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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일원인가 아니면 초월자인가?
저자 소개
장 디디에 뱅상(Jean-Didier Vincent)
1935년 출생. 1977년부터 보르도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중. 1973년부터 1978년까지 국가과학연구소(CNRS)를 지휘하고, 1978년 본인이 창설한 INSERM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경 생리학 분야를 새로 개척하여, 특히 호르몬선과 신경 조직의 상호 관계와 뇌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74년부터 1979년까지 보르도2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1987년부터는 국가과학연구소 생리학 담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학, 생물학 분야에 대한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국가훈장(레종 도뇌르)을 수상한 그 저서로는 《정열의 생물학》《인간 속의 악마》《파우스트, 하나의 자연사》 등이 있다.
뤼크 페리(Luc Ferry)
1951년 출생. 프랑스에서 자크 데리다 이후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이다. 파리7대학 철학교수로 재직중이며, 저널리스트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인 《정치철학》 《68사상》 《하이데거와 현대인》 《미학적 인간》 등은 15개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반향을 얻었으며, 특히 1992년에 발표한 《새로운 생태학적 질서》는 에세이 부문 메디치상을 수상했으며, 《신-인간, 혹은 삶의 의미》는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로 실천 철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근대 정치 철학, 법학, 역사 철학을 통하여 모더니즘을 구성하는 인간상을 탐구하고, 현대 서양 철학이 겪고 있는 사상적 무정부주의로부터의 탈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저술 동기
뱅상과 페리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그들은 국립교과과정심의회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알게 되거나 얻게 된 지식 중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일반인 또는 비전공자들에게 학문의 기본 논거를 제시하려고 하였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가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 설명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인정하고, 같이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 결과물인 것이다.
내용 분석
원 책의 제목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형태로 되어있지만, 번역서의 제목은 그에 대한 응답 형태로 “생물학적 인간, 철학적 인간”이라고 함으로써 하나의 대구對句가 성립하도록 하였다. 즉 번역서의 제목은 이 책의 결론을 그야말로 함축적으로 절묘하게 잘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번역은 매끄럽게 되어 있었고, 적절한 역자의 주석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평자는 사실 생물학과 철학 모두에 경험과 지식이 다소 빈약하다. 그러나 저자들이 저술동기에서 밝혔듯이 일반인을 염두에 두었으므로, 전공하지 않은 하나의 일반인의 눈으로 또는 다소 중립적인 위치에서 그들 사이의 대화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생물학자인 뱅상이 살펴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간은 자연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연속적이고 영속적인 변화, 즉 진화라는 체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생물학적인 진리에 대해 해부학, 생리학, 고생물학 등에서 나타나는 많은 실증사실들을 증거로 제시한다. 인간은 따로 인간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계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생물 분류체계에서 인간은 동물계-척추동물문-포유류강-영장목-인간과-인간속-인간종-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 원숭이, 오랑우탄, 침팬지는 같이 영장목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자의 구조가 99% 정도나 같다고 한다. 즉,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침팬지는 단지 1% 정도의 유전자의 차이만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약 6백만 년 이전에는 침팬지와 인간의 조상이 동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침팬지와 인간이 나누어지게 되었는가? 또는 어떻게 해서 새로운 종이 탄생하게 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이 제1장 〈인간이 만들어지기까지〉에 생생히 기술되어 있다. 새로운 종은 오래된 종이 이어져 내려오는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 갑작스럽게 나타나거나 또는 작은 변화들이 완만하지만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나타난다. 일단 한번만 바꾸어지게 되면, 그것이 마치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무즙이 나뭇가지 속으로 퍼져 나아가듯이 영속적으로 유전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진화론은 현재 완벽한 증거가 확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틈을 비집고 들고 있는 것이, 하나는 인간은 창조된 존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초월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자는 신학에 하나의 기반을 이루고 있고, 후자는 형이상학에 하나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인간은 세계에 대한 정열적 해설자로 예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간의 예술 행위는 정동(情動, emotion)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정동은 분노, 두려움, 슬픔, 기쁨, 놀라움 같은 것이다. 정동은 동물 신체가 자연과의 관계에 의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뱅상은 주장한다. 그는 먹이에의 욕망의 표현으로 애착과 공격성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인간에게는 정동뿐만 아니라 정열도 있다고 보았다. 정열은 사랑과 증오로 나타난다.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얼굴 표정은 인간이 잡식을 하게 됨으로써 안면 근육을 사용하게 된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그 자신의 식도락은 풍부한 얼굴 표정을 연출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한다.
뱅상은 모든 생명은 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는 최초 세포에서 모든 생명의 유전물질이 유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LUCA는 자연 선택 결과로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그 결과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동일한 형태로 번식하고 복제의 오류를 수정해 주는 체제가 있다는 것이다. 생물이 보이는 죽음과 성조차도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성은 개체 번식을 위해 반드시이 필요하고 개체의 다양성을 늘리는 과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 환경에 훨씬 더 잘 적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죽음도 임무 완수 후 번식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낡고 늙은 것을 떠나 보내기 위한 생명의 한 기능 또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다음 철학자인 페리가 살펴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유물론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물론은 말 그대로 정신이 물질에 의해 생산되고 결정된다고 본다. 그것은 요소환원주의와 결정론에 그 기반을 둔다. 요소환원주의는 아무리 복잡한 존재 또는 물체라고 하더라도 그 구성 요소들로 나눌 수 있고, 그 구성요소들간의 상호작용만 이해하면 전체 체계가 가지는 모든 성질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정론은 인과관계가 존재해서 결과에는 어떤 원인이 반드시 있다는 것으로 현재의 상황을 완전히 알게 되면, 미래의 행위를 일의적一義的으로 완전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 사회에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선택된 삶과 버림받은 삶, 심지어 귀족과 노예와 같이 인간들을 엄격하게 구별할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완전하게 결정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종 차별주의, 파시즘, 귀족주의, 봉건주의에 그 정당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선천설先天說은 현대 정치 사회에서는 그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 윤리학에 있어서는 무사무욕無私無慾 행동, 사회 전체에 대한 이익에 대한 배려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공리주의 윤리관에 따르면,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오히려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이타심, 협동심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의 도덕도 진화의 산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데, 이와 같은 인간이 보여주는 도덕행위는 동물이 결코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물은 단지 생존 본능에 의해서만 행동할 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윤리나 도덕심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의 예로서 이 지구상에 쿠르드족이나 코소보족의 운명을 걱정하는 원숭이가 과연 있는지를 반문한다. 이것은 결국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초월성, 자유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한 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연에의 초월성, 자유의지를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이라고 본다.
또 그는 이와 같은 진화론적 결정론의 모순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한다.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또다른 어떤 원인의 결과가 된다. 이것이 끝없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반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제1원인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제1원인은 어떤 초월자, 창조자 또는 신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철학에 있어서 형이상학이 존재하게 되는 근본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형이상학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규명이 최종 목표를 이루고 있다.
또 그는 과학 명제와 비과학 명제를 구분하는 판단 기준으로 반증에 의한 검증 원리를 주장한다. 어떤 명제가 참이란 것을 직접 증명하는 것은 극히 어렵지만 역으로 어떤 명제가 거짓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절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하나의 예로서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명제는 단 한 마리의 하얀 까마귀만 발견되더라도 그 명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반증에 의해 쉽게 확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명제들은 과학적 명제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신은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결코 반증할 수단이 없어 과학적 명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생물학’과 ‘생물학주의’를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주의란 모든 생명현상을 최초 또는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자연에서 비롯된다는 유물론에 뿌리를 두는 것을 말한다. 생물학은 하나의 진정한 과학으로 인문과학에 하나의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지 그 이상의 역할은 지나치다고 본다. 또 철학자는 실증과학의 성과를 고려해야 되겠지만 과학 만능주의의 환상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3부 철학과 생물학의 대화에서는 사실 서로간에 의미 있는 진정한 대화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각자의 입장을 다시 주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즉, 그들의 대화는 서로가 하나의 공통 접점으로 보다 가까워지기보다는 각자의 학문의 진지를 더 공고히 다지고, 그들의 진영에서 사실 그다지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자신의 노래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마도 나는 당신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못할 것 같다”라는 뱅상의 답변에 적절히 나타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뱅상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연구를 위해 자연과학 안에 새로운 철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페리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철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하며 극도의 적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결국 철학주의와 생물학주의는 당분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 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話頭는 결코 쉽사리 사라져 버릴 대상이 아니다. 그 화두는 여러 다양한 연구 방법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인문학적, 철학적, 사회과학적, 자연과학적, 예술적, 종교적 또는 신학적 방법 모두를 포함하여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여러 방면의 연구를 통해 조각 맞추기에 의해 이해하고 탐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합리적 연구 자세이고, 학제적으로 복잡계 연구를 해야 하는 필요성이 될 것이다. 신·인간·자연의 구도와 관계는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차이는 서로 대립이 될 수도 있고, 상호 보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각 학문의 존립근거에서 유래하게 되는 것이다.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입장 차이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이루게 된다. 엄격한 존립근거 위에 세워진 학문분야인 경우 상대방이 자기의 철옹성을 공격하려고 할 때에는 상당한 적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이 책에서도 분명하게 겉으로 드러나 보이고 있다.
연구 대상의 복잡성이 증가하면 할수록 하나의 연구 방법이나 시도 또는 분석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해 낼 수 없다. 그것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사실상 모든 학문 분야들이 보다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하나의 분야에서 자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우리는 다른 분야와의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입장을 이해해 주어야 하고, 또 그러한 대화에서 자신도 무엇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익한 대화로 이어갈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대화의 단절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대화의 일면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을 엿볼 수 있다.
논술구술 유형
1)생물학과 생물학주의를 구분하여 설명해보시오.
2)인간과 침팬지는 선연히 구분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모성애와 침팬지의 모성에 또한구분되어지는가. 구분된다면 그것의 근거를 뱅상의 이론에 입각하여 설명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