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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월요일.
오늘 드디어 도서관 여행 떠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아이들 수료증 뽑습니다.
밤늦게까지 마음 담아 쓴 편지도 뽑습니다.
상장 케이스에 수료증과 편지 넣으면서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들을 준비했습니다.
출발
출발합니다.
여행 경비 모자 물 선크림 이것저것 챙깁니다.
팀장이자 안전 담당으로 각종 상비약 챙겨 온 사랑이가 자랑스레 보여줍니다.
어머니와 다이소까지 가서 이것저것 샀다는 사랑이의 정성과 기대가 고맙습니다.
가자마자 버스표부터 사야 합니다.
열매가 일단 만원 씩 걷습니다.
여행 경비 다 챙겨 온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관장님께 인사드립니다.
어디 가는지 아이들이 말씀드렸습니다.
관장님께서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기관 선생님들께서 다 나와 아이들 배웅해 주셨어요.
든든한 배웅받고 드디어 출발합니다.
버스 여행
터미널까지는 오세련 선생님 차 타고 이동합니다.
원래는 계획 따라 걸어가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주 도착하기도 전부터 아이들이 지칠 것 같았습니다.
버스 터미널 도착했습니다.
회계 담당 열매와 교통 담당 라온이가 함께 가서 표 끊습니다.
사실 사랑이도 예은이도 하온이도 함께 갔어요.
"전주 가요. 5명이요! 초등학생이에요."
"전주 어디까지 가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 하지만 열매가 답합니다.
"전주 터미널 가요."
아이들 표를 구했습니다.
더위를 피해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 버스 탑니다.
"어디 가는 버스인지 확인했어요?"
"전주요!"
제가 묻고, 아이들은 당당하게 답합니다.
대견한 아이들 따라 버스 타요.
시외버스 오랜만에 타서 저도 덩달아 설렜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랑이는 시외버스 처음 타본다고 했습니다.
도서관 여행 가본 경험 있는 예은이와 열매는 아는 곳이 나올 때마다 신나서 이야기합니다.
라온이는 지난번에 적었던 교통 요약표 들여다봅니다.
시간도 계속 확인하며 어디쯤 얼마쯤 왔는지 파악합니다.
멀미하던 하온이는 오세련 선생님께서 주신 이클립스 캔디(예은이 왈 '목구멍에 구멍 뚫린 것 같아요.') 먹고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도보 여행
전주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친구들 화장실 간 사이에 라온이와 네이버 지도 켰습니다.
인후도서관 근처 짬뽕집이 목적지입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라온이와 두 개 정도 정해놓고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자 했습니다.
라온이는 정말 다른 네 명 다 붙잡고 물었습니다.
함께 의논한 결과 좀 오래 걸어도 한 번만 버스 타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걷기 시작합니다.
기온 35도.
그늘 하나 없는 햇볕 아래에서 걷습니다.
더위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라온이와 함께 이끌었습니다.
라온이는 땀 뻘뻘 흘리면서도 손에 든 네이버 지도 앱을 놓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길을 잘 못 들어도 금방 돌아갑니다.
전주 시내버스 탔습니다.
"저 교통카드 처음 찍어봐요!"
라온이가 신나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는 시내버스도 처음입니다.
버스 타고 내려서 짬뽕집까지 또 걷습니다.
이번에 더 오래 걸어요. 더위에 지쳐가는 아이들.
지나가시던 어르신이 땀 흐른다고 닦아야겠다고 이야기해 주고 가셨습니다.
더위에 녹아내리는 아이들 보는데 그냥 계속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름 더위 강렬하고 뜨겁게 누리고 있는 아이들 보니까, 그냥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땀 뻘뻘 흘리며 도착한 짬뽕집.
분명 지난번에 찾아봤을 때는 12시에 문 연다고 했었는데!
문 닫힌 짬뽕집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는데, 트럭 타고 오셨던 아저씨 한 분이 이야기하십니다.
"어, 짬뽕집 문 5시에 열어요. 저녁부터 장사해요."
아. 큰일 났어요.
이미 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
오는 길에 보았던 바로 코 앞 버거킹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햄버거 먹고 싶지 않은 아이도 있어요.
버거킹 가자.
다른 중국집 가자.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른 음식점도 찾아보았습니다.
휴무이거나, 멀거나..
다른 거 먹고 싶었던 사랑이가 결국 양보했습니다.
괜히 속상해 보이는 사랑이가 신경 쓰이면서도, 참 고마웠습니다.
동생들 언니 배려해서 버거킹 가자고 하는 사랑이에게 많이 고마웠어요.
아이들과 같이 사랑이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버거킹 키오스크 앞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야나두 한다(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전에 키오스크 사용법 배운 적 있는 아이들이 자신 있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카드 결제만 가능해요.
메뉴는 키오스크에서 보고 결제는 카운터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먹고 싶은 메뉴 고릅니다.
세트인지 단품인지, 콜라인지 사이다인지, 프렌치프라이인지 치즈스틱인지..
각자 고른 메뉴 열매가 잘 정리해서 적고 카운터에서 주문합니다.
메뉴 확인도 하고, 계산도 합니다.
메뉴 주문 완료!
전주..에서 버거킹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다행히 모두 맛있게 먹었어요.
갈릭 불고기 버거가 입맛에 안 맞았던 열매는 라온이가 시켰던 치킨너겟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사랑이 하온이 예은이도 맛있게 먹었어요.
정리도 척척, 남은 콜라는 가져온 물병에 담습니다.
아이들과 와글와글 여행 온 우리를 버거킹에 계시던 분들이 신기하게,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자연스럽게 메뉴 고르는 아이들.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하고 결제하는 아이들.
필요한 게 있으면 카운터 가서 여쭤보는 아이들.
서로가 먹은 것 함께 치우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게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도서관
인후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계단이 아주 많아서 땀 뻘뻘 흘리면서 걸어 올라 왔어요.
도서관 들어서는데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시원하고, 깨끗하고, 예쁜 도서관.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더 예쁘고 아기자기한 도서관입니다.
"선생님 책 읽어도 돼요?"
들어가자마자 예은이가 묻습니다.
아기자기하고 멋진 도서관에서 책 읽고 싶어서 안달 난 아이들.
1시 30분에 모이기로 하고 일단 흩어졌습니다.
아이들 몇 명과 도서관 구경합니다.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2층은 조용합니다.
2층 먼저 둘러본 예은이와 라온 열매가 조용히 해야 한다며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3층에는 강당이 있습니다.
강당 보자마자 '여기서 수료식 하면 딱인데...'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빌리기는 어렵겠다 생각하며 내려갔습니다.
아이들 책 읽는 모습 바라봅니다.
어쩜 그리 책을 좋아하는지.. 각자 자리 잡고 앉아 좋아하는 책 읽습니다.
혼자 도서관 더 구경하다가 속담 만화책 읽는 하온이 곁에 가 앉았습니다.
퀴즈 내는 거 좋아하는 하온이가 속담 퀴즈 냅니다.
앞 반절 이야기면, 제가 나머지 부분 맞히는 방식입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다 답하니, 하온이가 "우와, 신기하다! 선생님 진짜 많이 알고 있네요?" 했습니다.
그럼요. '초등' 속담 만화책이었는걸요..
그래도 하온이한테 칭찬받아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하온이랑 국기 맞히기 퀴즈 합니다.
온갖 나라 국기가 그려진 책 들고 온 나라 이름 수도 이름 좋아하는 하온이.
"빨간색 하얀색 노란색 검은색은?"
"이건 진짜 쉬워요! 빨간색 하얀색은? 십자가 모양 있어요."
사실 너무 어려운 퀴즈쇼였습니다.
하온이가 힌트를 왕창 주었습니다.
겨우겨우 문제 맞히는데도 하온이가 무지 좋아했습니다.
퀴즈도 퀴즈지만, 신난 하온이 얼굴 보는 게 가장 즐거웠어요.
하온이랑은 둘이 앉아 그림책도 같이 읽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책 「플라스틱 인간」이었어요.
하온이의 부탁에 그림책 읽어주었습니다.
하온이와 둘이 책에 푹 빠져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도서관 안) 작은 카페
지난번 도서관에서 하고 싶은 거 의논하기에서 정했던 '도서관 안 작은 카페에서 음료 사 먹기'
어르신들께서 운영하시는 카페입니다.
메뉴 고르는데도, 메뉴 모으는데도, 주문하는데도 시간 걸리는 아이들을 그저 흐뭇하게 기다려주십니다.
이번에도 열매가 메뉴 다 모아서 한 번에 주문합니다.
카페 직원분들께서 아이들과 눈 맞추며 메뉴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니다.
블루베리 스무디, 복숭아 아이스티, 아이스 초코, 청포도 아이스티, 보리차.. 메뉴도 가지각색.
거기에 다 같이 먹을 백미 누룽지와 꼬끄롱을 샀습니다.
맛있고 시원한 음료수 들고 모여 앉았습니다.
"선생님, 책 읽으러 가도 돼요?"
책 좋아하는 예은이는 금세 책 읽으러 사라졌습니다.
시원한 음료수와 누룽지 꼬끄롱 나누어 먹으며 또.. 국기 퀴즈 했습니다.
라온이고 내고 제가 맞히고, 하온이가 내고 제가 맞히고, 열매가 내고 제가 맞히고.
열심히 국기 퀴즈 시험 봤습니다.
음료수 먹다가 어린이실 미끄럼틀 타러 갔습니다.
어린이실에는 넓고 짧은 미끄럼틀이 있었어요.
아이들과 미끄럼틀 빨리 내려가기 대회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도서관을 누렸습니다.
깔끔하고 예 시원한 도서관.
빈백에 누워서도 책 보고, 의자에 앉아서도 책 보고, 도서관 이곳저곳 구경하고, 퀴즈쇼도 열고, 함께 팝업북도 구경하고, 미끄럼틀에 엎드리기도 하고, 미끄럼틀 빨리 내려가기 대회도 하고, 한쪽에 마련된 펜과 종이로 그림도 그렸습니다.
도서관도 놀이터가 될 수 있다니!
아이들이 도서관 누리는 모습 보면서 그런 생각했습니다.
돌아가는 길
도서관 잘 누리고, 도서관에서 도서관 여행 수료식도 했습니다.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합니다.
타기로 계획했던 버스 시간이 촉박합니다.
급한 마음에 비장한 말투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진짜 빨리 가야 해요. 차 놓칠지도 몰라요."
교통 담당 라온이는 이제 네이버 지도 보기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도와주지 않아도 저 멀리에서 성큼성큼 길 찾아 가요.
근처 건물들 살피며 바른 길 찾아갑니다.
빠르게 걷는 라온이 따라 우리 모두 서둘렀습니다.
날은 여전히 덥고 습했지만 해가 조금 들어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서둘러 함께 걷는 아이들.
더워도 계속 웃음만 났습니다.
다행히 시간 맞춰 터미널 도착했습니다.
아까 표 끊어본 열매는 이제 창구에서 척척 표 끊습니다.
도움 주지 않아도 혼자 해내요.
동생들한테 표도 야무지게 나누어줍니다.
돌아가는 버스는 올 때와는 달리 자리가 여유롭습니다.
멀미하는 하온이와 앞자리가 좋은 사랑이는 오세련 선생님과 가장 앞쪽에 앉고, 뒷자리가 좋은 라온 열매 예은이는 뒤에 쪼르르 앉습니다.
저도 아이들 따라 뒤에 가서 앉았어요.
그렇게 다시 김제로 출발합니다.
버스에서 아이들이 수료식 때 나누어준 수료증과 편지 읽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서로의 편지에 적힌 강점들을 함께 읽기도 했어요.
"선생님 잘 썼어요."
열매가 칭찬해 줬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 자요?"
"선생님 잔다!"
뒤에서 아이들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았어요.
졸다가 깨서 돌아보니 웃으며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시외버스는 김제역 거쳐 김제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김제역 다 와간다는 방송 나오자 아이들이 화들짝 깨요.
"여기 김제역이에요. 아직 도착 안 했어요."
"저희 깨워주셔야 해요."
신신당부하던 아이들은 결국 다시 자지 않았습니다.
김제터미널 도착해서 남은 여행 경비 나눕니다.
열매가 빠르게 계산해요.
오세련 선생님께서 편의점에서 남은 돈 천 원짜리 지폐로 바꿔오셨습니다.
열매의 계산 따라 남은 돈 나누어 가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열매가 수고 많이 해주었습니다.
마무리
라온이 하온이 열매와는 터미널에서 헤어졌습니다.
마지막 예은이까지 기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조용한 기관을 빠져나와 숙소로 갑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옵니다.
더운 날씨에도 잘 다녀와준 아이들에게 고마웠습니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처음 타본 아이.
버스 카드 직접 처음 찍어본 아이.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현금 내고 잔돈 돌려받은 아이.
도서관 여행이 처음인 아이.
아이들의 온갖 처음에 함께할 수 있어 그저 영광이던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여름을 잘 누렸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잘 누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퀴즈쇼도 하고.. 도서관 여행을 잘 누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도서관 여행.
아이들이 만들었던 도서관 여행.
그저 아이들이 주인 되기를 바랐던 도서관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 2024년 8월 12일 도서관 여행 디데 기록.
2024 여름방학 단기사회사업 차유빈 https://cafe.daum.net/kjcwc/Ltom/59
단기사회사업 차유빈 도서관 여행 기록 모음
도서관 여행-1. 고민 https://cafe.daum.net/kjcwc/Ltom/60
도서관 여행-2. 선행연구 https://cafe.daum.net/kjcwc/Ltom/119
도서관 여행-3. 함께 만들어가기 https://cafe.daum.net/kjcwc/Ltom/121
도서관 여행-4. 바람과 연락 https://cafe.daum.net/kjcwc/Ltom/127
도서관 여행-5. 사업 워크숍 https://cafe.daum.net/kjcwc/Ltom/142
도서관 여행-6. 만남 https://cafe.daum.net/kjcwc/Ltom/144
도서관 여행-7. 준비모임. 한 팀 https://cafe.daum.net/kjcwc/LvD2/4
도서관 여행-8. 준비모임. 도서관 정하기 https://cafe.daum.net/kjcwc/LvD2/5
도서관 여행-9. 준비모임. 여행 경비 마련하기 https://cafe.daum.net/kjcwc/LvD2/6
도서관 여행-10. 준비모임. 식사 교통 ARS https://cafe.daum.net/kjcwc/LvD2/7
도서관 여행-11. 준비모임. 최종 정리 https://cafe.daum.net/kjcwc/LvD2/8
첫댓글 기다리고기다리던 도서관 여행 이야기.
아이들은 이리 누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