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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말은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호남정맥이 까칠하기도 하고 오르내림이 심하다는 것을요.
호남정맥 1구간에서도 몸소 체험하며 길이 이래서 까칠하다고 소문이 났었구나 했지요.
그리고 낯선 설렘으로 두 번째 구간을 걸어 보려 합니다.
2024년 2월 23~25일
저번 구간에 마무리했던 소리개재에 도착을 하고 산행준비를 합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오늘이 대보름이라
그런지 하늘 높이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이 밝게 비칩니다.
오늘도 역시 짝꿍 규식님과 함께 출발인증을 하며 끝까지 잘 걸어 보자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출발할 때의 미소가 유종의미를 거두길 바라면서 첫걸음을 옮겨봅니다.
동네 뒷산을 넘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야간이라서 그럴까요?
주간이라도 길 찾는 게 쉽지는 않을 듯한 곳으로 들어섭니다.
그래도 산행했던 경험이 조금씩 쌓여서 인지 살짝 길을 헷갈려하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게 등산로를 찾아들어갑니다.
트랙에는 278.4m 봉으로 되어 있지만 반바지님께서 성주봉이라 알려 주시네요.
동네 뒷산에서 내려오니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오는데 댕댕이님들이
어둠 속 찾아온 손님들이 반갑다고 열심히 짖어댑니다.
저번구간 싸부님께서 이곳에 250년 된 두월리청실배나무가 자생하고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어둠 속에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민가들 사이로 들어가야 있다고 알려 주십니다.
마을에서 왕자산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트랙을 따라
가보지만 등산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왕자산에 살고 계시는 왕자님은 어디로 가시고 규식님이 계십니다.^^
반가운 비실이선배님 오래된 시그널인 듯 보입니다.
언제 하셨을지 궁금한 시그널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난일까요?
좋지 않을 건 미리 알고 진행한 것이지만 역시 좋지는 않습니다.
호남정맥을 왜 겨울에 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 이곳에 들어왔다면 한참을 헤맬 듯싶습니다.
그래도 나무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야경은 아름답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얼마 가지도 않아 간단하게 속을 채워봅니다.
사람들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어 있을 시간에 산속 깊은 곳에서
저 불빛을 보고 있노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네요.
높지도 않은 봉우리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초반부터 허벅지가 쫄깃 거립니다.
어느 곳을 가든 만만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구절재에 내려서는데 두릅밭을 지납니다.
일기예보 확인 했을 때는 비나 눈예보가 없었는데 싸라기눈이 내립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오면 오는대로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하니 그냥 받아들이고 걸어봅니다.
대장금의 고향 마을 구절재에 도착을 합니다.
칠보면과 산내면의 경계지역인가 봅니다.
구절재를 뒤로 하고 산기슭을 올라섭니다.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아 길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끔씩 보이는
시그널이 길안내를 해주니 어렵지 않게 계속 진행을 합니다.
어쩌라는 건지..
누워있는 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누워서 길을 막고 있으면 돌아가면 되고 그래도 안되면 넘어가면 되겠죠.^^
멧돼지가 얼마나 괴롭혔으면 자손분들께서 저렇게 해 두었을까요.
싸라기 눈이 계속 내리더니 시루떡에 쌀가루 뿌려둔 듯이 변해 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듯 알아보기 힘든 코팅산패입니다.
삼각점 봉우리에 도착을 하고..
급격히 내려섰다가 올라서니
소장봉에 도착을 합니다.
먼저 진행하신 선배님들의 시그널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름철에 내려가려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곳입니다.
언제 일출이 올라왔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높이 올라온 일출입니다.
조용한 마을에 내려서니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래도 이 동네는 댕댕이들이 없는지 조용합니다.
다시 올라서는 길 헉소리 납니다.
솔잎 위에 살짝 덥힌 눈은 미끄럼틀을 만들어 놨습니다.
다리 힘없는 사람은 여기 올라가려면 참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올라서다 보니 이번에는 산죽밭이 반겨줍니다.
트랙상에는 500.6m 봉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자산은 어디서 출현했을까요?
눈 먹은 산죽밭을 한참 따라갑니다.
그래도 낮이라 다행이지만 야간에는 이런 눈 내린 산죽밭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내장산 부근에 자생한다는 굴거리나무 라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죠.
찬스를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잊어 먹기도 빠르게 잊어 먹는 단점이 있습니다.ㅜㅜ
계속해서 이어지는 산죽밭을 가로질러갑니다.
산죽 키가 상당히 커서 그런지 산죽밭으로 들어서면 앞서가는
규식님도 보이 지를 않습니다.
삼거리에 489.5m 봉이 있습니다.
밤이면 삼거리 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듯합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시그널만 잔뜩 반겨주고 산패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코팅산패가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라진 듯합니다.
노적봉에서 조금 내려선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이정목을
지나 굴재를 향합니다.
굴재를 향해 내려서는데 반가운 분께서 마중 나오셨습니다.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저희를 기다리시며 심심하셨던지
눈 속에서 저번주 제가 실패했던 냉이를 캐놓으셨다며
라면에 넣어 드시자고 하십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곳곳에 송담이 있다며 알려주십니다.
눈이 좋으신 건지 잘 보이지도 않는 버섯들을 잘도 찾아내십니다.
털목이버섯이라고 하는군요.
왕래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굴재에서 규식님께서 가져오신
오곡밥과 나물반찬에 싸부님께서 끓여 주시는 라면으로 허기를
채웁니다.
냉이는 아직 씻지를 않아서 이번에는 냉이라면은 패스합니다.
호남정맥 6구간 안내도가 있어 이곳이 호남정맥 상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난 뒤 좀 쉬어 가고 싶지만 날 밝을 때 조금이라도 더 걷자 싶어
쉬는 건 야간 구간에 좀 더 쉬기로 하고 추령을 향해 갑니다.
그래도 가는 곳마다 이정목이 거리를 알려 주고 있으니 얼마를 더가야
내가 가는 목적지가 있겠구나를 나름 계산하면서 갈 수 있습니다.
고당산으로 향하는 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복 받으실 거예요.
오르막 내리막 할 것 없이 등산로에 있는 산죽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셨네요.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지났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산죽 등산로 사이로 편안하게 올라왔습니다.
호남정맥 이렇게 편안한 등산로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생각해 보지만 너무 편안한 등산로라면 재미가 없을 듯하기도 합니다.
말하기가 무섭게 내려서는 길은 내리막 경사가 상당합니다.
두리번두리번하고 가다 보니 뭔가 하얀 게 보입니다.
뒤집어 보니 520.1 산패가 땅에 떨어져 살짝 덮여 있습니다.
당연히 그냥 갈 수 없죠.
규식님께서 높은 곳에 설치를 해주십니다.
설치 다하고 나서 찰칵...
가야 할 방향 왼쪽으로 눈을 돌려 봅니다.
저쪽은 또 어떤 곳일까요?
어느 곳을 걷든 초행길이다 보니 눈망울 초롱초롱하게 밝히며
여기저기 돌아보게 됩니다.
개운치로 내려서는 길은 산죽이 아닌 대나무밭 사이로 내려갑니다.
전라도 지역에 대나무가 많다고 하던데 어느 곳을 가든지 대나무를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마을로 내려서는 길 큰 강아지 두 마리가 눈만 꿈벅 거리며 쳐다보며
귀찮은지 짖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쪼그만 강아지는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며 짖어 댑니다.
반기는 건지 경계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착한 개운치 도로를 건너 다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갑니다.
여름철에 이곳을 지난 다면 바람에 살랑이며 부딪치는 대나무소리에
취하고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도 살랑일듯한 그런 곳입니다.
그렇게 대나무숲을 나만의 생각으로 걷다 우연치 않게 비실이선배님
초병이 바닥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꺼내어 규식님께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서 다시 좋은 곳에 걸어줍니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시그널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네요.^^
개운치에서 올라서니 망대봉에는 통신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상 쪽으로는 철조망이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아랫길로 우회해서
빠져나옵니다.
철조망을 빠져나와 통신탑으로 올라오는 도로를 만나고
도로를 따라 이동을 합니다.
도로를 따라 이동할 때만 해도 계속 이런 길이였으면 했는데
그런 제 마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도로를 지나 들어서는 등산로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옆으로 넘어진
나무들과 길을 막고 있는 잡목 투성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누워서 쉬고 있는 나무들인 듯싶습니다.
어떤 곳은 올라타 넘어서야 하고 어떤곳은 허리 숙여 인사하며 지나야
하는 그런 곳들이 이어집니다.
넘어서야 할 곳에 출입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건 알아서 잘하면 될 듯합니다.
규식님께서 이야기하시네요.
샌드위치 하나 먹자고 말입니다.
배는 안 고파도 먹어야 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샌드위치 하나 먹고 힘을 내어 출발해 봅니다.
추령을 향해서 파이팅...
까칠하게 올라가더니 곧바로 까칠하게 내리 꼽습니다.
왜 샌드위치 먹고 힘내야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이유죠.
내려서면서 보니 철조망이 계속 이어집니다.
등산로를 따라서 계속 이어지던 철조망은 추령봉 전까지 이어집니다.
규식님께서 우측에 뾰족한 봉이 추령봉이라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앞에 밋밋한 산에 올라야 하는데 힘이 들거라 하시네요.
그런다고 안 갈 수 없잖아요.
가봅시다 했는데..
오르막이 아주 사람 잡습니다.
헉...
소리가 절로 납니다.
그렇게 헉소리 나는 오르막을 올라 보니 앞에 봉우리가 보이고
또 올라 보니 또 앞에 봉우리가 보이고 하더니 세 번째인가 네 번째에
올라서니 앞에서 봤던 밋밋했던 봉우리에 도착을 합니다.
가는 곳마다 삼각점 비슷한 게 보입니다.
내무부?
궁금하면 못 참아서 찾아보니 도근점이라고 알려 줍니다.
조망이 열린 곳이 없다 보니 이렇게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는
이쪽저쪽 사방팔방 찰칵해 봅니다.
지나온 곳은 어느 방향인지 가야 할 방향은 어느 곳인지 둘러보다 보니
저쪽 앞에 추령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 뭔가 붙어 있었다는데 지금은 떨어졌는지 헤어졌는지
나무판만 있어 알 수가 없습니다.
추령봉에 올라가다 살짝 보이는 조망 확인 중
추령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이네요.
추령에 올라서지만 사방이 꽉 막혀 있어 조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나무를 다 잘라 버릴 수도 없고 그냥 조용히 내려옵니다.
추령봉을 지나도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은 쉼 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저번주 추령으로 뒤풀이 하기 위해 오갔던 도로가 조망이 됩니다.
그렇게 오르 내림을 하다 보니 반가운 분께서 또 짠 하고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좋은 길 놔두고 벌목을 해서 등산로도 사라져 버린 그런 곳으로
인도를 하시더니 예전에 다니던 길이라시며 트랙을 따라 인도해 주시네요.
그렇게 추령에 도착을 합니다.
저번주 뒤풀이 하기 위해 왔던 별장산닭 식당에서 해장국과 육계장
그리고 머리 고기로 속을 든든히 합니다.
비탐구간으로 있다가 최근에 비탐해제 되었다 는 추령입구입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비가 온다고 안갈수도 없고 출발하려고 하니
싸부님께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비가 눈으로 바뀔수가 있으니 아이젠을
챙겨가라 하십니다.
아이젠도 챙기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내장산을 향해 출발을 합니다.
처음에 이게 뭔가 하고 한참을 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국립공원이라고 각인되어 있네요.
국립공원임을 알리는 표지석이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었습니다.
제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를 말이죠.
겨울에 맞는 비는 누구를 막론하고 좋지는 않을 듯합니다.
제법 비가 멈추지 않고 앞을 가리듯이 내려옵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내리던 비가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눈으로 바뀌어 옵니다.
규식님께서 눈을 치우고 나니 이곳이 장군봉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점점 눈발은 굵어지고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 "비가 아니라 눈이라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언제 이런 눈을 보겠어하는 마음입니다.
함박눈에 행복해하고 있었습니다.
눈은 오더라도 춥지는 않고 비가 아니라 눈이라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눈이 많이 오기 시작을 하자 길이 미끄럽고 걸음걸이가 점점
늦어지고 있네요.
속도가 안 나더라도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걷습니다.
그렇게 연자봉에 올라섭니다.
정상석은 어디 갔나요?
하얀 옷을 폭신하게 뒤집어 쓰고 있던 안내판에서 하얀옷을 걷어내니
이곳이 연자봉이라고 알려줍니다.
연자봉에서 내려서며 보니 이곳에 케이블카가 있었나 보네요.
내장산에 케이블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신선봉을 향해 가는 길
눈이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점점 신선봉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산죽에 쌓인 눈도 이쁘기만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요.
하지만 산죽에 내려앉은 눈을 온몸으로 뒤집어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돌계단을 한참 오르고 나니 아직도 더 올라 오라며
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난간사이로 암릉을 통과합니다.
눈도 많이 오는데 바람까지 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바람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도착합니다.
내장산 최고봉 신선봉에..
처음 와본 내장산이다 보니 이곳이 어딘지 저곳이 어딘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간이라면 여기서 보는 조망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는 꼭 인증사진 찍고 가야 된다는 규식님을 따라서 인증샷도 찰칵해 봅니다.
눈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살랑거리며 불던 바람도 점점 그 기세를 키워 갑니다.
잠시 멈춰 서면 금세 추위를 느끼게 합니다.
그럴 땐 부지런히 걸어 체온을 올려야 하는 게 답일 듯합니다.
까치봉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다녀오기로 합니다.
까치봉 가는 길도 암릉구간에 철난간을 잡고 이동해야 하는데
눈이 쌓인 난간길이 미끄럽기만 합니다.
까치봉을 다녀와서 다시 확인합니다.
순창새재 까지는 소리 없이 조용히 지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상적인 등산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우회로를 찾아봅니다.
여기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합니다.
결국 우회하기로 하고 길을 찾아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 고행의 길이 시작 됩니다.
길도 없는 키를 훌쩍 넘는 산죽밭에 갇혀 허우적 대봅니다.
산죽에 붙어 있던 눈은 산죽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온전하게
쏟아져 내려 온몸이 눈에 파묻힙니다.
얼마나 헤매고 있었는지 모를 시간 이 흐르고 몸의 체온에 녹은 눈은 녹고 녹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흥건하게 젖어 버리고 나니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서있으려면
한기가 들어 체온이 급하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엄습합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겨우겨우 산죽밭을 빠져나오는데 밑에서
애간장을 태우고 계시던 싸부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위쪽 상태가 많이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겨우겨우 산죽밭을 빠져나오느라 울리는 전화벨 속에서도 전화를 받지 못했더니
더 걱정이 되셨었나 봅니다.
잊지 못할 눈 속에 산죽밭이었습니다.
잊지 못할 빗속에 여인이 아닌
잊지못할 눈 속에 여인이 되어 버렸네요.
1.5km도 안 되는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아래서 걱정하고 계실 싸부님께 살아 있음을 알려 드리니
걱정이 태산이십니다.
특히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곡두재 내려서는데 너무 위험할 것
같다고 걱정이십니다.
산죽밭을 통과하는데 눈폭탄 맞고 홀딱 젖은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대니
잠깐 사이에도 추워서 덜덜입니다.
순창새재를 지나면서부터는 등산로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조금 전 산죽밭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곡두재에 도착해도 벌써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이제 겨우 상왕봉에 도착을 합니다.
눈에 숨어 눈사람 아닌 눈상석이 된 정상석에 붙은 눈을 치우고..
여기까지 고생고생해서 왔으니 인증은 하고 가야죠.
백학송이라고 한답니다.
날이 좋을 때 오면 조망이 좋을 듯한데 지금은 조망이고 뭐고
그런 것을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안내판이 있지만 이젠 눈치 우는 것도 귀찮아서 뭔지 확인만 하기 위해
안내판 위쪽 눈만 살짝 치우고 확인합니다.
트랙상으로는 이곳에서 비탐구간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직진은 백학봉으로 가는 길이고 구암사 방향으로
올라가다 비탐구간으로 들어가야 되는 구간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소복하게 쌓인 눈길입니다.
만약 이런 길을 처음 보았다면 눈망울 초롱초롱해하며
기분 좋아했을 겁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계속 이렇게 눈을 밀치며 걷다 보니
이런 길이 좋지많은 않다는 느낌이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시 나타난 출입금지 구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출입금지구간이라 난감한 게 아닙니다.
싸부님께 전화를 합니다.
싸부님께서는 지금 진행할 곳이 암릉구간이고 눈이 너무 많이 온 상태라
위험하니 구암사 방향으로 빠져나오라고 하십니다.
괜시리 무리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 판단하신 듯합니다.
그렇게 해서 구암사 방향으로 하산을 합니다.
곡두재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싸부님께서도 구암사로 오시기로 하셨는데
보이지 않으십니다.
혹시 몰라 눈이 많으면 올라오지 마시고 아래서 기다리시라 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래서 기다리시나 봅니다.
어느 정도 내려가다 보니 차가 보이는데 눈길 올라오시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듯합니다.
차 뒤에서 뭔가 열심히 하시는 싸부님을 보니 올라오는 중간에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
난감해 있으셨는데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염화칼슘 보관 박스가 있어 염화칼슘을 꺼내
도로에 뿌리고 계셨다고 하십니다.
옆 고랑으로 빠질뻔한 차를 안전하게 빼내고 일단 하산을 해서 마을 인근에 주차를 하고
싸부님께서 끓여 주신 냉이 부대찌개로 고팠던 배를 채우고 나니 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계속 산행을 진행하는 것은 안전상 위험할 수 있으니 여기서
멈추고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저희는 싸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늘 너무 잘 듣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번 산행은 여기에서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뒤풀이는 조금 멀고 먼 곳으로 이동해서 삼겹살에 소맥을 곁들이면서
밤새워 눈속에서 걸었던 기억은 벌써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으며 얘기할수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눈사람이 앙증맞은 지인분 댁에 들려 쉬었다 집을 향합니다.
진양기맥 할 때는 그렇게 겨울비를 맞으며 걷더니 호남정맥에서는
끔찍하게 잊지 못할 눈 속에 밤을 지새웠네요.
5~6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9시간 동안 눈 속에서 사투라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이런 산행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보름달도 숨어버린 눈 속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해 주신 규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행 내내 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긴장하시고 애타 하신 싸부님 너무너무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눈속에서도 침착하게 잘 버텨낸 대견한 별하에게도 쓰담쓰담을 살포시
안겨주고 못다 한 구간은 빠른 시일 내에 보충산행을 진행하실 거라 하시니 그때
이번에 진행하지 못한 구간은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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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힘든 눈길 많이 걸었네요. 수고가 많으셨어요.
그래도 여름철 정글 숲으로 변할때 보다는 좋습니다.
오래전 정글도와 전지가위들고 호남정맥 정글을 뚧고 갔던기억이 납니다.
달님 안녕하세요^^
홀대모 모임 때 뵌 거같은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대간 첫구간때 푹푹빠지는 눈길만 힘든줄 알았는데...
이번 내장산 구간처럼 밤새 쏟아지는 눈길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온 몸의 세포가 정신바짝 차리라고 알려주더라구요^^"
여름철 호남정맥길은 정글숲일꺼같단 생각을
하며 걸었습니다
지금도 따가운 가시덩쿨들이 많터라구요ㅠㅠ
귀한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기분좋은 하루 되시공
늘 ~건강하세요^^
첫 구간과 달리 이번 구간에는 눈맞으며 복받은 산행이었군요.
오르내림도 심하고 힘든 고행길이었지만 극복하면서 즐기는 모습도 멋집니다.
구절재, 고당산 산죽, 추령 등 친숙한 지명도 반갑네요.
내장산 눈길을 밤에 넘는 추억도 담으면서 구간 마무리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산을 항상 머물고 있기에 무리않고 구암사에서 마무리하신건 잘 판단하신 듯싶습니다.
두분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