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각 경험이든지 아무거나 지금 당장 경험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따뜻한 머그잔을 만지는 경험을 했다고 합시다. 머그잔을 만지자 따뜻한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머그잔에서 손을 떼자 따뜻한 촉감은 잠시 여운을 남기다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우리는 이러한 감각 경험을 ‘나’라고 하는 심신복합체의 감각 주체가, ‘머그잔’이라고 하는 감각 개체와 접촉함으로써 ‘따뜻함’이라는 감각 경험을 했다고 해석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나’라는 감각 주체 역시 ‘머그잔’과 다름없이 감각에 의해 지각되었기 때문에 존재를 아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 일상 중에서도 몸과 마음의 존재를 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십시오.
감각 주체와 객체 모두가 동일한 감각 지각의 대상이라면, 그 주체와 객체의 접촉에서 발생한 ‘따뜻함’이라는 감각 경험 역시 또 다른 감각 지각의 대상이 아닐까요? 추론하지 말고 다시 머그잔을 만져 보십시오.
모든 것이 감각 지각의 경험 대상이라면 바로 그 감각 지각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감각 지각 자체를 감각할 수 있을까요? 감각 지각 자체가 ‘나’나 ‘머그잔’, 혹은 ‘따뜻함’ 따위의 감각 경험으로 경험될 수 있을까요?
감각 지각 자체는 결코 하나의 감각 대상으로서 경험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감각 지각 자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바로 지금 이 순간 다양한 감각 경험들이 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각 지각 자체에 자연스럽게 모든 감각과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 마치 다른 대상들을 보고 있는 눈이 그렇게 보고 있는 눈 자신을 보려는 노력과 흡사합니다. 눈이 눈을 볼 수는 없지만 눈은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감각 지각 자체, 감각 지각의 본질은 바로 지금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 모양, 소리, 냄새, 맛, 느낌, 속성이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텅 빈 느낌, 느낌이 없다는 느낌뿐입니다.
추론하지 말고 그저 이 느낌 속에 머물러 보십시오. 이 느낌을 대상화하지 맑고 이 느낌과 하나가 되십시오. 어떤 방법도, 수단도 없습니다. 그저 이 알 수 없는 느낌 속으로 녹아드십시오.
출처 : "아쉬타바크라의 노래", 심성일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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