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가정의 변화와 위기
사회학적으로 볼 때 전통적으로 가정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기능을 함축하고 있었음을 보게 된다.
첫째로 종족의 유지를 위한 재생산적 기능(reproductive function)을 가지고 있었으며,
둘째로는 가문의 전승 같은 문화 보전적 기능(maintenance)을 가지고 있었으며,
셋째로는 모든 가정은인간의 기회 적응을 위한 훈련장으로서의 사회화 기능(socialization) 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회학이 겨우 규명하기 시작한 인간 공동체로서의 가정이 응용되기도 전에, 오늘의 가정은 과격한 자기 변모 내지는 붕괴를 경험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면 현대 가정의 변화를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그 이름을 탈 핵가족화(post-nuclear family)시대의 태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과 함께 동반된 공장문화, 그리고 공장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탄생시킨 핵가족은 이제 '제 3의 물결' 의 등장과 함께 그 존재 양식을 붕괴시키기 시작했다고 앨빈토플러(Alvin Toffler)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 3의 파도가 일기 시작한 곳, 제 2의 파도의 산업문화와 공장문화가 서서히 무너지고 비대형문화(De-Massified)가 서서히 도래하는 교차로에는, 이상적으로 간주해오던 핵가족제도 안에 사는 사람들도 점차 줄기시작하고, 거꾸로 사람들은 핵가족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 징조로서 나타나는 미국의 인구 중 5분의 1은 독신으로 살고 있다는 통계와, 75년도에 무 자녀를 바라는 성인이 65%라는 사실과, 급증하는 이혼과 이에 따르는 가정의 붕괴, 그리고 어린이들 7명 중의 한 명이 이혼모의 손에서 양육되고 있다는 사실들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앨빈토플러의 진단이 한국적인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좀 이른 진단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미 그가 이야기하는 징조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 주된 조짐 중의 하나가 이혼율의 증가이다. 1991년도 통계청의 보고에 의하면 연평균 이혼 건수가70년대 1만 4천- 2만 건에서 81년-85년엔 3만2천4백47건, 86년 - 90년엔4만4천9백9건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엔 40만4천9백31쌍이 결혼하고 4만4천2백90쌍이 파경을 맞아 8.4당 1쌍 꼴로 이혼한 것으로 비교됐다. 그 주요원인으로는 부부간의 불화가 83.1%로 분석되었다. 또한 인구 1천 당 이혼 건수로 치면 1.13으로 미국의 4.89, 소련의 3.39보다는 크게 낮고 일본 대만의 1.26과 비슷하며 태국의 0.69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징조는 성의 혁명이라는 이름 하에 나타나는 내연의 관계 또는"혼인증서 없는 결혼생활" 과 혼전 성관계의 상승이 그것이다. 성의 개방과 아울러 인간의 성적욕구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발산하는 문화가 점점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자리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기존의성윤리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게 되며,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이제는 구속력이 없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 혼동거자와 혼전 성관계의 증가는 전통적인 기독교의 혼인 관과 부부 관에 크게 위배되는 현상이며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독신자를 위한 변태적인 문화를 낳을 수 있어 현대 가정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90년도의 미국의 남성과 여성의 독신자가 각각 전체의 16%,29%이며 독신자의 21%가 내연의 관계자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정 문제에 관한 상담이 주종을 이루는 여성의 전화 측의 분석에 의하면 부부 갈등의 문제 중 남편의 외도가 27%라는 것이다. 또한 혼전 성관계로 임신하여 낙태를 하는 비율도 최근에 들어서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은 가정에서의 성역할의 위기와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위기의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의생산구조의 변화는 직업의 전문화를 가져왔고 직업의 전문화에 따라 이전의 농경 사회에서 생산지와 가정이 밀접하게 연결되고 근접 됴던 때와는 달리대부분의 직업 종사자는 직장생활을 하 게 되고 가족생계의 책임자인 남편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낼 뿐 아니라 그의 관심이 직업과 사회
활동에 더욱 직결되고 반면에 아내는 가족의 소비 생활을 전담하며 가정에서 가계를 위해 수지균형을 맞춰가는 역할의 뚜렷한 구분이 생겼다.
이로 말미암아 가정에서의 참다운 아버지의 모습은 소원하게 되었고 여성은 가사만을 담당해야하는 소극적인 모습만이 부각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부관계에서부터 자녀에게까지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 역할의 위기와는 반대로 가정에서는 또한 성 역할의 변화로 인한 갈등들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부간의 역할 분담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도 여성이 자녀를 낳아 기르며 남성이 가족 부양책임자로서 주로 직업에 종사한다는 기본적인 차이는 별로 변함이 없다. 그러나 도시화 공업화에 따르는 사회변화는 전근대적이었던 남성과 여성과의 고정적인 역할관이 점점 무너지고 이제는 부부가 동반자 관계를 갖고 그 밖의 다른 역할들은 이차적인 것이 되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동반자적 관계의 바람직한 역할관은 기존의 역할 관과의 갈등관계를 나타나게 하며, 너무 급격한 역할의 변화는 가정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 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면 그것은 현대인의 부부생활에는 다수의 자녀나 대가족제도를 통한 제도적 안정 보다는 핵가족 위주로 이행되면서 이상적인 부부상으로 개인주의 사상이 극치에 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결혼생활의 중요성의 초점이 개인의 내적성장과 완성에로 집중됨으로서 결혼생활의 객관적인 조건이 그 중요성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만족이 추구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적인 만족도에 가정의 존재근거를 두려는 오늘의 현상은 많은 측면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의 한 양태로 나타나는 것이 결혼 혼수 감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위와 같은 현상 이외에도 현대가정의 변화와 위기는 사회전반에 걸처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대가정의 변화와 위기는 우리에게, 특별히 미혼 청년들에게, 변화와 위기 속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가정 상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해답을 찾도록 교회는 결혼준비 교육의 당위성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