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요칼럼
차 한 잔의 이야기 Aug. 14, 04
지옥으로 간 마더 테레사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아, 와서 창세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마련한 나라를 상속받아라. 사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내게 마실 것을 주었다. 나그네 되었을 때에 나를 맞아 들였고 헐벗었을 때에 나를 입혔다. 병들었을 때에 나를 돌보았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나를 찾아왔다."
그 때에 의인들은 그분에게 대답하여 말할 것입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 당신이 굶주리신 것을 보고 대접했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했습니까? 저희가 언제 당신이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혔습니까? 저희가 언제 당신이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당신을 찾아갔습니까?"
그러면 임금은 대답하여 그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진실히 너희에게 말하거니와, 너희가 나의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주었을 때마다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마태 25장
흔들리는 열차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까만 벌판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겨있던 열 여덟 살의 테레사에게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삶의 바다가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내게 해준 것이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이 말씀은 테레사의 영혼을 사로잡고 그녀가 가야할 삶의 길을 똑바로 보여주고 있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을 향해 가면서 테레사는 분명하게 마음 속으로 이 말씀을 새기고 평생을 실천하기로 하였다.
테레사는 수녀가 되어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인도로 가서 봉사하기로 결심하고 1929년부터 48년까지 캘커타의 성마리아 고등학교에서 지리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나중에는 교장이 되었다.
1950년 거리에서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홀로 소매를 걷고 나섰다. '사랑의 선교회'가 탄생된 것이다.
자선을 베푸는 데도 영악한 사람들은 조건이 따랐다. 많은 사람들이 테레사 수녀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회의적이었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제도적인 개혁을 통해서 가난이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는 그대로 놔두고 걸레질만 해서 되겠느냐는 논법이다.
이럴 때마다 테레사 수녀는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저 넓은 바다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바닷물은 한 방울이라도 적어지게 될 것이다."
병들고 굶주리는 가여운 사람들을 단지 돌보겠다는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가질 뿐 그 밖의 문제들은 그것들대로 담당할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돌보는 이 없는 이들은 우리 앞에 나타난 예수님이신 데 우리가 외면한다면 예수님을 사랑하는 태도가 아니고 더욱이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가르침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사랑의 선교회는 세계적인 봉사회로 크게 발전하였으며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봉사와 희생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너무나 단순합니다. 이 단순한 길을 이해하는 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모두 기도하고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지식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성경의 말씀을 해석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만 든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기를 가르치고 있는가 깊이 생각하고, 그것들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테레사 수녀의 일생은 우리에게 웅변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테레사 수녀는 일생을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온전히 바치고 1997년 9월5일 87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하느님은 광채에 싸여 있어 눈부신 모습으로 인자하게 웃고 계셨다. 테레사 수녀가 그 앞에 서니 하느님께서는 지상에서 보여준 사랑과 희생의 고귀한 실천적 삶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바로 천당으로 들어가서 영생의 복을 누리라고 명하셨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는 우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하느님께 말하였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의 모든 영광을 한 몸에 지니신 하느님, 이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간청을 올립니다. 천당에서는 제가 돌보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만이 가득합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저의 천당에서의 하루하루는 지옥보다 더 괴로울 것입니다.
저를 부디 지옥으로 보내주시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에서 한 줌의 위로라도 줄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테레사 수녀의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더 테레사
당신은 떠났으나
보이지 않는 거룩한 영혼으로
이곳에 살아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