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하천이 흐르는 곳에는
쨍하게 멋진 경관이 없으니 사진가분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웬지 경관이 좋고 많이 알려진 곳에 가면 풍광은 좋으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똑 사진이 너무 흔하니 썩 내키지가 않는다.
가까운 곳을 잘 살펴보아도 신기하고 좋은 모습이 많다.
내일이면 3월인데도 바람이 몹시 불며
차가운 날씨에 손발 시렵기가 말도 못한다.
이런 날은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지가 않다.
남쪽으로 날아갔던 왜가리가 돌아오고
검둥오리들이 아침식사를 마첬는지 한가롭다.
이 하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의 양쪽 끝에는 물이 얕고
차와 사람들이 자주 다니니 오리들의 접근이 어렵다.
그 오리들을 피해서 이곳에 수많은
치어들이 몰려와 큰 무리를 이루어서 숨어 지내는 걸 보니
작은 미물이라도 제가 살아갈 방법을 충분히 아는 지혜로운 놈들이다.
하천 생태계의 맨 아래층에 있는
작은 치어들은 많은 포식자들이 설치니 항상 불안하다.
사람이나 오리가 나타나도
언제나 떼로 몰려 다니며 도망가기에 바쁘다.
조물주는 최 하위 포식자인 약한자에게는
많이 번식할 수 있는 특권을 주어서 어디에나 넘처나고
상위 포식자인 강자에게는 많이 번식하지 못하지만 힘을 준 게 아닌가 한다.
조그만 미동에도 수천만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
치어떼 전체가 군무를 추듯이 놀라서 몰려 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보다 물고기가 더 많다.
수두룩빽빽이고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놀부네 아부지가 맞다.ㅋㅋㅋ
물가에 서서 땅에 발을 쾅쾅 구르니 놀라서
서로 안쪽으로 숨을려고 은빛배를 드러내며 아수라장이 되는 걸 즐기고 있으니..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다.
바람이 세니 얕은 물에 파도가 생기고
치어가 몰려 있다가 내가 나타나니 급이 깊은 곳으로 도망을 가고...
물속에 다리의 난간이 투영되었고
그곳에 치어떼가 무리를 지어 다니니 예술작품이 되었다.
나도 한 예술했다.ㅋㅋㅋ
또한 특종감 뉴스 거리도 만났다.
내가 물가를 지키고 있는데도 간이 부은
오리가 나타난줄 알고 깜짝 놀라서 마구 셔트를 눌렀다.
물고기를 물고 도망을 가는 것을 얼핏보니 쥐가 틀림없어 보였다.
사무실에 와서 곰푸따에 메모리를 넣고
크게 확대해서 재차 확인을 해보니 확실히 쥐가 맞다.
족제비는 이 쥐보다 몸체가 훨씬 길다.
쥐가 추운 겨울에 물에 잠수를 해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해서 먹는다는
말은 들어 보질 못했으니 이도 큰 특종감이 아닌가 한다.
자전거 타고 지나던 노인분들이
내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오셔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신기해 하신다.
"와이구야!!!
뜰채 하나만 있으면 한드럼 잡는 것은 문제도 없겠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피래미들이 몰려 올 수가 있었지??"
피라미들이 이곳에 몰려 있는 까닭을 설명해 주니
이런 녀석들도 제각기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수긍을 하신다.
사람만 없으면 오리들이 떼로 몰려와
이뿐 피라미떼를 포식하고 가는 게 확실하고
이 피라미들은 사람이 다니는 다리밑으로 모여 포식자를 피하는 지혜로운 녀석들이다.
때로는 일사불란하게 뭉처서 달아나야 살고
또한 서로가 멀리로 흩어져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다.
S 그룹의 내 또래 어느 사장님은 중학생 시절에
맑은 왕숙천에서 멱도 감고 사제 폭탄을 만들어 터뜨리며
온갖 붕어, 잉어나 모래무지를 잡았다는 추억담을 얘기했었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때 본 왕숙천에는
서울의 인분을 차로 퍼와서 버리는 장소여서
버스를 타고 옆을 지나칠려면 악취 때문에 코를 막고 지나야 했었다.
아직도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수질이 많이 개선되고 어느 정도 깨끗해지니
많은 새들과 물고기와 곤충들이 살기 좋게 되었고
덩달아 사람들도 함께 살아갈만한 장소로 변신하고 있다.
아름다운 왕숙천이 구리시의 보물이 되었다.
왜가리 한마리가 왕숙천의 높은 하늘의 구름속으로 날아갔다.
왕숙천의 유래에 대해서...
왕숙천은 포천시 내촌면 신팔리 수원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 남양주시를 지나 구리시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그 지류는 용암천, 덕송천, 갈매천, 불암천,
사릉천, 용정천. 진건천, 오남천, 금주천, 봉선사천,
양벌천 암현천 진목천으로 총 14개로 이어진다.
이 지류들이 왕숙천의 유로를 부분적으로 바꾸었으며
토평동과 돌섬[석도]을 중심으로 범람원을 형성하였다.
조선태조 이성계가 상왕으로 있을때
팔야리에서 팔일을 머물렀다고 해서 "왕숙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 세조를 광릉에 안장한 후
"선왕이 길이 잠들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왕이 묵었다는 하천, 왕이 길이 잠들었다는 하천이다.
첫댓글 작은 물고기떼를 보니 남해에서 보았던 멸치떼를 보는듯 합니다..
생태계의 귀한그림 고맙습니다.
자연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아주 쏠쏠합니다.
작은 벌래한마리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우리 인간 못한 면이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