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구간(홍두깨재~사루고개)
🎯 길잡이 좌표 :
와룡리 상리마을-홍두깨재(899m)-1034.7봉(준•희)-시루봉•덕태산갈림길-시루봉(1,147m리턴)-신광재-H장-성수산(1,059.2m)-복지봉-1,006.8봉(준•희)-옥산봉/708.4봉(준•희)-옥산재(옥산동고개435m)-515.7봉(준•희)-가름내고개-(1.7)-사루고개(30번국도)
🐌 1.4+14=15.4km [정맥 14km]
⏳ 9시간 25분(08:20~17:45)
• 들머리 - 홍두깨재
• 날머리 - 사루고개 : 진안읍 진무로 624
🚗 장수읍개인택시 : ₩60,000
* 010-3667-2237 / 063-353-2227
장수군청~상리마을 : 25,000
사루고개~장수군청 : 35,000
밤사이에 꽤 많은 비가 내렸으나
오전 중으로 그친다는 예보에 맞춰 간단한 우의망토를 챙기고 좀 늦게 집을 나선다.
바람도 심하고 출발도 늦으니 상황이 어찌될지 몰라 장수군청 주차장에 주차하고 픽업택시를 부른다.
3주연속 이용하는 택시기사의 픽업을 받아 상리마을 도착(₩25,000)
8:20 산행을 시작하는데
지난주 밤길 하산에 봤던 풍경과 아침 풍경은 차이가 크다.
산에 들어서는 초입부터 난감하다.
지난 번 하산시엔 골짜기가 하나뿐인 기억인데 아침에 보니 왜 이리 골짜기가 많은지 ㅠ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도로 나오길 반복한 후에
홍두깨재 방향을 잡고 개척해가기로 의견을 모은다.
치고 오르며 골짜기 옆 산줄기도 넘어가고 그렇게 개척해 오르다보니 지난주 하산했던 골짜기를 만난다.
빙판보다 미끄러운 이끼 가득한 계곡길을 오르는데 바람 한점 없는 더위가 윗옷을 벗겨낸다.
덥고 미끄럽고 경사까지 심하니 초반부터 맥이 빠진다.
홍두깨재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오르니 기상예보대로 10m/s의 거센 바람이 부자를 격하게 맞아준다.
홍두깨재 ⤴
그 이후론 악전고투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은 사정없이 불어대니
말 그대로 악전고투다.
잠시 중간 중간 비가 그치기도 하지만 강풍에 나뭇가지가 달아 둔 빗물을 원 없이 쏟아내니 종일 빗속을 걷는 셈이고, 우의망토는 바람에 수시로 날리며 머리를 보자기로 싸듯 시야를 가리고,
왼쪽에서 불어오는 풍향에 몸 좌측은 시작부터 훔뻑 젖어버리니 추위까지...
수시로 진흙창인 길을 만나고 거기에 온통 젖어 미끄러운 등로...
한술 더 떠 종일 안개로 눈뜬 장님 마냥 가시거리에 갇힌 답답함까지, 지난주의 설산산행과 비교불가인 악조건이다.
변덕스런 3,4월의 날씨와 1,000m가 넘나드는 산이란걸 충분히 고려하여
우의와 방한에 좀 더 완벽한 대비를 못 갖춘 탓이니 견딜 수 밖에 도리 없는 산행이다.
시루봉 ⤴
신광재 ⤴
준•희님 산패는 반절만 남아 있고~ ⤴
시루봉갈림길 이정표를 따라 시루봉을 향하는 길은 덕태산 가는 길과 같은 방향이다.
예전에 갔던 산인데
집에서 정맥길이 가깝다 보니 오늘도 추억을 소환하는 산행이다.
[8] 4/21(토)/2018
표지석이 두 곳에 있었던 덕태산을 개척하듯 올랐다는 걸 기억하는 아들이니 역시 힘든 산행이 오래 기억되는가 보다.
오르던 길을 버리고 하산길을 백운동계곡 방향으로 잡아 만나게 된 점전폭포(용오름폭포)에서
버려진 낚시줄과 바늘로 엉성한 낚시대를 만들어 낚시하겠다는 큰 아들이 정말로 고기를 낚았으니...
그때의 신기하고 놀랐던 감정까지 기억하고 있는 겨우니와 지난 추억으로 시간여행~
언제나 이 꼬마들이 자랄까 먼 훗날의 일처럼 기약되던 그 날들이 이리 빨리 오다니!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가고 싶다. 당장이라도!
형이 조집하게 만든 낚시대로 진짜 고기를 낚으니 얼떨덜 놀라는 겨우니 ⤴
진흙창이 되어있는 신광재의 고랭지채소밭을 통과하는 구간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늪지대가 되어버린 진흙창에 빠진 러시아의 기갑부대 처지가 따로 없으니
산행이 아니라 험난한 전장을 누비는 부자다.
비 담아두고 바람에 쏟아내는 숲을 지나 설치된 전망대 겸 데크 쉼터에 이르니 비가 잠시 그친다.
"따뜻한 국물로 추운 몸 좀 달랠까?"
미처 그 말뜻을 모르겠다는듯 멍하던 아들이
"따뜻한 국물?"
"그래 따뜻한 국물!"
"핫초크?"
행동식만으로 산행을 이어언지 1년 가까이 되었으니
"버너 챙겨온거야?" 반색하는 아들이다.
"아빠가 누구냐? 바람이 세다기에 깜짝 이벤트로 라면 끓여줄려고. 후식으로 핫초크와 아빠 커피까지 챙겨왔다."
"와우!"
오랫만에 산에서 끓여먹는 라면이고
춥고 궂은 날씨에 별식이 따로 없다.
미니햄까지 잔뜩 넣은 라면... 얼마나 추웠는지 국물 한 좀 없이 비우는 아들이다.
후식으로 챙긴 핫초크는 트렁크에 놓고 왔으니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격이지만 그래도 흡족해하는 아들 ㅎ
식사를 하고나니 몸은 완전히 식어 동태가 되어가니
"아빠, 빨리 걷자"며 서둘러 산행을 이어간다.
왼쪽에 이어 오른쪽까지 비에 젖어가는 상태이니 남은 길이 심란하다.
내려가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준•희님 산패를 발견하여
다시 올라가 걸어두고 한컷 ⤴
띠지로나마 반갑게 다류님과 조우하고 ⤴
오래된 비실이부부님 띠지로 뵙고⤴
백설 위를 수놓듯 혹은 산수화를 그리듯 했던
지난 주와는 너무 다른 안개 가득한 세계를 뚫고 나가니 마치 적이 매복된 숲을 통과하는 조심스런 전사같다.
적은 미끄런 등로다.
가끔씩 만나는 준•희님 산패에 마음 가득 안부도 달아두고, 떨어져 뒹구는 준•희님 산패를 챙겨 튼튼한 곳에 달아도 두며
체온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걷기만 하는 부자!
각자도생하듯 스스로 버티며 걸어내는 진행이 서로를 돕는 길임을 인식한듯 날씨를 탓하거나 불평하는 모습 전혀 없이 묵묵히 앞서가는 아들이 새삼 든든하다!
가름내고개에 도착(17:00)하니 체력소모가 상당한 상태다.
무엇보다 온 몸이 젖어 보통 추운 게 아니다.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한기가 엄습하니 여기서 산행을 마칠까 잠시 고민.
차 한대 지나갈 좁은 포장도로이니 다음번 들머리 삼기엔 왠지 불편할듯.
춥다지만 춘삼월에 설마 얼어죽겠냐며 사루고개까지 더 진행하기로.
다행히 사루고개까지의 1.7km 구간은 높은 봉우리 없는 평이한 능선로다.
주변 민가의 주소를 찍어 픽업 요청하며 고단했던 산행을 마친다.
이 짧은 구간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차라라 날씨 좋은 날 30km 이상 걷는 게 훨씬 쉽다며 하이파이브!
비와 강풍에 춥고 미끄럽고 엉망인 빗길을 어떠한 불편이나 감정적 동요 없이 진행하는 모습에서 믿음직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들! 아주 멋진 사내다!
장수군청주차장에 복귀(₩35,000)하여 지난 3주간의 픽업에 감사드리며 짧은 인연을 맺음한다.
탕수육이나 먹자며 장수읍내를 뒤지는데 어디에 숨어있는지 눈에 띄는 곳이 한군데도 없으니 서둘러 귀가. 도착하니 19:40
옥산재를 지나고⤴
빗물로 떠내려간 등로 옆을 지나고⤴
가름내고개 ⤴
사루고개 ⤴
첫댓글 집에서 가까우니 여유롭게 진행하는 모습이 산행기 내내 보입니다.
다만 비가 내린 이후이고 기온이 오르다 보니 안개가 심하였는데 바람이 불며 체감온도는 많이 낮았었나 봅니다.
그래도 오래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올랐던 추억을 더듬으며 많은 생각을 하신 듯 보이기도 하구요
다음 구간에는 말의 귀를 닮아 있는 특이한 지형의 마이산을 통과하게 되니 기대가 크겠습니다.
남아 있는 구간도 늘 안전하게 즐기시는 산행 이어가시기 바람니다.
집에서 가까운 지역이다보니
예전에 탔던 산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지난주 설산행에선 춥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엔 상당히 추워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불편한 내색 없이
묵묵히 버티며 걸어내는 모습에서 행복했습니다.
이젠 스스로 등로를 잡아가며 리딩하는 모습이니
제 할 일이 거의 없어졌고요.
그저 포터로서 혹은 말동무 역으로 충분한...
앞으론 네가 덩치도 크니 짐도 네가 많이 져라하니
주저 없이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ㅎ
이제 함께하는 말동무 역할만 남은듯!
항상 안산하시고요
응원드립니다.
비온뒤에 강풍을 온몸으로 이겨내기가 힘들엇을텐데.
끝까지 완주를하셨네요.
그날 야산에서도 추위를느낄 정도였는데 1천미터가 넘는 고산에서야 어떠했을지 짐작을하고도 남습니다.
악천후일 땐 하루정도 쉬시는 것도 좋습니다.
금.호남정맥 두번째구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광재 겨울이어서 바람에 엄청추웠던 기억과 옥산재 전 진안 마이산이 선명하게 보였던 추억이 소환됩니다 사루고개까지 금남호남정맥 3구간 완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안 마이산 환상의 4구간이 기대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
우중에 만만치 않은 구간 산행이셨네요.
들머리 홍두깨재를 힘들게 올라 습한 날씨로 고생많으셨습니다.
오르내림도 만만치 않은 구간이어서 힘들게 지나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지는 구간도 건강 유념하시는 산행을 바랍니다.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