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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강정은 말없이 합수점 물길을 지휘하고 있었다.
▲합강정에서 바라본 합수점 풍경.
◐ 프롤로그 ◑
일상과 산세상, 세속과 탈속의 문턱에서 서성이다가
자신이 그 경계에 서 있음을 발견하고 난감해집니다.
단추를 풀고 마음을 열어줄 마당을 갈망하기도 하고
산에게 거창한 메타포를 담지 못해 안달하기도 합니다.
봄비라는 백신을 맞고 항체를 길러내는 계절 앞에서
산으로 향하는 연정이 시루떡처럼 겹겹으로 쌓입니다.
일상의 탈출이어도 괜찮고 자아의 해방이어도 괜찮고,
오늘은 합수점의 메타포를 잡으러 문지방을 넘어갑니다.
◐ 산행 얼개 ◑
◎ 언제 :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 어디 : 백산봉-은적산-망덕산-(마봉산)-출동산-합강정-합수점.
◎ 동행 : 에마리오님, 주산자님, 진달래님, 산지기님, 봄비님, 범산.
▲백산봉 앞에서 산에게 고백합니다.
산에 대한 큰 사랑 안에 늘 내가 속해 있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몇 걸음 떼다가 돌아보니 백산육교가 시큰둥한 표정.
마루금은 인공적인 너(백산육교)보다는 자연적인 산을 더 좋아한단다.
▲명성철강이 ‘절단합니다’를 빨간 글씨로 강조합니다.
우리는 절단된 마루금을 이어가면서 강조합니다. ‘절단 못 합니다.’
▲봄은 내년에 또 올 테지만 우리 인생의 계절은 한 번 뿐.
그래서 오늘이 내 생에서 제일 젊은 봄날이기를 기대합니다.
▲백산봉 고스락.
맨발님의 표지기만이 세월을 머금고 매달려 있습니다.
▲마루금 위에 터 잡은 청주성신학교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입니다.
▲마루금은 백두산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기가 흘러드는 곳.
그것은 저 세상으로 먼저 간 님들의 음택이 마루금에 많은 이유가 될 터.
그 음택들을 보면 살아있는 오늘이 더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영어로 present는 선물도 되지만 오늘도 된다지요. 선물 같은 오늘!
▲산사람들의 리즈시절은 바로 산을 걷고있는 이 순간이지요.
▲청주성신학교 근처는 삽질이 한창입니다.
마루금이 절단되고 굴절되더라도 어차피 물길은 생기기 마련.
고여있는 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흘러야 하듯이
마루금이 파괴되어도 물이 넘지 못하는 벽은 생기기 마련이지요.
▲물길과 마루금의 관계는 상극이면서 보합관계.
건물을 피해 밀려난 마루금이 삽질로 또 밀려날 판국.
마루금은 성정이 너무 순해서 탈이라니까.
▲돌아보기.
▲호젓한 마루금을 걸어가는 현재를 한껏 즐깁니다.
굳이 고대 시인 호타리우스의 Carpe Diem!을 외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에게 내일 놀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
마루금을 걷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의 기쁨을 낚아채렵니다.
▲후미진 야산에서 이런 아름다운 산길을 만나다니.
동물을 길들이다는 의미로 ‘馴致하다’는 말이 있지요.
마루금은 우리를 순치시키면서 아름다움에 길들이고 있습니다.
▲우측 멀리, 청주의 진산이라는 부모산.
▲요양원 시설 뒤안길을 지나갑니다.
▲산길을 걷는 마음 상태가 업되어 있는가 봅니다.
보는 풍경 하나하나에 생기가 넘쳐 흐릅니다.
같은 새소리를 듣고도 새가 우는가 새가 노래하는가 차이겠지요.
지금 새소리가 들린다면 아마도 노래하는 소리로 들릴 것 같습니다.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풍경에 윤기를 더해줍니다.
▲아직 우리에겐 걸어야 할 마루금이 많이 남아있다는 건 행운.
언제든 이룰 수 있는 꿈이 있으니 보험에 들어둔 기분이랄까.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알차게 익혀가면서 한걸음씩 걸어갈 일입니다.
▲전방 빨간 원 표시지점으로 연결되는 마루금.
비닐 멀칭과 차양막 하우스가 겹겹 가로막고 있어
마루금 찾기가 고난도 수수께끼 풀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버섯재배시설인 차양막하우스 사이를 사열하듯 걸어갑니다.
▲평범한 마루금을 걸어가는데 안으로부터 어떤 외침이 올라옵니다.
감동은 풍경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에서 온다고,
풍경은 다만 사람들 준비된 마음상태에 양념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마루금은 길 우측 밭뙈기이지만
그물망을 뚫고 농심을 배반할 수 없어 우회합니다.
▲물건을 살 때 물건의 품질을 보지 판매자의 인간성은 보지 않듯,
산행할 때는 오로시 산만 보지 남들 눈을 의식한 인증샷은 부차적인 일.
▲돌아보기. 밭에선 고구마 심기가 한창입니다.
맷돼지에게 고구마는 엄청난 기호식품인데, 저 고구마가 온전하려나.
▲명당은 묘자리나 집자리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산행 중 풍경과 어우러져 대화하고 주유하기에 좋은 곳.
바로 이런 자리가 명당인지라 마루금주막을 성황리에 오픈.
산이 거들어주고 계절이 도와주니 술맛이 제대로. 둥기당기당.
▲팍팍 터지는 조망명당을 걸으며 생각은 허공을 떠돕니다.
자꾸 사랑이라는 단어가 날아오릅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할 거야.
▲생각해보니 산을 오를 때마다 힘이 되었던 건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저 멋진 소나무처럼 혼자서도 꿋꿋이 뿌리내리는 듬직한 사랑이었습니다.
▲뱃속까지 뚫고 들어올 듯한 투명한 햇살이 고개에 내려앉았습니다.
▲잘 생긴 저 분들은 누규?
▲왼쪽은 망월산, 오른쪽은 팔봉산.
▲유모산 복두산 뒤에는 깜찍한 노고봉이 숨어있을 텐데.
▲산은 자신을 나르시시즘적으로 투사하는 대상입니다.
산사랑은 결과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편이 되는 셈이지요.
▲팔봉지맥,
그 마지막 퍼즐을 푸는 데는 은적산이라는 코드가 있었습니다.
▲밭 주인장은 왜 저리 고난도 차단망을 설치한 걸까요.
방탈출카페도 아니고 마루금탈출카페라도 차릴 심산일까요.
▲하늘에는 비익조, 땅에선 연리지라 했던가요.
하늘에서는 봄바람이요 산에서는 마루금이 아닐까요.
▲산사랑은 후렴처럼 말하는 곁가지가 아니라
광인의 실루엣이 어른거리는 돈키호테적 짝사랑이 본질.
▲저 앞에 빤히 보이는 쉬운 도로를 질러갔을까요?
아님, 왼쪽의 희미한 마루금을 씩씩거리며 헤쳐나갔을까요?
▲물길의 외곽도로, 공중수로가 나타났네요.
▲물 대신 우리가 수로를 걸으며 잠시 흘러갑니다.
▲113.2m봉.
▲저 멀리 운주산과 동림산 딱 중간.
젊음을 새카맣게 불살랐던 아픔 한 조각 머물러 있습니다.
▲넘친다.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햇살이, 감정이, 산을 가득 채운 후 주체할 수 없게 쏟아집니다.
▲햇빛이 뜨거워지고 산이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
594번 도로가 연궁교회를 대동하고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교회를 뚫고 지나갈 수가 없어서
뒤안길 나무데크를 밟고 마루금을 이어갑니다.
▲왔던 길 돌아보면,
마음창으로 봄바람이 휘몰아쳐 들어와 잡생각을 데리고 나갑니다.
▲양지꽃이 사랑을 고백해 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트.
▲무의식 저 깊은 곳까지 침투해,
산이 내 삶의 나침반을 조절해가고 있다는 느낌.
▲산책로 같은 야산이지만
한없이 깊은 우물 속처럼 가늠할 수 없는 산세상입니다.
▲산행은 날것인 자신과 맞닥뜨리는 가장 에누리 없는 삶의 한 방식.
▲실타래처럼 꼬인 인공물을 피해가는 마루금이지만
맞서듯 헤쳐나가다 보면 자신이 산에 빠져있음을 발견합니다.
▲봄볕과 어우러진 맑은 느낌의 풍경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플러그가 빠져나가 멍해지는 느낌이 옵니다. 망아의 세계.
▲이 풍경을 어찌 감당하라고
산은 이리도 새초롬한 빛으로 다가오는 건가.
▲생태통로.
▲뒤돌아본 생태통로의 다른 모습.
▲봄철에 피어난 단풍이 이질감을 줍니다.
▲먼곳을 더듬던 시선에 포착된 풍경.
눈에 익은 풍경은 기억창고에서 사진을 끄집어내게 합니다.
흘러간 시간은 과거일 뿐 무수히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일 뿐.
▲봄빛이 자잘한 빗살무늬처럼 해체되어 산자락에서 부서집니다.
▲오늘 구간 최고봉 은적산.
입구에 해학적인 장승이 웃으며 마중나왔습니다.
▲은적산, 要領不得의 느낌.
은적산에는 단군 관련 시설물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은적산 고스락 풍경 1).
▲(은적산 고스락 풍경 2). 단군사당, 천부경, 단군좌상.
▲(은적산 고스락 풍경 3). 이화정, 배달문.
▲(은적산 고스락 풍경 4).
오늘 조망의 백미는 이화정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은적산 고스락 풍경 5).
▲(은적산 고스락 조망 1).
▲(은적산 고스락 조망 2).
▲(은적산 고스락 조망 3).
▲시간을 따라 익어가고 있을 옹기 속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마루금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겠기에,
많은 것을 묻고있는 은적산을 뒤로 합니다.
▲은적산 고스락에서 유두고개까지는 마루금 읽느라 우왕좌왕.
독도에 난해한 구석이 있지만 해독 불가능한 암호 수준은 아니고.
▲유두고개
▲녹색의 초원 앞에 서니, 가슴에서 빗장 풀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화사한 봄빛이 초원 위로 흥건하게 쏟아지고 있네요.
▲산길과 연애하듯이 눈길을 주고받으며 걸어갑니다.
애정을 담은 눈길은 나 좀 봐달라고 산에게 애원하는 광고인 셈이죠.
▲망덕산 고스락.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방향을 보고 칡과 등나무를 감별한다는데....
그럼 왼쪽 방향으로 감고 오르고 있는 사진상의 덩굴식물은 무엇일까요.
칡은 오른쪽, 등나무는 왼쪽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네요.
그래서 칡과 등나무가 같은 나무를 타고 오르면 서로 얽히게 됩니다.
여기서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뜻하는,
‘칡(葛)’과 ‘등나무(藤)’의 조합인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탄생했답니다.
▲학천산 고스락.
▲먼발치에서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엇이라 단언할 수 없는 막연한 그리움이 일어납니다.
▲507번 도로.
▲이 시설물 뒤편에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자리하고 있고.
▲첫대면하는 풍경의 낯설음은 앞으로 펼쳐질 멋진 풍경들에 대한 예방주사.
▲비슷한 체험이 있을 때 더 커지는 게 공감능력이라면
비슷한 경험들을 무수히 공유한 산벗은 공감부분에선 절대강자.
▲풍경 액자 속에 많은 산이 들어있습니다. 유모산, 복두산, 부용산, 금병산....
▲마봉산 갈림지점.
마루금에서 약500m 벗어나 있는 마봉산으로 향합니다.
▲마봉산으로 가는 중.
▲넘어진 거목들을 보면 늙은 산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상처를 받았지만 건강한 애 같은 산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라면서 ‘애늙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조숙하다는 뜻이겠지요.
지금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늙은애’ 같다고들 합니다. 좋은 뜻으로 해석합니다.
▲마봉산 고스락 풍경.
▲마봉산 갈림지점으로 돌아오니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봉산 조망 1). 마루금 정원에 산이라는 이름표를 단 꽃들이 즐비합니다.
▲(마봉산 조망 2)
▲(마봉산 조망 3)
▲돌아보면 망덕산은 추억이 되어있고.
▲조금 더 걷다가 돌아보면 마봉산도 추억으로 변해 있습니다.
▲산, 가뭇 없는 허상.
먹고 돌아서면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스태미너 식품 같은.
▲연두색 잎 위로 쏟아지는 봄빛이 훨씬 농밀해졌습니다.
▲산은 이 휘황한 세상에 잠시 찾아든 정전 같은 존재.
달려가던 일상을 멈추고 잠시 마음의 휴식을 주는 산책 같은 것.
▲도로 건너 진행할 마루금이 휴식처럼 누워있습니다.
▲당곡저산로.
고갯마루에 봄 햇살이 와와 부서져 내리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감각만 승하고 깊이가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그 말이 비수처럼 섬뜩하게 늑골 밑으로 파고들어 자극을 줍니다.
▲삶이 멀미를 일으킬 것 같은 때, 산은 명료한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버릇처럼, 미루었던 숙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산에 다가서곤 하지만
산행은 감성으로는 이해되지만 이성으로는 수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높은정이길.
▲산이 던져주는 메시지의 고갱이를 잡으려 애를 쓰지만
번번이 허공에 부서지는 햇살만큼이나 허망한 일이 되곤 합니다.
▲랩과 테크노 시대에도 트로트가 나름 한 몫을 하듯이
KTX 시대에도 산행은 세상에 큰 몫을 하는 트렌드가 될 수 있습니다.
▲산행기 간접체험에서 갑갑했던 지형의 궁금증.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막혔던 변비가 뻥 뚫린 듯 시원해집니다.
▲큰개불알꽃 군락이 과수원에 터를 잡았네요.
▲돌아보기.
▲저 마루금을 안고 걸어가다가
마루금이 나를 안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이성을 대하듯 산을 대하고 싶습니다.
앞에 펼쳐진 마루금을 바라보면 입가에 미소가 물립니다.
▲오늘 산행 느낌은 맛으로 비유한다면 의외의 맛.
호불호를 판단할 수 없는, 감각 너머에 있는 색다른 맛이랄까.
▲이 색다른 느낌의 맛을 꼭 붙들고,
더 깊이 더 오래 연장하려 애를 씁니다.
▲자신을 타자화, 대상화 시켜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이 산과 일체가 되는 물아일체의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마루금이라는 형식에 갇혀있던 의식이 고개를 만나서,
새 지평이 열리기를 갈망하는 의식의 업그레이드로 나타납니다.
▲무슨 산행을 하든, 어디서 산행을 하든,
온 마음을 다해 깊은 곳과 후미진 곳을 고스란히 밟을 것입니다.
▲조망이 터지는 곳에 서면 항복하는 마음이 됩니다.
마음의 곳간을 열어젖히고 엎드리는 심정이 되곤 합니다.
▲마지막 봉우리 출동산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느리울길. 연동중학교와 마암리 사이 고개.
▲교과서박물관 철책 왼쪽을 따라 600~700m 진행.
▲산자락에서 건너오는 계절의 설렘까지
늙은 여우처럼 환하게 읽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덩달아 설렙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가슴 밑바닥에서 현이 울리고 공감의 바람이 불어와 사람과 산이 하나가 됩니다.
▲응암산업단지로 내려서는 길.
▲산을 빠져나오는 산벗님들의 발걸음에 경쾌함이 가득 얹혀있습니다.
▲산에 대한 환상을 믿는 대신 발걸음에 대한 감각을 더 신뢰합니다.
속도에 대한 선망을 믿는 대신에 산풍경에 대한 감동을 더 신뢰합니다.
▲어떤 길을 걷든 다지듯이 한걸음 한걸음 힘주어 걸어갑니다.
흙길이든 콘크리트길이든, 전체로 봤을 땐 산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므로.
▲수청과선교를 건너며 바라본 철로.
▲어떤 길을 걷든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주저앉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짧은 구간이든 긴 구간이든, 전체로 봤을 땐 내가 좋아서 찾은 산이기에.
▲산에서 만나는 대상은 무엇이든 혼을 쏟아 대하려 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애무하듯이, 땅을 디딜 때는 사랑을 나누듯이.
▲이 딱딱한 바닥을 디디면서 생각합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 세상이 가없이 넓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텅빈 머릿속을 관통해 지나갑니다.
▲그래도 사람은 저마다 하나의 소우주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게 됩니다.
▲마음은 KTX 속도로 달려가지만 발걸음은 무궁화의 속도로 느리적거립니다.
▲돌아보기.
▲지금 상태에서는 산 말고는 아무 것도 감각존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시선이 직선으로 날아가 정확히 봉우리에 꽂힙니다.
▲정서적 환풍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 곳의 냄새가, 이 고개의 햇살이, 이 산자락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기를 욕심내면서 계속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묘지 주변 나무들을 고사시켜 버리려는 얄팍한 이기심의 발로.
▲시간 참 총알이지? 듣는 이도 없는데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출동산 고스락 풍경.
▲출동산 오름의 좋은 느낌을 완성하기 위해 조망처를 찾아갑니다.
▲(출동산 조망 1).
이판사판공사판이라더니, 대자연이 공사판으로 뭉개지고 있습니다.
▲(출동산 조망 2)
▲(출동산 조망 3).
저 건너편 빨간원에 좌표를 설정해놓고 접근경로를 모색.
▲공사판 속으로 내려갑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공사장은 한산한 편.
▲돌아보니, 출동산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
▲파괴된 마루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 고작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전부였지만
그 미안하다는 말도 차마 소리내지 못할 만큼 아픕니다.
▲앞으로 이곳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에 가장 빠른 길을 찾아갑니다.
▲산행은 또다른 나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뭉개진 마루금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
콧등이 시큰해져 애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맙니다.
▲올라야 할 흙더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울컥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넘어옵니다.
▲(공사판 조망 1). 돌아보기.
▲(공사판 조망 2).
▲(공사판 조망 3).
▲마지막 칸에 불이 들어온, 방전 직전의 배터리.
합수점으로 향하는 마루금의 상태가 꼭 그랬습니다.
▲마루금!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합쳐지면 사랑하는 마음인 거 알지?
▲마지막 마루금 퍼즐을 맞추기 위해 미리 눈대중을 해둡니다.
▲BRT노선이 지나는 한누리대로를 건너서.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는 듯
마루금과 범산은 멋쩍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봅니다.
▲ 마루금은 내게 지금의 의미니까
이 마루금이 끝날 때까지 집요하게 산줄기를 읽어갈 것입니다.
▲막판 마루금이
봄빛보다 더 환한 미소를 머금고서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합강공원에 내려서니 먼저 고인돌이 맞아줍니다.
마루금 짝사랑에 길들여진 범산의 자의적 해석으로,
고인돌의 마중은 유혹의 언어임이 분명하다고 결론내립니다.
▲돌표석에 새겨진 문구가 합수점의 의미를 웅변하고 있네요.
▲합강정 오르는 계단은 알콩달콩 행복으로 오르는 계단.
▲드디어 합강정을 만났습니다.
뭉개진 마루금으로 인해 아쉬움이 그득 들어찼던 마음자리에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 들어와 있습니다.
▲합강정은 한 발 물러서서 합수점 물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합강정은 금강과 미호천이 한 몸 되는 과정을 말없이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합수점 가는 길을 합강정이 엄호하고 있습니다.
뭉개진 마루금 때문에 낙담한 사람을 합강정이 위로해 줍니다.
자신의 낙담에 대해 말하지 말고 상대의 실망에 대해 배려해보라고.
▲합수점을 앞에 놓고, 산에 더욱 목말라 합니다.
▲강 건너에는 다가설 듯 전월산이 서 있는데,
합수점으로 몰려드는 물결 위에 햇살이 부서져,
윤슬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보석을 빚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 마루금 여행의 엔딩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부드러운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허연 낮달이 표정없이 담담하게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명목상의 마루금 끝자리에 서있지만,
마루금 영화는 결코 엔딩이 아님을 잘 압니다.
마루금의 뭉개짐이 계속 진행중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이 끝난 후 다시 와서 마루금 엔딩을 외칠 것입니다.
▲범산에게 팔봉마루금은
1분, 1초가 안타까운 마루금이 되었습니다.
▲BRT를 타러 아람찬교의 저 꽈배기 계단을 올라갑니다.
▲아람찬교 위에서 바라보니, 금강 물결에 희망이 찰랑거립니다.
---------------- 교통편 ----------------
(산으로 갈 때)
대전역(06:50 출발) ⇒ 오송역(07:27도착. 무궁화. \2700)
오송역 ⇒ 청주성신학교 (택시. \13,450)
(집으로 올 때)
합수점 ⇒ 산학련 클러스터 BRT승강장 (약2km, 도보)
산학련 클러스터 BRT승강장 ⇒ 세종시외터미널 (BRT B0 이용)
세종시외터미널 ⇒ 대전 반석역 (BRT B2 이용, 환승).
♧♣♧♣♧♣♧ ♧♣♧♣♧♣♧ ♧♣♧♣♧♣♧
(에필로그)
얼핏 보면 맹탕 같았던 평범한 마루금 풍경이지만,
살풋 관심 실어서 보면 속이 꽉찬 풍경이었습니다.
합수점 물길을 말없이 지휘하는 합강정에 오르니
아날로그적 감성이 마루금을 타고 톡톡 살아납니다.
봄빛은 저리도 투명하고, 물빛은 저리도 여울지는데....
미완성으로 접수한 팔봉을 떠나 꿈을 쫓으려는데
생뚱맞게 생각나는, 15살 브룩 실즈의 선정적 카피!
“There’s nothing between me and my calvin.”
(나와 청바지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노팬티 암시하던 그 광고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지요
오늘 그 멘트가 山언어로 변신하여 날아오릅니다.
‘나와 산 사이에는 거리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첫댓글 범산님 팔봉지맥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읍니다.
은적산이 멋찐곳인듯 싶읍니다..
마지막 금강 사진의 해질무렵 분위기가 좋읍니다.
늘...즐거운 맥길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산줄기 하나 하나 밟을 때마다
분에 넘치는 인생 선물을 받는 느낌입니다.
흘렸던 땀보다는 뭉클했던 순간의 영상들만
가슴 깊숙이 저장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구간 은적산은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분위기도 그렇지만 이화정에서 바라보던
우리 산하의 막힘없는 조망은 사람을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렇게 댓글로 마음을 나누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치열하게 진행하시는 마루금 여정, 늘 보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팔봉지맥 마무리를 축하드립니다.
제가 지난 지도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등로는 신록으로 가득 차 있네요.
정감스레 올려주신 후기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멋스러움으로 다가서게 하구요.
우리 산하 어느 한 곳이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듯 합니다.
멋진 후기담으로 지난 추억을 잠시 되돌려보았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돌아보니 그 바람의 진원지는 홀대모였습니다.
그 홀대모라는 큰 산에 우뚝한 나무 한 그루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에이원이라는 큰 나무였습니다.
일일이 챙겨주시는 그 열정의 밑거름으로
우리 산악계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항상 체력과 열정을 건강하게 유지하셔서
마음 곳간에 보람이 가득 차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읽으면서 푸근한 행복에 잠깁니다.
하나의 글귀는 물론이려니와 행간하나도 놓치기 싫은 이쁜 글이
끝없이 흘러내립니다.
이쁜 자연의 모습도 감동이지만 그 감동을 몇마디 글하나로 승화시키는
그 능력에 대해 수줍은 부러움을 가져봅니다.
되게 철학적이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속에서
이 모든 조화로움이 자연에서 흘러들어왔다는것을 또한번 깨치네요.
봄은 내년에 또 올 테지만 우리 인생의 계절은 한 번 뿐.
그래서 오늘이 내 생에서 제일 젊은 봄날이기를 기대합니다
라는 말에서 이심전심을 느낍니다.
돈키호테의 짝사랑이 산을 사랑하는 자의 본심임을...
주체할수 없는 이 동경은 과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산행기 읽다가 왜이리 산에 오르고 싶은지....
오늘 저녁의 야산은 더더욱 아름다울 듯 싶습니다.
자연을 짓밟은 인간의 이기에도 조용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위로해 주는
그런 여유로운 산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원하며
하고픈 말은 많은데 그러면 안되겠다는 맘가짐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저도 산과 나사이에 아무것도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보며...
행복한 날 이어가십시오. 너무도 잘 감상했습니다. ^^
산마루를 걸으며, 산정 마루턱에 앉아서,
호수 같은 눈으로 아래를 굽어보는 부리나케님을 상상합니다.
눈도 빵 터지는 것 같고, 코도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산처럼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그 분은 바로 부리나케님일 거라는....
산이 주는 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그중 제일은 지친 일상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멀리서 바라보기에는
이미 부리나케님과 산 사이에는 1미리의 거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온기 가득한 부리나케님의 산세상에는
이미 피아 구별없는 산만이 자리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 세상 끝까지 그 긍정의 심지를 키워가시길 응원합니다.
좋게 봐 주시고 힘을 주시는 부리나케님, 늘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우선 범산님의 팔봉지맥 완성을 축하드립니다.
프롤로그 부터 너무 작가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니
조심스레 읽어 내려 가게 되네요 ㅎㅎ
봄비라는 백신을 맞고 항체를 길러낸는 계절 이라
감히 뭐라 끼어들기 힘든 멋진 표현입니다.
아무래도 제 산행기는 간단 명료하게 가야 할듯한
부담감이 파파팍 라이트,레프트,어퍼..쨉째앱 으로
얻어 맞듯이 훅~ 밀고 들어오네요.. ㅜㅜ
그때그때에 맞는 적절한 어휘 구사력 또한 대단하다
아니할수 없겠네요..
백산육교의 시큰둥한 표정 명성철강의 절단합시다..ㅋ
읽다가 다시 빽해서 들여다 보게 하는 멋진 어휘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글들은 정독 안하면 너 혼난다 하며
꾸짗을듯 하여 한참을 정독 하게 만드네요 ㅎㅎ
함께 하시는 분들과 발맞추어 오소독소 하게 걸음 하시니
보는이 에게 자연 여유로움이 있는 걸음걸이 인듯이
보여지구요...
전월산이 왜 보이지?
생각해 보니 전월지맥이 팔봉지맥과 마주보며 끝을 맺었죠 ㅎㅎ
관암지맥의 계룡산도 산너머로 보이구요.
이런저런 참견을 하며 함께 그 속에 머물다 보니 어느덧 공사장을
지나서 합강ㅇ정을 만나며 합수점에 도달 하게 됩니다.
하지만 풀밭에는 눕지 마시길요
진드기 가 쫌 많아요^^
와우 역시 노련한 작가님들은 다르십니다.
우찌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이렇게 잘 꼬집어 표현해 주십니까? ㅎㅎ
"아무래도 제 산행기는 간단 명료하게 가야 할듯한 부담감이 파파팍
라이트,레프트,어퍼..쨉째앱 으로 얻어 맞듯이 훅~ 밀고 들어오네요.. ㅜㅜ
그때그때 맞는 적절한 어휘 구사력 또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겠네요.."
제 느낌 그대로를 표현해 주셨네요
너무도 공감해서 제자리가 아님을 아는데도 꼬리 한번 달아봅니다.
書不盡言 言不盡意
오늘도 행복한 날 되십시오 `^^
산에 들어서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지는 일상의 먼지들.
산을 오르면서 오로지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누구나 나름의 세상은 있기 마련이지만
다류님의 산세상은 짐작이 잘 되지 않을 만큼 아득합니다.
저는 복싱 체육관 언저리에도 가 본 적 없는데
라이트는 뭐고 레프트는 뭐고, 그리고 어퍼, 쨉은 뭐란 말입니까.
결정적 카운터 펀치 한 방으로 게임 아웃!
혹 이거 장착하고 있으면서 너스레를 떨고 계신 건 아니신지? ㅎㅎ....
산으로 향할 때마다 귀 아프게 듣던 말을
다류님에게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류님 걱정 덕분에 진드기는 피해 갔습니다.
큰 산세상을 그리고 계신 다류님!
언제나 만화가 방창하는 다류님 산세상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범산선배님!
홀대모카페에 조만간 범산님 팬클럽 하나 차려야 하겠는걸요. ↖^o^ ↗
아무리 봐도 멋지십니다.
산행은 결코 기럭지가 아니는걸... 여실하게 보여주시니..
범산님의 발걸음을 맞이하는 모든 지맥은 곧 행운이자 행복감에 젖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곤조곤 깊이있고 은밀하게 맥길과 대화하고,
서로를 매만지며 속속들이 알아가는 게 맥꾼들이 꿈꾸는 지맥 탐방의 로망 아닐까요.
팔봉지맥의 수수께끼 같은 은적산을 쉽게 풀어주시고,
미호강과 금강의 합수정을 말없이 지휘하는 합강정의 모습도 그림을 그리듯 자세합니다.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젊었을 적엔 애늙은이라는 조숙함이 늙으막에는 늙은 애로 세상을 가볍고 차분하게 바라보시고...
▲자신을 타자화, 대상화 시켜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이 산과 일체가 되는 물아일체의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 세상이 가없이 넓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텅빈 머릿속을 관통해 지나갑니다.
그래도 사람은 저마다 하나의 소우주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게 됩니다.
주옥같은 멘트(글귀)가 먼저인지 산 사진이 먼저인지 모르고 읽어내렸습니다. 다음 방문지가 기대되고요.^^
퐁라라님과 대화하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열정,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어 마음 둑이 허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독백을 지맥 탐방의 로망으로까지 추켜세워주시니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이 왠지 쑥스러워져 숨고 싶어집니다.
마음과 글을 더욱 갈고 닦으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처음 가는 산에 대한 낯설음에 대해 '혹시'라고 호기심을 품고
이미 밟은 산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그래도'라고 애정을 품고
오르는 산마다 마음 색깔이 달라지니, 돌아서면 산이 그리워집니다.
많은 경우 산 올랐을 때의 기쁨만 생각하다보니
산에 대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를 뼈아프게 느끼게 됩니다.
산세상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팬이 되어 주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요.
이 아름다운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님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범산님의 산행기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져 편하게 즐감했습니다. 산도 산행기도 머가 바쁜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산행기 부탁드립니다. 팔봉지맥 완주 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즐감하셨다니 제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산이 좋다보니 산행이 즐겁게 되고
산행기 쓰는 마음도 즐겁게 되는가 봅니다.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구요
대면할 수 있다면 맑은 소주 한 잔 올리면서
세상 사는 이치와 산세상을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체력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이 좋은 산세상을 늘 맘껏 즐기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