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 순신 장군이 지은 시조입니다. 임진왜란 때 한산도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홀로 왜란을 대처하고 있는데, 왜란에 힘들기 보다는 오랑캐 소리가 더 애를 끊는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중국 군대가 조선을 돕는다고 와서 싸움은 아니하고 별 짓을 다하여 갖은 수모를 다 격게하였으니,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참으로 애가 탔을 것입니다. 이 시조는 그 때 상황과 심정을 글로 그린 전장의 보고서로 생각됩니다.
초장은 한가하고 밝은 밤이고, 중장은 긴 칼을 찬 긴박한 상황입니다. 초장은 평화를 나타내고 중장은 전쟁을 나타냅니다. 초장에서 평화롭지만 홀로 적을 살피는 망루에 올라 있고, 중장에서 긴 칼을 옆에 차고 긴박한 싸움은 못하고 깊은 시름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나라에서 홀로 싸우고 있음과 중국이 개입되어 시름이 더 커진 상황입니다. 초장은 홀로라 단순하지만 중장은 깊은 시름으로 복잡한 상황입니다. 초장과 중장에서 각각 평화와 전쟁, 단순과 복잡이 비교됩니다. 종장에서 결론을 짓습니다. 잔치를 벌인 중국군 노래가 장군의 애를 끊어버린 것입니다. 초장의 평화에서 중장의 번뇌로 발달하여 종장에서 노래가 출현하여 애를 끊는 것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적인 일본군이 아닌 우군인 중국군이 장군의 애를 더 타게 하였습니다.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은 역사 사실들로 보아 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약자가 남 힘을 빌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힘을 빌린 남에게 매여 살고 더욱 비참한 꼴이 됩니다. 동학 란을 대처하려고 일본 힘을 빌렸다가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을 당하였습니다. 힘을 빌린 이유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슴도 이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시조는 남의 힘을 빌리지 말라는 메세지입니다. 초장의 양과 중장의 음이 잘 조화되었습니다. 종장에서는 초중장에서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것인 노래를 등장시켜 극적인 표현을 하였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시조는 노래가 애를 끊는다는 극적인 표현과 시조의 요건도 잘 갖춘 훌륭한 작품입니다. 적의 긴 칼이 아닌 우군의 노래로 애가 끊어졌으니, 그 전쟁은 참으로 기막히고 어려운 전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