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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마음 원문보기 글쓴이: 혜광(慧光)
청학스님은 1979년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계사로 득도, 서울 성북동 길상사 창건 당시 초대 주지를 맡아 도심포교의 새 장을 열었다. 송광사 교무국장, 불일회보 주간, 프랑스 길상사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이사로 활동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서실장과 불교문화사업단장을 역임하고 2007년 무각사 주지로 부임했다. |
어려운 사찰 살림
타계하기 위해 시작한
천일기도를 통해
불교의 참가치 알게 됐어요
기도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소소한 감정들이 사라지고
평온해 집니다…
시대에 맞는 문화포교
신도교육.봉사 이끌 때
세대를 뛰어넘는
포교도 이뤄져요
“사찰이야 문화갤러리야?” 광주 무각사(주지 청학스님)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과거 상무대 군법당이었던 무각사는 1994년대 부대가 전남 장성으로 옮기고 난 후 덩그러니 법당만 남게 됐다. 사찰 소속 부지는 넓었지만 소유자가 광주시라서 매달 토지사용료를 내야했다. 신도도 많지 않다보니 부채만 쌓였다. 2007년 청학스님이 부임했을 때, 토지사용료만 11억원에 달했다.
스님이 매달릴 곳은 부처님뿐이었다. 1000일 기도 입재와 회향, 그리고 다시 1000일 기도에 들어가 지난 4월 회향했다. 그 사이 사찰이 하나하나 정비되면서 신도들이 급증했다. 1차 1000일기도를 회향할 즈음 그토록 어렵던 토지 문제도 해결됐다. 광주시에서 무각사에 매각을 결정한 것. 지금도 청학스님은 매일 새벽 기도를 빠트리지 않는다. 1시간 넘게 예불과 기도, 천수경 낭독으로 진행되는 새벽 예불에는 200~300명의 불자들이 동참하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진다.
사찰음식전문점인 ‘사랑채’ 식당은 매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찾는 유명 음식점이 됐으며, 로터스 갤러리와 커피숍은 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토요일마다 넓은 사찰 마당에서 열리는 중고재활용장터는 인기 높은 ‘7일장’이 됐다.
10월, 무각사는 대웅전 불사에 들어간다. 현 건물은 1971년 구산스님이 불자들의 성금을 모아 지은 건물인데, 콘크리트로 기틀을 잡다보니 수명이 다 되어가고 있다. 매년 수리비만도 적지 않게 소요된다. 지난 9월26일 무각사를 찾았다. 사시기도에 들어간 스님을 기다리는 동안 기와불사를 몇 장했다. ‘이 공덕으로 광주지역 불자들이 늘어나고, 내 후손들이 집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출가자라는 것이 요즘 정말 행복해요. 남이 무슨 일을 하던지 상관하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목탁치고 기도하는 생활이 가슴속에 사무치게 감사해요. 나를 따라 같이 기도하고 도량을 가꿔주는 신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젊은 시절 왜 이것을 몰랐는가 후회도 되요. 출가자나 재가자나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기도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에요.”
대웅전을 중심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도량도 일품이지만 무각사가 좋은 것은 사찰음식전문점인 사랑채와 갤러리 커피숍 외에도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
무각사 주지로 오기 전, 청학스님은 종단의 대표적인 ‘기획가’였다. 불교문화사업단의 기초를 닦고, 불교의 각종 정책을 양산하는 중심에 있었다. 법정스님이 이끌었던 신행단체인 ‘맑고향기롭게’도 청학스님이 기초했다. 그런 청학스님이 무각사에 와서 처음 한 일은 기도와 수행이다. 2000일 동안 절을 나가지 않고, 틈나는 대로 호미와 삽을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벗어났어요. 불자라면 이제 (무엇인가를) 더 갖는 문제보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인연에 감사하며 살아야 해. 어떻게 감사하느냐,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는 신앙을 해야 하고, 그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는 신행을 해야지. 머리로만 아는 불교는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겨도 신심이 떨어지게 되요. 법문을 많이 듣고, 책을 많이 읽어 불교의 가르침을 알았다고 해도 마음의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몸으로 실천해서 의식이 가르침을 알아채야 신심이 바로 세워져.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집에서 아침 예불을 시작해 보길 바래요. 매일 삼귀의와 칠정례를 하고, 좀 더 익숙해지면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순차적으로 해 보세요.”
청학스님은 현대인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다 갖춘 다음에 무엇을 하려는’ 마음을 지적한다. 모든 것은 절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는다. 물질보다 더 큰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우선 실천하고, 또 이웃과 도반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원하던 것이 갖춰지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스님은 최근 불자들의 신행프로그램으로 ‘목우행자’ 운동을 펼치고 있다. 목우자 지눌스님의 정신과 구산.효봉.법정스님의 구도행을 본받아 불자들이 수행하고 실천하는 정신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불교대학을 통해 불교기초교리를 이해하고, 매일 기도를 하며, 이웃을 향해 보살행을 펼치는 이가 곧 ‘목우행자’다.
“도심 사찰 주지 스님은 시대에 맞는 포교를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창의적 시도를 통해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결실이 생기죠. 사찰음식 전문점과 갤러리도 그런 고민의 결과로 시도했는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각사는 2000년부터 사찰음식 강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발우문화와 사찰음식을 접목해 제공하는 ‘사랑채’를 열었다. 점심, 저녁시간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채를 찾아 음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점과 갤러리, 커피숍을 갖춘 ‘로터스’를 열자 지역의 언론인과 문화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각종 세미나와 학회, 시민단체 워크숍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현대적인 문화공간과 전통사찰의 멋이 어우러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로터스는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담은 곳이기도 하다. 문화공간을 통해 종교와 분파를 뛰어넘어 이 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사찰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사랑채에서 공양을 마치고 커피숍으로 발길을 옮겼다. 커피숍 뒤편으로 울창한 대나무숲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서점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책을 읽고, 커피숍 자리마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즐기는 풍경이 ‘지금 내가 사찰에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님에게 무각사의 포교에 대해 물었다.
“첫째는 불교대학의 변화지. 기존 포교원이 제시한 교육과정도 중요하지만, 체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요. 강의를 하기 전에 법당에서 기도를 하고, 잡초도 뽑고, 한 달에 한 번 전통사찰을 찾아 역사에 대해 집중 강의를 하죠. 과목을 줄이면서 신앙과 봉사를 접하도록 하고 있지. 불교가 노후되고 있다지만, 그렇지 않아요. 무각사 신도 가운데 20~40대가 절대적으로 많아요. 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존 노 보살님들에게 의존해 절 살림을 이끌어 가려 하면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힘들어요.”
스님은 둘째로 봉사활동을 강조했다. 무각사는 5년째 상무대 법당을 매주 찾고 있다. 신도들이 조를 짜 300명분의 떡볶이를 만들어 장병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김장철이면 소록도 전 주민에게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분기별로 지역 어르신 1000여 명을 초청해 공양도 제공한다. 주말이면 중고장터인 보물섬을 여는데, 모든 것이 신도들의 봉사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봉사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신행’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청학스님은 7년만에 첫 외출을 했다. 일본 불교 답사를 갔다. 그곳에서 생활과 종교가 일치된 불교를 보며 새로 불사할 대웅전의 밑그림을 그렸다. 템플스테이관, 극락전, 지장전, 대웅전을 갖춘 건물이다. “무각사에 아직 부채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토지 매각 대금만 84억이었어요. 부채도 11억이나 있었지. 지난 6년 동안 기도하고 재 지내서 26억 정도 갚았네. 큰 시주 없이 그렇게 진행된 것도 다 부처님 영험이 아니겠는가 싶어요. 대웅전은 몇 년이나 걸려 완공될지 모르지. 하지만 무리하진 않을 거야. 무리하면 신도들이 부담되니까. 차근차근 쌓아야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손을 잡고 당부를 했다. 불자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마음이 그 당부에 담겨 있었다.
“매일 기도하세요. 삶이 바뀝니다. 예전에 중요한지 몰랐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소소한 감정들이 사라지고 평온해 집니다. 기도하는 습이 생겨나면 내 모습도 생활도 변화합니다. 나를 낮추면 더 멀리 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기도하고, 실천하는 불자가 되길 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