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식날 찍은 사진을 보던 민정씨가 덕현이를 보고 반가워 했다.
참 예쁜 아이라고 잘해주라고 내게 부탁했다.
덕현이가 도서관에 왔다.
봄 햇살을 머금은 덕현이, 얼굴이 벌써 탔다.
포옹인사 했다.
다 함께 물가에 물수제비 하러 가던 길에
"아 우유 터졌다."
덕현이가 서둘러 가방을 풀어 헤쳤다.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때 우유를 많이 터트린 전과가 있기에
괜찮아~ 괜찮아~ 했다.
덕현이가 가방을 열었다.
우유 4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터졌다.
놀랐다. 그리고 짐작이 갔다.
"얘요~ 우유 안 먹는 애들한테 우유달라고해서 집에 가져가요.
집에가서 제티 타 먹으려고요~"
옆에 있던 아이가 내게 말한다.
덕현이는 대꾸 없이 묵묵히 젖은 책과 우유갑을 정리한다.
말없이 도왔다.
일단 물수제비 재미있게 했다.
덕현이가 신나게 놀았다.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선생님 저도 도전할게요!" 했다.
어깨 아플 때까지 던지다가 버스시간 맞춰 돌아가는 길.
한 아이가 내게 속삭인다.
"덕현이 도서관에 오지 말라고 하세요."
화를 참지 못하고 "먼저 가라." 했다.
덕현이와 단 둘이 걸었다.
덕현이에게 우유를 왜 여러개 집으로 챙겨 가는지 물었다.
가서 형제들하고 나눠 먹는단다.
할 말을 찾다가
"나도 덕현이 같은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했다.
덕현이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단다.
이오덕 선생님 책에 나오는
1970년대를 살았던,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를 만났다.
루쉰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인육을 먹지 않은 아이'가 바로 내 곁에 서 있었다.
첫댓글 덕현이 속이 깊어요. 막내 동생도 잘 챙기고, 덕진이형 말도 잘 들 듣고, 유진누나랑도 재미있게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