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직문화개선토론회 자료집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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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문화개선 토론회
현장 교사가 바꾸는 교직문화
-교육적 열정 제고와 교단 갈등 해소를 중심으로
일시: 2003년 11월 17일(월) 오후 6시-9시
장소: 걸스카웃 본부 강당
주관: 좋은교사운동
현장 교사가 바꾸는 교직문화
-교육적 열정 제고와 교단 갈등 해소를 중심으로
정병오 (문래중 교사,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
Ⅰ. 교직문화란 무엇인가?
1. ‘교직 문화’에 대한 정의
‘교직문화’라는 개념은 우리 교육계 가운데 흔히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교육계 가운데 비교적 익숙하게 사용해온 개념은 ‘교사문화’, ‘학교문화’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교직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동안 많이 사용되어왔던 ‘교사문화’나 ‘학교문화’라는 용어가 담지 못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교사문화’ 혹은 ‘학교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주로 교사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교직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 혹은 성향 등을 대상으로 했다. 이러한 개념은 학교 혹은 교사들의 문화를 정(靜)적인 차원에서 묘사할 수는 있지만 학교와 교사들 가운데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나 에너지들이 일어나고 부딪히며, 이런 것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거나 좌절하는 현상에 대한 동(動)적인 차원을 드러낼 수 없었다. 특별히 우리가 교직문화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단지 현재의 교사나 학교의 문화를 묘사하고자 함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교사들을 교육 변화의 주체로 세우고 그들의 자발적인 교육적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어 이를 통해 교육 개혁을 이룰 것인가에 있다면 현재까지 논의된 ‘교사문화’ ‘학교문화’ 차원의 접근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하겠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사용하고자 하는 ‘교직문화’라는 용어에 대해 정의를 하자면 “교사가 아이들과 학교교육에 헌신하며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명감과 열정을 지속하고 증진시킬 수 있으며, 이 가운데 발생하는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분위기와 내적인 힘”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교직문화를 이렇게 정의할 때 교직문화는 있는 그대로를 서술하고 묘사하는 차원보다는 앞에서 정의한 교직문화가 ‘활성화되었다, 침체되었다’로 표현될 수 있고 활성화된 정도 혹은 침체된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 교직문화의 두가지 영역 : 사명감 제고와 갈등 해결
앞에서 정의한 교직문화는 다음 두 가지 영역으로 보다 상세하게 기술될 수 있다.
첫째, 교사가 아이들과 학교교육에 헌신하며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명감과 열정을 지속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말한다. 즉 현재 교사들이 아이들과 교육에 대해 어느 정도의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과, 우리의 학교가 이러한 교사들의 사명감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고, 이러한 에너지들이 전체 학교 교육을 위해 모아질 수 있도록 끌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편의상 이 부분을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의 영역’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둘째는 학교 현장 가운데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는 능력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교사들과 그렇지 못한 교사들과의 관계상 갈등과 사명감과 열정은 가지고 있으나 그 방향이 다른 교사들간의 갈등, 정부나 교원 단체 등 학교 바깥 상부 단위에서의 일이 학교로 들어와 생긴 문제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생산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학교나 우리 교육 전체의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이를 ‘교단 갈등의 문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교단 갈등의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겪는 개별 교사들의 사명감이나 교육적 열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개별 교사의 열정과 에너지를 학교 전체의 교육적 힘으로 엮어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교직문화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렇게 볼 때 교직문화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든가 교사들의 의식이나 좁은 의미의 문화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교사 개인의 의식이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관련이 있고 여기에서 출발하지만 이러한 의식과 문화를 갖게 해주는 사회적, 제도적인 문제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이 부분들을 총체적이 차원에서 같이 다루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교직 문화에 대한 교육 관련 단체의 입장
지금까지 교육 관련 단체에서 교직문화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교육 관련 단체가 교원정책이나 학교 정책과 관련하여 추진했던 정책이나 주장을 살펴보면 이들 단체가 교직문화 개선과 관련하여 갖고 있는 입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전교조는 현재 우리 교직문화가 침체되고 학교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를 현행 교장 승진 제도의 모순과 자율성이 없고 관료화된 학교 구조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교장 제도에 있어 승진 개념을 없애고 보직화하고, 교사회와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를 통해 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하며, 국가의 교육과정 통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운영 및 온전한 평가권을 주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렇게 할 때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며 교육활동에 활력을 얻어 학교가 활성화되고, 교사들에 의해 선출된 교장이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해 나갈 때 학교 내 존재하는 갈등의 요소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총의 경우, 현 교직문화 침체 원인을 교장 승진에 대한 병목 구조와 전교조의 투쟁 위주의 정책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장 교사들이 교장이 되지 않더라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전문성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원 자격을 세분화하는 수석교사제를 주장하면서 전교조의 투쟁에 대해 비판하거나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장회의 경우, 현재 교직문화의 침체 원인을 전교조 출범과 함께 학교 내 교장의 권위가 많이 약화되고 규율이 많이 해이해 졌으며, 학교의 여러 사안에 대해 전교조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지시를 불이행하는 현상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교장회에서는 단위 학교의 교장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는 ‘학교장 책임 경영제’를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의 경우, 현재 교육 제도가 많은 문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 가운데 교사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교직 사회 가운데 적지 않은 수의 부적격 교사가 존재함에도 그들을 개선하거나 퇴출시킬 수 있는 구조가 없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교직 사회 특유의 안정성은 교사 집단 전체를 나태하게 만들고, 온정주의로 인해 부적격 교사 퇴출을 어렵게 하고 있고 이러한 것이 교직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부모 단체들에서는 교사평가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교직 사회 내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부적격 교사 퇴출 장치를 마련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4. 왜 교직문화인가?
비교적 최근까지 교직문화는 교육계의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 이는 그 동안 우리 교육계가 대학입시나 학벌 문제 등 너무도 크고 중요한 문제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비해 교직 문화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작은 문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 교직문화는 결국 교사들의 의식이나 책무성 문제와 연결되는데 이것을 문제삼기에는 우리 교육계의 민주화 진행 속도가 너무 늦었고 또 교사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교의 민주화 등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교원 노조의 합법화와 함께 이제 교사들도 단지 약자의 위치가 아닌 어느 정도의 책무성을 물을만한 힘을 가진 집단이 되었으며, 교육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입시나 학벌 등 거대 담론과 함께 학교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함께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교육 주체들 가운데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특별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학부모들이 선언적인 교육주체에서 구체적으로 학교의 교육에 관여하는 실질적인 교육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에 의한 교사들의 책무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사들 내부에서도 비록 교사들이 처한 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힘겨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는 교사들이 교육환경과 여건만 탓하고 있어서는 안되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라도 교사들이 새롭게 변하고 교직에 대한 전문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상황 가운데서 교사들이 무언가 이 시대 가운데 응답하고 책임있는 반응함을 통해 교사의 권위를 다시 확보하고 교육의 책임지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들이 맞물리면서 오늘날 교직문화 개선은 우리 교육계의 매우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Ⅱ. 교직문화의 실태
1. 사명감의 영역 : 학생에게 무관심하다는 반응 높아
현재 교사들의 사명감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월간 “좋은교사” 2002년 9월호에서 학부모 130명을 대상으로 “최근 학교나 교사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48%의 학부모가 ‘학생에 대해 무관심하다’, 38%의 학부모가 ‘수업의 질이 낮다’라고 응답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촌지 부담은 7%, 체벌 문제는 3%에 불과한 것을 보면 특별하게 부도덕하거나 기본적인 교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교사들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 대한 강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을 감동시키는 교사들 역시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전반적인 교사들의 분위기가 자기에게 주어진 수업이나 학생 생활지도, 기타 업무의 영역에서 기본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여기에서 머물고 더 이상 깊이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 해 학교에 발령받은 한 초임교사의 교단일기에서 잘 드러난다.
“ 학교에 발령을 받고 가장 놀란 것은 4시 30분만 되면 선생님들이 썰물과 같이 빠져나가 교무실이 썰렁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신규라서 그렇겠지만 나의 경우 매일 몇 명씩 남겨가지고 상담을 하거나 혹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금방 4시 30분이 되고, 그 때부터 밀린 업무 처리 좀 하고, 내일 수업할 교재 준비하다 보면 저녁 금방 9시, 10시가 되어버린다. 물론 선배 선생님들은 수업 연구가 다 되어 있고, 아이들 지도도 업무 시간 내에 다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가끔 학교에 오래 남아있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연구 보고서를 만드는 중이다. 이런 중에도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 한 분이 있다. 그 선생님은 정말이지 아이들이 학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절대 업무를 보지 않는다. 어찌하든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하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수업 연구를 열심히 한다. 나도 경력이 쌓이더라도 저 선생님처럼 되어야 할텐데...(서울 P 중학교 교사)”
물론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교사들이 몇 명씩은 있기 마련이지만 역시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이들이 학교의 중심에 서거나 학교 전반을 주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는 못한다. 교육 경력 10년 정도 된 중견 교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 처음 교직에 들어와서 3~4년 정도는 정말 정신없이 아이들에게 쑥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저를 주변에서 그렇게 곱게만 보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하니까 주변 선생님들은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더군요.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교장 선생님과 부딪히는 일이 자꾸 생기더군요. 한 번은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야영을 하려고 하니까 화재 위험과 아이들 안전, 남녀 학생이 같이 있는데 무슨 일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이유를 대면서 허락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내가 다 책임진다며 싸우기도 했는데 결국 허락이 나지 않아 학교에 이야기 하지 않고 외부 야영장에 가서 야영을 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3년 밖에 하지 못했어요. 3년차 때 야영을 하는데 한 학생이 넘어져 다리를 좀 다쳤어요. 다행히 부모님이 다 이해해주셔서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실제로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교사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는 이 구조에서는 참 모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여간 이런 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저도 어느덧 제가 그렇게 닮기 싫어하던 선배 교사의 모습이 되어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느 조그만 교사 모임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뜻이 맞는 교사들과 함께 학교에서 힘들었던 이야기하고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조언을 듣기도 하면서 다시 힘을 얻어요.(인천 k여고 교사)”
교사들이 한 번 교직에 들어오면 평균 35년 정도 교사를 하게 된다. 교사가 가르치는 이 일에 얼마나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교직의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시간 교사들의 열정과 사명감을 유지하는 것은 교사 개인에게 달려있다. 물론 교사 개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명감이나 교육적 열정없이 교육에 임하더라도 기본적인 교사의 신분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 가운데서, 사명감과 열정의 문제를 순수하게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맡겨놓는다는 것은 교육의 너무도 중요한 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 가운데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자기 나름대로 사명감과 열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사명감과 열정을 전체 학교 발전에 바치고 싶어하는 교사들도 가끔 있다. 자기의 열심을 주변 교사들에게 전파하고 함께 힘을 모아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들의 열심을 수용할 만큼 학교는 유연하거나 수용적이지 못하다. 한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교직 6년차에 접어들면서 두 번째 학교로 옮기니까 전체 학교에 대한 감이 잡히더군요.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뜻있는 교사들과 함께 학교 분위기를 바꾸어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붙들었던 것이 학교신문과 교사회보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학교 신문의 경우 학생회 담당 교사를 설득해 학생회가 주체가 되어 만들게 했고, 교사회보는 제가 중심이 되어 만들기 시작했어요. 학교신문을 통해 학생회의 활성화와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애착을 길러주고 싶었고, 교사회보를 통해 개별화된 교사들의 의식과 생각을 묶어서 함께 학교 교육의 발전을 추구하고 싶었죠. 그런데 학교신문의 경우 학교장의 결재는 받았으나 두 번째 호에 실린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 설문조사가 문제가 되어 결재가 나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게 된다는 것이 이유였죠. 교사회보의 경우 뭔 이런 것이 필요하느냐면서 처음부터 제동이 걸렸고요. 저도 고집이 있는 사람이라 많이 싸웠죠. 하는 수 없이 학교 신문은 그 설문을 빼고 인쇄를 했고, 교사회보는 개인적으로 복사를 해서 돌렸는데, 결국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다보니 힘이 쫙 빠지고, 그냥 우리 반 아이들에게나 잘 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사람들 속에는 누구든 자기의 역량을 자기가 속한 전체 조직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사실 저는 서로 교장이 되려고 하는 현 학교 분위기 가운데는 학교를 한 번 소신껏 경영해 보고자하는 긍정적인 자세들도 많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 학교 구조는 자신이 교장이 되지 않는 한 어떠한 좋은 생각이나 역량이 있어도 전체 학교 발전을 위해 펼치기가 참 힘든 구조잖아요. 열심있는 교사들이 전체 학교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통로만 잘 확보되어도 교장 승진에 대한 병목 현상은 많이 없어지리라 봐요.(서울 K공고 교사)”
사실 교사라면 누구나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열심히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신의 연약함이든 여러 환경의 영향이든 한 번 이러한 사명감과 열정을 놓치고 나면 그냥 이런 것 없이 최소한의 책임만 다하는 것에 안주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런 교사들도 사실은 그냥 육체적으로 편한 것 보다는 육체적으로는 힘들고 시간을 많이 쏟더라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되고 싶어한다.
“ 2월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항상 아이들에게 1년 동안 나를 가르쳐주었던 선생님들 가운데 한 분을 선택해 편지를 쓰게 한다. 그리고 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 보면 정말 아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이 누구인지 금방 드러난다. 아이들의 편지가 많이 전달되는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 사이의 구분은 내가 평소 짐작하던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평소 사명감이나 열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교사들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도 꼭 한 두 명이 있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 선생님들께 한 두 통의 편지를 전달하면 이 선생님들도 그 편지를 받아 보고 매우 좋아한다. 참 의욕 없이 보이는 이 선생님도 진정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경기 H 중학교 교사) ”
그러기 때문에 개별 교사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주기적으로 되새기거나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정부든 교원 단체든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 교단 갈등의 영역
1) 불의한 관행이나 금전적 비리, 권위주의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
교단 갈등의 문제는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지만 사실 교단 내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문제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학교 내 갈등의 주요한 이슈는 크게 둘로 나누어 하나는, 불의한 관행이나 금전적인 비리, 또 하나는 학교 내 권위주의나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의 문제였다. 불의한 관행이나 금전적인 비리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의 경우, 편법적인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의 문제, 각종 학교 행사나 교육과정 진행과 관련된 채택료나 리베이트의 문제, 학부모들의 음성적인 기부금의 문제, 공적 학교 재정 사용에 있어서 불투명성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학교 내 권위주의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문제는 교원 인사 및 평가에 대한 학교장의 독점과 사유화의 문제, 학교의 각종 의사 결정에 있어서 교사 참여의 원천적인 봉쇄 등의 양태로 드러났다. 그간 우리 교육계는 오랜 동안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몸살을 알아왔고 학교에는 늘 갈등과 싸움이 있어왔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갈등들이 주로 교장과 일반 평교사들의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났음을 주목해야 한다. 특별히 1989년 전교조 결성 이후에는 주로 전교조 교사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선도해 왔고, 많은 평교사들이 동조를 하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전교조 비합법화 시대에 비전교조 교사들이 폭넓게 가담한 ‘전교조 후원회’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조직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학교 내 부도덕한 관행과 비리들을 몰아내고 학교 내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기에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반면 이러한 갈등이 제도적 해결로 가지 못하고 학교 내 당사자들 간의 싸움의 형태로 가면서 감정적인 대립도 심해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이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가진 교사들이 많은 좌절을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교장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역할도 해왔다.
이러한 전통적인 학교 내 갈등들은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되었다. 물론 아직도 하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아직도 이러한 불의한 관행이나 비리, 권위주의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로 인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 이런 부분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들은 많이 열려져 있는 셈이다.
2)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의 갈등
전통적인 교단갈등의 또 다른 이슈는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의 갈등의 문제다. 이 문제는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전교조가 제시한 ‘노동자로서의 교사상’ 에 대한 논란, 참교육 운동이 추구했던 교육 과정 속이 지향했던 교육철학이나 가치에 논란 등을 시작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갈등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묻혀버렸고, 그 이후에는 두발, 복장, 체벌, 학교 규율, 교사-학생 관계 등 학생 생활 지도 문제에 있어서 일상적인 갈등들이 있긴 했지만 이러한 것이 큰 문제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00년~2001년에 있었던 ‘성과급 문제’, 2001년~2002년의 ‘7차교육과정’의 문제, 2002년~ 2003년의 ‘NEIS 문제’를 거치면서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의 문제가 ‘교단갈등’의 핵심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들은 정부가 추진한 교육정책에 대해 전교조가 반대를 하고 불복종 운동을 추진하면서, 학교 내에서는 정부의 대리인으로 이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교장과 이에 반대하는 전교조 분회 혹은 이에 동조하는 교사들 사이의 갈등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가 투쟁의 한 방법으로서 ‘연가투쟁’을 전개하면서 학교 내에서 교장과 전교조 분회, 혹은 연가투쟁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고, 상처를 주고 받았다.
이러한 최근 몇 년의 갈등 양상은 이제 교단 갈등의 주 원인이 학교 내 불의한 관행이나 금전적인 비리, 권위주의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에서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의 문제로 넘어왔음을 보여준다. 이는 동시에 교단갈등 문제 해결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불의한 관행이나 금전적인 비리 문제의 경우 도덕적인 답과 정당성이 분명한 문제이며, 권위주의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의 문제는 나아갈 방향이 분명한 문제이기에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다. 또한 이런 문제가 최근 들어 상당 부분 개선되어 왔고 앞으로 그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이 주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문제의 경우 그 해결의 접점을 찾기가 매우 힘이 든다. 우선 이러한 교육적 신념이나 가치관의 문제가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순수한 신념이나 가치관의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 상당수에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혹은 이해관계가 은연중 내재되어 있어서 이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고, 개인의 이익이 교육적 신념과 가치관으로 옹호되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기에 경직된 방식으로 문제를 끌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여기에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우리 교직사회의 갈등의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개인들 간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교원 단체 등 학교 바깥 상층 조직이나 정치세력이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 신념이나 가치관의 문제들이 많고, 그것이 단위 학교로 내려와 학교 구성원들의 판단과 선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개 이런 성격의 문제는 학교 내의 의사결정구조를 아무리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꿔 운영해도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문제가 갈수록 많아져서 과연 학교의 대의체제를 민주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갈등 해결에 효과가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3) 교원단체간의 갈등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는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에서 전교조와 교총의 갈등과 대립으로 넘어가면서 교단갈등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 문제였다. 2002년부터 NEIS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던 전교조는 2003년 들어 학생정보인권보호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NEIS를 전면적으로 거부를 했고, 이에 대해 교총이 ‘선실시 후보완’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교단갈등의 문제가 교원단체간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교단갈등의 문제는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 맞물리고, 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비합리적인 대응으로 인해 증폭된 면이 있긴 했지만 학교 현장 가운데서 교단 갈등이 단지 교장 대 교사 간의 대립이 아닌 교육적 신념이 다른 교사 대 교사의 갈등의 양상과 중첩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교단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와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2학기 들어서 이러한 문제는 조금 잦아들긴 했지만 교원단체간의 현재 상황을 지켜보건대, 이러한 문제는 다시 새로운 갈등의 이슈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교단 갈등의 문제가 한참 심각했던 2003년 6월 말 월간 “좋은교사”에서 교사 520명을 대상으로 교단 갈등 문제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우선 “최근 교총과 전교조의 갈등 양상의 심각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47%가 ‘교단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27%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려할만한 상황이다’라고 응답을 했다.
이어서 “학교 현장에서 교총과 전교조의 갈등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46%가 ‘눈에 띄는 갈등은 없지만 단체가 결정한 내용이 회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다’라고 응답했고, 35%가 ‘교총과 전교조의 갈등은 상부 차원의 문제이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단체의 소속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응답을 보여 상부 단체의 갈등이 학교 현장 가운데서는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학교가 제법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교총과 전교조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44%가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거쳐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라고 응답했고, 32%가 ‘한 단체가 쇠할 때까지 당분간 갈등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 같다’라고 응답을 했다. 이 설문 내용대로 지금은 1학기에 비해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그러나 본질적인 상황이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늘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훼손된 연대 의식과 공동체 정신
비리와 비민주적 의사결정 문제, 교육적 신념의 갈등, 특히 특정 교육정책에 대해 양 교원 단체가 다른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며, 이것이 단위 학교의 분회에 영향을 미쳐 학교 단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매우 심각하게 보아야 할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런 갈등이 지금 교직사회의 연대의식에 상당한 균열을 가져와 교사됨의 공동의 기반을 허물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교단은 ‘교사’라는 매우 동질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과거 권위주의 교육 풍토 속에서 교장이라는 소수 관리자들과 교사 대중이 대치하기는 했지만, 평교사들 사이에서는 계급구조가 약한 수평적 교사 관계가 서로에 대한 연대의식을 붙들어 주는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부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고 교사 공동체라는 것이 특별한 내용 없는, 실속 없는 명분같이 보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제도와 풍토가 사라지는 어느 날, 교사들을 흥분시켜 함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수고를 기꺼이 부담지게 할 힘과 자산과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매우 중요한 유산이었음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한 공동체, 연대의식의 유산이 심각한 훼손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제 연대는 전체 교사들을 품는 연대가 아닌, ‘교원 단체 내 회원들 간의 연대’로 전락했고, 공동체 의식은 학교 안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결을 하기 위한 도구로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하자면 교원 단체 상층부의 갈등이 학교로 들어오면서, 이제 교사들 사이에는 ‘교원’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특정 교원단체 소속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이 우리 교육계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할 핵심 과제이다. 지난 학기 NEIS로 학교 내에서 고민했던 한 교사의 이야기이다.
“ 이번 NEIS 문제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과연 NEIS 인증을 받아야 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면서 저는 NEIS가 학생의 정보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교조 소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증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학교 측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증을 거부했고요. 그러다 보니 저희 학교에서 저를 포함해서 4명의 교사만 인증을 거부한 상황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 문제가 몇 번 엎치락 뒷치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보다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사들도 인증을 하게 되었어요. 이들은 자신들로 인해 전체 학교 행정에 지장을 주는 상황을 원치 않았던 것이죠. 이러한 상황 가운데 저와 친했던 동료들이 저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은근히 “너만 학생 인권 생각하냐? 그렇게 학생 인권 생각하는 놈이 아이들에게 매는 왜 대는 거냐?” 등 비아냥거리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동료들과 마음이 갈라지고 교사 사회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과연 이 문제가 전체 교사들을 이렇게 나눠지는 것을 감수해야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간 너무 힘이 듭니다.(경기 L초등학교 교사)”
Ⅲ. 교직문화 침체의 원인1 :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의 문제
1. 역사적인 고찰
1) ‘전통적 교사상인 스승으로서의 교사상’의 붕괴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사명감은 ‘전통적인 스승상’에 기반을 두었다. 사회적으로 교사들에 대해 막연히 ‘스승’의 모습을 기대했고, 교사들도 ‘스승’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급격한 자본주의화, 세속화 물결을 타면서 물질적 기반과 별도로 정신적인 차원에서만 요구되었던 스승의 의미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교직 사회는 사회 전반적인 물질적 혜택의 상승 속도에 훨씬 못미치는 혜택이 주어졌고 이와 아울러 사회적인 인식도 낮아지면서 교사들의 사명감도 거의 무너지고 ‘스승’은 냉소적인 단어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교직에 대해 물질적인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대신 교직 사회 존재하는 사소한 부조리에 대해 묵인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는 물질적인 면에서는 촌지와 각종 채택료, 학부모들로부터 걷는 음성적인 잡부금 등이었고 교직 기강 면에서는 특별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교사들의 학생들을 비인권적으로 다루는 것,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지 않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직의 도덕성이나 사회적 지위는 더 떨어지고, 이는 다시 교사들의 사명감과 자부심, 권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2) 참교육 운동과 ‘노동직’으로서의 교사상
1988년 전교협, 1989년 전교조 출범과 참교육 운동은 교사의 사명감이나 교육적 열정의 회복에 있어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우선 전교조 운동은 교직에 대한 규정에 있어서 그 동안 껍질로 남아있던 ‘스승’이나 ‘성직’ 개념을 무너뜨리고 ‘노동직’으로서의 교사상을 제시했다. 이러한 ‘노동직’으로서의 교사상 제시는 한편으로 껍질만 남아있던 ‘스승’이나 ‘성직’에 대한 허상을 드러내고 구체적인 현실 가운데 서서 ‘건강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전의 허상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스승’이나 ‘성직’에서 가지고 있던 소박하고 낭만적인 차원에서의 자기 정체성마저 무너뜨리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 또한 노동직으로서의 교사상은 전체 교사들의 교사로서의 열정과 자기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교조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참교육운동은 당시 교사들 가운데 있던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정말 제대로 교육해 보고자’하는 교사들의 열망을 함께 엮어냈다는 측면에서 교직문화의 활성화에 매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물론 참교육 운동이 갖고 있던 민주, 민족, 인간화라는 진보 운동의 이데올로기적인 지향성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참교육 운동은 인간의 양심과 정의감, 사회적 의식에서 교사의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의 당위를 찾고 호소했다. 그리하여 당시 교육계 가운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교과운동, 학급운영이나 생활지도 운동, 문서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갔다.
그런데 이 운동이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을 일으키는 차원만 담은 것이 아니라 교사를 노동직으로 규정하는 등 철학과 의식의 변화, 여러 부조리한 제도들과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사회 변혁 운동, 학교 내 의사결정 구조를 평교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치적인 의미도 함께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교육계의 탄압에 직면했다. 당시 정부와 교육계는 교원 노조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탄압하는 것과 동시에 참교육 운동도 함께 탄압했다. 이 가운데서 참교육 운동 속에 포함되어 있던 교사 내부에서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을 끌어내려했던 자발성도 함께 탄압을 받았다. 당시 교육청에서 내려온 문건을 보면 학급문집을 만드는 교사, 아이들과 야영을 하는 등 업무 시간 외에도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는 교사, 아이들과 거리낌 없이 친밀하게 지내는 교사 등을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탄압 가운데서도 참교육운동 속에 녹아있던 교사들의 자발적인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에 대한 회복 운동은 그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때 정부에서 교사들 내부에서 일어난 선한 의지에 주목하고 이러한 자발적 에너지를 돕고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교조는 약자의 입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긴 했지만 노조 결성의 합법화에 너무 매달려서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생명일 수도 있는 참교육의 흐름과 에너지를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그 당시 그 누구도 교사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제대로 해보고,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자 하는 자발적 움직임의 소중함과 이것이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살리기가 어렵다는 것에 잘 주목하거나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탓이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전교조 출범과 참교육 운동의 흐름 속에서의 교총의 역할과 관련된 문제이다. 당시 교총이 전교조의 출범이나 참교육 운동이 가지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지향에 대해 반대하고 이를 탄압하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교총의 정치적 입장에서 전교조나 참교육운동에 반대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참교육 운동이 품고 있던 교사들 내부의 자발적인 교육적 열정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던 그 흐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여기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때 교총이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고 자기 조직에 맞는 참교육운동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이를 교직 사회 가운데서 경쟁적인 흐름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교직사회에 교육실천의 건강한 경쟁이 조성되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교총도 함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3) 이해찬 장관의 개혁과 교실 붕괴 : 교사로서의 권위 붕괴
교사들의 사명감과 교육에 대한 열정과 내적 에너지와 관련해서 또 다른 변화의 계기는 1998년 이해찬 교육부 장관의 교육 개혁과 1999년 교실붕괴 상황에서 일어났다. 국민의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해찬 장관은 교사 개혁이 교육 개혁의 핵심임을 전제하고 ‘새학교 문화 창조’ 등 여러 개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을 교사 내부에서 개혁 주체를 형성하고 그들로 시작하게 한 것이 아니고 위로부터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압력과 힘에 의해서 하려도 보니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특별히 정년 단축은 당시로서 필요한 조치였다라고 수긍한다 해도 그 진행상의 미숙함으로 인해 다수의 교사들이 정부의 개혁에 대해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촌지, 체벌 등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몰아치기나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인해 교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나타났다.
이와 함께 찾아온 것이 교실 붕괴 현상이었다. 교실붕괴 현상은 전에 없던 것이 이 때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급속한 시대와 문화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나타나고 있던 현상이 이해찬 개혁과 함께 교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내몰리는 현상과 결합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던 것이다. 교실붕괴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났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교사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수업이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 때 많은 아이들 보인 반응은 ‘당신들은 우리가 낸 돈으로 월급받고 생활하는 사람들 아니냐?’는 식의 반응이었고, 이러한 현상 가운데 교사들은 그동안 껍질로나마 붙들고 있던 ‘스승으로서의 교사상’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교사로서의 자신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을 많이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많은 나이든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하고, 중진교사들 가운데는 ‘그래 열심히 안하면 되지. 때리지 말라고? 그래 안 때릴거야. 교육을 안 하면 되는 것 아냐?’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미 내용적으로는 무너져버렸던 ‘스승으로서의 교사상’이 이제 형식마저도 사라지면서 아무 기댈 것 없는 벌거벗은 초라한 교사의 모습만 남은 자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몇 년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는 약간 복고풍을 타면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으나 무너져버린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권위의 기초는 아직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제 어디에 교사의 권위와 자부심의 기초를 세우고, 무슨 근거에 호소해서 교사의 사명감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아직 합의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가 유지되고 교사들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물론 교직 사회 전반적으로 직업인으로서 기본적인 윤리와 선을 지키는 면에서 최소한의 윤리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아이들에게 더 헌신하고 수고하고 전념하려는 움직임들은 지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4) 좋은교사운동과 교직문화개선 운동
이러한 현상 가운데 한 가지 주목할 움직임은 기독교사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좋은교사운동’이다. ‘좋은교사운동’은 1999년 교실붕괴 현상과 교사들이 교육에 의욕을 잃고 아이들 지도에서 손을 떼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는 이럴수록 더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자는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즉 우리 교육계가 많은 문제들 가운데서 우선 교사해서 생긴 문제들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통해 아이들과 국민들에게 대답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절망적인 우리 교육계 현실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주자는 운동이었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러한 운동의 출발점으로 교사들에 대한 실천 지침 제공과 함께, 아이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운동을 실시했다. 당시 교실붕괴 상황 가운데 아이들에게 절망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감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시작한 것이 “가정방문운동”이었다. 이를 통해 아이들과 더 깊은 만남을 위한 끈을 찾을 뿐 아니라 가정과 연계된 지도의 방안을 모색했다. 그 다음으로 가정방문 결과 가장 어렵고 힘든 아이를 교사가 결연해서 특별한 사랑과 지도를 하는 “고통 받는 아이와 일대일 결연운동”을 실시하고 그 결과 학교 부적응아 전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불만이 도덕성의 문제에서 수업에의 충실성 문제로 옮겨오는 것을 보고 교사가 스스로 아이들에게 수업 평가를 받는 “스스로 하는 수업평가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사 개인들의 실천운동과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중 이러한 문제의식을 좋은교사운동에 속한 교사들에게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확대시킬 필요를 느끼면서 “교직문화개선”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서 교원 단체가 공동으로 ‘교사실천운동’을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나 교원 단체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2. 구조적인 고찰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나 열정,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높지 못한 현 상황에서도 처음 교직에 들어오는 초임교사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사명감, 에너지, 열정이 높은 편이다. 물론 교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주 동기는 교직의 안정성이지만 그래도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교사들이 처음 교직에 들어올 때 가지고 있는 비록 작지만 소중한 사명감과 열정, 에너지가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약화되고 만다는 것이다.
초임교사가 처음 가졌던 열정과 사명감이 현장 가운데서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살아나는 것이 정상이고 혹 이런 부분이 없이 교직에 들어온 교사라 할지라도 선배들과 학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명감과 열정을 가져가야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직 문화는 이런 부분에서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왜 교사들이 교육과 아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과 에너지를 더 살려주고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1) 교사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막는 학교 구조
학교와 아이들에 대해 의욕과 사랑을 가지고 교직에 임한 교사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교사의 의도대로 잘 움직이지 않으며,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현상이긴 하지만 지난 교실 붕괴 상황 이후에 훨씬 더 악화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교사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때 학교는 이러한 노력의 충분한 지지자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벽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책임, 안전, 관행, 눈치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의 의욕있는 교사들이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다.
2) 교사들에게 수평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교사 소모임)의 단절과 약화
교육을 잘 해보고자 노력하는 교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날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교사 소모임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교사 소모임은 그 모임 형태가 교원단체의 분회이든, 교과 혹은 교육 연구 모임이든, 종교적인 성격을 지닌 모임이든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나누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임을 말한다. 이러한 모임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이 모임을 통해 늘 자신을 새롭게 하고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은 현실 가운데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교사 소모임을 만들거나 있는 모임을 찾아가서 자기의 연약한 부분들을 채워가는 작업인데, 이 작업 역시 교사 개인의 몫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소모임 활동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작업은 정부의 몫일 수 있는데 나중에 다루겠지만 우리 교육계는 오랫동안 이러한 모임을 불온시하고 탄압하고 억누르는 분위기였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교육과 관련된 교사들의 어떠한 자발적인 모임들을 허용하지 않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는 현상이다. 그 당시에는 교사들은 철저하게 정부의 방침과 이데올로기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기능만 해야지 교사들이 모여 이를 재해석하거나 비판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금지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흔한 말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고스톱을 치는 것은 허용되고 장려되었지만, 교사들이 모여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불온시되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도 그랬지만 교장 차원에서도 그랬다. 지금은 이러한 모임 탄압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그 때 형성되었던 교사들의 수종적인 관성이 남아 있어서 이런 소모임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3) 관료화된 학교 구조
여기에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은 교사들이 스스로 안일해지지 않고 교사로서 전문성을 갖추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를 연단시키기 위해 별도의 소모임을 만들지 않더라고 학교의 조직이나 구성 자체가 이런 소모임의 역할을 할 수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을 하려고 학교가 갖고 있는 관료적인 성격에 대해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현재의 학교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갖기 보다는 철저히 국가 주도적인 관료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우선 수업만 하더라도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과 입시라는 구조, 과열경쟁적인 교육 분위기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학급운영이나 생활지도 면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들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학교장의 ‘책임론’(그러다가 사고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과 ‘복종론’(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교육에 임하게 되어있어)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분명히 자신의 교육적 양심과 교사로서의 전문성에 비추어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교사들의 창의적인 노력들은 관료적인 분위기 가운데서 사장되기가 일쑤이다.
이러한 관료적 분위기를 더 고착화시키는 것이 현행의 교장 승진 구조이다. 엄밀히 말하면 교직은 그 자체로 전문직이기 때문에 그 누구의 간섭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해야 하고 그 전문성을 통해 인정과 만족을 누려야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학교의 관료적인 성격은 그냥 교사로 평생 머무는 것은 무능한 일이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장학사, 교감, 교장으로 승진해야 유능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인간의 본성 속에 있는 승진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많은 교사들에게 승진은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많지만 최소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문제는 교육과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이들에게 헌신된 교사가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즉 승진의 길은 아이들에게 사명감과 열정으로 임하는 것과 약간 관련은 있지만 이외에 별도의 길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승진에 있어서 핵심적인 변수는 교직경력(아무리 유능해도 일정 정도의 교직 경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학교장이 주는 평점(이를 위해 교장 선생님의 명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다), 연구와 연수, 기타 가산점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에너지를 쏟는 것 하고는 별도의 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열심히 한다는 교사들도 승진을 위한 점수를 따는데 집중을 하고 전체적인 학교의 분위기도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가 관료적이라고 할 때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행정적인 업무들이다. 학교는 교육부의 말단 행정기관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종 보고와 시행해야할 공문들이 많이 주어지는데 이 역시 넓게 보면 교육과 관련있는 것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행정 잡무들은 교사들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주객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런 것을 많이 겪다 보면 행정에는 능하지만 교육에 집중할 혼을 잃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관료적인 학교 분위기는 이미 이런 분위기 가운데 충분한 좌절을 맛보고 오히려 그 속에 동화된 선배 교사들의 분위기로 형성되어 있고 이러한 분위기가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면 학교장의 압력 외에도 동료 교사들의 눈치(야 너만 튀면 나는 어떡하라고! 그냥 우리 같니 보조를 맞추자)를 보아야 하고, 학교의 불합리한 관행에 도전하려면 ‘너 하나 때문에 일이 안돼’ 아니면 ‘너만 잘났냐’는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벽에 몇 번 부딪히고 나면 웬만큼 강단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자신의 교육적 열정과 소신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자기만의 교육적 열정과 소신을 주장하지 않고 전체적인 학교의 분위기에 맞추는 것이 가장 쉽게 교직 생활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것에 굴복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관성에 젖게 되고 나중에는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4) 교사를 주변인으로 만드는 의사 결정 구조와 학교장 임용제도의 문제
지금껏 학교는 철저하게 교장 중심의 구조였다. 물론 교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교육청이나 상급 관청의 지시와 통제를 받긴 하지만 최소한 교육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교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는 철저하게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장의 명을 받아 그 명의 한계 내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교사에게 아무리 좋은 의견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학교 운영에 반응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들이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나 학교 교육에 대한 애정을 갖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교장 중심의 학교 운영 구조 속에서는 교장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실제로 교장의 인품이 좋고 민주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학교가 활성화되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가 교장의 전횡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교육이 부실화되며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교육 본질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방식의 점수따기 식의 교장승진 제도 하에서는 인품과 전문성,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헌신성을 가진 교사가 교장이 되기 힘들었다. 오히려 아이들보다는 윗사람을 바라보고 점수따기에 능한 사람이 교장이 될 확률이 많았고 이 과정에서 각종 부조리가 개입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 내에서 교장의 권위를 잘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냉소하는 분위기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정치와 사회 전반이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일 때는 교사들이 교장을 존경하고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그 힘 앞에 겉으로는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고, 교직 사회 내에서도 교원노조의 힘이 강해지면서 교장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장의 권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교장의 독단과 부도덕성에 대해 항의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이것이 지나치다 보니 교장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지시나 집행일지라도 이것이 교사들에게 피곤하고 힘든 것으로 나타나면 거부하고 순종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교직 사회의 무질서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학교가 극단적인 교사이기주의 모습에 빠지는 형태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교장 중심의 학교 운영의 또 다른 폐해는 교사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 운영 가운데 참여할 영역이 주어지지 않고 위에서 시키는 것을 따르기만 하면 되다 보니, 이제 많은 교사들이 여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이전에 비해 학교의 분위기가 많이 민주화되고, 학교운영위원회라는 큰 틀 속에서 교사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상당히 많은 참여의 공간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여기에 참여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다. 어떤 경우는 교장은 학교 민주화와 학교의 자율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형태의 도입 등 의욕이 있으나 교사들이 그렇게 하면 힘드니까 이러한 것을 방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Ⅳ. 교직문화 침체의 원인 2 :
교단 갈등의 문제
1. 역사적 고찰
앞에서 지적했던 교단갈등이 지금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역사적 원인이 있었다.
첫째, 우리 교육계를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권위주의와 비민주적 전통이다. 물론 이 문제는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고, 전반적인 사회의 권위주의 청산과 민주화에 맞물려 변화되어오긴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은 아직 제도화 수준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관행이 아직까지 학교 현장에 많이 남아 있어 지금도 여전히 교단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1989년 전교조 결성과정과 이후 투쟁 과정에서의 깊은 상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1988년 전교협, 1989년 전교조가 출범했을 때 정부와 교육계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해직하기까지 힘으로 누르려고 했고, 이에 대해 전교조도 극렬히 대응했다. 이러한 과정은 상부 단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모든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교조 가입 교사를 탈퇴시키려는 학교 측의 갖은 압박과 회유가 있었고, 이에 항의하고 대응하는 전교조 교사들도 극단적으로 저항을 했다. 이러한 과정은 전교조가 합법화되기까지 단위 학교 내에서 여러 관행이나 비리, 정책 집행 등을 놓고 끊임없는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전교조 소속교사든 혹 전교조 반대 교사든 서로 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처는 전교조가 합법화된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어서 전교조에 대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교사나 교장들이 있는가 하면, 정부나 학교장에 대해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반응하는 교사들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장임용 제도의 변화나 학교의 의사결정구조의 변화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우리 교육계의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교조의 영향력 확대와 교총 무시에 대한 교총의 위기감과 반발감도 중요한 요소로 들 수 있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와 함께 교육계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조직원 확대를 통해 불과 1~2년 만에 10만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교총은 외형적으로는 지금도 전교조보다 더 많은 회원을 거느리고는 있지만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도 면에서 전교조보다 약하기 때문에 위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정부와의 교섭, 성과급, 7차교육과정, NEIS 등 교육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을 강화하면서 비교적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견지해 온 교총과의 사이에서 갈등이 예고되기는 했다. 전교조는 교육정책 관련 대정부 투쟁이나 기타 교육계의 여러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오직 정부만을 상대했지, 교총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나름대로 그 정책에 대해 문제점은 지적하고 고치기를 원했지만 기본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던 교총으로서는, 전교조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한 결과로 정부의 일부 정책이 뒤바뀌는 것을 몇 번 경험하면서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받은 듯 했다. 특히 학교장들의 대부분이 교총의 핵심회원들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학교에서는 정부 정책을 관철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전교조 투쟁의 결과 정부 정책이 상당 부분 수정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전교조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것이 NEIS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 구조적 고찰
1) 권력구조를 둘러싼 갈등 : 끝나지 않을 싸움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교단 갈등의 중심에는 ‘학교 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즉 지금까지 수십년간 이어져 내려온 교장 중심의 수직적 권력 구조에 대해 전교조가 평교사 중심의 수평적 권력구조로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그 권력구조의 변화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 편성 권한과 관련하여 정부가 갖고 있는 리더십 중 상당한 부분을 교사들에게 이양을 요구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전교조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학교의 모습을 보면 교장 중심의 권력 구조가 내용적으로 많이 와해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교사들이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지도 않은 혼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중요한 교육정책들도 전교조의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갈등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것이 현재 교육계의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교장 임용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이다. 전교조의 경우 교장 임용 방식을 ‘교장선출보직제’로 바꿔 이러한 학교 내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교장회나 교총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기에 학교 내 의사결정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학교장의 새로운 권위를 세워가는 방식은 현재의 교단 갈등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매우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은 당분간 극심한 교단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교조의 주장대로 교장 임용 방식이 ‘선출보직제’로 바뀐다 하더라도 최소한 교단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갈등 과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결정권 중 정부가 가지고 있는 상당 부분을 단위 학교나 교사들에게 넘기는 부분은, 이렇게 학교나 교사가 넘겨받은 결정권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묻고, 견제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정부와 전교조 사이의 갈등이나 대립도 충분히 예견되는 바이다.
2) 갈등 당사자들의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의 의사소통과 신뢰의 문제
현재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단 갈등의 핵심적인 부분은 학교 권력 구조의 재편이나 민주적인 의사결정 등과 같은 내용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지만 또 다른 많은 부분은 이러한 갈등을 풀어 가는 교육 주체들 간의 쌓인 감정이나 불신, 서로를 향한 무례한 태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구태의연한 태도 등과 관련이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초기 전교조 출범 과정에서 정부에서 해직이라는 무서운 칼을 휘두르고, 교장단과 교총에서 이를 지지하며 전교조를 탄압하는 가운데, 전교조도 극단적인 무례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너무 심한 감정적인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가 지금까지 나타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수의 학교장들은 전교조를 감정적으로 싫어하고 합법화된 전교조의 합법적인 위치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교조를 정당한 학교 발전의 파트너로 인정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전교조 교사를 부장 교사로 임명하지 않는 등 학교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려고 함으로 인해 오히려 갈등을 만들고 있으며, 전교조의 경우에도 교장이나 교총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점은 일부 수도권 지역 공립 중․고등학교의 문제이다. 일부 교사들 가운데는 비합법 시절 탄압받던 시대의 투쟁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교사의 의무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또한 문제가 있을 때 공식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통하지 않고 바로 학교장과의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수하여 일반 교사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경우를 볼 수 있고, 충분히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있는 문제마저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학교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풀 수 있는 문제도 성급하게 학교 바깥으로 끌고 나가 불필요하게 문제를 확대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문제 해결 방식은 서로에게 증오심을 안겨주고 상호 신뢰의 기초를 허물어,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풀 수 없게 만들거나, 혹은 문제 하나는 처리했을지 모르나 전체 지형에서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잃는 우를 범하게 만든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일들이 교육계 주변부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교직사회에 확산될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3) 교원단체들의 상호 배타적 자세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교단 갈등의 구조와 관련하여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점은 교총과 전교조라는 양 교원단체가 교육문제를 풀 때 전체 교사들이나 교육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단체의 성장이나 위상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며 문제를 풀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교단 갈등의 심각성은 양대 교원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고, 힘과 영향력의 우위 확보를 통해 상대방을 이기는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단 갈등의 문제만 하더라도 결국 양 단체간의 관계가 핵심적인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을 어느 단체도 한 일이 없다. 교직 사회 내부의 변화 혹은 회원들의 도덕성과 책무성 향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교사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혹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교육을 위해 함께 협력할 방안을 찾아 나서는 일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4) 중재자 역할을 할 건강한 시민사회 진영의 부재
교원단체들로 하여금, 교원단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전체 교육과 아이들의 관점에서 교육의 문제를 바라보고 교사들의 이익과는 다소 배치되더라도 전체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다면 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일, 그리고 갈등이 있을 때 정당한 언권을 가지고 교원 단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중재하는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경우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정부 자체가 갈등의 당사자일 때가 많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또한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주관적이며 도덕성을 상실한 단체의 주장과 요구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것은 도덕성과 균형감각과 전문적 식견을 갖춘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다.
시민사회는 도덕적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고 교직사회의 여러 주장에 중심을 잃지 않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아닌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이야기하여 국민들에게 무엇이 올바른 관점인지를 제시하여 그런 지지와 언권을 갖고 바른 주장을 할 수 있어야한다. 말하자면, 시민사회가 지금까지는 정부와 같은 권력기관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에 못지않게 직능 단체들의 직업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주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에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계 시민사회진영의 상황을 점검해 볼 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Ⅴ. 교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대안1 -
교사의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의 회복을 중심으로
1. 교직문화 활성화의 방향
지금까지 정부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도록 돕고, 또 그러한 분위기들을 이어서 학교 교육의 주체가 되어 학교 교육을 보다 활성화하는데 전력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일에 별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의 입장에서 학교는 스스로 교육을 잘 하기 위해 움직여야할 조직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를 따라서 시키는 것을 제 때 잘 해내며 정부의 시책을 그럴듯하게 드러내야 할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이의 중요성을 깨닫고 무언가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이미 교육부, 교육청, 교장(교감), 그리고 교장(교감) 승진만 바라보고 있는 교사 그룹이라는 거대한 관료적이고 행정중심적인 조직 체계에 막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교사들의 잡무를 경감시킨다 혹은 ‘새학교 문화 창조’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자율적인 교육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 마저도 공문 혹은 문서화된 보고 형태로 이루어지는 우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성과급의 경우 공정한 평가 체계 설정이라는 기초 없이 그냥 주어지면서 교사들의 반발과 나눠먹기라는 우스운 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그나마 교직문화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 적합하고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 있다면 교사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교과를 연구하는 교과 소모임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물론 이것도 완전히 의도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학교 내에서 혹은 범 학교 차원으로 교과 모임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를 통해 수업 개선의 효과를 어느 정도 나타냈었다. 이것이 2년 정도 시행되다가 사라졌는데 그 전말을 알 수는 없지만 이와 같은 방안이 정부가 교직문화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있다 해도 그 역할은 교직문화 활성화를 억누르는 요소들을 제거해주거나 활성화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실제로 교직문화 활성화를 위해 내용을 채우고 교사들을 견인해야 될 책임은 오히려 교원 단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우리 학교 내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억압이 너무 심했고, 교사들이 하나의 힘으로 세력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직문화의 영역에까지 정부의 책임을 탓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정당화가 되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학교 내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물론 아직도 이런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사의 의지만 있으면 이런 것을 바꿀 여지도 많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는 상당히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어떤 교장들은 교사들보다 더 앞선 의식으로 학교를 끌어가려 함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잘 참여하지 않거나 힘든 것을 하기 싫어함으로 인해 학교의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제 교원 단체의 힘이 교육계의 어느 주체에 못지않게 강력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교조만 하더라도 10만 조합원을 자랑하며, 성과급 투쟁, 7차교육과정 투쟁, NEIS 투쟁에서 보여주듯 이제 웬만한 교육정책도 잘못된 부분에 저항하고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교총의 경우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정부에 대해 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회원들에 대한 동원이나 장악력은 전교조에 비해 약하지만 언론이나 정부 상대의 상부의 정치 투쟁력은 전교조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교육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이제 교원 단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고 저지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우리 교육계의 잘못된 부분에 책임을 지고 고쳐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직문화 개선의 영역은 교원단체가 적극적으로 감당해야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 단체가 이 교직 문화 개선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한 학부모나 국민들의 요구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원단체는 정부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정부가 아무리 징계를 하겠다고 소리를 쳐도 교원 단체는 연가 투쟁을 진행하고, 실제로 이에 대해 어떠한 징계도 하지 못하는 것이 정부와 교원단체 간의 힘의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교원단체는 국민들과 학부모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교사이기주의에 빠지게 되고 이런 것이 지속될 때 국민들이나 학부모의 외면을 받을 것이고 이는 정부의 어떤 탄압보다 더 무서운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2. 정부의 역할
1) 학교를 행정 중심이 아닌 교육 중심으로 바꾸기
교사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학교의 중심이 아이들 교육이 아니라 보고와 감사, 외적으로 보이기 등의 부분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사들의 일상을 보면 급한 보고와 공문처리로 인해 수업이나 생활지도가 밀리는 경우가 많고, 정한 업무 시간 외에 학교에 남아서 일을 처리하는 부분도 보면 수업준비나 생활지도, 교육과정상 필요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것보다는 감사나 행정지도를 받기 위해 자료나 보고서를 준비하는 일, 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일 등이 많다. 이 외에도 학교의 사소한 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중심이 아이들이나 교육이 아니라 외적으로 보이고 보고하기 위한 것임이 드러날 때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이 흔들리는 것을 많이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교육보다는 행정 쪽에 자신의 중심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승진에 뜻을 두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이 성격에 맞게 학교의 체계는 물론이고 교육부나 교육청의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계나 교원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많은 논의가 되었듯이 교육부나 교육청에 대해 학교를 통제하고 간섭하는 역할이 아니라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데 필요한 지원과 아울러 부정이나 비리에 대한 감사 역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교육부와 광역단위 교육청만 두고 지역 교육청은 과감히 없애거나 학교지원센터로 개편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단위 학교에서도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생활지도,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과 직접 관련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만 맡기고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일체 없애거나 별도의 사람이 감당하게 해야 한다. 이를 기본적으로 학교에 부여되는 행정업무가 대폭 줄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불가피하게 필요한 행정적인 업무를 감당하게 하기 위해 현재 교감을 학교 규모에 따라 인원을 더 배정하여 행정 일을 전담하게 하는 방안이 좋으리라 본다.
이렇게 할 때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자신의 분명한 정체성을 갖게 되고 여기에 집중해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추구해갈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다루겠지만 이러한 분명한 자기 역할에 비추어 평가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 자신의 만족감은 물론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될 수 있다.
2) 학교 내 합리적이고 열린 의사 결정 구조 정착 및 교장 임용제도의 개선
학교 내에서 교사들을 교육의 주체로 세우고 그들의 사명감과 교육적 열정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을 학교 교육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즉 교사들이 아이들과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한 생각과 열정이 그대로 학교 교육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내 합리적이면서 교사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교사회의 법제화이다. 교사회가 법제화된다는 것은 교사들이 학교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를 열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교사회의 법제화는 동반자이자 또 견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학부모회 법제화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각 회의 대표들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교 전체 운영에 법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회가 법제화된다고 할 때 중요한 것은 교사회가 법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또 역할을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학생 지도와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된 영역에 대해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전체 학생 지도의 원칙과 관련된 학칙이나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 교육적인 행사 등이 교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내용이 되어야할 것이고, 이는 다시 학년회나 교과회 등의 소위원회 형태로 해당 분야의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어떤 부분은 교사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의견이 반영이 필요한 부분은 교사회 의결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교사회가 법제화되고, 여기에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생활 지도에 관한 상당한 결정권을 줄 경우 정말 교육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이러한 열정을 구체적인 학교 교육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을 끌어올리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닌 교사 편리주의로 의사결정을 해나갈 우려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교사에 대한 평가나 교사회에 대한 학부모회의 견제, 교장의 지도 등을 통해 풀어나가되 교사의 자발성을 높이는 이 부분은 조속히 시행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내 합리적이고 열린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다고 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 현 교장임용제도의 개선이다. 교장임용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재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교직문화개선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교장이 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과 교장 임용 과정에서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 어떻게 하면 교장이 민주적이지만 분명한 리더십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들이다. 이런 교장임용제도가 이런 요소들이 잘 반영될 수 있는 형식으로 바뀌면 학교와 교사들은 아이들 교육에 상당한 활력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공정한 평가 체계 만들기
교사들의 자발성과 교육에 대한 헌신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에게 부과된 행정 잡무의 짐을 덜어주고 교사들의 자율성을 높여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모두 교육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잘 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하도록 하는 조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학교 내에 교육에 대해 이미 의욕을 잃어버리고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나 교사로서 도무지 자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조치들은 이러한 부적격 교사들이 더욱 교육에 등한히 하고 아이들에게 피해를 미치는 행동을 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있는 짐을 벗겨주는 작업과 함께 열심히 하지 않는 교사들을 열심히 하도록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교사에 대한 평가가 있긴 하지만 교장 1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 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고, 또 평가의 목적도 교장(교감) 승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승진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교사들의 삶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학생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린 교사들 가운데는 행정적인 일이나 교장 승진 점수 따는 일에 열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고, 또 부적격 교사들 가운데는 학교나 교장의 약점을 잡는데 빠른 사람들이 많아 현재의 체계 내에서는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어버린 교사를 다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극할 수 있는 조치나, 학생들에게 피해를 미치는 부적격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기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활동 자체 대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과 교육에 대해 흥미를 잃은 교사들에게 자극을 주고, 부적격 교사를 걸러낼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반드시 교육에 열심을 잃어버렸거나 아이들에게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적격 교사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교육에 대해 열심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도 지금의 평가 체계 속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쉬 지쳐한다. 그리고 본인은 승진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는 교사라 하더라도 자기 주변에서 전혀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지 못한 교사들이 오직 승진 점수 따기에만 몰두하여 교장이 되는 것을 보면서 힘들어하고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육활동에 열심히 임하는 교사들에게 어떤 식이든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평가 체계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학교 내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교장 1인에 의한 평가로는 불가능하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교장 등 다양한 교육의 주체들이 모두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각 교육의 주체들은 교사의 모든 면을 다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에게 해당되는 부분만 평가해야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밀한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교사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의 열심과 에너지를 자극하고 안주해지지 않도록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교사들이 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갖고 있다. 많은 교사들이 교사의 가르치는 일은 물건을 만들거나 파는 일과 달라서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고, 그 성과도 단기간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이든 평가는 도입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물론 교사에 대한 평가가 계량화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한 일리가 있다. 그리고 어떠한 평가 척도를 만들더라도 완벽한 평가 척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제대로 된 평가 제도가 없기 때문에 교육계가 안고 있는 무사안일성이나 부적격교사의 문제, 열심히 하는 교사의 좌절 등의 문제를 생각할 때 교사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평가 척도와 방법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지 평가의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특히 지금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평가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교사에 대한 국민들(학부모와 학생)의 불신이 그 어느 시대보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평가 제도의 도입은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제거하고 교사 스스로가 당당하게 국민들 앞에 설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열심히 하는 교사들의 제도적 관행적 걸림돌 제거해 주기 : 교육분쟁유권해석집 등
앞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학교 내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다가 교장 선생님의 안전우려와 타 학교 눈치 보기, 규정에 대한 엄격한 적용, 동료교사들의 눈치, 관행이라는 벽 등에 부딪혀 좌절한 경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좌절들은 작은 경험이지만 우리 교육계 전체를 보면 매우 큰 손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열심 있는 교사들이 소신껏 교육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작업만 잘 해 주어도 전체적인 교직문화는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이러한 걸림돌 제거에 있어서 제일 절실한 것은 교육청 단위로 “교육법 유권해석 위원회”를 두어 교육법의 적용 문제로 학교장과 교사들 간에 있는 충돌에 대해 즉각적인 응답을 해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상황에서는 교사들이 자신이 원하는 교육 활동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교장 선생님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교육법이나 교육부의 지침에 근거해 항의를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교장이 전체 학교 교육에 책임을 지고 교사를 지도할 수 있다는 근거에 의거하여 그 활동을 막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일부 교사들은 교육청에 교육법의 유권 해석을 의뢰하지만 교육청은 교육부에 미루거나 애매한 답변을 통해 즉답을 피하고 이는 교사들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 산하에 공신력있는 전문가들로 “교육법 유권해석 위원회”를 구성해 교사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소신껏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해석을 해준다면 현재의 보수적이고 타성에 젖은 학교 사회를 깨우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유권해석집은 연말에 책자로 만들어 각급 학교로 배포해 주는 것이다. 사실 학교 단위에서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부딪히는 문제들의 유형은 비슷하기 때문에 몇 년만 자료를 모으면 웬만한 문제는 다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로 인한 에너지 소모와 교사들의 의욕 쇠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교육활동 중 발생한 각종 사고에 대한 분명한 책임 소재와 보험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뜻있는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이고 학생중심적인 교육 활동을 할 때 교장 선생님들이 막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전’에 대한 부분이다. 교사가 이 ‘안전’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교장 선생님은 모든 학교 교육의 책임은 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자신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통해 막는다. 그러다 보니 어떤 교사들은 학교장의 결재 없이 일을 추진하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인 것은 교육 활동 가운데 일어나는 제반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 다 교장 선생님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고 원인에 따라 분산시켜서 교장 선생님들의 안전에 대한 지나친 염려가 창의적인 교육 활동을 막는 경우를 없애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앞에서와 같이 교장 선생님이 막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교직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교사 스스로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후에는 스스로 자신의 교육을 학교의 공식적인 틀 안에 거두고 학교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잘 하지 않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이러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에 대한 분명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 사고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가운데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일 경우 국가가 전적으로 보험에 대한 책임을 져 줌으로서 교사들로 하여금 좀 더 대담하게 새로운 교육활동을 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 주기를 교사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
5)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전략 : 교육실천 활동 공모제 등
위에서 제안한 교육법 유권해석집 발간처럼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장애물이 되는 관행과 제도를 정리’해 주는 것 뿐 아니라, 실천운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창의적인 교육실천활동(교사홈페이지를 통한 교사모임 운영, 학급문집, 야영 등)에 대한 콘테스트 등을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먼저 이것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다. 몇 사람에게만 상을 주면 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적지 않다. 적어도 교육부에서 학급문집 콘테스트를 열면, 일부 학교에서처럼 학교장 등이 이 활동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학급문집을 만드는 연말 시즌이 될 때, 이런 콘테스트를 알리는 포스터를 학교 교무실 게시판에 게시하면, 이것만큼 열심 있는 교사들에게 사기를 올려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학급문집 콘테스트 외에 ‘교사홈페이지’, ‘학교 홈페이지’등과 관련된 콘테스트가 가능하고, 야영의 경우 ‘학급야영을 위해 교육부가 제안하는 100대 코스’ 등을, 반별 소풍의 경우, ‘반별 소풍 우수사례집’ 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활동이 모든 교사들에게 강제적인 의무사항이 되면 곤란하다. 또한 학교 평가의 내용으로 반영해서도 곤란하다. 그것이 또 다른 짐이 되어 현장에서 왜곡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상금이 걸리거나 승진에 도움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우리 교육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것도 승진과 연결이 되면 최악으로 되는 현상을 한두 번 경험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저 학교 현장에서 열심있는 교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는 승진에도 도움도 안 되고 별 큰 돈도 안 되는 정도 수준의 지원이면 되겠다.
6) 교사 소모임 지원
① 학교 내 교사 소모임 지원 및 발굴 육성
교사들의 경험에 의하면 교사들의 사명감과 교육과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일깨우고,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교사 소모임 활동이라고 말한다. 초임 때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던 교사라 할지라도 학교에서 혼자서만 몸부림치던 교사들은 금방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아니면 자기 혼자만의 성에 빠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조금 부족한 교사라 할지라도 자신의 성향이나 관심을 따라 교사 소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교사들은 오히려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명감과 전문성을 획득해 가는 것을 흔히 본다.
교사 소모임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학교 내에 있는 교사들끼리 모일 수도 있고, 또 학교를 초월하여 모일 수도 있다. 전교조나 교총 같은 큰 교원 단체의 분회나 전문 모임 형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교과나 생활지도 등 주제를 따른 모임일 수도 있다. 현재도 이런 모임은 너무도 많이 있고, 어쩌면 이런 모임이야말로 그나마 우리 교직의 건강성을 유지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사실 교사들은 어떤 식이든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 이야기나 학교 이야기를 한다. 그러기 때문에 그것이 그냥 친목 목적으로 모인 술자리라 하더라도 교육에 유익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 친목 모임의 경우 교육적 영향력이 지속적이나 전문화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고, 여기에서 교사 소모임은 어떻게 하면 교육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 하에서 서로의 사명감을 일깨우고 전문성을 높이는 모임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사 소모임과 관련하여 이전처럼 탄압하는 분위기는 이제 없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장려하는 분위기는 필요하다. 이런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위 학교 내에서 교사 소모임 활동들이 학교를 변화시켜 나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들을 발굴하여 소개할 필요가 있고, 초학교적으로 모이는 전문적인 소모임에 대해서도 그 실태를 파악하고 그 건강성을 구분한 후 교사들에게 소개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런 모임에서 활동하는 일이 우리 교육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런 모임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나 연수에 대해 그 건강성이나 교육적인 의미를 점검한 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우리 사회 내에서 시민단체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듯이 교사 소모임들이 교육부나 교원단체들의 중앙이 하지 못하는 제3의 영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② 교육실천운동에 전념하는 모임 교사들을 위한 파견 교사제 도입
교사모임을 발굴, 지원해 주는 것과 아울러, 이 모임에 헌신하고 있는 중심 교사들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위의 교사모임 책임 교사들은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상근자와는 달리,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교사운동도 함께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학교와 운동, 가정생활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어렵게 되고 이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소모되어 지속적으로 교사운동을 이끌어가지 못하는 부작용이 많다. 이런 교사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파견교사제 혹은 안식년제 등을 적용하여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교사모임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원 연수 등을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교사모임을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것은 그런 자기 연수 못지않게 교육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이와 관련하여 교원단체의 규정 자체가 완비가 안 되고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런 제도를 적용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가 빠른 수순을 밟아서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3. 교원단체가 할 일
1) 회원 교육 및 관리 강화
교직문화개선을 위해 교원단체가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회원교육 및 관리를 강화하는 일이다. 현재 교직 사회 내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10만, 교총 회원이 20만이기 때문에 양 교원단체가 회원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만 엄격하게 해도 교직문화는 판이하게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양 교원 단체는 회원들의 질적 수준보다는 양적 성장에 집중했기 때문에 현재 교단 내에서 교원 단체 소속 교사와 일반 교사간의 차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전교조의 경우 비합법 시절에는 만 명을 겨우 넘긴 회원을 보여하고 있었지만 학교와 우리 교육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컸다. 그들은 적은 수를 가지고도 학교의 민주화와 비리 척결에 앞장섰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반 교사들 가운데 전교조 교사는 정의로운 교사였고, 학생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교사였다. 물론 이런 원칙들이 때로 너무 과도하여 학교 내에서 갈등이 있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전교조 교사들은 그들 나름의 분명한 색깔을 소유했고, 그렇기 때문에 도덕성을 보유했고, 그것이 영향력이 되었다.
하지만 합법화 이후 몇 년 사이에 조합원 확대에 집중하여 지금은 10만 조합원을 보유했지만 도덕적인 선명성 면에서 영향력은 많이 감소했다. 물론 아직까지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서 학교와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정의롭고 사랑이 많은 교사들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전체 색깔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전교조 분회만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교육을 잘 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상부에서 내려온 투쟁 지침들을 전달하거나 조합원 내부의 친목 형태로 모일 뿐이다. 전교조 회원으로서의 정체성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교사로서의 특징에 의해서가 아니라 연가투쟁과 같은 투쟁을 통해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총의 경우는 처음부터 회원들의 소속감 없이 시작되어서 일부 정치적인 관심을 가진 교사들만 드러날 뿐 학교에서 교총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교원단체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은 회원들에게 요구하는 아주 수준 높은 지침을 정하고 그 지침에 따른 교육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지침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대로 행하지 않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탈퇴를 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침이라는 것은 상부의 명령에 따른 투쟁에 참여하는 식의 내용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교사로서의 사명감, 학교에서 교사로서 아이들과 동료교사들에 대한 태도, 수업과 생활지도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 등의 내용이어야 한다. 이런 것이 약간 종교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정체성이 없으면 교원 단체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정치적인 영향력은 이러한 도덕적이고 국민들의 정서에서 나오는 지지를 얻지 못하는 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 교사 실천 운동 전개
개별 회원들에 대한 교육과 동시에 교원단체가 해야 할 일은 운동 차원에서 교사 실천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다음 ‘교단갈등’ 문제 해결책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겠다.
3) 교사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교직에 필요한 정책에 대한 내부의 공론화
교원단체가 회원교육과 실천운동을 통해 자기 혁신을 한다고 할 때 우리 교직문화는 상당히 새롭게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사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학부모단체들이 요구하는 부적격 교사의 문제나 교사 평가의 문제는 남아 있다. 지금 부적격 교사 문제나 교사 평가의 문제는 학부모 단체나 사회에서 요구하고 있고 교원단체는 여기에 대해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 교원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부 회원들 사이에 이를 공론화하고 적절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서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교원 단체가 이런 문제를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교사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계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교원 단체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이를 교사들 내부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문제들이 갈등없이 합리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이 문제 뿐 아니라 교원 단체가 추진하는 많은 교육 정책 대안들이 교사들에 대한 인기주의나 교사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지금 교원 단체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보면 여러 말로 포장되었지만 교사들을 편하게 하는 일에 국한되어 있다.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우리 교육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그것이 교원단체 정책의 어젠더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4) 교육 전체를 품는 리더십 있는 교사 양성
시대의 흐름과 함께 교직 사회도 점차 개인주의화되고 교사들의 관심도 자기 수업이나 생활지도 영역에 제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시대의 아픔이나 교직사회의 비민주성이 학교 전체를 놓고 고민하는 교사들을 많이 길러냈다면 이제는 시대와 문화의 변화와 함께 이러한 교사들이 자연적으로는 잘 배출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교육계가 아무리 민주적으로 변화하고 학교가 교육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해도 그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교원 단체가 나서서 자기 문제 뿐 아니라 학교 전체를 품을 수 있고, 우리 교육 전체를 품을 수 있는 리더십 있는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교원 단체 내부를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교육 전체를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학교의 상황을 보면 공식적인 힘을 가진 교장의 역할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교사들의 교육적 모범이 되면서 교원들의 인화 단결, 학교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 제시 등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교원단체는 공식적인 힘을 가진 교장 문제 뿐 아니라 이러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리더십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리더십을 배양하는 작업을 정부와는 별도로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4. 사회의 역할
1) 교사 권위의 기초에 대한 사회적 동의 형성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학교 가운데 전통적인 교사 권위의 기초가 무너진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새로운 권위의 기초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 새로운 기초를 세우는 작업은 우선적으로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이 이전의 무너진 권위의 향수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변화된 아이들에게 맞는 적응과 그들을 더욱 사랑하고 끌어안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사의 권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교사 권위의 기초는 교사들에 의해서만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과 권위의 문제는 단지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학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2) 교사와 학교에 대한 존중 분위기
기본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어 있는 상황이라 교육문제가 국민의 과도한 초점이 되기 때문에 교육이 언론의 중심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사와 관련된 문제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해 교사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직에 대한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를 아이들이 함께 접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교사에 대한 신뢰 실추 문제도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국 교사 스스로 교단을 정화시켜 이러한 문제 소지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최소한 교사나 학교의 문제가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Ⅵ. 교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대안2 -
교단갈등의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1. 지금까지의 교단갈등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
교단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하기 전에 두 가지 정도 예상되는 반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먼저 갈등이 다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지금까지의 교단갈등이 우리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 것인가, 긍정적인 영향은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의 교단 갈등은 학교 민주화를 앞당기고 불의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갈등 당사자간의 힘의 불균형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갈등의 형태나 양상이 조금 지나치더라도 이러한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거나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갈등 당사자 간의 힘의 균형이 많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균형은 갈등에 대한 합리적인 타결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갈등상태에 대한 힘의 대립을 지속하게 함으로 인해 전체적인 교육력을 소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가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문제는 모든 갈등을 한꺼번에 나쁘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학교 내 많은 갈등은 이해관계의 대립이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인 측면이 많이 있었는데, 이를 단지 교육관이나 가치 갈등의 문제로 치부하고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공정치 못한 것이라는 반론이다. 이 문제는 개별 사안별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이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과 악의 싸움이라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동의가 있는 갈등 사안이 많았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회적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은 사안들이 사회적인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단체 내부의 정당성만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그 의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기에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혹 갈등에 있어서 선악의 문제는 갈등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앞으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요소이겠지만, 최소한 최근 몇 년 동안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 교직사회의 연대의식과 공동체성을 지키며 문제를 풀 것인가, 포기하고 풀 것인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교육계의 교단 갈등 문제는 매우 풀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먼저 우리 교육계의 교단 갈등은 다른 노사문제와 같이 임금이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적 신념이나 가치의 문제로 인한 갈등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여기에 자기 이익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하더라도 이것이 가치나 명분의 싸움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내기가 더욱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 교단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은 현재 교단 갈등이 교사 집단과 정부와의 싸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 집단 내부의 갈등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교사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동질성이 매우 강한 집단이었다. 물론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많고,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의 교사라는 공동체성이 형성되어 있었고, 이는 나름대로 우리 교육계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런데 각 교원 단체가 회원들에게 이러한 교사로서의 공통된 정체성보다는 교원 단체 회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이에 바탕을 둔 갈등을 겪으면서 교사로서의 공통된 정체성이 상당히 훼손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 교육 전체를 위해서도 교원 단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교원 단체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교육계 위에 터를 잡고 있고 전체 교육계를 붙들고 나가야할 책임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하여 교원단체들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고려하더라도, 국민들은 교원단체들의 갈등과 싸움을 보고, “아, 전교조가 맞고 교총은 틀리구나, 교총이 합리적인데 전교조는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직사회를 싸잡아 비난한다는 것이다. 그런 교직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은 평상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내야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이슈가 생길 때 교직사회를 발목잡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특별히 교원단체는 이 시점에서 교육계의 제반 문제를 풀어갈 때, 교사 집단으로서의 공통된 정체성을 포기하고 풀어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이 가치를 중시하면서 풀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만약 교원단체들이 전체 교사들의 연대와 공동체성을 고려하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경우에는 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경우 정부는 교사 집단 전체의 공동체성에 바탕을 둔 교원 정책이 아닌, 교사들 개개인을 직접 상대하여 교육력 향상을 꾀하는 제도(가령, 성과급 제도 등)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교원 단체들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교사들이 전체 교사 집단으로서 공통된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이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것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한다. 당연히 교원 단체 상호간 서로를 현실적인 실체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역사적으로 감정적 앙금이 있다하더라도 전체 교육을 위해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교원 단체에 대해 많은 부분 불신하더라도 일부에 있어서는 선의적인 부분도 있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협력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과 전교조와 교총 사이에 별 교류도 없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서로 대립각만 세워갈 때 결국 그 피해는 학교와 아이들,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그것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각 교원 단체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서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3. 교원 단체 간 공동의 교육 실천 운동을 통해 신뢰를 제고해야한다.
교원단체들이 교사들의 연대의식과 공동체성을 촉진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운동을 꼽으라면, ‘교원단체가 함께 하는 교육 실천 운동’이다. 이것은 교원 단체가 실제로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본질적으로 이견 없이 동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하기가 쉬운 일이다.
교육 실천 운동은 앞에서 각 교원 단체가 힘써야할 일로 제시했지만 사실 학교 현장에서 개별 교사 단체가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교사들이 모여 있는 학교 현장 가운데서 교육 실천 운동은 교사들 내부에서 ‘너만 잘났냐?’는 식의 비아냥을 듣기 쉽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는 교사들도 힘을 얻기 힘들고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교원 단체가 연합하여 이 일을 추진할 경우 이 실천에 모든 교사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위축됨 없이 실천할 수 있고, 교직 사회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은 교원 단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협력해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실 교육 정책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모든 면에서 전교조와 교총이 주장하는 내용이 다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각 단체의 교육 정책을 자세히 보면 완전히 일치하거나 비슷한 면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두 단체가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해 나갈 때 우리 교육계 전체가 유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당장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한다.
1) 교원단체 공동선언
만약 교원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공동실천선언을 만들어 낸다면 학교현장에서의 참여와 화합의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