滅矣。必就視聽言動上。用工體驗
생각건대, 군자가 학문을 하는 요지는 자신의 사욕을 극복하여 제거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의 사욕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욕(人欲)이 횡행하여 천리(天理)가 소멸한다. 따라서 반드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에서 힘을 들여 체험해야 한다.
之。
0 삼귀(三貴)
曾子曰。君子所貴乎道者三。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군자가 귀중히 여겨야 할 도(道)가 세 가지가 있으니,
*動容貌。斯遠暴慢矣。容貌擧一身而言。欲其周旋中禮。無暴戾褻慢。
용모(容貌)를 움직일 때는 거칠고 방자함을 멀리하며, 용모란 몸 전체를 통틀어서 말한 것이니, 주선(周旋)함이 예(禮)에 맞아서 난폭하거나 설만함이 없게 하고자 함이다.
*正顔色。斯近信矣。色是見于面者。必忠實愿愨。無一毫假飾。
얼굴빛을 가다듬을 때는 진실됨에 가깝게 하며, 표정이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니, 반드시 충실하고 조심스러워서 조금의 가식도 없어야 한다.
*出辭氣。斯遠鄙倍矣。此以言語言。若不順理成章。則易流鄙倍矣。
말을 할 때는 비루하거나 도리에 위배되는 것을 멀리해야 한다. 이것은 말에 대한 것이다. 말이 만약 사리에 맞지 않고 논리가 서지 않는다면 비루하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데로 빠지기 쉬울 것이다.”하였다.
按三者皆修身之要。而若於平日。不敬謹於心而有所省察。則隨事顚錯矣。
생각건대, 이 세 가지는 모두 몸을 닦는 요지이다. 만약 평소에 마음속에 삼가고 조심하여 성찰하는 바가 있지 않는다면 매사가 잘못될 것이다.
0 구용(九容)
玉藻曰。《예기(禮記)》 옥조편(玉藻篇)에,
*足容重。欲其安徐。不輕擧也。足爲一身所載。故九容居先。
걸음걸이는 중후해야 하고, 천천히 걸어 경박하게 발을 떼어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발이 몸 전체를 받치고 있기 때문에 아홉 가지 자세 중에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이다.
*手容恭。欲其端拱。不輕弄也。
손가짐은 공손해야 하고, 단정하게 공수(拱手)하여 가벼이 놀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目容端。欲其瞻視端正。不邪視也。
눈의 시선은 단정해야 하고, 시선을 단정히 하여 곁눈질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口容止。欲其唇吻端正。
입의 모양은 조용해야 하고 입술을 단정히 하여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言語不妄。聲容靜。欲其聲必安重。不粗暴也。
말소리는 고요해야 하고, 말소리가 편안하고 중후하여 거칠고 사납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頭容直。頭居一身之首。當端直不傾側。
머리 자세는 꼿꼿해야 하고, 머리는 몸 가운데 가장 위에 있으므로 단정하고 꼿꼿하여 기울어지지 않아야 한다.
*氣容肅。鼻息當安靜。不當喘急不均。
기운은 엄숙해야 하고, 호흡은 안정되어야 하며 헐떡거리거나 고르지 않아서는 안 된다.
*立容德。當端肅正立。類有德者氣象。
서 있는 모습은 덕스러워야 하고, 단정하고 엄숙한 자세로 바르게 서서 덕(德)이 있는 자의 기상과 같아야 한다.
*色容莊。當莊敬自持。不示惰慢之色。
얼굴빛은 장엄해야 한다. 장엄하고 경건한 표정을 지녀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하였다.
按九容。威儀之著于外者也。苟無此心存敬于中。外豈能如是乎。初學所可先。
생각건대, 구용(九容)이란 위의(威儀)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진실로 이 마음에 경(敬)을 보존함이 없다면 바깥으로 드러난 모습이 어찌 이러할 수 있겠는가. 초학자(初學者)가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0 구사(九思)
孔子曰。君子有九思。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하는 일이 있으니,
*視思明。吾心之所存者敬則明。
볼 때는 분명하게 보려고 생각하며, 내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 경건하면 분명해진다.
*聽思聦。吾心之所存者一則聰。
들을 때는 명확하게 들으려고 생각하며, 내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 한결같으면 명확해진다.
*色思溫。此見于顔色者。人無忠信之心存乎中。則暴戾之色。見于外。心存忠信。則色自溫矣。
얼굴빛은 온화하게 하려고 생각하며, 이것은 얼굴에 나타난 것이다. 사람이 내면에 진실한 마음이 없으면 난폭한 기색이 바깥에 나타나고, 마음 속에 진실함이 있으면 얼굴빛이 저절로 따뜻해진다.
*貌思恭。貌主一身而言。動容中禮。則自恭而無惰慢。
모습은 공손하게 가지려고 생각하며, 모습이란 몸 전체를 주로 하여 말한 것이다. 동용주선(動容周旋)이 예(禮)에 맞으면 저절로 공손해져서 태만함이 없어진다.
*言思忠。心之所存者信。言之所發者忠。
말은 충실하게 하려고 생각하며, 마음에 가진 것이 신실하면 나오는 말이 충실해진다.
*事思敬。心之所主者一。事之所執者敬。
일은 경건하게 하려고 생각하며, 마음에 주관하는 것이 한결같으면 일을 집행하는 바가 경건해진다.
*疑思問。疑常思問。欲以通吾心之未通而解其疑。
의문 나는 것은 물어보려고 생각하며, 의문나는 것을 항상 물어볼 생각을 하는 것은 내 마음에 미처 통달하지 못한 것을 통달해서 그 의문을 풀려는 것이다.
*忿思難。忿常思難。欲以平吾心之不平而寬其意。
분할 때는 곤란한 경우를 생각하며, 분한 일이 있을 때 뒤에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을 생각하는 것은 불편한 나의 마음을 풀어서 너그럽게 하려는 것이다.
*見得思義。得者利之所在也。當可得之時。必思其合於義理之當否而取舍之也。
무엇을 얻게 될 때는 그것이 정당한가를 생각한다. 얻는다는 것은 이익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얻게 될 때에는 반드시 그것이 의리에 합당한지를 생각해서 취하거나 버려야 한다.”하였다.
按君子用心。惟其理而已。其用在事。惟當思其理之是非而行之也。九容存乎外。九思存乎內。而皆不出敬之一字。此所謂制於外。所以養其內者也。
생각건대, 군자의 마음씀은 오직 이치에 있을 뿐이다. 만일에 어떤 일을 처리하는 것이라면 다만 그 이치가 옳은가 그른가를 따져서 결행해야 한다. 구용(九容)은 외변에 있고 구사(九思)는 내면에 있으나 모두 ‘경(敬)’이라는 한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외면을 절제하는 것이 내면을 배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진서산(眞西山)의 교자재규(敎子齋規)
진서산(眞西山) : 송(宋)나라 진덕수(眞德秀)를 말한다. 자는 경원(景元), 뒤에 경희(景希)로 고쳤다. 경원(慶元)에 진사(進士)가 되어 벼슬이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다.
세칭 서산선생(西山先生)이라하며 시호(諡號)는 문충(文忠)이다.
1. 一學禮。父母及先生與之言則應。敎之事則行。毋得怠慢。自行己意。
학례(學禮) 부모나 선생이 더불어 말씀을 하면 응하고 일을 시키면 행하되, 태만하거나 자기 뜻대로 해서는 안 된다.
2. 二學坐。正身端坐。齊脚斂手。毋得伏靠背。偃仰傾側。
학좌(學坐) 자세를 바로하여 단정히 앉고 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손을 모아서 거둔다. 다리를 구부리고 엎드리거나 등을 기대는 자세, 벌렁 드러눕거나 비스듬히 기울이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3.三學行。籠手徐行。毋得掉臂跳足。
학행(學行) 손을 쥐고 천천히 걸어야 하며, 팔을 흔들거나 발을 동동거려서는 안 된다.
4.四學立。拱手正身。毋得跛倚欹斜。
학립(學立) 공수(拱手)하고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하며, 한쪽 발로 서거나 비스듬히 기대서는 안 된다.
5.五學言。樸實語事。毋得妄誕。低細出聲。毋得呼噪。
학언(學言) 언사(言事)가 질박하고 진실해야 하며, 망녕되거나 허탄해서는 안 된다. 말소리는 나지막하고 가늘어야 하며, 소리지르거나 호들갑스러워서는 안 된다.
6. 六學揖。低頭屈腰。出聲放手。毋得輕卛慢易。
학읍(學揖)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다가 출성(出聲)하면서 손을 놓되, 경솔하거나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
7. 七學誦。看字斷句漫讀。須要字字分明。毋得目視東西。手弄他物。
학송(學誦) 글자를 보아가며 구절을 끊어서 느긋이 읽되, 글자마다 분명하게 이해해야 하며, 이리 저리 눈을 굴리거나 손으로 물건을 만지작거려서는 안 된다.
8. 八學書。展紙把筆。字要齊整圓潔。毋得輕易糊塗。
학서(學書) 종이를 펼쳐놓고 붓을 잡아서 쓰되, 글자가 가지런히 정돈되고 모가 나지 않으면서도 정결해야 하며, 아무렇게나 덧칠을 해서는 안 된다.
0 주자(朱子)의 독서법(讀書法)
居敬持志。경(敬)을 생활화하여 심지(心志)를 견지(堅持)하며,
循序漸進。차례를 따라 점차로 나아가며,
熟讀精思。익숙하게 읽고 정밀하게 생각하며,
虛心涵泳。마음을 비우고 그 속에 푹 빠져들며,
切己體察。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체인(體認)하여 관찰하며,
着緊用力。정신을 바짝 차리고 노력한다.
又曰。
또 말하기를,
斂身正坐。몸을 가다듬고 반듯이 앉아서
緩視微吟。느긋이 바라보며 나직한 소리로 읊조린다.
硏精覃思。정밀하게 탐구하고 깊이 생각하여
以求其所難知。알기 어려운 부분을 추구하며,
平心易氣。마음과 기운을 평이(平易)하게 하여
以聽其所自得。스스로 터득한 바를 가만히 들어본다.
寬期限。기한을 넉넉하게 잡아
緊着課程。과정(課程)에 바짝 힘을 들인다.
一百遍時。백 번을 읽으면
自是勝五十遍時。쉰 번 읽는 것보다 당연히 낫고,
五十遍時 쉰 번을 읽으면
自是勝二十遍時。스무 번 읽는 것보다 당연히 낫다.
傍依文義。글의 뜻을 따라서
根尋句脉。내면적인 맥락을 추구하여
如與古人對面說話。옛사람과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다.
0 정단례(程端禮)의 독서분년정법(讀書分年程法)
독서분년일정(讀書分年日程)은 원(元)의 정외재(程畏齋 외재는 정단례(程端禮)의 호) 선생이 주자독서법(朱子讀書法)에 의거 작성하여 배우는 이들에게 보여 준 것이다. 즉 주자가 그 강령을 말했고 정단례(程端禮)가 유목(類目)을 상세하게 만들었다.
*八歲未入學之前。講性理字訓。
8세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성리자훈(性理字訓)》을 익히고,
*入學之後。讀小學書正文。
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소학(小學)》의 본문(本文)을 읽으며,
*次讀大學經傳正文。
다음에는 《대학(大學)》 경전(經傳)의 본문을 읽고,
*次讀論語正文。
다음에는 《논어(論語)》 본문을 읽고,
*次讀孟子正文。
다음에 《맹자(孟子)》 본문을 읽고,
*次讀中庸正文。
다음에는 《중용(中庸)》 본문을 읽고,
*次讀孝經正文。
다음에는 《효경(孝經)》 본문을 읽고,
*次讀易正文。
다음에는 《주역(周易)》 본문을 읽고,
*次讀書正文。
다음에는 《서경(書經)》 본문을 읽고,
*次讀詩正文。
다음에는 《시경(詩經)》 본문을 읽고,
*次讀儀禮幷禮記正文。
다음에는 《의례(儀禮)》와 《예기(禮記)》의 본문을 읽고,
*次讀周禮正文。
다음에는 《주례(周禮)》 본문을 읽고,
*次讀春秋經幷三傳正文。
다음에는 《춘추(春秋)》의 경(經)과 함께 삼전(三傳)의 본문을 읽는다.
*自八歲約用六七年之功。則十五歲前。小學書四書諸經正文可畢。
8세에 시작하여 대략 6, 7년간 공력을 들이면 15세 이전에 《소학》과 사서(四書) 및 여러 경(經)의 본문을 마칠 수 있다.
* ○又自十五歲志學之年。卽當尙志。讀大學章句或問。
○또 학문에 뜻을 두어야 할 15세부터는 포부를 높게 세워 《대학장구혹문(大學章句或問)》을 읽고,
*次讀論語集註。
다음에는 《논어집주(論語集註)》를 읽고,
*次讀孟子集註。
다음에는 《맹자집주(孟子集註)》를 읽고,
*次讀中庸章句或問。
다음에는 《중용장구혹문(中庸章句或問)》을 읽고,
*次鈔讀論語或問之合于集註者。
다음에는 집주(集註)에 합쳐져 있는 《논어혹문(論語或問)》을 뽑아서 읽고,
*次鈔讀孟子或問之合于集註者。
다음에는 집주에 합쳐져 있는 《맹자혹문(孟子或問)》을 뽑아서 읽고,
*次讀易書詩禮記春秋。
다음에는 《주역》·《서경》·《시경》·《예기》·《춘추》를 읽는다.
○又四書本經旣明之後。日看史。仍溫前書。
○ 또 사서(四書)와 본경(本經)에 밝아진 후에는 매일 사서(史書)를 읽으면서 전에 배운 글을 익힌다.
*次讀通鑑及參綱目。
다음에는 《통감(通鑑)》을 읽으면서 《강목(綱目)》을 참고하고,
*次讀韓文。
다음에는 《한문(韓文)》을 읽고
*次讀楚辭。
다음에는 《초사(楚辭)》를 읽는다.
○又通鑑韓文楚辭旣讀之後。約才二十歲或二十一二歲。學作文經問經義古賦古體制詔章表四六章表。
○ 또 《통감》, 《한문》, 《초사》를 읽고 나면 대략 20세 혹은 21, 2세가 되는데, 이때부터 작문(作文)·경문(經問)·경의(經義)·고부(古賦)·고체(古體)·제조장표(制詔章表)·사륙장표(四六章表)를 배운다.
按人之爲學。欲學聖人。而聖人遠矣。其言在於方冊。則讀書爲學之先務。故別具于右。
생각건대, 사람이 학문을 하는 것은 성인(聖人)을 배우고자 함이다. 그런데 성인은 멀고 그 말씀만 책에 남아 있으니, 글을 읽는 것이 학문을 하는 우선적인 일이 된다. 그래서 위와 같이 구별하여 갖춘 것이다.
月朝約會儀 월초(月初)의 약회(約會)
朔日各有參謁之禮。故以初二日爲定日。有雨則不必遍告。各以雨止日來會。
의식 초하룻날은 각자 참알(參謁)하는 예(禮)가 있으므로, 초이튿날을 정일(定日)로 한다. 이날 비가 오면 굳이 두루 통고할 필요없이 각자 비가 그치는 날에 와서 모인다.
*當日早朝。有司灑掃廳堂。
당일 아침 일찍 유사(有司)가 청당(廳當)을 청소하고 자리를 깐다.
*鋪陳堂中。北壁下橫布一席。席前安香床爐盒。
당중(堂中)의 북쪽 벽 아래에 자리 하나를 가로로 펴고 자리 앞에 향상(香床)·향로(香爐)·향합(香盒)을 놓는다.
*堂中東西壁下。各竪布一席。
당중의 동쪽 및 서쪽 벽 아래에 각각 자리 하나씩을 세로로 편다.
*庭下東西。各布一席北向。
뜰 아래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자리 하나씩을 북쪽을 향하여 편다.
*早食後。約員冠服皆會。
일찍 아침을 먹고 나서 약원(約員)들이 모두 의관을 하고 모인다.
*齋長以下。各以次入。分庭而立。
재장(齋長) 이하가 각자 차례로 들어가서 뜰에 나누어서 선다.
*有司陞自東階。揭先聖先師紙牓于北壁。降復位。皆再拜。
유사가 동쪽 계단으로 올라가서 선성(先聖)과 선사(先師)의 지방을 북쪽 벽에 걸고 내려와서 자리로 돌아가면 다같이 재배한다.
*有司先再拜。升堂唱禮。
유사가 먼저 재배하고 당에 올라가서 창례(唱禮)한다.
*見下笏記。齋長升自東階。詣香案前。三上香。降復位。
다음의 홀기(笏記)에 보임 재장이 동쪽계단으로 올라와서 향안(香案) 앞에 나아가 세 번 향을 올리고 내려와 자리로 돌아온다.
*與在位者皆再拜。
자리에 있던 자들과 함께 다 같이 재배한다.
*齋長以下揖。分東西。
재장 이하가 읍하고 동서로 나뉜다.
*齋長揖升。三揖三讓。
재장이 읍하고 올라가는데 세 번 읍하고 세 번 사양[三揖三讓]한다.
*齋長先升。諸客各從兩階從升。皆北面立。
재장이 먼저 올라가고 손님들은 각기 양쪽 계단으로 따라 올라가서 모두 북쪽으로 향하여 선다.
*有司引齋長。立于北壁下席。
유사가 재장을 인도하여 북쪽 벽 아래 자리에 가서 서게 한다.
*諸客各分立東西席。
손님들은 각자 동쪽과 서쪽의 자리에 나뉘어 선다.
*有司請行拜禮。
유사가 배례(拜禮)를 행할 것을 청한다.
*東西位年長者先拜齋長。齋長立受而答之。
동쪽과 서쪽 자리의 연장자(年長者)가 먼저 재장에게 절하면 재장은 서서 받고는 답한다.
*次少者。齋長坐受而半答。
다음으로 젊은 자들이 절하면 재장이 앉아서 받고 반답(半答)한다.
*有司請讀約。
유사가 독약(讀約)할 것을 청한다.
*都講執記善記過籍抗聲讀之
도강(都講)이 기선적(記善籍)과 기과적(記過籍)을 들고 소리높여 읽는다.
*有文理未達者方言
문리가 통하지 않은자가 있으면 우리말로 풀어서 일러준다.
*曉喩齋長以下約員。皆拱立恭聽畢。皆坐。
재장 이하 약원(約員)들이 모두 공수(拱手)하고 서서 공손히 들은 다음 다같이 앉는다.
*有司請行講禮如常儀。
유사가 강례(講禮)를 행할 것을 청한다.
*各以書進。或臨講或背誦
평상적인 의식(儀式)에 따라 각자 글로 써서 올리되, 혹은 임강(臨講)으로 혹은 배송(背誦)으로 한다.
*三十以下背誦。三十以上臨讀。
30세 이하는 배송으로 하고, 30세 이상은 임독(臨讀)으로 한다.
*畢。乃食畢。
마치고서 식사를 한다.
*長幼各分列而坐。更抽所講書。爛熟商確。
(식사가 끝나면) 어른과 아이들이 각각 줄을 나누어 앉아서, 강독한 글을 다시 뽑아서 자세히 토론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고,
或有未達者。就問于齋長。
혹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재장에게 가서 묻는다.
若日力稍長。或投壺或習射。
만일 해가 남아 있으면 투호(投壺) 놀이도 하고 활쏘기도 하되,
務使威儀齊整。
위의(威儀)를 엄정하게 갖추도록 힘쓰고
毋致喧雜欵洽而罷。
떠들거나 난잡스러운 데 이르지 못하게 함으로써 두터운 우의(友誼) 속에서 하도록 한다.
*日晡乃退。
날이 저물면 물러간다.
*罷時更定後朔講儀。
마칠 때 다시 다음 달의 강례 의식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