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상권과 DDP
과거 동대문 상권동대문 상권은 일별 매출액 약 800억 원, 유동인구 30만 명과 연간 매출액 약 10조 원을 자랑하는 한국 최대 규모의 패션 단지였다. 상품 기획, 제조, 판매가 한 상권 내에서 이뤄지는 동대문 시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패션 산업 집적 단지로서 명성을 얻어왔다. 동대문 시장의 시발점은 1905년 광장 시장이 설립되면서부터 그 이후 1960년대 청계천 복개 공사와 함께 의류 도매 중심의 평화시장이 지어지고 흥인시장, 동대문 신발상가, 신/청평화 시장 등이 설립되면서 상권이 형성되었다. 그 이후 동대문 상권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아트 프라자, 디자이너스 클럽 등이 들어선 후 남대문 상권이 동대문으로 모이고 지방 상인이 유입되면서 동대문 지역은 또 다른 의류 도매 상가 호황기를 누렸다. 이후 1990년대 후반 거평 프레야, 두산 타워(33층), 밀리오레(20층) 등 초대형 패션 쇼핑몰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동대문 운동장 주변 현대식 의류 도매 상가 밀집 지역으로 위상을 높였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저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10~20대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어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들기도 하였다.
동대문 상권의 침체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패션상권의 중심이던 동대문 상권은 2005년 이후 인기가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굿모닝 시티, 패션 TV(현재 롯데피트인), 라모도, 디오트, 나인플러스 등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도매상권 역시 지방 도매시장 형성과 전국적으로 의류매장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요층의 소비 패턴변화도 동대문 일대 상권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주요 고객층인 10~20대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은 길을 잃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상가들이 매년 평균 20%이상씩 매출이 하락했고, 이와 함께 도소매상가인 라모도의 영업중단, 패션 TV 개점 휴업 등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또한 일본, 대만, 홍콩 등의 해외 바이어들이 가격이 저렴한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동하면서 구매가 크게 줄었다. 이러한 동대문 패션 상가의 침체는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상가 구분 소유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허위분양’이라며 책임을 물었고 최근까지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계속하여 장사가 되지 않는 상가들은 경매로 내몰렸고 상가 공급이 집중된 2005년 이후 동대문 상권의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동대문 상권의 변화 움직임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들이 리뉴얼, 업종 변경 등 자구책을 마련하여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을 펼쳤는데, 두타는 디자이너 샵이라는 차별화된 컨셉으로 경쟁력을 높였고 매회 개최되는 디자이너 컨퍼런스를 통해 신진디자이너를 선발하고 지하 1층 두체존과 1층 디자이너 샵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각 층별 리뉴얼을 통해 독특한 컨셉과 매장 대형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였는데, 2009년 3월과 2015년 초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치기도 했다. 헬로우 APM은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스토리지’를 오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차별화에 성공을 거뒀다. 상위 브랜드의 경우 월 6000~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케레스타는 동대문 최초의 백화점을 컨셉으로 국내 브랜드와 유럽 명품브랜드 할인 판매 등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도매 상가들도 차별화 전략에 뛰어들어 잡화 전문 상가로 리뉴얼, 대형 매장 구성, 고객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했다. 디자이너 클럽도 3, 4층 리뉴얼을 통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매출 상승세를 보였고 디오뜨는 영업시간을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후 3시로 변경하여 온라인쇼핑몰과 오프라인 고객의 편의에 맞췄다. 이와 함께 동대문은 패션축제 등의 이벤트를 통해 디자이너 패션쇼, 시민참여 이벤트, 수출 상담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동대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동대문 새벽 상권 변화 동대문 상권 새벽 모습
동대문 새벽 상권이 달라지고 있다. 새벽 5시까지 심야영업을 하며 불야성을 이뤘던 동대문 패션몰들이 최근 들어 하나 둘 심야영업을 폐지하고 나선 것이다. 동대문 패션 상권의 터줏대감인 두타는 최근 5년 만에 리뉴얼 오픈을 하며 평일 심야 영업을 폐지했다. 1999년 창업 이래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타는 '오전 10시 30분 ~ 다음날 오전 5시' 영업시간을 바꿔 자정에 문을 닫는다. 앞서 피트인도 2014년 오픈 이래 영업시간을 오전 11시 ~ 자정으로 하고 있다. 심야영업 축소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동대문 소매패션몰들의 심야영업 축소는 쇼핑객 감소가 주요인이지만, 도매 쇼핑몰은 심야에 물건을 떼서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 주고객이기 때문에 새벽 영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매점은 대부분 일반 쇼핑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심야 쇼핑객 감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매출이 전체 매출 중 18%를 차지하는 두타는 지난 1년간 밤 9시~12시 매출이 전년보다 12% 상승한 반면, 밤 12시~새벽 4시 매출은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동대문 쇼핑몰이 심야 쇼핑의 유일한 통로였지만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 홈쇼핑, 해외직구(직접구매) 등 심야에도 쇼핑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다양해져 동대문 쇼핑몰 심야 고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몰 증가와 함께 지방 가두점이 쇠락하면서 동대문 쇼핑몰에서 물건을 떼가는 지방 상인들을 실어 나르던 고속버스 행렬도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도매상품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심야영업 중단 이유 중 하나다. 자체상품 비중이 늘면서 새벽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오기 위해 도매 상권과 같은 영업시간 사이클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두타는 2009년 이후 자체 생산 비중이 높아져 도매점에서 새벽에 물건을 떼와서 판매하는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초창기 자체생산 상품 비중이 60%대였지만 지금은 거의 90%대에 육박하고 있다. 전창수 두타 마케팅 부장은“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이후로 시설관리ㆍ인력관리 차원에서 심야영업 폐지가 안전에도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금~토요일에는 새벽영업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집객 효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1990년 아트프라자가 들어선 후 동대문지역은 의류도매상가 호황기를 누렸다. 두산타워(33층) 밀리오레(20층) 등 초대형 패션쇼핑몰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현대식 의류도매상가 밀집지역으로 위상을 높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패션상권의 중심이던 이곳은 2005년 이후 인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굿모닝시티, 패션TV(현 롯데피트인), 라모도, 디오트, 나인플러스 등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됐다.1990년 아트프라자가 들어선 후 동대문지역은 의류도매상가 호황기를 누렸다. 두산타워(33층) 밀리오레(20층) 등 초대형 패션쇼핑몰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현대식 의류도매상가 밀집지역으로 위상을 높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패션상권의 중심이던 이곳은 2005년 이후 인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굿모닝시티, 패션TV(현 롯데피트인), 라모도, 디오트, 나인플러스 등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됐다.
수요층의 소비패턴 변화도 동대문 일대 상권에 영향을 줬다. 인터넷의 발달로 주요 고객 대상인 10~20대가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다보니 발길이 끊긴 오프라인매장은 찬밥 신세다.
흥행 실패는 처절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 '허위분양'이라며 책임을 물었고 최근까지도 소송이 이어진다.
장사가 되지 않는 상가들은 속속 경매로 내몰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상가공급이 집중된 2005년 이후 동대문상권의 상가경매 진행건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5년 481건이던 상가경매물은 이듬해 1049건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2440건을 기록, 지역 내 최다 경매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까지 1000건 넘던 동대문 일대 상가경매물은 지난해 들어 271건으로 줄어들었다.
낙찰률은 여전히 10%대를 맴돌지만 낙찰가율은 오름세다. 2011년 46.1%에 그친 낙찰가율은 2012년 57.4%, 지난해 68.8%까지 올라섰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DDP 개발과 롯데피트인의 입점이 진행되면서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개별 낙찰사례를 들여다보면 잘되는 상가 하나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 아트프라자가 들어선 후 동대문지역은 의류도매상가 호황기를 누렸다. 두산타워(33층) 밀리오레(20층) 등 초대형 패션쇼핑몰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현대식 의류도매상가 밀집지역으로 위상을 높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패션상권의 중심이던 이곳은 2005년 이후 인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굿모닝시티, 패션TV(현 롯데피트인), 라모도, 디오트, 나인플러스 등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이 문제로 지적됐다.
수요층의 소비패턴 변화도 동대문 일대 상권에 영향을 줬다. 인터넷의 발달로 주요 고객 대상인 10~20대가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다보니 발길이 끊긴 오프라인매장은 찬밥 신세다.
흥행 실패는 처절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가 구분소유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 '허위분양'이라며 책임을 물었고 최근까지도 소송이 이어진다.
장사가 되지 않는 상가들은 속속 경매로 내몰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상가공급이 집중된 2005년 이후 동대문상권의 상가경매 진행건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5년 481건이던 상가경매물은 이듬해 1049건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2440건을 기록, 지역 내 최다 경매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까지 1000건 넘던 동대문 일대 상가경매물은 지난해 들어 271건으로 줄어들었다.
낙찰률은 여전히 10%대를 맴돌지만 낙찰가율은 오름세다. 2011년 46.1%에 그친 낙찰가율은 2012년 57.4%, 지난해 68.8%까지 올라섰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DDP 개발과 롯데피트인의 입점이 진행되면서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개별 낙찰사례를 들여다보면 잘되는 상가 하나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문을 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가 되었다. 문을 연 비슷한 시기에 특급호텔도 들어서면서 효과가 배가 되었는데, 이러한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동대문 상권이 살아나 제 2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국 기자는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관광지로 한국을 소개하면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배경으로 서울 최고 쇼핑 지역인 동대문을 꼭 방문해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메트로에 따르면 DDP개관 이후 지하철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전철역 이용고객이 2013년대비 20%증가했고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쇼핑몰 매출로 이어졌다.
동대문 내 쇼핑몰과 인근 상인들은 DDP란 동대문의 랜드마크가 생기면서 제품 판매 위주였던 동대문의 문화가 한 단계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롯데 피트인 관계자는 "예전엔 단순 쇼핑 위주의 동대문이었다면, DDP가 생긴 지금은 쇼핑객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나들이 온 가족들 등 유동인구의 구성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랜드마크로 삼을 만한 건물이 생기고 명품업체를 비롯한 디자인업체들의 전시가 이어지면서 값싼 의류를 살 수 있는 곳이란 동대문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DDP를 관리하고 있는 서울 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로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안목을 높이고 패션타운의 이미지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 범위 실제로 롯데 피트인 동대문점의 2014년 6~7월 매출은 2013년 대비 20% 이상 올랐고 외국인 매출은 200% 이상 급증했다. 오픈 당시 10% 비중인 외국인 매출은 2014년 7월말 35% 이상으로 수직 상승해 해외 관광객이 상권 부활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특히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방한시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깜짝 방문 덕에 6층 전체
매장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0% 이상 신장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겐 아직 의류 쇼핑 메카로 명동이 앞서지만, DDP개관 이후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겨난 격"이라며 "DDP 인근의 롯데 피트인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는 등 동대문 상권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바뀌면서 쇼핑 중심지도 서서히 이동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중에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방문하고, 주말엔 동대문 일대를 투어하는 가족단위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점장은 “DDP 개관 이후 문화행사가 많아지면서 가족단위 나들이객과
일본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방문해 일 평균 2만 5천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차이나위크나
버스킷 공연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DDP와 함께 주변 호텔들도 동대문 상권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숙박시설 부족이‘JW 메리어트’의
오픈으로 숨통이 트였고, 중국, 홍콩, 일본 관광객 순으로 해마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동대문 일대 외식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는데, DDP에 입점한 외식업소는 물론 DDP 주변 식당가들도 몰려드는 고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DDP에 신규 입점한 외식업체들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DDP를 둘러보면 디저트 메뉴를 중심으로 요즘 인기 상한가인 외식 브랜드가 즐비하다. DDP만 가봐도 최근 외식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DDP 근방에 있는 외식업소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대문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까지 몰리는 쇼핑상권으로 DDP를 둘러본 뒤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외식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 롯데 피트인의 식당가도 호황으로 DDP 개관 이후 10일간 방문객이 35%가량 증가했고, 식음료 매출도 증가율이 36%에 달했다. DDP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DDP로 인해 동대문 상권이 재조명 받으면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렸고, 카페, 외식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며 “초기 반짝 상승 효과가 과연 앞으로도 지속되며 서울 속 외식 명소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DP 개장으로 동대문 상권이 완전히 활기를 찾은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동대문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택수씨는 "기대를 했으나 중소형 쇼핑몰들의 공실률이 줄어들 정도로 상권이 살아나는 것 같지는 않다. 동대문이 작은 시장이 아닌데 건물 하나 생겼다고 매출이 확 늘어나겠냐"며 "수요에 비해 쇼핑몰 공급이 너무 늘어난 게 원인이라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욕심"이라고 말했다. DDP 인근 지하상가에서 패션 잡화점을 운영하는 조미순씨는 "청계천 생겼을 땐 그나마 장사가 되는 것 같았는데 DDP는 기대했지만 아무 영향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DDP로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나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옷을 수출하는 도매업체들이 모인 중소 쇼핑몰 관계자고 "(DDP개장이 매출에)별 영향은 주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건축비 4212억, 운영준비금 628억이 들어간 DDP의 재정자립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DDP 방문자 수는 개장한 2014년 3월 74만 8536명에서, 6월 42만1035명까지 떨어졌다가 7/8월 반등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개장 첫해 관심을 바탕으로 관람객몰이에 성공했지만,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최소 2015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옛 동대문 운동장을 허물고 지은 DDP는 62,692㎡의 부지에 총면적 86,574㎡, 최고 높이 29m, 지하3층에서 지상 4층 규모로 총 사업비 4천8백40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DDP는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디자인 장터 총 5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전시·공연·상담·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개관 초, 윤대영 DDP경영단 협력본부장은 “DDP는 세계적인 디자인 메카로 부상할 것”이라며 “동대문상권 역시 새로운 부활의 모멘텀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DDP는 개강 전부터 우주선을 닮은 난해한 디자인으로 질책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에 대한 질책도 잠시 뉴욕 타임스가 소개한 ‘2015년 꼭 가봐야 할 52곳’ 33위에 서울이 선정되기도 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과 동시에 5천 년 한국 문화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DDP의 시공을 맡은 에디 캔(Eddie Can)은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16세기 유물들이 출토됐다"며 "발견된 유물을 DDP 일부로 편입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1년간 연기하며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DDP의 디자인에 대해 "무엇보다 역사와 공존하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선박이나 교량 등의 구조물을 건축할 때 쓰이는 메가트러스 공법에 뼈대를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스페이스 프레임구조가 적용된 DDP는 경량화·강성화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직각과 직선이 없는 공간은 유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면의 벽체, 천장과 등기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연결되는 동선까지 부드럽고 극적인 곡선의 느낌을 준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내부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이 몇 층쯤에 서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신기해 했다.
이는 DDP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는 자연과 지형을 고려해 설계하는 자연주의 건축가로 직각, 직선, 정방향처럼 인위적인 건축물을 짓기 보다는 비정형, 비대칭, 곡선처럼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지어 건물안에 있을 때 만큼은 제한적인 사고를 버리고 창의적인 사고를 펼칠 수 있게끔 설계한 것이다. DDP가 독특하게 보이는 또 한가지 이유는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45,133장의 알루미늄 외장 패널 때문이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곡선의 미를 표현하기 위해 같은 크기의 패널은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각각의 패널마다 11자리의 고유 식별 ID가 있어 나중에 보수 공사를 할 때도 ID만 알면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알루미늄 패널로 이뤄진 외관 때문에 도심 열섬 현상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비난이 있지만 이는 DDP의 면면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아시아 최대인 지분의 녹화 면적 9080㎡에 금강기린초와 채송화 등을 키우고 있어 도심 속 숲과 같은 기능을 할 것이다. 서울을 숨쉬게 하는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되는 셈이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출처 : DDP홈페이지) 자하 하디드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건축가가 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디자인 철학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도시의 힘이다. 자하 하디드가 다른 도시가 아닌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정훈 건축사는 자하 하디드의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 ‘그래픽 툴의 진화’를 꼽았다.“1990년대 후반 설계 시장 자체가 급변하면서 손으로 드로잉하고 모형을 만들던 단계를 넘어섰다. 자하 하디드는 시대의 힘, 즉 컴퓨터 그래픽의 수혜를 받은 건축가”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성공 요인은 ‘스타일’이다. 이정훈 건축사는 “자하 하디드 사무소 조직도를 살펴보면 오브 젝트와 가구 디자인팀이 따로 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 이외에 조형물에 맞는 가구 등 오브젝트를 제작해 이미지 메이킹은 물론이고 조형물에 맞는 토탈 디자인을 구축한다”고 소개했다.
네 번째 성공 요인은 ‘인적 구성’이다. “자하 하디드 사무소의 직원은 250여 명으로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들의 작업량은 우리나라 대형 설계 사무소 직원 1,000명이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많다. 영국에 기반을 둔 사무소지만 프로젝트 구성원은 영국인이 거의 없고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건축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실력을 지닌 구성원들이 있기 때문에 자하 하디드가 프로젝트를 넓혀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정훈 건축사는 “건축사 한 명이 상품이 되고,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과 바탕이 맞물려야 한다. 인적 자원의 구성 등 인프라 시스템이 충족되어서 지금의 하디드 사무소가 있게 된 것 같다”고 정리했다. 자하 하디드의 업적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자하 하디드의 위대한 도전>은 2014년 11월 이화여대 ECC아트 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시민들의 문화 수준향상을 위한 전시와 체험의 공감으로 활용가능하고 지역산업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DDP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교육 현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샤넬과 디오르 외에 유명 해외 브랜드업체들의 DDP 전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오직 소비만 있던 동대문에 콘텐츠가 들어오면서 동대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했다. 동대문에 문화 콘텐츠가 자리 잡는 것은 동대문 역사에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일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동대문 상권은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동대문 상권의 침체기를 극복하게 도와준 DDP가 앞으로도 동대문 상권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동대문 일대 주변 상권과 창신동 봉제공장 등을 연계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신진 패션디자이너들 작품이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만들어져 DDP를 통해 세상에 소개되고, 주변 상권과 연계해서 판매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DDP는 그야말로 패션ㆍ창조 경제의 요람이 될 것이다. 영국의 자랑거리인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20년간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사례가 됐다. 연간 520만명이나 관람객을 유치하고 무엇보다 지역 생산품을 우선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처럼 테이트모던 갤러리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일컬어 `테이트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DDP도 런던 테이트 효과처럼 인근 상권과 협력해 `DDP 효과`를 낳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욱 성장한 명성을 얻고 세계적인 명소라는 인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익한 문화 전시를 기획하고, 바람직한 상권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 : 패션넷코리아 리포터 김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