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란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 라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난지도는 두번에 걸쳐 이러한 변화가 있는 땅이다. 철새의 도래지로서 자연이 숨쉬는 땅, 온갖 기화요초와 수생 동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생명의 보고의 땅이 페기물과 음식물 쓰레기의 집합으로 부패에 짓눌려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땅으로, 그리고 다시 환경 생태공원으로 부활하는 곡절의 땅으로 변모된 지역이 바로 난지도이기 때문이다.
조선 말 1740년 겸재 정선이 난지도(蘭芝島) 일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면 겸재의 난지도는 한강 하류 지역 가운데에 위치한 모래섬들의 집합체로 지금의 한강 밤섬과 같이 홍수 때면 물에 잠기는 범람원 지역이었다. 철새들의 도래지이며 수생 동식물의 군락지인 이 섬은 1978년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까지 땅콩과 수수를 재배하던 밭이 있던 평지였으며 학생들의 소풍장소나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 받았고 애정영화의 세트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던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의 물결과 더불어 서울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그만큼 늘어 난 배설물들을 수용했던 이곳은 개발과 풍요의 찌꺼기로 메워지게 되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로 꽃 피고 새가 날아들던 난 지도는 어느새 높이 100여 미터 가까이에 이르는 거대한 쓰레기산 두 개로 변했다.
2002 월드컵과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개발하여 상암월드컵(평화, 하늘, 노을, 난지천) 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파란만장한 변화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6호선 월드컵공원 전철 역사에 내려 2번 출구를 나오니 눈잎에 건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올림픽 경기장이 보인다. 뛰어난 조형미와 기능성을 갖도록 설계·시공된 이 경기장은 세계10대 축구전용 경기장의 하나로 손꼽 히며 21세기 소망과 정성, 풍요를 담은 우리 고유의 전통 소반과 팔각모반, 그리고 평화의 염원을 방패연에 실어 하늘에 띄우는 이미지를 담은 특이한 지붕 구조는 마포나루에 드나들던 황포 돛대를 형상화 했다고 한다.
처음 본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아름다운 건축 조형미에 매로되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나 서둘러 하늘공원 옆에 위치한 노을공원으로 향했다.
노을공원으로 가는 길은 하늘공원을 거쳐 가는 길과 메타콰이어 숲길을 통해 가는 길이 있다. 코스는 후자의 길은 선택하여 가기로 정하고 길을 나선다. 경기장공원을 벗어나 하늘공원으로 들어서는 경계에 예쁘게 건축된 구름다리가 있다. 다리 난간에 활짝 핀 아름다운 꽃으로 단장한 꽃바구니들이 진열대에 놓인듯 좌우로 길게 장식되어 지나는 길손들에게 손짓한다.
다리를 건너 앞에 보이는 수백개의 계단,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한 500-600개의 계단을 오르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에는 억새가 유명하다. 좌측으로 꺽어 조금 가다 보면 메타콰이어 숲이 나온다. 길이가 한 500-600미터 폭이 30-40미터 되는 숲이다.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지는 않지만 장대같은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조림이 잘되어 있고 내부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곳을 지나 난지1문에 들어서면 두길이 죄우로 나란히 서 있다. 좌측은 그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선 메타 숲길이고 우측은 자전거 도로이다. 날씨 탓인지 조금 걸어 왔는데도 갈증이 심하다. 배낭을 풀어 기져온 막걸리 한잔으로 동행한 길벗들과 더불어 목을 축이니 시원함이 장도로 내리 뻗은 길의 시원함과 더불어 어울어져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걷다 보니 숲길 옆에서 무엇인가 꼬물거린다. 다가가 살펴보니 점박이 집토끼 새끼들 이다. 근처에 인가가 없는데 어찌 집토끼가 들판에 돌아 다니는가 의아하다. 서너마리가 모여 오물거리며 열심히 풀을 뜯는데 그중 한놈은 더위에 지쳤는지 길바닥에 퍼저 엎어져 있다. 분명 야생화된 집토끼인데 근처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이미 인간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학습된 결과인 것 같다. 대화로 소통하지 못하는 동물도 공존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질서와 조화란 생존의 위기를 벗어난 강자가 가지는 세계에 대한 의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자는 배가 부르면 자기 앞에 어떤 먹이감이 와 있어도 사냥하지 않는 원칙과 같은 것이다. 탐욕이 질서를 파괴하는 근원임을 다시금 깨달으며 사진 한장 찍고 돌아서 다시 길을 걷는다.
천천히 걸어 한 두 시간 정도 온것 같다. 걸어서 견문해야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고 알 수 있으며 영혼도 성장한다. 걷기란 단지 다리근육 의 운동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란 잠들어 있는 생각을 깨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정신의 운동이기도 하다.
난지 1문을 지나 난지 2문에 들어서니 숲길은 사라지고 흙길만으로 행로가 이루어져 있다. 따가운 햇빛아래 땀 비질비질 흘리고 걸으면서 만족감을 가지는 것은 감미롭고도 영혼을 울릴듯한 노래가 귀속에서 속삭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따듯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의 서정을 노래하는 가수가 유익종이라면 해외 가수로는 찰리 랜스보로우나 돈베네치를 꼽을 수 있다. 찰리의 노래를 들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노래는 반드시 이어폰으로 들어야 감흥을 느끼는지라 블루투스를 통해서 오는 감동이 온몸을 휘감는다.
찰리의 노래. 순간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Love You Every Second). http://youtu.be/DSW4yryrY9w
돈베네치의 노래. 사랑의 메세지(message of love) https://story.kakao.com/_9DK1e3/ABWeAKaMOs8
나의 행복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타박타박 걷는 동행한 길벗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건 길 죄측 아래 강변 자유로를 지나는 요란한 자동차 소음이 쾌적한 트레킹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섬을 돌아 북쪽 길을 통해 노을공원에 오르고자 하였으나 구름 한점 없는 대낮 뜨거운 열기로 인해 바로 보이는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계단이 꽤 높다. 10개 단위로 단수가 표시되어 있는데 맨 꼭대기 계단이 587개의 숫자를 가르킨다. 거의 30층 건물의 높이를 오른 셈이다. 다 올라 좌우를 둘러보니 멀리 좌측으로는 여의도 국회가 우측에는 성산대교가 보인다.
비경이나 절경이라 할 수 없으나 시원하게 트인 강 아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공원 내부를 보며 느끼는 첫인상이 평화로움이었다. 밝은 햇발 아래 파랗게 깔린 잔디 속에 여기저기 심은 꽃나무와 아름다운 꽃, 그리고 조각상들. 잘가꾼 그림과 같은 정원이라고나 할까. 더위를 피해 오두막에 올라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고 꿀같은 오침으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공윈 내부를 돌아 다녔다. 공원에 오토캠핑장이 마련되어 캠핑온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 눈에 띄인다. 차도 막히는데 멀리갈 필요없이 이런 공원에 와서 여가를 즐기는 것도 도시인이 가질 수 있는 현명함일 것이다. 파괴된 난지도가 다시 생태 공원으로 복원된 길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며, 조화를 완성해 나아가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난 봄 길가에 피어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준 코스모스 꽃이 다시 여기서도 방긋 웃는다. 계절의 경계를 지우며 피어난 꽃을 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닥가닥 현실의 길들을 지워본다. 왠지 무엇인가 허전하면서도, 무엇인가 가 보름달처럼 서서히 차오른다.
공원을 내려와 근처 농수산 시장에 들어가 회집 근처를 서성이니 수족관에 꽉찬 생선들 앞에서 우리를 반기는 회집 종업원이 붙잡으며 요즘 민어철이 한다. 무었이든지 제철에 먹어야 맛있는 법, 피아노 치듯 튀며 파닥이는 큰놈 한마리를 골라 임금님이 드셨다는 민어, 그걸 오늘 한번 먹어 임금이 되어 보기로 하였다. 처음 먹어보는 민어회, 그 맛이 일품이다. 보기에는 도미나 향어 같은 빛깔이라 좀 푸석하거나 연할 것 깉았는데 살의 탄력이 광어 보다 좋다. 왜 임금이 즐겨 먹었는 줄 알 수 있었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자의식의 발로요 내가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몸부림이다. 침묵으로 묵언하며 걷기, 사유하며 걷기, 상상하며 걷기, 현실을 지우고 무념으로 걷기, 예술적 감성으로 걷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걸을 수 있다. 어떤 행보가 나에게 어울리고 마춤으로 다가설지 모르나 다양한 행보가 나의 삶을 더욱 성숙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멋진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가까이 있지만 자주 가보지 못하는 곳.
올해도 한 번 가봐야겠네요.
저도 10전년에 가보았지요. 모든게 낯선 듯...그에 앞서 어릴때 수색 샛강에 와서 조개잡고 미꾸리, 붕어 잡던 곳이었죠.
빛대군님! 이런 반칙이 오딨다요.
이리도 사진을 잘찍음시롱...그동안 앙~을 놀리고 계셨거나 초보를 위한 연습 모델을 자처하셨거나...
에고~ 카메라 집에 고이 모셔놓고 그냥 걸을랍니다.ㅋ
그래도... 사진 굿~입니다요.
에공....저거 핸폰으로 찍은 겁니다. 날이 좋아서 포커스가 잘 잡힌 듯. 안그래도 사진기 하나 살려고 하는데 헉 넘 비싸네요. 지금 쓰시는거 무엇인가요.
@빛대군 캐논600 이요~딸꺼 무겁다고 안쓰길래 갖고 다니는 겁니다.ㅋ
@빛대군 600d면 중급형인데 지금 많이 떨어졌지만 초기에 사실 땐 그래도 상당히 지불하고 사셨겠습니다. 요즘 신형 소니나 캐논 중급형은 렌즈 포함하면 200 정도 들더군요. 중고를 사야할지 아님 새거 사면서 업글 하면서 진행할껀지 아직 답을 못 찾아서 ...가후(가격후려치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곡입니다
message of love 였군요 간절한 소망을 전우주에 호소하는 기도같은 노래..
항상 느끼는 건데 사람이 만든 것 중 최고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Thank you for the music !
월드컵 공원도 찬찬히 둘러보고 싶군요 ^^
노래를 좋아 하시는 분이시라면 익숙한 곡이기도 하고요. 음악적 공감을 같이 하니 기분이 들뜨는근요.
빛대군님~~ 예쁜 사진과 글을 잘 보았습니다...
하늘공원은 해마다 가보지만 노을공원은 아직입니다... 올해는 꼭 가보아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하늘공원까지 오르고 내려 오더분요. 산책차 와서 그런가 봅니다. 공원 전체를 다 돌려면 하루 날 잡아야 하죠. 저도 하늘공원 들러서 내려 오려다 날도 덥고해서 그냥 내려 왔거던요. 노을공원 쪽이 좀 멀으니 거기만 정해서 트레킹 해보세요.
빛대군님 빛을 발하시는군요. 야간도보로 한번 리딩 하시죠................
감사햅니다. 기회가 되면 함께 걸을 시간이 되겠지요.
글과 사진 음악 삼위일체이네요~~ 난지도에 관한 아주 좋은 글, 이런 내용이 많아지면 걷기가 풍부해지겠죠~~ 즐감하고 갑니다~~
정감이 담긴 따뜻한 평, 감사합니다. 도보에서 뵙기로 해요
꼭한번 가보고 싶은곳중의 한곳인데 빛대군님의 후기로 난지도 노을공원 둘러봅니다.
원두막위에 하얗고 탐스런 박 난지도에도 가을이 찾아왔나봅니다.
후기잘 감상하고 갑니다~~
파란하늘이 더 높아 보이고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실감합니다. 도보의 최적의 계절이 다가 온 것이죠.
한걸음 내딛는 발자국 속에 박이 익어 가듯이 우리 카페도 더 내실 있게 영글어 가고 길벗 회원님들의 정도 깊어지겠지요.
관심으로 소통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