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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밀턴의 《실낙원》
구원으로 나아가는 인간을 노래하다
존 밀턴은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이다. 《실낙원Paradiſe Lost》은 17세기 청교도 존 밀턴의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 3장에 기록되어 있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기독교의 메시지를 다룬다. 타락한 천사인 사탄에 의한 아담과 하와의 유혹과 에덴동산에서 그들이 추방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낙원》의 줄거리는 이 시의 각 권의 서두에 약술되어 있다. 밀턴은 이 서사시의 내용을 사건의 발생 순서대로 진술하지 않고, 고전주의적 서사시의 방식(중간에서 시작하는 방식)을 좇고 있다. 따라서 아담의 타락 장면이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하나님을 대항하다가 비참한 패배를 당한 사탄(루시퍼Lucifer)과 그의 추종자인 타락한 천사들이 하늘로부터 추방되는 장면이 먼저 나온다.
타락한 천사들은 천국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위해 토론을 벌이는데, 당장에 공격을 개시하자는 자도 있고, 이를 말리는 자도 있다. 결국 사탄이 제안한 제3안이 채택된다. 그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 살고 있을 인간을 유혹하여 자기들 편에 가담하게 하고, 이로써 하나님께 복수하자는 것이다.
제3편을 보면, 하나님은 하늘의 보좌로부터 사탄의 모략을 내려다보시고, 하나님의 독생자가 타락한 인간들을 위한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성자聖子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희생을 제안하고, 모든 천군 천사는 성자의 영광과 인간의 궁극적인 승리를 송축한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은 처음으로 아담과 하와가 온갖 축복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사탄은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지식의 나무(선악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엿듣는다. 사탄은 뱀의 모습으로 낙원에 침투하여 하와를 유혹하게 되고, 결국 하와는 선악과 열매를 먹게 된다.
열매를 따 먹은 하와는 죄의 결과인 죽음과 추방을 두려워하면서도 아담을 꾀어 그도 역시 그 열매를 먹게 하기로 결심한다. 하와는 아담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자신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와의 범죄를 알고 아담은 매우 놀라지만 아담은 하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결국 공범자가 되고 만다.
천지는 원죄(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죄 때문에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는 죄)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탄식한다. 이제 순진무구함을 잃어버린 두 사람은 그들의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무화과나무 잎으로 허리를 두른 아담과 하와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한다.
《실낙원》의 마지막 행들은 타락 이후의 역사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선택, 그리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타락한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은 엄청난 정치적 격변과 종교적 박해를 겪게 될 것인데, 그 순간마다 자신들이 택하는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밀턴은 이 서사시를 사탄과 그의 추종자(타락한 천사)들로 시작했다. 제12편에서 밀턴은 인간의 최초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그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제 아담과 하와는 불확실한 미래와 새로운 시작 앞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다시 ‘손에 손을 잡고’ 추방자로서의 순례길을 시작한다.
《실낙원》은 사탄의 세력을 격멸하는 신의 섭리의 정당성을 찬양하고, 원죄로부터 구원으로 나아가는 인간 고뇌의 역정을 장엄한 필치로 노래한 청교도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