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정·재계, 학계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차총회(다보스포럼)를 앞두고 눈앞에 닥친 최대 리스크로 '생계비 위기'를 꼽았다. 높은 인플레이션, 점점 커지는 경기침체 우려가 이러한 생계비 리스크를 부추겨 향후 2년간 글로벌 경제 전반을 지배할 것이란 관측이다. 향후 10년간 장기 리스크로는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WEF는 11일(현지시간) '2023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매년 1월 다보스 포럼 직전 각 분야 전문가 1200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위험요인들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가 18번째다. 보고서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들이 더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피해를 주는 '다중 위기'의 해"라며 "생계비 위기의 시급성이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2년간 최대 리스크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the cost of living crisis)가 제시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에너지 위기,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전 세계적으로 큰 생계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으로선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기둔화가 불가피한 딜레마에 처해있다. 보고서를 취합한 컨설팅업체 마시의 캐롤리나 클린트 책임자는 "오랜 과거의 리스크들이 다시 나타났다"면서 "생계비 위기가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생계비 위기에 이은 또 다른 단기 리스크로는 자연재해 및 극단적 기상현상, 지정학적 대립, 사회결속력 약화 및 양극화, 기후변화, 사이버 범죄, 자원 고갈 위기 등이 거론됐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각종 무역 제재를 비롯한 경제적 장벽까지 높여 전 세계가 직면한 장단기 리스크를 한창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보고서는 최근 주요국들의 탈세계화 움직임을 지적하며 "경제 전쟁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전 세계가 직면한 장기적 리스크로는 기후변화 관련 대응들이 대거 지목됐다. 향후 10년간 최대 리스크 1, 2위는 기후변화 완화 실패, 기후변화 적응 실패가 각각 차지했다. 자연재해 및 극단적 기상현상, 생물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 등 상위 10개 리스크 중 4개가 기후 관련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생태계 붕괴와 지구 온난화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는 향후 10년간 기후 대응에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해야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간 전 세계를 지배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내용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협으로 간주되면서 이번 보고서 내 장단기 리스크 상위 10개 명단에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사디아 자히디 WEF 전무이사는 “협력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오는 16일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