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란J. 파큘라
출연: 메릴 스트립(소피), 케빈 클라인(나단)
소피(Sophie Zawistowska: 메릴 스트립 분)의 아버지는 반유태주의가 팽배했던 폴란드에서, 폴란드의 유태인 정책으로서 유태인 몰살을 제안했던 사람이었다. 정치적 견해가 어쨌던 간에, 소피의 아버지와, 그녀 아버지의 제자이기도 했던 남편은 나치의 학살 정책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이후 소피 또한, 그녀의 애인이 레지스탕스와 연결되어 있었던 덕분에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 수용소로 가는 도중, 두 아이를 데리고 있는 소피를 보고 한 독일 장교가 추근댄다. 그녀가 폴란드인 같지 않고 아리안 전형의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금발의 미녀였기 때문이다. 그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피에게 아이들 중 한 명만을 살려주겠다고 딴에는 선심을 쓴다. 가스실로 보낼 아이를 소피 스스로 선택하라고 윽박지르는 독일 장교, "Don't make me choose!"라고 애원하는 소피.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두 아이 모두를 죽이겠다는 그의 제안 아닌 제안에 소피는 딸을 '선택'해 버리고 만다. 소리소리 지르며 독일 병사에게 안겨 멀어지는 딸을 보며 소피는 오열한다.
유창한 독일어 구사 능력과 이전의 비서 경력(그녀는 아버지의 비서일을 했었다)을 인정받아 아우슈비츠 사령관의 비서로 일하게 된 소피는, 어린이 수용소에 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를 유혹하려 하여 마침내, 아들을 살려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은 하지만, 다음날 그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사령관 딸의 라디오를 훔치라는 레지스탕스의 지령을 이행하는 데에도 실패한다. 무엇하나 성공하는 것이 없는 소피. 그후, 소피는 사령관이 숙청당함으로써 다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아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전쟁이 끝나고 스웨덴의 난민 수용소에서, 그녀는 손목의 동맥을 끊어 자살을 기도한다. 인간 이하의 수용소 생활도 버텨온 강인한 그녀였지만, 신이 자신에게 등 돌린 사실을 깨닫자 더이상 살 의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국까지 온 소피는, 유태인 네이단을 만나게 된다. 그는 평상시에는 소피에게 더없이 잘 대해 주지만, 가끔씩 광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 병자다. 물론, 소피는 그가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하버드를 나온 유능한 생물학자로만 알고 있었다. 이런 그들이 살고 있는 브루클린의 어느 셋집의 아래층에, 스팅고라는 소설가 지망생이 묵게 된다.
[스포일러] 시골에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으로 상경한 스팅고는 싼 셋방을 구하기 위해 브루클린까지 오게 된다. 삶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아직 알지 못하는 철부지 스팅고는, 곧 네이단, 소피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스팅고는 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은근히 소피를 사랑하게 되지만, 감히 표현은 못한다. 그러던 중, 네이단의 광기가 점점 더 심해져서 끝내 소피는 그와 헤어지게 되고, 이에 용기를 얻어 스팅고는 소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소피는 다시 네이단을 찾아가고, 다음날 그 둘은 자신들의 침대 위에서 음독자살한 상태로 발견된다.
전쟁보다 더욱 비정한 상처를 안겨준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 '인간'을 고발하는 휴먼 드라마.
한 작가 초년생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난 폴랜드 여인 소피아와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그녀의 생물학자 남편 네이단의 형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한다. 자신의 두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수용소에서의 기억으로 남편의 병적인 구타와 학대를 견뎌내는 소피. 이런 소피를 통해 영화는 사랑과 인생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의 악몽에 의해 일그러진 부부의 삶이 가슴 저릴 만큼 아프다. 끔찍하리만치 창백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도 감동적.
파큘라 감독은 처음 소피 역을 메릴 스트립으로 선정했으나, 워낙에 역할에 신중하게 고르는 스트립은 대본을 본 후에 대답을 하겠다고 했다. 그 사이 이 역을 다른 여배우에게로 돌아갔고, 대본을 본 메릴 스트립은 이 역을 하고 싶어, 파큘러 감독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간청을 해 결국 얻어낸 것. 그리고 그녀의 선택이 정확했다고 하듯, 1982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에서는 소피가 엄청난 미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사실 메릴은 미인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가 이를 충분히 덮어주고 있음 또한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