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백팩
- Mystery Ranch Carson Mountain -
BPL(Backpacking Light)이 미덕이 된 시대에, 나는 여전히 무식한 팩을 사랑하고 있다.
Mystery Ranch Carson Mountain, Made in USA.
처음에 사용했던 1세대에 이어 2세대까지 사용하였고, 지금은 신품을 구하지 못해 어렵게 구형 1세대를 영입해서 3개째 사용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희귀한 아이템인지라 전설같은 존재이고 가격 또한 전설적이다.
나는 태생이 ‘게릴라’인지 ‘비탐로드’를 좋아한다. 잊혀진 길, 길 없는 길, 가끔은 나침반을 봐줘야 하는 거친 산길이 마음에 끌린다.
그만큼 장비도 친절하게 다루지 못한다.
500D 코듀라로 제작된, 높은 내구성을 가진 택티컬팩이라 해도 내 손을 거치면 평균 수명은 4~5년을 넘지 못한다.
찢어진다기보다 닳아 없어지고, 프레임이 휘고, 지퍼가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가방이 약한 것이 아니라, 나의 산행이 거칠다”는 쪽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요즘의 MR 제품들은 가볍고 세련되었다.
대중화 흐름에 맞춰 경량화와 사용자 편의성이 강조된 모델들이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칼슨 마운틴의 출발점은 처음부터 달랐다. 이 가방은 US SOCOM(미 특수작전사령부)의 요구로 제작된 대형 산악 정찰용 군수 장비에서 기원을 찾는다.
고산과 극지, 눈과 얼음, 혹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건이 그대로 설계에 반영된 결과물이다.
후면을 Y자로 가로지르는 TRI Zip, 일명 Y-Zip 구조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되었지만, 그 기원은 칼슨 마운틴의 후면부에 디자인된 대형 포켓으로, 설산에서 스노우슈즈와 눈삽, 아이스바일 등을 신속하게 수납하기 위한 북극권 작전부대의 요청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유럽, 러시아, 북극지역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미 특전사(그린베레) 제10특전단에서 요청하여 제작된 가방으로 실제 10특전단은 포트 칼슨에 주둔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항상 텐트나 자일 등을 욱여 넣는데 그 편의성은 정말 탁월하다.
칼슨 마운틴은 군용답게 MOLLE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자인 되었기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덧대고, 붙이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칼슨마운틴은 Rip Zip Pocket(액세서리 MOLLE 파우치)을 두 개까지 결속하면 실제 용량은 112리터 이상에 이른다.
덕분에 가방 자체 무게만 해도 5kg을 훌쩍 넘기지만, 유효 하중은 50kg까지도 견딘다.
경험상 이 가방은 30kg보다 40kg쯤을 수납했을 때 오히려 착용감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분명히 무게는 늘었는데, 몸은 더 편안해진다.
물리학적으로는 설명이 쉽지 않겠지만, 내 몸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MR 제품처럼 상부는 분리형 Daypack Lid(탈부착 상단덮개)로 되어 있어 급할 때는 소형색으로 분리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내부에는 무전기 전용 공간과 안테나 인입 포트도 있지만, 민간인인 나에게는 쓸모보다 “이 가방이 어디서 왔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장치에 가깝다.
등판 좌우에 길쭉하게 배치된 고무 보형물 형태의 패드 역시 독특한 구조다.
이는 BVS(Bolstered Ventilation and Stability) 시스템으로, 방탄조끼나 Armor Carrier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가방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하며, 동시에 통기성까지 확보하기 위한 구조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 용도를 잘 모른 채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의아해한다. 나 역시 방탄복을 입을 일은 없지만, 왠지 이 디자인은 ‘간지’의 용도가 되어 버린듯 하다.
그밖에도 IR 적외선 컴플라이언트 원단, YKK 방수 지퍼, 그리고 Made in the USA.
비싸고, 무겁고, 불필요할 정도로 튼튼하다. 그럼에도 이 가방은 묘하게 나를 설득한다.
“너는 어차피 가볍게 다닐 수 없는 인간이잖아?”라고.
더 미스테리한 것은 가끔은 이 놈으로도 부족해 115리터 코디악을 꺼내는 날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새삼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가방의 용량이 커질수록, 내가 가져가는 장비 역시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미묘한 불균형...
나는 여전히 BPL이나 UL(Ultra Light) 트렌드를 흘겨보며, “무게를 두려워 하지 말고 체력을 키워라” 라고 후배들에게 일갈한다.
스스로의 무식함을 합리화한 말이기도 하고, 언제까지 내가 이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함이기도 하다.
요즘 자꾸 이 가방에 대해 물어보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허튼소리를 해본다.
첫댓글 그대는 Backpacker 들의 레젼드, 산증인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 산악인들 기억에 오래동안 잊혀지지 않을거구
특전용사의 후예 다!!
언제나 가오에 죽고 가오에 살아야죠^^
단결!!!!
아서왕의 엑스칼리버처럼 단장님만이 그 진가를 누릴 수 있는 전설의 배낭... 👍
청년위원장도 보는 눈은 높아 ㅋㅋㅋㅋ
그 누구도 범 할수 없는 버단장님.
글을 읽으며 감동과 소름이 끼칠정도 입니다.
항상 경건한 자세로 감삼하고 계시져? ㅋㅋㅋㅋ
습자지가 두꺼워.ㅎ
내가 몇번을 말했쑤? ㅋㅋ 단장의 습자지 1장은 여러분들의 백과사전 두께라고ㅋㅋㅋㅋ
배낭 텐트 등산화 내맛에 맞는 제품을 하나도 찾을수 없어 아쉬운데 단장님과 미스테리랜치는 찰떡 궁함. 배낭의 역사까지 알게되니 더 재밋고 묘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80까지 리딩 부탁드립니다 ㅋㅋ 단결
차차기 단장이 기다리고 있다 ㅋㅋㅋ
영구집권은 안된다 ㅎㅎ
버단은 민주주의를 존중한다^^
패킹 어떻게 하시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산행때 오시면 가르쳐드릴게요^^
@버티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