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은 17세의 어린 나이에 숙부인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조선시대에 있어 사약에 의한 사형 집행은 왕족 또는 양반에게 명예를 존중하여 은전을 베푸는 방식으로 왕이 내리는 극약을 마시게 하여 사망하게 하는 사형제도다.
한약재는 보통 병을 치료하거나 몸을 보하는 약으로 쓰이지만, 옛날에는 이렇게 독성(毒性)이 강한 약재를 사용하여 사람을 죽이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보통 사약 재료로는 비상(砒霜)을 사용했으며, 생금(生金)이나 수은 등을 사용하여 위장에 구멍을 내서 죽이기도 했다. 또는 생청(生淸)이나 부자(附子), 게의 알(蟹卵) 등을 합하여 조제했다는 설이 있다.
단종의 경우에는 사약을 받아 마신 후 온돌방에 들어가게 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고 하니, 아마도 이런 경우의 사약 성분은 매우 뜨거운 성질을 지닌 부자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강렬한 열성약과 뜨거운 외부 기운이 어우러져 매우 고통스러운 죽음이었을 것인데, 부자(附子)는 그 독성이 매우 강하여 이렇게 사약의 재료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자는 실제로 질병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는 약재이기도 하다. 그 뜨거운 성질로 인하여 주로 양기부족이나 차가운 기운이 너무 심하게 쌓인 병증에 사용되는데, 맥이 느리고 힘이 없으며 약하거나 추위를 많이 타고 전신 기능 쇠약 증상을 동반하는 증상 등에 쓰인다. 또한 추울수록 심해지는 통증이나, 냉한 증상을 수반하는 관절 통증과 복통 설사 등에 사용하기도 하며, 체질적으로는 소음인에게 처방된다.
실제 필자의 경우에는 부자에 대한 약간의 공포심이 있었다. 어릴 때 필자의 외증조부께서 부자가 들어간 닭요리를 잘못 드시고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평소 열이 많은 체질이거나 증상을 가지고 계셨는데 뜨거운 성질을 가진 재료로 함부로 음식을 만들어 드셨기 때문에 큰 변고가 났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그래서 함부로 처방에 이용하지 못하다가, 처음 부자가 들어가는 처방을 사용한 때가 마침 필자 어머니의 친구 분이셨다.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시는 아주머니셨는데,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어야만 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찾아오신 분이었다. 처음에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기운을 돋아주는 인삼을 대량으로 포함시킨 처방을 써보았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부작용이 발생되면 응급처치 할 각오까지 하고 부자가 포함된 처방을 사용했다. 그러고는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길까 노심초사 했었는데, 그 효과는 오히려 아주 극적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여태까지 온갖 약을 먹었어도 항상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 약을 먹고는 몸에 따뜻한 기운이 돌고 기운이 나더라면서, 이런 보약 처음 먹는다고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하셨다. 필자는 그 이후로, 진료실에서 한약 처방을 내릴 때, 망설이지 않고 비교적 과감히 부자를 쓰는 편이다. 전문가인 한의사가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약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독이 있고 열이 많기 때문에, 사용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반드시 한의원에 가서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 하에 복용해야만 한다. 똑같은 약재라도,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사람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사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