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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윤돌섬 상록수와 윤씨 과부의 사랑이야기 |
남해안 거제도의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동쪽 해안에는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양지마을이 있다. 이곳은 원래 Ո 모양으로 육지로 들어온 만(灣)이 만들어진 천혜의 항구다. 지금이야 해수욕장과 펜션으로 쓰임이 많이 변해버렸지만, 80년대까지도 어민들의 삶의 현장이던 곳이었다.
양지마을에서 바라본 윤돌섬
마을 앞 육지에서 남쪽 500m쯤의 바다 가운데는 작은 윤돌섬이란, 지도에서 보면 진짜 콩알만 한 섬이 있다. 면적 11,207m(3,390평)에 편평한 땅이 거의 없는 급경사 작은 산이 전부다. 다만 섬의 대부분이 늘 푸른 나무가 거의 덮고 있어서 겨울날에도 푸름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섬에는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무인도로서 별다른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흐뭇한 전설을 갖고 있다.
윤돌섬의 전체모습
옛날 윤돌섬에는 윤씨라는 성을 가진 아내와 남편이 아들 셋을 낳아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숲이 우거진 섬 주위에는 날아오는 곤충을 잡아먹는 작은 고기가 모여 들고,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전복이나 해삼을 따면서 큰 어려움 없이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차츰 생활의 안정을 찾아 가던 어느 날 고기잡이를 나갔던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졸지에 남편을 잃어버린 윤씨는 혼자 아들 셋을 키우면서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섬의 꼭대기에 둘레가 2.5∼3.5m가 되는 여러 그루의 구실잣밤나무 아래에다 자리를 펴고 매년 먼 바다를 향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 아이들 셋이 이제는 제법 소년티가 날 즈음, 과부 윤씨는 건너편 양지 달 밝은 밤 바닷가로 나갔던 아내가 파도에 떠내려 보내는 사고를 당하고 매일 술로 마음을 달래는 홀아비가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김씨 성을 가진 홀아비는 달뜨는 밤마다 울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달만 쳐다보는 김씨라고 하여 그의 이름을 김망월(金望月)이라고 붙여주고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부분 늘푸른나무이며 중간중간 갈잎나무가 섞여있다. 동병상린이라 하였든가. 섬에 너무나 흔한 동백나무 꽃이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는 정월대보름날, 윤씨는 양지마을의 홀아비를 찾아가서 위로해 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이들을 잠재우고 달빛이 대낮처럼 비출 때 곱게 단장을 하고 바다를 건넜다. 윤돌섬과 육지 사이는 거의 물에 잠겨 있지만 간조 때나 보름 때는 물길이 잠시 열려 걸어 갈 수 있었다. 홀아비와 과부로 아픈 사정을 안 두 사람은 급격히 사랑이 익어갔다. 이후 윤씨는 바닷길이 열릴 때, 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밤마다 바다를 건너 홀아비를 만나러 다녔다.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장소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진출처 : 다음 위성사진)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장소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진출처 : 다음 위성사진)
근세의 혼란기에 전설을 가진 섬이라 사람들이 함부로 나무를 자르지 않는 탓에 지금도 숲이 잘 보존되어 경상남도 기념물 239호 문화재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자라는 나무는 구실잣밤나무와 동백나무가 가장 많고 광나무·센달나무·보리밥나무·돈나무·팔손이·자금우·남오미자 등이 자란다. 절벽 부근에는 곰솔이 자리 잡고 있고 상록수림 바닥에는 이대가 무성하다. 갈잎나무로는 팽나무·예덕나무·보리장나무·천선과나무·자귀나무·칡·개머루·으아리등이 상록수들과 섞여 작지만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섬의 풍광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 준다.
구실잣밤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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