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한답시고 바쁘게 살다보니 산에 갈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엔 무척이나 많이 다녔었는데 산을 잊고 살았다. 지리산 종주도 몇번을 했고 설악산에서도 험하다는 용아장성 공룡능선 서북능도 두루 다녔으니 얼마나 산을 좋아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엄청나게 다녔던 것 같다.
겨울이 되어 시간이 좀 있으니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인들과 단촐한 산행을 했다.
시내버스로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는 계룡산이 대전에서 가까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산행을 할 수 있어 좋다.
이번엔 일행 중 많이 못 걷는 분이 있어 동학사주차장에서 삼불봉으로 해서 갑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경제도 어려운 때니 승용차는 집 옆에 잘 주차해놓았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환승이 될 수 있어서 한번 요금이면 갈 수가 있다.
오랜만에 와보는 동학사 입구인데 별로 변한 것은 없어보인다.
멀리 보이는 천황봉과 쌀개봉 V능선의 모습이 반갑다.
안내판이 새롭게 바뀌었다.
이 안내판은 내게는 눈감고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낯익은 것이지만 예전보다 도로도 더 생기고 신도안의 삼군본부도 그려넣어 감회가 새롭다. 삼군본부가 있는 신도안이 고향이라서 동학사엔 소풍으로 많이 와 본 곳이기도 하다. 산의 모양 하나하나가 눈이 완전히 익은 모습이다.
산행코스는 동학사로 가지 않고 옆길로 우회전해서 바로 천장골로 올라간다. 이 코스가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이라서 무리없이 올라가기 좋다.
큰배재에 올라가니 장군봉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만난다. 박정자 삼거리에서 곧바로 장군봉으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오면 이 길로 오는데 꽤 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은 날 택할 수 있는 코스이다.
큰배재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남매탑이 나온다. 오누이의 전설이 서린 남매탑은 언제 보아도 정답다.
등산와서 탑돌이를 하고 나서 합장배례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무엇인가 바라는 바를 빌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기복신앙이라고 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디나 신성한 곳이 있으면 합장하고 비는 풍습이 예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좋게 보인다.
남매탑에서 바라본 삼불봉 방향이다. 저 봉우리를 지나면 삼불봉이다.
드디어 삼불봉에 도착했다. 걸음이 느린 한분은 직접 금잔디고개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둘이서만 올랐다.
남쪽 신도안 쪽의 전망이다. 겹겹이 산들로 이어지는 멀리 펼쳐지는 조망이 시원하다. 저 멀리 대둔산이 보이는데 거기엔 내 밭이 있어 보는 마음이 반갑다.
좀 전에 지나온 남매탑이 바로 아래에 보인다.
도예촌이 있는 상신리 방향이다. 상신리 하신리 계곡인데 요전 소개한 빛소금찜질방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계절 계룡산의 경치를 볼 수 있고 대전과 가깝기 때문에 도시인들도 많이 들어와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곳이다.
박정자 쪽 장군봉이 보이는 능선이다. 계속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산행코스도 좋다.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이다. 지금도 있겠지만 통신부대가 주둔해있어서 출입이 금지되고 있지만 철조망 울타리 옆으로 지나가면서 가볼 수는 있다. 물론 정상은 출입금지이다. 신도안에 살 때는 주민들이 정상에 올라와 제를 지낼 수 있게 천제단이 있었는데 가볼 수가 없어 확인할 길이 없다.
삼불봉에서 천황봉을 가려면 이 자연성능 능선을 지나서 관음봉에서 왼쪽으로 가면 쌀개봉을 지나 계속 가면 된다. 이 자연성능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성이라서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한쪽은 흙산이다. 그 모양이 특이해서 색다른 느낌을 주는 능선이다. 제일 멀리 보이는 산이 유명한 연천봉이고 그 앞이 문필봉이고 그 앞에 있는 산이 정자가 잇는 관음봉이다.
갑사가 있는 방향이다.
두루 조망을 하고 점심때가 되어 한 분과 만나기로 한 금잔디고개로 향하였다.
금잔디 고개는 좀 너른 곳이라서 식사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혼자 먼저 와서 기다리는 한 분을 반갑게 만나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산에 오면 음식의 맛이 배는 좋아지는 것 같다.
겨울이라 식사를 하면서 움직이지 않으니 땀이 식어 써늘하다. 이렇 땐 빨리 움직여야한다. 급히 주변을 정리하고 갑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