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그래 이사람아
그리 펑펑펑 울어대면
속이라도 좀 시원하겠네
옆에서 보아도 시원하이
우리
다음 언제 서러운 날
다시 만나
펑펑펑 울어보세
어히, 저사람
좀 쨀쨀대지 말고
7월
바람이 뜨겁네
2-301
옆집아줌마
옆집 아줌마
그 옆집 아줌마 붙잡고
사이비어쩌고 하는데
내 얘기하는줄 알고
귀 쫑끗 세우고 스쳐가는데
갑자기 얘길 멈추네
참 내
내 사이비 시인인거 어찌 아나
내 흉내시인인거 벌써 한바퀴 돌았나
에이참, 인젠 반바지입고 못나가겠네
시인님들께 누 끼치지 않으려면
2-302
푸념아닌 당부말씀
119는
불만 끄는 줄 알았지요?
그래서 비오면 빈둥빈둥 논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도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구급대는
구조대는
119가 아닌 줄 알았지요?
그런 줄만 알았었는데
이따끔 불도 끕니다
물에 빠진 사람도 구조하고요
구급차는
거의 밤 새도록 이오이오 다닙니다
아이구, 어디 놀러 다니나요?
놀러라도 매일 밤 새우며 다니노라면
힘 좀 쓰입니다
대부분 아프시겠지만
간혹 취객도 있습니다
더한 건
심심하신 분들
그런 분도 있습니다
요즘 새로 위치추적
그거 많습니다
기지국 하나를 반경으로
뺑 둘러 1km이내인데
그 안에
나 여기 있수하시는 분
한 분도 안계십니다
119
가만히 놀고만 있어도
그 긴장감으로
10년은 감수된답니다
뭐 알아달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뭔가 보상해 달라는 건 더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면
또 수고하러 가는데
길이나 좀 비켜 주자고
옆으로 조금만 양보해 주십시오
아파트 단지
그 많은 아이들이
열열히 반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 납니다
119
열심히 하겠습니다
몇몇 분들께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303
님은 나 아님
나라면 그리는 못했을 터요
가라고 가라고 등 떠밀어도
횅 가지 못했을 터요 나라면
야멸차게 눈물 쏙 빠지도록
못난 미련 싹뚝 자르듯이
잊으라 할수 없지요 나는
울고 울고 울고 웁니다
서럽고 한참후 다시 서러워
님이 나 아니듯 나도 님 아니라
님은 나 아님을 분명 압니다
그러나 다만 그렇더라도
나는 아직 님 그리고 그립니다
2-304
열대야
낮부터 더운바람 밤까지 불어온다
온 몸에 땀냄새로 불쾌함 가득한데
선풍기 바람으로는 이밤이 너무 길다
그 옛날 마당앞에 모깃불 피워 놓고
들마루에 둘러앉아 옥수수 나눠먹고
웃동네 엄초시네 딸 시집간 얘기 긴데
나이찬 누이는 들마루 귀퉁이에
제 고무신 코만보고 얼굴을 붉히는데
철없는 막내동생이 ‘누야는 언제가나’
동네에 나가보니 나이드신 어른들은
자리를 깔고앉아 수박을 드시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옛정취는 없구나
2-305
퇴비 증산
방학 끝날 무렵
중간소집일
‘얘들아 기필코 우리반이 1등 해야한다’
선생님 말씀이 아니라도
퇴비증산은 자신있다
똥칠인 소꼴
남보다 두배는 더 짊어질수 있으니
부지런키야 온 학교가 다 알지
개학이 되고
한단 한단 올려져
강강수월래 볏단처럼 높이 높이
‘똥칠아 잘 받아’
‘으, 던져’
예상대로 똥칠이네 1반은
퇴비산이 한결 우뚝하다
드디어 내일은 검사하는 날
해가 뉘엇 다들 집에 가는데
똥칠이만 퇴비산 보며
‘안될낀데, 안될낀데....’
시간 흘러
별들이 슬그머니 등밀며 집에가라 재촉하고
아직도 마음 속은
‘안될낀데, 안될낀데....
그래도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
‘올해 퇴비증산 1등은
6학년 3반
반장 앞으로’
3반 반장 승규 씩씩하게 단상에 오르고
불길한 예감은 왜이리 딱딱 드러맞는지
나 자신을 믿지못한 내가 밉다
얍삽이 승규라면 틀림없었는데
2-306
청정심
눈 감고 두손모아 기도를 드리니
오만가지 번뇌가 웃기지 말라하네
청정한 마음 갖기가 무엇보다 어렵구나
어허야 성화로다 내가 찾는 청정심
하루만 이틀만에 이뤄질 일이런가
앞으로 평생을 들여 청정심 이루리라
고운 맘 고운 말로 좋은 행실 이루고
밝고 맑은 낯빛으로 사람을 대하며는
언젠가 못난 얼굴에 청정심 흐르리라
2-307
煩惱
뭐 있나
술 한 잔 하고프면
친구야
나 번뇌로 괴롭다
하면 돼지
세상사
돌고 돌고 또 돌고
그리 돌다보면
원숭이 머리통만한 걸로
잘 구워지지 않겠나
번뇌야
너 싫다
저 민들레 홀씨의 가벼움으로
한 세상 떠 다니고 싶다
느티나무 그늘아래
그 솔바람이고 싶다
다만
2-308
왜그랬니
그림같던
느린 말씨의 그 애
저그 어메 회초리에
등짝 퍼런 줄이
두드러기처럼 번져올라도
머금은 눈물 떨어질라
입술 피나게 깨물던
‘이년 소심줄 같은 년’
그림같던
느린 말씨의
황소고집이던
그 애
그 애
술탁보 신랑에게
맞다맞다
어느 날
하얀 저고리
곱게도 입고
그 애
지금도 안타까워
왜 그랬니
2-309
밤조차
밤조차
없었다면
난 어디로
숨어들어 갔을까
달의 푸념
외로운 사람이
한 잔 술 부으며
동의에 재청까지
일사천리로
회의를 주관하던 나는
이미 활짝핀 꽃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2만원을 구겨
쑤셔 넣었다
밤조차
퇴행성 관절염에겐
조소를 흘리고
달의 몰락이 다시
팡빠레를 울린다
2-310
사노라면
가지많은 나무 아니어도
바람 잘 날 별 없고
또 강풍에 몸 맡기어야 한다
부는대로
그저
맞바람 피해
떠밀리자니
40대 후반
세상이치 좀 안다싶은데
결국 최종선택은
두손 불나게 부빈다
2-311
도전 도선사
킬킬킬
700에도 좀 돌 것 같은데
6000이면
완전히 안 돌았나
도선사
스님
독경소리
은은한데
그 놈의 늑대
아우우우우
울부짖음에
목탁소리보다
더 성가시겠다
에헤
제일 중요한 건
그 소리가 그 소리
피카소의 그림을 처음보곤
아니 아니 매번 봐도
밀레의 만종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어
난 아예 그림은 모르는구나
그렇게 단정했어
난 그림은 모르는 사람이야
김소월의 시를 좋아하다가
이상의 오감도를 읽곤
흥미롭긴 했지만
모르는 게 훨씬 낫더이다
그냥 아무것도 몰랐던 게
더 나았을 겁니다
2-312
人生無常
인생무상 알기엔 아직은 어리다
어리석음 때문에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온몸 휘감는 허무를 어쩔고
사는 것도 쉽지 않고 죽는 건 더하다
이렇게 미련떨며 살다가도 한번쯤은
통쾌한 웃음 웃으며 묵은 한 풀고 싶고
아서라 미련둥아 인생무상 무엇인고
바쁘고 열심이면 제까짓 것 허무라
약해진 마음 때문에 패배자가 되노라
일어서 걷고 뛰라 허무가 뛰쫓는다
잠시잠깐 허무한 맘 뒷발로 걷어차자
다잡은 사나이 웅심 멋진 인생 만들자
2-313
사랑합니다
집 전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이놈의 나쁜 것들
항의하려고
어디에 해야되나
114에
전화 번호 좀 물으렸더니
‘사랑합니다 고객님’
옹야
년전에 세상 버린
할멈 말고
누가 나한테
이 쪼글박텡이 영감한테
그말만 듣고도
가슴이 떨려
고마 전화 놓았네
2-314
날 더우니
날 참 무덥다 무더우니 몸도 무겁고
한 줄기 비라도 죽죽 내렸으면
부채질에 이는 더운 바람 짜증이 더 인다
저 놈의 매미새끼 온 마당을 다 차지하고
아내가 내 온 상추쌈 푸지긴 한데
입맛이 안도니 그 푸진 쌈이 그림의 떡
멀리서 찾아온 친구놈 대접한다 바둑 두는데
언제 저리 늘었는고 내리 두판 만방인데
저놈 한판도 안지려 바둥대니 그만 시들하다
그래도 서방이라 입맛 없다하니
수박 썰어 화채라 내어 왔는데
이놈의 수박은 호박인가 어찌 단맛 하나 없누
날 더우니 봉당에 헐떡이는 개새끼
참 불쌍타 여름내내 주인 눈치보느라
그 용맹턴 꼬랑지 제 똥꼬 파먹는다
훅훅하는 무더위 그래도 참는 것은
이 볕받아 출렁이는 저 들판에 곡식 채소
그들 생각하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
무덥도록 뜨러웁게 여름이 익어간다
땀흐르고 기운없고 짜증이 일다가도
그렇다 이 여름 이 더위가 축복이라 생각하면
2-315
개코
“나와
난로에 쫀드기 구워 먹은 놈
누구야 빨리 안나와”
‘아이 참 또 걸렸네
개코 선생님’
‘요놈 자슥들
냄새가 등천을 하는구만
창문 열어둔다고
베인 냄새가 쉬이 없어지나’
‘선생님은 참 용타
창문 열고
책으로 부채질까지 했는데
어찌 그리 아시나’
그랬는데
아들놈이
담배냄새에 쩔어와서는
거짓말을 한다
친구집에서 공부하다 왔다고
‘요놈 pc방 냄새에 쩔어있다 너’
2-316
역사책을 읽으니
우리 민족
정말 대단한 민족이여
정말이여
어느 왕조고
어느 나라고
피비린내 나는
반란없고
형제간 인척간
골육상쟁없는 적이 없어
붕당들은 붕당들대로
모함하고 죽이고
구족을 멸하고
씨를 말리고
또 외침은 좀 적은가
그런 와중에
대한민국
세계에 우뚝
참 대단한 민족
자부심으로
절로 고개가 빳빳해진다
외롭고 쓸쓸하고
패배주의가 온 몸을 휘감을때
역사책 한번 읽으면
좀 낫지 않을까
처절하도록 더러운 역사
그보단 좀 나은 형편 아닐까
2-317
우연
맞구나 필연보다 더 흔한 우연으로
살아지고 살아왔다 한 세월을
그 찰나가 억겁의 세월이 마련한
숙명같은 우연이었음을 오늘
긴 세월 흐른 뒤에 그나마 깨달음은
다가올 세월 한 눈에 알아 보고자
2-318
시민운동장에서Ⅰ
거꾸로
도는 사람
싫다
그 잘난 얼굴
자주 보고 싶지 않은데
엇차
꼬여
부딪힐 뻔했다
눈알 슬핏 부라리는데
내 잘못
많지 않은 것 같아
저 놈
천하에 둘없는
양상군자라 해도
내게는
나쁜 놈이다
2-319
시민운동장에서Ⅱ
운동장 돌다
이런 이런
시상이 떠올라
맘 속에 그려본다
어쩔까
서서
휴대폰 메모장에
넣어둘까
중단없는 전진을 위하여
그냥 돌았다
뭔가 시상이 떠올랐었다
좋은 글감이었는데
그것만 기억된다
아프다
2-320
딸에게
아내에게
남자가 생기는 게
딸에게
생기는 거보단 백배 낫겠다
딸은
자랄수록
희얀하게 제 어미를 닮아
내 속을 뒤집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떤 놈에게 줄 맘 없다
딸이
내 입술부터
손길부터
눈길부터
마음까지
철저하게 거부하고
아내 때문에
몇 번 운거보다
더 맘 아프게
울린다
딸, 사랑해
2-321
복날
아따 고놈 참 떤다
저어기 호박밭
구덩에 숨어
오요요요요
한 양푼 그득 개밥으로
얼른 나온나
유혹해도
섭씨 36도 열대야
좀 가라앉지 않으면
나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아따 고놈
입맛 다셔지지만
너로 내 몸 보할 맘 없다
이 여름
좀 뜨거워도
잘 처먹고 잘 짖어라
복날엔
조놈 고삐에 묶어
뙤약볕아래
영신 냇가 산보나 가야겠다
좀 덥다
2-322
욕
야이 개 씨방구 새끼야
그 욕 듣고 싶다
이미 오래전
난 개 씨방구 새끼이므로
세월이 너무 흘러
그때도
그때도
또 그때도
욕된 날들
물리고 싶다
누가
치열하게
야이 개 씨방구 새끼야
밥은 처먹었냐
해주었으면
속은 좀 시원해지려나
2-323
잘못했다
사과하다
그만
또
이놈의
쓰잘데기 하나 없는
자존심
내가 뭘
뭘 그키 잘못했는데
왜 카는데
아직은
산 날보다
살 날 더 까마득한데
잘못했다
아니
잘 못했다
2-324
누구신지
무심히 걷는데
마주치는 순간
안녕하세요?
아, 예
누구더라
되 따라가
누구신지 물을 수도 없고
누구더라
누구더라
거리에서
노란 양산 쓰고
하늘거리는 원피스 입고
살랑살랑 걸어가다
생긋 웃으며 예쁘게 인사하던
처음 보는 여인
너무 반갑게 인사해
하루종일 누구더라
몇날 며칠
누구더라
야릇하게 그립다
2-325
蕩子
아세요 어머니 착하다고 우리 창식이
당신의 아들이 어여쁘단 그 아들이
임종도 못하고 보내드리고 말았습니다
돌아가신 뒤에야 눈물로 강 이루고
땅을 치고 가슴치며 후회한들 어쩔테며
흰쌀밥에 어육포혜가 무슨소용입니까
때때로 어머님 생각에 눈물 흘립니다
가슴 찢으며 깊은 후회 합니다
생전에 못한 효로 다시 참회합니다
돌아온 탕자로 어머님 그립니다
양지 쪽 볕든 곳에 모셨다면 덜할 것을
가슴 한쪽 모셔둔 부분 찢길 듯 아픕니다
2-326
비오시는 날 제게 오실래요
뭐 별일 없으시면
잠시 건너 오실래요
비오니
묵은 김치 송송 썰어
장떡같은 부침개라도 구울께요
막걸리 한 주전자
시원토록 재워 둘께요
뭐 일없어 오셨다며
멀뚱히 창밖 바라보시며
뜨끔뜨끔 술만 마셔도 돼요
원래 말씀은 없으시잖아요
그냥 캬 소리만 내셔도
이 자리 흐뭇해 하시는 거
금방 알지요
저도요
홀짝 홀짝
눈가 붉어지도록
같이 마실께요
비오시는 날
장대비 주룩 오시는 날
잠시 건너 오세요
너무 기다려져요
2-327
도전! 국민골든벨
걷돈다 걷돌린다 나만이 엇박이다
모두다 흥겨웁고 즐겁고 행복한데
남의옷 빌려입은 듯 이자리가 어색타
얼씨구 힘을내어 흉내를 내어본다
입가에 미소띠고 소리도 질러본다
그래니 어느틈엔지 용기가 찾아왔다
어쩌다 찾아온 행운 최선을 다하자
이런일 내인생에 언제라 또있으랴
첨이자 마지막으로 다시 없을 일이지
건국 60주년 특집 도전! 국민골든벨
촌사람 조명 번쩍 혼이 다 빠지는데
몸 떨려 마음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아차야 아깝구나 그만 틀려 버렸다
끝끝내 맴만돌다 생각나지 않았네
아깝고 원통하구나 지금보니 그거였네
결국에 젊은 사람 골든벨을 도전하네
내 아닌건 아깝지만 남녀노소 모여서
한바탕 소통한것이 더없는 보물이네
역사를 공부하며 절실히 느낀 점은
끊임없는 당쟁과 외침과 골육상쟁
이 모든 고난 이기고 우뚝선 민족인데
패배자들 자주하는 "우리민족은 안돼"
자조섞인 한탄은 이제는 버립시다
떳떳한 민족자부심 세계에 떨칩시다
수고하신 관계자님 참석자 여러분님
못드린 감사인사 이로 대신 합니다
여러분 하시는 일들 잘되시길 빕니다
8월 17일쯤 방영된다고 합니다.....
17세의 소녀와 73세의 할머니가 함께 도전한 국민골든벨
제겐 난생처음 행복한 기회였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저는 약 20명 정도 남았을때 틀렸습니다.
2-329
땅 넓다
이렇게 쨍쨍한데
폭우로
시간당 60mm
산이 무너지고
온통 물난리라니
다른 세상같고
한반도
중국 귀퉁이
그것도 반 쪼개
꼬랑지같은 이 작은 땅
그래도 제법 넓다
그긴 비 마이 와요?
2-330
어쩌시려우
인젠 날 어쩌시려우
타도록
뜨거운데
목덜미로
땀방울 솟는 소리 들리는데
나는 아직
허적허적 가고
어쩌려우
잡으려면
손만 내 미소
한 주박
시원한 물이라도 내어
있다 가소
잡으소
너무 뜨거워
타다 타다
주저앉고 싶소
나 좀
잡아 주소
2-331
독구
승규네
똥개 독구
무서운 놈
얍삽이 승규 닮아
태훈이네 진돗개를
쫄병으로 삼아
뎋고 노는
엄청시러번 놈
독구 독구 독구야
암만 다정시리해도
번쩍 송곳니 내세우며
크르릉거리는
주인 닮은 놈
그놈 만나면
주인 본 듯
썩은 미소라도 지어야
2-332
비가 옵니다
옛날비나 요새비나 비야 그냥 비지마는
옛날처럼 비오는게 시원하지 않습니다
그때엔 비를 맞아도 가슴이 시원했지요
남쪽하늘 검어지고 비바람 몰아치고
한바탕 시원하게 내려 퍼붓고 나면
구경중 제일로치는 물구경을 나갑니다
일제시대 시멘트 다리는 이미 잠겨있고
새로 놓인 다리위에서 구경하다 보면은
상류에 무너진 집채와 소돼지 내려옵니다
비 그친후 윗동네 누구는 폭우에 휩쓸리고
논과 밭과 가산까지 휩쓸려 떠내려가도
다시금 햇살 받으면 힘모아 되살립니다
2-333
도배하는
요런 요런
예의를 알까
하, 좋구나
얼씨구 좋아
참 좋아
이것도 좋네
그렇겠지
좋기도 하겠지
남들 안하는
도배질
후안무치로 단련되어
뚜꺼비같은
두터운 낯짝
세상 살다보면
남들 좀 배려하면서
다감하게 웃으며
나를 좀 낮출 일
좋니?
도배질
2-334
황소걸음
그래
한 세월
논 갈고 밭 갈다
용 쓰다
뉘엿뉘엿
소죽 끓는 냄새 그윽한
집으로 간다
어차피
내가 먹다먹다 남겨도
내가 먹을
푸져서 좋구나
옆구리 결리고
꼬뚜레걸린 코
좀 아프지만
어쩔테냐
저렇게
서산 노을 붉은데
안보고 어쩔테냐
무어어
좋다
한걸음 한걸음에
시름 하나씩
잊노라
너무 좋다
2-335
노래방 小考
웃기는 놈
그리 노래하다간
곧 심장 터지고
아니면
스피커라도 터지겠다
무슨 노래로
땀 삐질
더운 기운이 확확
무당 굿하는 줄 알겠다
신 내린 줄 알겠어
이젠 고마 좀 앉아서
맥주라도 한 잔 들이키라
칠갑산 굽이굽이 넘노라니
통사정을 한다
안됐다
짜슥들
노래란
그저 낮은 키로
부드럽게
간지럽게 넘기는 것이다
2-336
새 고무신
헤헤 헤헤
일찍 학교에 갑니다
헤헤 헤헤
웃으며 걷습니다
오늘은
폼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헤헤 헤헤
말표라
달리기를 해도
더 빨리 뛰어 질 것 같습니다
야들아 야들아
내 새 고무신
헤헤 헤헤
벗어 말그림 보여줍니다
새 고무신 신은 날
하루종일 입가에 미소
2-337
바보
바보
비온다고 왜 술을 먹어
바보
비오는데 왜 울어
우산도 없이
비에 젖어 걸으면
우는 거 모를 줄 아니
바보
2-338
惑은
사랑
그랬었지
잊힐리야 잊힐리야
차마 죽어도
그랬었지
그러나
몰염치하게도
나는
사랑이라 이름하고 싶었어
惑은
나만의
한 마당 꿈이었는지
2-339
방학숙제
‘야는 또 왜 여서 자노’
‘공부하다 자데’
엄마는 마뜩찮다
무던이
저녁밥까지 먹고
해 지면 제집 안가는 거 싫으시다
얼굴에 그려있다
근데
나는
좋다
볼그란 뺨
새근새근
덜 감긴 왼쪽눈도 좋다
그 뺨에
아주 잠깐
뽀하고
내가 더 놀랐다
깰까봐
깨우기 싫다
2-340
시는 전적으로 암호다
그저
내 못남
꿈
눈물
미련
한숨
분노
아주 조금씩
섞어
아무도 모르게
아무라도 알게
그런척
안그런척
암호
맞다
2-341
무제Ⅷ
언제인지
일찍 잠든 날
한밤중
다듬이 소리에 잠을 깨고
‘엄마 어디 가아?’
‘아니, 자라’
다시 잠들어
새로단 동정
너무 희고
하얀 소복입은
엄마가 저 고갯마루
하염없이 걸어 넘고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울다 깬 아침
햇살 눈부신데
다행히
된장국 냄새
‘엄마아’
‘응, 우리 아들 이불 좀 개지’
‘예에’
2-342
여름 싫어
아이 참
여름 싫어
똥칠이 오빠야랑
반뚜깨미 살다가
오빠야가
내 손 잡았는데
아이 참
뜨겁도록 뜻뜻해
너무 싫더라
여름 너무 싫어
2-343
매미
매미가 맴맴
흥덕1구 느티나무
600년 동안
지겹도록 들어
조놈은 누구 씨일거라
다 알거 같은
매미가 맴맴
올 여름도 유난하지 않다
2-344
선풍기
하하
이놈 지쳤구나
더운 바람 품어내며
끼기긱대는구나
중복이니
좀만 더 힘내라
2-345
쪽지Ⅱ
어느 날 퇴근하니
화장대 위에
작은 쪽지
‘사람도, 애들 연애편지처럼’
펼치는데
여보!
나 죽
그러니
찾지마
사랑해
오오 이런
이런, 이놈의 여편네가
하늘이 무너졌다
눈물이 왈칵
이런 이런
여보! 속이 너무 안좋아
나 죽 먹으러 가, 성희언니랑
그러니 혼자 식사하고 돈은
찾지마 내가 오면서 찾을께
사랑해, 여보 갔다 올께
하이고 살았네
혼자 싱거운 웃음
헐헐헐 2-346
텃밭에서
운동한답시고 걸어 헛심뺄 바에야
이왕이면 텃밭이나 가꾸어 보자고
아내와 의기투합 텃밭을 일굽니다
조그만 밭뙤기에 상추심고 고추심고
쑥갓 약간 부추까지 고루 심었습니다
조그맣게 싹틀땐 얼마나 신기한지요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더 신이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준다 야단이지요
어느덧 곱게 자라 첫수확을 했습니다
상추 고추 쑥갓으로 쌈밥을 먹습니다
아이들도 맛있다고 한입가득 먹습니다
농약 한번 안친 유기농 너무 맛있습니다
조그만 텃밭에서 제법 많이 수확합니다
이웃에도 조금씩 나누어 정있게 삽니다
텃밭에서 얻은 건 야채만이 아닙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이웃과는 정 나누고
더불어 자연과 함께 사는 법 배웁니다
정성은 조금들이고 너무 많이 얻습니다
2-347
아주 가끔
가끔은요
40대 후반
내일 모레면 나이 오십
그런 남자도
아주 가끔은요
눈물 흘리게 해 주세요
헛산 세월과
아내
맘 고생 많은 아내
그리고 아이들
더 좋은 것 못 먹이고
더 좋은 것 못해주고
더 좋은데 못데려가는
무능한 아버지
그 아버지
홀로 어디선가
펑펑 울 수 좀 있게 해 주세요
누가 등 좀 두드려 주세요
2-348
채송화의 꿈
한 여름 다른 키큰 꽃들 보시다가
얼핏 눈길 돌려 한번쯤 보아주소
낮게 더 낮게 바닥에 핀 채송화
밟지마오 작다고 낮은데 있다고
웃지마소 다닥다닥 볼품없이 핀다고
볕이라도 한껏 받으려 하늘향해 핍니다
키도 크고 싶고 높은 곳도 보고 싶소
예쁘고 곱게 피어 사랑도 받고 싶소
내 이름 채송화요 꿈꾸는 작은 꽃
2-349
독도
독도야 너 참 안됐다
아무 일 없이
힘센 나라 대통령 나들이 길에
그만 너로
싱거운 장난질이구나
일본도 뭐라 않고
우리도 가만 있는데
일은 제가 저지르고
큰 선심 쓰려
아주 작정을 했었구나
독도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힘없는 나라
힘없는 백성
그 죄됨이 참으로 미안하다
부시를 부셔버릴
무슨 좋은 방도없나
너무 한스러워
그 흔한 눈물도 안난다
독도야 참 미안하다
2-350
세월 흐름
‘잊었지? 내가 뭐라 했는지도 까맣게’
아내가 역정이 아주 대단합니다
그래요 정말 왜 저리 화내는지 까마득히 모릅니다
한해 두해 가면서 깜빡깜빡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아주 중요한 것들도
들으면서 잊어지니 어찌해야 합니까
중요하다 싶으면 메모를 합니다
그러면 큰 실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뿔싸 메모한 수첩이 달아났습니다
깜빡깜빡 잊으니 실없는 사람되고
생활도 엉망으로 큰사고 안난게 다행이지만
그보다 더 싫은 건 ‘영감태기’라 부르는 야속한 아내입니다
2-351
슬픈 편지
딩동! 편지왔어요
예의 귀여운 목소리로
문자메세지가 왔다
친구가 보낸
둘째아들 사망 부고
슬픔보다도
우선 놀란 가슴이 벌렁거렸다
저나 나나
같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둘째아들 사망
그 문자를 어찌 찍었을까
딩동! 편지왔어요
너무 슬픈 편지도
가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깜찍한 목소리로
전해듣는 서글픈 현실
2-352
여름엔
누구라도 감히 이별하진 못하겠다
손 놓고 가려는 사람 잡지 못하겠다
흐르는 눈물조차도 땀인줄 알겠다
무더워 숨차고 등허리 땀 흐르니
감히 딴생각은 하지도 못하겠다
여름엔 그사람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2-353
님때문에
참 좋습니다
흐뭇한 웃음 웃을 수 있어서
언제나
고맙습니다
2-354
외갓집
우리 집보다
더 깊은 촌
더 가난한데
고추, 상추, 호박닢
된장국 너무 맛있고
언제나 머슴밥에
더 단거 없어 못주시는
외할머니
그 맘
더 달디달아
외갓집엔
언제나
아련한
그리움이 핀다
엄마를 닮은
2-355
닭죽, 행복에 대하여(답글)
그래
너무 맛있어서
나는 아내의 그런 맘도 읽지 못하고
허겁지겁
입가에
작은 덩이
아내가 떼어주도록
모르고
허겁지겁 먹었네
언젠가
그 좋은 먹성
참 좋아했지만
이젠
걸귀신 들린 것같아
불쌍해 보인다고
좀 천천히 먹으라고
고상하게 좀 먹으라고
아내의 핀잔은 이미
내 뒷머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핑하니 달려가고 있다
아내
낼도 또 해 먹자면
짜증내겠지??
2-356
닭죽, 행복에 대하여(답글2)
이미 정은 저만치 물러나앉아
'너 왜 아직 그기 있니? 빨리와'
오라는데
여름만 되면
허구헌날 땀으로 목욕하는
물렁죽구뎅이
'그래, 이것도 補施야'
작심하고 삼 듬뿍넣는다
맞은편
말없이 고기도 먹고 국물도 마신다
저리 잘 먹는데
못해 준것도 좀은 섧고
만정 떨어진 이 상황도 제법 섧다
언젠가
어린 새댁
마트에 파는 삼계탕
억지로 끓여 준
그래도 맛있게 먹던 철없던 남편
그 오버랩에
눈물 핑 돌고
찰나지만
행복이란 놈이 슬며시
피어오르려한다
그 놈 좀 밉다
2-357
어제
그래
다시 아침이다
문득
잠에서 깨어
왜 다시
아침임을
절실히 느꼈는지
지금
아침이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지
무슨 일이 있었든지
너무 밝은 태양이
딴청부리듯
어둠을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어제가 갔다
2-358
가을
아마
까만 생밤
속껍데기
이빨로
긁어긁어
까대는
철없는 어린 시절
그 고소한 갈망처럼
가을이
왔다
하늘이 파랗다
2-359
다시
볕 타도록 뜨겁고
그 무서운 열대야
온 몸 비에 휘둘려
달라붙은 얇은 천
싫다, 아니 좋다
그렇게 여름이 잊힐 무렵
나는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잊지는 않았구나
상념들
나는 너무 배고프다
2-360
앙금
“너 애가 왜 그러니?”
그 말에 상처받아
그 후로
진심을 말하지 못합니다
진심은
언제나
가슴 깊은곳에
채곡채곡 채워지고
다만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사람이 왜 그래”
이 말은 듣지 않았습니다
김 모락 오르는
찐빵 속
팥 앙금처럼
새카맣게 익어갑니다
2-361
가을
하! 때는 오여름
오지게도 더운 날
매미는 지칠 줄 모르고
태양은 뜨겁다
이런 무더위엔
이유없이 누군가 찌르고 싶다
그런 날 있었지
이리 밤바람 서늘한데
2-362
감
하하
오늘은 내가 이겼다
이렇게
단
감
쪼개
먹고
쪼개
먹고
먹다가 두개쯤은 들고 간다
아침 일찍
학교 뒷산 감나무
부지런한 아이가
주인이다
오늘은 나
2-363
죄송합니다
살아오면서
제일잘하는
너무자주해
입에매달린
죄송합니다
다시또한번
죄송합니다
어리석음을
용서하세요
2-363
가을
여름내
지나가며
봉지속
안타깝도록
보고 싶고
어느
바람 고운 가을 날
드디어
바알간
사과
가을이다
꿀물같은
완연한 가을
2-364
깊은 가을
새벽은 아즉 희부연데
삽짝 흔드는 소리
뎅뎅뎅그렁
누렁이 팔고 아쉬워
겸사겸사로 문고리에 달린 방울
뎅그렁 뎅 운다
‘오빠야 가아자아’
잠결에도 정 묻어나는
그 목소리
틀림없는 무던이
아즉 눈은 감켰는데
‘으, 쪼매만’
몸이 부스스 일어난다
더 빠른 놈만 주인인 나무
예나 제나 가을만 되면
툭툭 홍시감 떨어트린다
나야 맨손에 맨몸으로
우선 맛나게 먹고 볼일
무던이는 큰 소쿠리 챙겼다
층에 층을 쌓아
밑엣놈은 이미 터져버렸는데
고마 가자 끌어도
감밭 잘도 뒤진다
감이 익어 떨어져야
이제 깊은 가을이다
2-365
보름달
씩씩하게 운동장을 걷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껄껄껄 웃는 달을 만났습니다
저쪽 스탠드 상단 국기봉에 처억 걸렸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나타났습니다
소원을 빌려
지긋이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이번엔
달이 깜짝 놀랐습니다
보름은 어젠데, 보름은 어젠데
허허 웃었습니다
그 큰 달
보름달 아닌 것도 우스웠고
어제가 보름이니
빌어봤자 소용 없다는 것도 우스웠습니다
근데
저 달 속
토끼들은 하루쯤이야
융통성을 발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지극하게 빌었습니다
이봐! 복 좀 줘, 많이
2-366
촌놈
방학 끝나고
어느 놈 하나
깜둥이 아닌 놈 없는데
얼굴 하얀 뚱보
4학년
서울서 전학온 아이
‘야이 백곰 쉐키’
‘백곰아, 백곰아’
유난히 심하게 놀리는 이유
다만 너무 희다
우린 모두
강변에서 뛰노느라
인디언처럼 새카매진
여름에 폭싹 익은
너무 당연한 ‘촌놈’
이었기에
2-367
털레털레
뭐 급할게 있나
털레털레 걷자니
그 요란턴
매미울음 뒤로
저기 부뚜막 어딘가
귀뚜라미처럼
가을이 다가와 있다
저 파란 하늘처럼
서늘한 바람
모질지 못한 햇살
가을엔
구름처럼 흘러 볼 요량으로
털레털레
걸어간다
소못골 가는 들판 길
기억나나
구름다리 지나
오른쪽은 흥덕2리 이꼴
왼쪽은 하염없는 들판길
소못골 아이들은
하늘처럼 맑다
이맘때 쯤부터
감, 밤, 수수, 옥수수, 칡
부자인 그 아이들
구름처럼 떠
그 길 걷고 싶다
털레털레
그리웁다
2-368
임금님 왕관
‘엄마 엄마! 어떻게 해?’
밤 늦게
그 먼 용궁장
걸어다녀 와
피곤이 온 몸을 휘감는데
이고 진
장보따리 받지도 않고
앓는 소리하는 못난 놈 보기 싫어
‘몰라, 그런건 니가 알아서 해’
했는데
밤새도록 저혼자
밀가루 포대로
쓱싹쓱싹 자르고 붙이고
아침에 일어나니
윗목에 부산한 임금님 왕관
노랑색 금테까지 그려넣어
제법이다 싶지만
누추한 왕관
맘이 아프다
조심조심 책보에 넣어
씩씩하게 가면서
‘엄마, 내가 임금님이야, 임금님’
그랬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
풀 죽은 모습
금방 울거 같은 아들
‘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데
드디어
‘힉힉 민규가, 민규가 힉힉’
‘그래 민규가’
‘힉힉, 저그 엄마가 맹글어 줬다문서 힉힉’
‘진짜 금 왕관 만들어 와서 힉힉’
‘우왕 저그 엄마가 맹글어 줬다문서’
‘그래 그래, 미얀타, 엄마 미얀타, 미안’
그랬구나
예쁘고 금빛 번쩍이는 왕관이면
우리아이 임금님 될수 있었는데
잠시 잊었네
우리 왕자님 미안
2-369
어느 기와집의 푸념
나는 늙은 기와집
이미 지붕위에 민들레 두어 송이 피우고
이따끔 비가 오면
깨진 몇장 기와틈으로 선혈같은 빗줄기를 흘러보내고 있다
다만
흉가처럼
거미줄을 달지 않아
나보다 늙은 영감과 할멈을 안고 살아간다
한때
그래 한때는 영화로웠지
지금 스레트를 뒤집어쓴 두칸짜리 변소
그 자리에 사랑이 있었고
제법 웅장한 때문은
삐이꺽
큰 울음으로 손을 맞았다
그런 때가 있긴 있었다
벌써 몇해 전부터
아파트 입구에 버티고 선 덕분에
몇 번이나 귀신불 소동이 일었고
문화재자료라는 귀한 신분 아니면
언제 불탔을지 모르는 신세
사람들이야 독하지
나보다 300년도 더 산
당나무 흔적도 없이 잘리는 것 보고
그 이후론 별 까탈부리지 않고
죽은 듯 지내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려 한다고
원망 한 마디 할 수 없다
우리 영감할멈 죽고나면
분명 무슨 변고가 생길터인데
지난 달
문화재청 사람들이
새로 칠해준 단청 마르기도 전에
누군가 더 치밀하고 과감하게
화염병 저 처마밑에 처 넣을지 모르는 일
요즘 같아선
우리 주인영감내외
천수만수하길
어휴
2-370
모기약치기
뿌땅뿌당 뿌다다다당
그냥
‘어 별난놈들 뭘 그리 쫓아들 와’
했는데
완연히 한풀 꺽여
동네 돌 일 없어지니
허참, 별나게도
그 때가 그립다
뿌다다다다당 다다당
다니면
제법 덩치 큰 놈들까지
야단이다 야단
이동네, 저동네에
아이들, 아이들
허참, 별나게도
그 때가 그립다
2-371
처연
귀뚜라미가
저리 울면
처연하여져
좀 서글플테야
눈물나도록
서러운 일 없어도
가을이면
좀 그럴거야
딱 내 나이가
그럴 나이야
인제
인생 좀 알것같지 않아
2-372
누렁이
똥개새끼
으이구 등신
덩치는 산만한게
승규네 진도만 보면
좋아 저러는지
무서워 저러는지
꼬랑지 내리고
살살살
한번 쯤이라도
눈깔 부라리고
그 큰 주둥이로
얼러대 보기라도 할 것이지
고놈쉐키
허구헌날
애들 많은데서
‘똥칠이쉑 어리하기는
개새끼나 쥔쉑이나’
어휴
이놈 똥개새끼야
너라도 고놈 진돗개새끼 잡아먹으먼
애닯다
2-373
궁금한 게 있어요
궁금한 게 있어요
정말요
꼭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정말이지 어떻게
어떻게
저를 잊으셨나요
정말 잊으셨나요
저처럼
잊은 척 하는거 아닌가요
그때
그때 그곳
그때 그곳 그 모습
잊지 못하는데
이렇게 생생한데
글쎄 잊으셨다면
어떻게 잊으셨데요
너무 아파
너무 너무 아파
잊으셨나요
아니지요
잊은척 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세요
2-374
추억그리기
일곱 살 딸아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며
울면서 오는데
손에 새카만 무엇
‘왜? 우리 딸 왜? 그게 뭐야?’
대답은 않고 우는데
‘어머 징그러, 치워, 저기버려 얼른 버려
그건 왜 주워 왔어?’
매미의 주검이었다
길거리에서 주웠는데
불쌍해서 묻어줄려고
그런단다
‘참, 별나기도’
딸 아이가 좀 유난스럽게 느껴진다
자연스런 오우버랩
지금도 슬픈
영강 숲 어느 깊은 가을
왜 그저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대성통곡을 했을까?
왜 플라타너스 그 큰 잎 발에 채일 때
무한정 슬픔을 느꼈을까?
딸 아이처럼
‘매미가 되기위해 십 몇년을
땅속에서 살아야 하잖아’
그런 명분도 없이
나는 그날 왜 펑펑 울어댔을까?
2-375
가을, 가을 느낌
가을
그 이름에
울만큼 울었다
지겹도록 서럽게
낙엽
지겹도록 쓸어대는
늙은 환경미화원에게
그 늙어감을 축하하고 싶다
가을
낙엽 다 지면
무엇으로 처절할 텐가
깊은 가을
갈 스석이는 소리
그 위에
까마귀 한 마리
길 헤메고
그 까마귀 날아간 자리
쫓으며
스석이는 심장, 아니 심정
달래고 있다
2-376
돼지우리 청소
엄마가 용궁장 나서시며
‘택아, 오늘 돼지우리 치와라’
툭 던지시는데
히야 얼굴보다
더 찌푸린 아침
오늘은
메뚜기도 못 잡고
미꾸라지도 못 잡고
그 보다 냄새
히야는 그 똥냄새에
얼굴 찌푸린 거도 잠시
으쌰으쌰 신이 났다
똥칠이는 매번 상상이 안된다
저 똥냄새 뭐가 신날까
‘얌마야, 좀 퍼뜩퍼뜩 댕기거라’
양동이든 팔이 빠질라카는데
히야는 물 늦다 야단이다
‘히야 히야 머때매 그키 신났나
나는 상구 상상이 안된데이
왜 신났나?’
‘차슥아, 일이란기 힘들다카마
힘들어 죽겠고
신난다카마 재밌는기라
마, 욜마들이 잘 커야
이 히가 중학교 갈거 아이가’
아하
물통이 억시 가비와졌다
2-377
레스토랑트
오늘이 23일이니 걸릴 일은 없고
역시 33번 실장은 영어천재야
쏼라쏼라 잘도 읽는다
시선을 책에둔 육상부 형택이가
‘얌마, 어제 있잖아
어제 여중이랑 합동훈련 했잖냐, 우리
야아 근데 여중 가스나들
저거 샘한테 뚤맞는데’
‘야아, 야구빠따만한 몽디로’
‘빠따 치드나?’
그럼 선희도 맞았겠다
‘그마안, 이 줄 젤 끝엣 놈
그래 너, 다음 읽어라’
우훅
‘데얼이즈 어 나이스 레스토랑트.....’
‘다시’
‘데얼이즈 어 나이스 레스토랑트.....’
‘다시, 다시’
옆엣 놈
‘티 묵음, 티 묵음’ 속삭이는데
도무지 뭔 말인지 모르겠다
‘데얼이즈 어 나이스 레스토랑트.....’
‘나와’
양쪽 뺨 벌겋도록 맞으면서도
여중 육상부 궁둥이 큰 선희 생각이 났다
2-378
세월 흐름2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드니
거울 속에
듬성듬성 머리가 허연
얼굴색도 허연
아이가 있었습니다
구구단도 지고
달리기도 지고
팔씨름도 져서
어지간히 지친 얼굴입니다
이젠 턱에도 하얀 털이 삐죽 나온 아이
야, 세상살이 좀 고달프냐
히히 아니라 못합니다
욕심도
오기도
요령도
깡도
아무것도 없던
한 아이가 거울 속에서
쓸쓸히 웃고 있습니다
너 좀 안됐다
2-379
가을 이야기
조용한 점심시간
‘야, 조바우! 오늘은 뭐냐?’
또 또 저런다
승규놈은
소못골 아이들한테 엄청시러번 놈이다
그냥 뚜껑만 살며시 들고
누가 볼까 얼른 한입 깨물고
탈칵 뚜껑 닫는데
한 입 가득 감자 입가에 묻었는데
‘으, 감자’
‘쉐키, 맛있겠다, 마이 처무라’
그 순박한 눈가에
슬핏 이슬 맺히는거 못봤다면 모르겠다
‘야, 이 개쉐키, 승규’
제법 눈알 부라리며 호기롭게 불렀다
부르곤 아차 싶었지만
이미 깨져 정적 속을 흐르고
‘뭐야, 이 쉑 똥칠이’
벌써 책상위 궁둥이를 내리고 있다
아차, 아차, 아차 내가 미쳤나
그날 두 코에선 벌건 피가 흘렀지만
운동장 가 세면대에선
소못골 아이들 여러명이 내 얼굴을 씻기고
다음날부터
나도
칡, 감, 밤, 대추, 감자, 고구마
부자가 됐다
2-380
가을 하늘
하늘에 그려 놓은
저 푸른 그리움
젯트기가 지나가며
나 잡아봐라 퐁퐁퐁
뭉게구름 첩첩이
하나는 그 아이를 닮고
또 하나는 그 아이 옆
애타는 가슴
앙쥐고 고개숙인
나를 닮고
순수의 날
푸른 그리움으로
하늘 높고 맑다
2-381
바람
바람, 갈바람
노랗고
국화송이 한들
들판은 산들
아! 좋아라
코끝에
눈을 드니 파란 바람
그 결따라
앞산 어느 단풍은
온통 붉고 붉은데
나는 왜 이리 어리석은가
회한의 바람 불어내리고
아, 갈바람
다만
다만 님아
어디에든
저만치 뒤편에서
안타까운
기원으로
나의 무채색 간절한 바람도
기억해 주길
2-382
추신
늘 그랬듯이 깜빡 잊은 게 있네
정말이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이젠 이런 고리타분한 편지 그만쓰고 싶어
당신도 매번 보고싶단 이런 편지는 그만 받고 싶을거야
아니어도 좋아
이젠 이렇게 애태우는 편지만 보내는 미련한 짓은 그만둘거야
그만둘거야 그만둘거야 그만둘거야
거푸 쓰는 건 내 맘이 흔들리지 않도록 분명하게 다짐하는거야
맹서같은 거지
이젠 정말 편지쓰기는 끝낼거야
이젠 결혼하자
2-383
지이미아제
학교앞 문방구
곱사등이 아제
등교할 때나
하교할 때나
중늙은 엄마와 싸우는데
‘지이미’
언제나 ‘지이미’
‘지이미’를 앞세우고 싸운다
그래봤자 빗자루나 맞을텐데
하루는 빗자루 맞다맞다
팔려고 달아놓은 총채자루 들고
‘지이미 젠장, 지이미 젠장’
아하 제대로 화난 모양이다
‘지이미’가 세상 가장 큰 욕인줄 아는데
‘젠장’까지 붙였으니
오늘 그냥 맞고만 안있겠다
학교앞 문방구
지이미아제
2-384
억새풀
허허 임잔 좋겄어
가을이라고 갈대아녀
허허 참 좋겄어
난 말이여
뭐 억시다고 억새여
그냥 억새여?
아녀 억새풀이여
비슷하면 비슷한 대접이라야지
누군 갈대고 누군 억새풀이여
임잔 참 좋겄어
참 쓸쓸해
우리끼리 부비는거여
바람 안불어도 부비여
서걱대지 마라??
신세타령이여
2-385
한해 더 늙었다
어쩌면 참
꾸준도 하다
작년 이맘때 먹은 맘
어찌 똑 같을까
그래 아직은 늦은게 아니지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자
올해는
먹을 갈아 붓으로 썼다
그거 조금 다르다
작년처럼
올해도 그저 무사했구나
그 위안으로 웃는다
한해 더 늙었다
2-386
가을 탓
며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쌀쌀하니 따슨게 좋아
이불 끌어 덮고 좀 더 있었습니다
아내가
‘호호호 이젠 정말 할아방 다 됐구랴
당신이 아침 운동을 거르고’
통쾌해 한다
새촘한 바람 탓이라
‘그런게비여’
이불 이 잔열
견디지 못하도록 좋습니다
가을인 탓입니다
2-387
포장마차에서
사연있는 남자의 등
그 쓸쓸함
진한 외로움
저리다
곧 저 넓은 등 앞으로 쓰러지며
허물어질 것 같다
안아주고 싶다
설설 끓는 오뎅국물 한 그릇으로도
쉽게 덮혀지지 않는 그 외로움
어떤 교태로 떨쳐줄 수 있을지
전염처럼 전해오는 허전함에
오늘은 나도 술 한잔 할란다
오랜만에
잊었던, 잊고 살았던
떠난 그 남자가
무척 그리웁다
‘따라 봐, 가득.....넘치게’
‘누님, 오늘 왜 이래, 장사는 어쩌려고’
‘얌마, 니 눈이 너무 깊다,
등이 너무 넓어’
‘무슨 소리야, 누님 취했어?’
‘니 등이 너무 슬퍼’
2-388
처음 사랑할 때
처음 사랑할 땐
제발
뒤돌아 보지 마세요
나중에
어른이 되어
후회하게 될지라도
사랑할 땐 그냥
작신작신 사랑하세요
꿈인 듯
생시인 듯
누가보면
미쳤다 하도록
정신없이 하세요
꼭 그런 사랑으로요
불같이 타올라
한올 재조차도 남기지 마세요
그런 사랑 한번 못해본
많은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면 꼭 해보고 싶은
아예 두 번은 바라지도 마시고
2-389
동생 업고온
제법 덩치큰 네 살배기 남동생
업고 학교온 외꼴사는 현순이
키도 작은데
더 짜부러들겠다
괜히 미워
그 밉상 볼을 꼬집었더니
현순이 얼굴 빨개졌다
울기도 현순이가 더 울고
2-390
너에게
참
시시한
너를
향하여
다만
내가
줄수 있는
요
만큼의
연민
나도 같이 울어 줄 수 있다
너를 위해
니가
니가
어떤 슬픔으로
어떤 서러운
울음 울든지
정말 다만
나도 따라 펑펑 울수 있다
사랑한다 나
사랑한다 너
2-391
승부
자자, 우리 평소 하던대로만 하자
자,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자자 힘내, 힘내자 파이팅!!
물론 이 시합은 이길수 없습니다
코치님도 우리들도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등짝을 퍽퍽 치시며 기운을 돋우지만
상대는 이미 기가 올라 있고
기량에서나, 그 학교 그팀의 유명세로나
우린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맘이 편안했습니다
예상대로 점수도 좀 차이가 납니다
다들 좀 신이 났습니다
저런 강팀과 그런대로 재미있는 시합을 한다는 것이
뭐 져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맘이 맞았고 힘들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야단났습니다
아주 큰일이 났습니다
저 강팀을, 상대도 되지 못하는 우리가
이겨버렸습니다
정말 천신만고끝에, 연장전에서
우습게도 그팀이 결정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자멸한 것입니다
뭐 아직 아닐 겁니다
이긴 게 아닐 겁니다
어젯밤 너무 피곤한 잠이 아직 깨지 않았나 봅니다
사람이 너무 강하게 희망하면 이런 꿈도 꿀수 있나봅니다
어, 근데 아닙니다
코치님이 울고 계십니다
아니, 저도 울고 우리 팀 모두가 울고 있습니다
아니 아니 코치님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아니 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꿈이 아닌가
꿈이 아닌가
아야, 아픕니다
서로 서로 꼬집으며 꿈이 아닌 걸 실감합니다
상대 팀이 울면서 지나갑니다
아마 우리가 졌다면
우린 안 울었을 것입니다
우린 그냥 웃었을 겁니다
우린 그다음에도 자주 그 팀을 이겼습니다
아니 또 다른 강팀도 이길수 있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그저 즐기는 것이
참 좋은 이기는 법인 것을
그날 절실하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언가 승부를 겨뤄야 한다면
마음 편안히
그저 그 승부를 즐겨보시기를요
져도 좋은 승부
그냥 최선을 다하시길 권합니다
2-392
내가 사랑한, 나를 사랑한
이세상 모든 것 다인줄 알았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그대 보았을 때 총총걸음으로
내 앞을 스쳐지나가던 그 발만 보였어요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양말
하얀 발목과 묘하게 어울렸지요
까망구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지만
진주보다 검게 반짝였어요
거침없이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가던 당신
그때부터 나는 숙명적인 사랑을 했어요
그저, 언제나 그저 바라보아도 좋았습니다
어느 날 꿈결처럼 당신이 말을 건냈을 때
너무나 기쁘고 너무나 당황스러워
우물쭈물 대답을 잘하지 못했던 그날 저녁
내 입을 주먹으로 때려 입술이 터졌었어요
지금은 참 우스운 짓이었다 생각해요
근데 아마 지금도 그럴거라는 걸
그래요 참 고마워요, 너무 고마워요
어떻게 나를 사랑해 주었나요
어떻게 나같은 미련둥이를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 어색한 첫만남 그리고 그 다음
헤어지는 그 만남까지 내겐 어색했어요
지금도 당신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내가 사랑한, 나를 사랑한 당신께
2-393
내가 미쳤지
그때
제정신 아니었을거야
미쳤었을 거야
주윤발도 아니고
뭔놈의 담배피우는 모습에 반해
딴엔 꽤나 깐깐했는데
바람불던 어느 날 찻집
겨우 담배피우는 걸 보고
저 남자라면 결혼할수 있겠다
그런 바보천치가 어디있어
아마 미쳐도 단단히 미쳤을거야
홀린 듯이
앞자리에 마주 앉아
‘저 술 사 주세요’
미친 년
미쳤었어
2-394
후회
그래 이잔만 마시고 갈게
밉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는 거
아직 밤은 시커먼데
하얀 밤을
얼마나 같이 지새웠는데
이젠 안절부절
거푸 시계를 보고
옆자리 문자오는 소리에 흠칫대는
너 좀 밉다
너를 기다리는 그 사람
나였으면
더 맛있는 찌개 국
따끈히 끓여
기다렸을텐데
외로움 동동 떠 있는
이 잔
마실게
2-395
재택부업
아파트상가 지하 공장
컴퓨터부품 조립
공기가 너무 탁해
일감 얻어 집에서 하는데
욕심이 나서
좀 많이 받았다
꼭 필요한 외출 다녀오니
남편이 도와준다고
제법 많은 양 해치워 놓았다
검빨노녹백
순서대로 해야하는
설명도 듣지 않고
다 빼고 다시 끼우고
밤을 새우자니
괜히 눈물이 났다
남편은 쓰러지는가 싶더니
그예 코를 곤다
미안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2-396
삼매에 빠져
혼을 놓고
넋을 잃고
간절한
손끝
그래
손이 둘이기에 망정이지
하나였다면
많이 허전했을거라
항상 이 간절한 기도
그때마다 다행이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2-397
무제Ⅹ
잊고 사니 맘은 참 편했다고
그리 말하고 싶었는데
잊은 척하느라 애썼다고
동정어린 눈길 보내니
먹먹합니다
아주 잠시지만
잊은 듯이
모른 척 했는데
잊은 척 한게
꼭 맞았습니다
불쑥
편린같은 기억으로
흉터처럼 돋아나는 그리움이
나이테로 겹겹이 쌓여있었습니다
내 안 어딘가에
2-398
故최진실
간다
그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너무 잘 알고도
아는 만큼 못해
아쉽고 안타깝고
간다
간다
간다
목이 갑갑해
목이 갑갑해
허적허적 서러운 길 간다
다만 아이들
누군가 좀 보살펴 주길
어이 갈까
이 길
다시 돌아오지 못할
멀고 머나먼 길
간다
엄마
나 가
미안해요
죄송해요
미안
미안
너무 미안해
미안해
2-399
낙엽의 꿈
한철 또 지났다
잘갔다
무에 쓸쓸해
내 푸르름
아니 그 앙징한 싹튀움
반짝이던 날들
그리고 푸르름
그런 생이면 됐지
바삭 바사삭
그래 그런 이야기라면
들려 줄게
하루는 아기가
아직 걸음도 둔한 아기가
손을 내밀더라
그 작은 손
마주 잡을 순 없었지만 참 기뻤어
까치부부 알지
그 부부는 예쁜 알들을 낳고
연신 우리들 틈을 날으며
새끼들을 키웠어
지난번 그 예쁜 연인들
참 예쁘데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
아마 내 이 마지막이 끝인줄 알고 슬퍼하지
그런 마지막만 수천년이야
수만년이야
니들은 절대 꿈도 꾸지 못한 시간
바삭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의 발에
바사삭 부서져도
아니야
웃으며 이 가을 떠날거야
내 꿈 이쁘지 않아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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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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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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