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전반부, 후반부로 대략 나눌 수 있습니다. 별다른 이유없이(주차장 기물을 괜히
파손하여) 감옥에 들어온 폴 뉴만은 아주 꼴통같은 인물이죠. 소위 '기인'이랄까요?
거구의 조지 케네디와의 권투경기에서 직사하게 얻어터지면서도 마치 그걸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달걀 50개를 먹어치우는 내기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 낮에 하는 죽노동같은 일을 오히려 즐기면서 독려하여 순식간에 일을
마치게 하기도 하죠. 이런 감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마치 '병영생활'처럼 펼쳐지죠.
이런 전반부의 내용에 이어서 후반부는 '탈옥'의 내용입니다.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탈옥을 시도하는 것이 영화의 후반부 절반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다소 긴 영화의 대부분의 배경은 감옥이고, 나오는 인물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폴 뉴만은
아주 매력적인 반항아면서 꼴통입니다. 이렇게 무감정인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한 그가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고 구석 침대에 걸터 앉아 구슬프게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은
정말 명연기이자 명장면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오스카트로피를 놓쳤고, 함께 공연한 조지 케네디는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죠.
이 영화에서의 감옥은 빠삐용이나 쇼생크탈출처럼 독방구조와 폐쇄된 실내가 아니라 마치
군대의 내무반처럼 단체가 함께 생활하는 병영건물처럼 되어 있고, 문을 열면 야외가 되는
구조입니다. 아마 지방의 감옥이 그런 구조인가 보내요. 낮에는 들판에 나가서 죽도록 일하고
밤에는 내무반같은 곳에서 자는 그런 감옥생활로 쇼생크 탈출의 감옥보다 훨씬 고된 곳이죠.
폴 뉴만은 그곳 생활을 절반은 즐기고 나머지 절반은 탈주극을 벌입니다.
원제인 쿨 핸드 루크 라는 제목은 폴 뉴만의 별명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 때 오히려
차가운 손이 될 수 있다라는 대사에 기인하여 붙여진 별명이죠. 개봉제는 폴 뉴만의 탈옥이고
비디오는 '폭력탈옥'으로 출시되었지만 '폭력탈옥'은 안어울리는 제목입니다. 폴 뉴만은
탈옥을 하면서 폭력을 쓰거나 하지 않죠.
이 영화는 강력한 체제에 반항하는 한 인간의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영화이긴 하지만
이런 소재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선과 악'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대결구도인데 반해서
폴 뉴만이 연기한 루크는 그런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즉 루크는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몸바쳐 저항하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에서 몇번 나오는 대사인 '잘 모르겠소'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함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치 햇볕때문에 이유없이 사람을 죽인
까뮈의 이방인처럼.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루크의 캐릭터는
'세상을 포기한 인간'과 '세상을 멋대로 즐기는 인간'의 양면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뭏든 폴 뉴만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매력적인
배우라는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죠. 그가 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까지 꽤 긴 전성기를
누린 것도 바로 이런 저력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정말 명배우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40년전 영화이고 폴 뉴만은 80고개를 넘었고, 아직도 생존해 있고, 최근에 은퇴를 선언했죠.
하지만 배우로서는 은퇴지만 레스토랑 사업가로서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잉꼬부부이자 명배우이자 사업가인 그는 잘생긴 외모와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영화속에서는
로맨스 타령이나 하는 배우가 아니라 반항아로서 개성있는 연기를 여러번 보여주었습니다.
폴 뉴만의 매력을 충분히 넘치도록 느낄 수 있는 영화였던 Cool Hand Luke 탈옥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