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날 그렇게 떠나버렸다 - 정강 임성욱(시인/사회복지학박사/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

[미소]

그 어느 날 그렇게 떠나버렸다.

정강 임성욱

수평선 건너편으로

사라져가는 저녁노을을

순한 눈망울에 가득 담은 체

반 줌도 안 되는 여린 어깨

가늘게 떨고 있었다.

흘러가는 바람결에

오십을 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혼자 말처럼 뱉어내곤 하더니

오늘이 그 날이던가.

땅거미 짙어가면서

사라진 노을 자리에

별빛이 들어서고

뒷산에서는

소쩍새가 우짖고 있었다.

바닷물이 무릎을 스칠 때

문뜩 생각이 난 듯

걸음을 멈추었다.

뭉게구름보다도

더 부드럽게 감싸주고

깊은 산속 계곡물보다도

더 시원하고 맑은 영혼을 채워주면서

몸과 마음에 묻은 오물마저도

향기롭고 아름답다고 하던

그 사람이

눈앞에 어른거렸을까.

어느 듯

무심한 물결만이

서글픈 파도소리

피리에 담아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