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에 이런 ‘배려’가 들어 있다니!
김정숙 / 수필가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 날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사람과 우연히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 분으로 인해, 다른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분은 나에게 < 안녕하세요? > 라는 지극히 평범한 한 마디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한 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배려와 관심을 담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살가움을 표현해 주었는지를, 한참이 지난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의 의미와 용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해 왔던 ‘안녕하세요?.’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의미와 비슷했다. 말 그대로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즉, 가족이나 지인 또는 이웃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물을 때 주고받는 통상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안부인사라고만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그 날만큼은, ‘안녕하세요?’라는 그 짧은 문장 하나가 나에게 매우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얘기를 나눌 그때 당시에는 정교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 말이 나에게 왜 그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생각해 보니, 그 말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그 말속에 담겨 있었던 그 분의 ‘진심어린 관심과 배려(!)’가 나의 마음을 깊이 감동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때 당시의 상황과, 내가 받았던 감동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말하고 싶다. 2019년 3월 중순 경, 새 봄이 시작되는 어느 날 점심 무렵이었다. 남편과 나는 상가주택 건물의 1층 실내에서 간단한 내부공사를 한참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도 없었고, 그냥 공사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처음 본 사람이, 난장판인 교습소 공사현장 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그저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겠지’ 생각하고 일하던 손을 멈추며 그분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아마도 내 표정은, ‘나도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이니, 혹시 길을 물어 보실 예정이라면, 얼른 물어보세요.’ 라는 표정이었을 듯싶다.
그런데, 그 사람은 갑자기 < 혹시 이곳에 새로운 교습소가 들어오나요? > 라며 물었다. 게다가 < 혹시 김○○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독서논술을 배우신 분인가요? > 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 뵌 분이 갑자기 너무나 자세하게 질문을 하셔서, 그 순간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아는 걸까? 나는 이 분에 대한 과거 기억이 전혀 없는데… 혹시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도대체 누구시지?’ 온갖 의문들이 순식간에 내 마음을 혼돈스럽게, 당황스럽게 했다.
결국, 잠시 동안의 여러 대화 끝에 알게 된 내용은 이러했다.
그 분은, 나의 교습소에서 커브 길을 돌아 몇 걸음만 더 가면 도착되는 ‘2911’이라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분이었다. 이 분의 성함은 이정순 사장님이시다. 이분이 초면에 나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히 물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간단히 진열해 놓았던 독서논술 책들을 보고 짐작했다는 것이다. 이 사장님도 그 교수님께 독서논술을 배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둔, 학부모였던 것이다.
결국 이날 덕분에 나는 이정순 사장님을 훨씬 더 편하고 정감 있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말투가 차분한 편이라서, 나는 이 분도 나처럼 조금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한 마디로 이 동네의 마당발이셨고,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성격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정감 있고 의리 있는 동네 친구들과 지인들도 많았고, 학교 주변 학부모들과도 다양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놀랐던 건 그분이 조용한 스타일이어서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데, 끈끈한 마음들로 똘똘 뭉친 10여명의 여성 학부모들로 구성된 제비네s‘※주1)라는 자생단체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이 사장님의 이런 좋은 성품은 아마도 친정 부모님의 영향이 큰 듯했다. 왜냐하면 이 분의 부모님 역시 항상 주변에 어려운 분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동네의 궂은일들은 거의 다 도맡아 하셨다고 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부지런하시고 가정의 분위기가 대체로 다정다감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이정순 사장님의 어머님은 몸이 많이 아프신 중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를 좋아하셨고, 길거리를 배회하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집에 데려와 목욕도 시켜주고 따뜻한 밥도 손수 지어서 베푸시는 그런 인자한 성품이셨다고 했다. 어쨌든 몇 개월 후에 나는 이정순 사장님의 소개로 제비네’s 라는 자생단체에도 가입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나중에 차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비네’s 멤버 한명 한명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면에서 매력적이었다. 나도 20년 넘게 비교적 큰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 봤지만 이렇게 성격 좋고 정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만나보지를 못했다. 나같이 작은 사람이 이런 건강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자체가 정말 큰 축복임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깨닫게 되었다.
제비네‘s의 멤버들은 이정순 회장님 외에도 좋은 분들이 참 많다. 고급스런 제빵 기술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원스런 성격으로 적극적인 추진력이 뛰어난 분인데, 거기에 아낌없는 봉사정신으로 마치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조향미 부회장님도 계신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는 꽤 유명한 ‘아이엠짜장’의 사장님이면서도 조용한 사교성과 차분함을 겸비한 김윤심 총무님, 차분하고 온유한 성품의 보험설계사이면서도 긴급사항 발생 시 각종 행정 처리도 척척 해내는 강미애 감사님, 조용하지만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손뜨개바느질의 고수인 안정은 감사님, 사랑 헤어샵을 운영하는 밝고 활기찬 성격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김경희 고문님, 여전히 아가씨 같은 미모와 날씬함까지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의협심까지 출중한데다가 손재주도 좋은 한희영 고문님, 학생 때는 전국체전 테니스선수로 뛰었고 지금은 간호사로 활동하면서도 클레이아트 작품들도 멋지게 만들어내는 이은영 자문님, 역시 아가씨 같은 미모와 날씬함까지 겸비했으면서도 독창적인 글씨체로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캘리그래퍼 윤하영 자문님까지, 모두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좋을, 멋진 분들이다.
그래서 “제비네스”라는 단체에서 이분들과 함께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몇 년 전부터 많은 활동을 해오면서 그 바탕을 만들고 고생해 오신 많은 선배 회원들께 나는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분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봉사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끈끈한 자생단체는 생겨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이렇게 구성될 때까지 마중물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신 정림종합사회복지관의 임직원분들(강영선 관장님, (구)최승진 팀장님, 김바울 팀장님, 이리나 팀장님, 김미경 복지사님)의 역할도 매우 컸음을 나중에 조금 듣게 되었다. 그런 좋은 단체인 줄도 모르고 어느새 나는 살짝 숟가락만 얹은 형국이 되어 버렸으니 이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위 ‘가장 존엄한 존재’라고 일컬어지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즉, 인간은 사람사이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가장 사람다운 존재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로 묶여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건강한 웃음을 자아내며 정감 있고 사람냄새 나는 향기들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그런 그룹이라면, 그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도 모두 함께 축복받은 그룹원이 될 것이다.
< 안녕하세요? >라는 그 첫 마디를 통해, 이처럼 큰 축복의 그룹 속에, 나도 더불어 숲을 이루며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하고,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내게는 그 ‘안녕하세요?’가 그저 그런 단어가 아니라, 특별한 관심과 배려의 상징으로 새롭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 안녕하세요? >라는 진심을 담은 인사로 자주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피차간에 좀 더 소중한 끈끈한 관계로 발전되기를 소망하며, 더욱 감칠맛 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가져본다. 또한, 이들과 함께 할 앞으로의 나의 소박한 인생에도 더 다양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분들과 함께하는 삶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글로 표현해보고도 싶다.
그래서, < 안녕하세요? >라는 단어는 이제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과 의미가 되어, 오늘도 새로운 활력소가 돼 주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
* 「제비네‘s (제비네스)」※주1) :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 위치해 있는 유천초교의 일부 여성 학부모들로 구성되기 시작한 단체이며, 정림종합사회복지관의 지원 아래 마을 주민들(학생, 어르신, 일반 성인)과 함께 각종 교육 품앗이나 나눔, 그리고 바자회나 플리마켓 등을 추진하는 단체임. 2~3년 동안 동네에서 소소한 활동들을 하다가 2019.12.18.일에 정식 단체인 「제비네‘s」로 자생단체를 결성하였음. 주민들 상호간의 다양한 교류와 나눔, 소소한 플리마켓 행사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과 서로간의 친목과 소통을 도모하는 자생단체로 성장되기를 희망하며 지역사회에서 작은 역할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 정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해 주신 “와유”라는 마을지원센터에서 각종 회의와 나눔교육, 기타 다양한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음.
첫댓글 친절한 인사말 한마디가 깊은 인연을 만드는 단초가 되었네요. 하지만 그런 인연이 다가와도 준비된 자만이 그 끈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