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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여름의 펜실베니아주 메디슨, 장의사인 아빠 해리(댄 애크로난
태어날 때 황달에 걸렸었다. 언젠간, 기사 식당의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가 치질에
걸린 적도 있다. 3년 전에 목에 걸린 닭뼈도 여태 있다. 최근의 내 고민거리가 뭔지 알게 되면
아빠는 망연자실할 거다. "아빠? 당황하지 말고 들으세요. 내 왼쪽 가슴이 오른쪽보다
확실히 빨리 자라요. 암인가 봐요. 난 죽을거예요. / 그래.. 아가, 냉장고에 마요네즈 좀 꺼내다오"}
이드 분)와 삼촌 필,
정신이 혼미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베이다(안나 컬럼스키 분)는 늘 외롭다. 베이다에게
친구는 어리숙하고 수줍은 토마스(맥커레이 컬킨 분) 뿐. 아빠 해리는 베이다의 출산으로
아내를 잃은 후 가족들에게 조차 감정적으로 격리된 채 어린 딸이 소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베이다는 국어 선생님에게 연정을 품기도 하는데, 이런 베이다에게
또다른 일이 생긴다. 아빠 해리가 미용사 셀리(제이미 리 커티스 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베이다는 셀리에게 질투를 느끼고 아빠를 잃은 것같은 마음에 외로움은 점점
더해 간다. 게다가 토마스마저 벌에 쏘여 알레르기로 죽자 큰 충격을 받는다.
그제서야 마음으로 한층 더 어른이 된 베이다는 자신에게 연인이 필요하듯이 아버지에게도
연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엄마를 잃은 어린 소녀에게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필요했던가를 깨닫고, 그간의 오해를 이해시킨다. 베이다는 72년 여름의
토마스와의 풋사랑이야말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인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춘기의 고민에서 하나 하나 세상에 대해 깨닫아 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진 로맨틱 코믹 드라마. 비슷한 시대 배경이나 주인공 아이의 나레이션
등 인상깊은 TV 시리즈 <케빈은 13살>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로, 70년대의 시대상과 애틋한
이야기가 잘 살아있다.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밝고 해맑은 연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메클레이
컬킨이 이번 작품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악동과는 전혀 다르게 수줍음을 타는 순진한 소년으로
나오고, 주인공은 미 전역에서 1천여 명이 넘는 소녀를 오디션 끝에 기용한 안나 클럼스키가
신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깜찍한 연기력을 과시, 또 한번 신인 아역
스타 탄생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의 소도시 장의사 집의 꼬마 숙녀 베이다와 그녀의
남자 친구 토마스가 엮어내는 일상의 웃음과 풋사랑의 가슴앓이를 재미있고 슬프게 엮고 있다.
영화에서 아빠의 가게에서 만든 작고 흰 관에 누워서 영원히 잠든 매클레인 컬킨의 모습에,
미국의 어린이 관객들은 소녀 베이다와 함께 괴로워했고 부모들은 그런 자녀에게 매컬레이
컬킨이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니라 극중의 배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라고 진땀을
뺏다고 한다. 안나 크롬스키가 이 영화에서 얼마나 깜찍하고 귀여운 연기를 보여줬던지,
이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귀여운 장면인 호수가에서의 첫 키스 장면에서 NG를 낸 것은
애나 클롬스키가 아니라 매코레이 컬킨이라고.
"베이다?"
"뭐?"
"나는 어때?"
"뭐가?"
"빅슬러 선생님 대신에……."
"생각해 볼께."
그리고 아이들이 귀여운 뽀뽀씬 뿐만 아니라 토마스의 은근한 고백씬 또한 길이 길이 기억 될 것 같다. "아, 정말 로맨틱해!!
"라고 탄성을 내지를 것 만치 대단한 고백씬도, 큰 이벤트가 있는 고백씬도 아니었지만, 토마스의 순수함과 천진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서 참 예쁘게 보였다. 그 후에 보여지는 토마스의 해맑은 웃음이 그의 여린 순수함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아서 더 예쁘게 보였던 것 같다. 아마 성인 배우가 저렇게 말했다면 그냥 그렇게 넘겼을 만한 장면인데,
이 순수한 남자 아이가 진심을 다해 말하니, 어찌보면 다소 심심한 이 고백장면도 내게 있어선 그저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고백장면으로 받아드려진 것이리라.
어쩌면 빅슬러 선생님이 아닌 토마스를 좋아하게 됐을 지도 모를 베이다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베이다에게
있어 토마스라는 존재는 더욱 크게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리고 베이다가 큰 미래에도…….
"뽀뽀 해봤니?"
"TV에서 처럼?"
"응."
"아니."
"우리도 한 번 해보자."
"하지만 할 줄 몰라."
"팔에다 연습해 봐. 그 정도면 됐어. 눈 감아."
"그럼 안 보이잖아."
"시키는 대로 해."
"알았어, 알았어."
"셋에 하는 거다. 하나. 둘. 둘 반. 셋!"
이 장면은 정말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의 극치였다. 어쩜 둘 다 저렇게 천진하고 귀엽던지! 사춘기 소녀인 베이다가 뽀뽀를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그걸 또 팔에다 연습하고 시키는대로 다 따랐던 토마스도, 둘 다 너무 귀여웠다. 입이 닿자마자
떨어져선 뭐라 말해보라고 하던 베이다의 모습과 놀라서 두 눈을 크게 꿈뻑이던 토마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저 웃음 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벌떡 일어서서 애국 조회때 하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역시 어린 애들은 어린 애들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 모습 마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둘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 둘의 뽀뽀씬(?)은 길이길이 기억되리라.
"뭐 하나 물어보자. 쟤 왜 자꾸 온대니?"
"죽을 병 걸렸데요."
"넌 그렇게 생각하니?"
"아뇨."
"왜 그런 소릴 할까?"
"시체를 많이 봤거든요. 죽는 게 무서우니까 지레 저러는 거예요."
"베이다는 너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겠다."
"우린 단짝이에요."
이 영화에서 매컬리 컬킨은 정말 매력적이게 나온다. 얼굴도 너무 귀여워서 보는 내내 "아구, 귀여워~"를 몇 번이고
연발했던 것 같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를 모두 봤을 때에도 매컬리 컬킨이 귀엽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여기선 정말
귀엽게 나온다. 이것은 물론 매컬리 컬킨의 기본 페이스도 따라줘서 그랬겠지만, 토마스란 캐릭터 자체가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베이다가 항상 가는 병원의 간호사가 도통 이유를 몰라 아프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병원은 들락날락 거리는 것이냐며 묻자,
의연하게 대답하던 토마스! 사려 깊은 그 꼬마 소년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가. 간호사의 말처럼 토마스같은 친구가
있어서 베이다는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베이다에게 있어서 토마스는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친구라고도 다시금
생각했고-. 아버지도 못 헤아려주었던 소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니, 이 얼마나 멋진 친구란 말인가!
'나에겐 비밀이 있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
"내가 엄마를 죽였죠?"
"뭐라고?"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잖아요."
"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는 몸이 약해서 돌아가신 거야."
"이걸 찾았어요."
"이 사진 어디서 찾았니?"
"차고에서요."
"네 엄마는 이 차를 좋아했어."
"엄마 얘기 좀 해줘요."
"네 엄만 예쁘고… 친절했지. 커다란 눈에, 웃기를 잘했지. 웃는 모습이 꼭 너 같았어."
"정말요?"
"이 방을 분홍색으로 칠 한 것도 네 엄마였어. 딸 낳을 걸 알았나 봐."
"엄마 보고 싶어요?"
"오랫동안 그리워했지. 지금도 네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나 석양을 보면 슬퍼져."
"전 나무를 보면 토마스 생각이 나요."
"추억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베이다, 미안하다. 너만은 슬픔을 모르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난 네가 행복하길 바래. 나처럼 되진 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소녀의 가슴을 꾹 짓누르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엄마의 죽음이었다. 약간은 독특해보여도,
늘 밝고 명랑한 아이인 것 같았던 아이였지만, 이 아이도 이 아이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었던 거다. 소녀가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말했을 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의 유우지가 오버랩 되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유우지도 그렇고, 마이 걸의 베이다도 그렇고, 밝은 생각만 할 것 같은 아이들도 죄책감 같은 것에
눌려있는 것을 보니 역시 아이들이라고 해서 항상 웃으며 즐겁게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나도 베이다와 유우지와 같이 내 나름대로의 무거운 생각에
짓눌려 살기도 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어리고 여린 아이들이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커다란 죄책감에 알게 모르게 눌려 살았던 것 만치의
큰 죄책감을 가져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저 좋고, 또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아야할 아이들이 너무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더랬다.
하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기적같은 비의 계절이 있었고, 베이다에겐 토마스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아버지의 말대로 추억이란 좋은 것이니까. 이미 베이다의 수많은 추억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토마스는 베이다에게 있어 평생토록 좋은 '추억'으로 잔존할 것이다.
"난 신생아 황달에 걸렸었다. 치질에 걸린 적도 있다. 3년 전에 목에 걸린 닭뼈도 여태 있다.
그걸 알면 아빠는 기절 할거다. 아빠, 이상해요. 내 왼쪽 가슴이 오른쪽 보다 커요. 암인가 봐요.
난 죽을 거예요."
"그래…. 딸아. 마요네즈 좀 다오."
주연
댄 애크로이드 Dan Aykroyd
: 해리 역
제이미 리 커티스 Jamie Lee Curtis
: 쉘리 역
매컬리 컬킨 Macaulay Culkin
: 토마스 역
안나 크럼스키 Anna Chlumsky
: 베이다 역
조연
리차드 마저 Richard Masur
레이 벅테니카 Ray Buktenica
크리핀 던 Griffin Dunne
피터 마이클 고츠 Peter Michael Goetz
앤 넬슨 Ann Nelson
톰 빌라드 Tom Villard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사춘기 소녀, 베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베이다는,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녀이다. 남몰래 선생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 그래서 돈을 훔쳐서 선생님의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조금 유별난 것이 있다한다면 어린 소녀가 가슴 속 깊숙히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자주 병원을 들락 날락 거리며 박사님께 진찰을 해달라고 말하고,
아버지에겐 세뇌라도 시키 듯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고 말하며 죽은 척을 하는 것이 일수인 소녀이다. 의사 선생님의
대답은 늘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고, 이젠 그녀의 말과 행동에 익숙해진 아버지는 그녀에게 무관심하다.
베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궁핍한 소녀였다. 어린 그녀에겐 그 누구보다다 사랑이라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그녀에게 사랑을 주는 어른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무심하기만 하고,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는 노망이 나서
베이다가 바로 앞에 있어도 허공만을 주시한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의 재혼 이야기까지 오가니, 어린 소녀는 아버지를
뺏길 것만 같은 두려움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녀의 베스트프렌드, 토마스!
혼란스럽기만 하던 베이다에게 있어, 토마스라는 친구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늘 늦게 들어가면 혼난다며 늦은 시간이면
자리를 뜨는 토마스였지만, 그는 베이다의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녀가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이해해주는 이도 토마스였으며, 그녀가 샐리로 인해 두려워할 때도 함께 있어준 이도 토마스였다.
아마 베이다에게 토마스가 없었더라면, 베이다의 어렸을 시절은, 이렇게 즐겁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매일같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낚시도 하며, 벌집을 깨뜨려서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함께 한 토마스는, 베이다의 추억상자 속, 어쩌면
가장 크게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둘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더라.
내가 베이다의 나이 였을 쯤에, 나 또한 토마스와 같은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아침 잠이 많은 내가 허겁지겁 집에서
나오면 그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나와 뒤에 타라며 손짓해주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지만,
그래도 베이다가 앞으로 토마스를 추억상자 속에서 토마스를 생각하듯, 나도 그 친구를 계속 추억 속에서 생각할 것 같다.
요즘은 조금 더 나은 날들이다. 난 닭뼈를 삼켰다.
쥬디네 특활반에 들기로 했다. 공화당에서는 닉슨을 재지명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했던 영화였다.
마지막, 아버지가 자신 처럼 되지 말라는 말에서 베이다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까지 느껴서 가슴이 뜨뜻~해졌다.
결국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으로 인해 딸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샐리로부터 자각한 아버지의 모습이,
사실은 정말 딸을 사랑했는데 그 상실감과 슬픔이 너무 커서 딸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과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될까 싶어 미안해하는 아버지의 그 모습들이,역시 아버지는 아버지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아버지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베이다도 씩씩해 보여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