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잠깐 맛보기로 걸어 보았던 해파랑길 29, 30코스....
그러나 그땐 너무 동해안의 낭만을 기대했던 탓이었던지 실망이 컸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코스분석을 하여 주로 내륙으로 빠지는 코스들과 예전에 가보았던 코스들은 생략하고
주로 해변코스들만을 선택하고 가능한 하루에 35km 이내로 한정하여 4박 5일 일정을 세운다.
그리고 해파랑길 공식루트는 무시하고 내륙으로 빠지는 길은 대체가능한 해변길과 지름길을 찾아 진행하기로 한다.
1. 코스 :
1일차 : 32-33코스 (덕산해변 입구-추암해변-묵호역)...35.8km
2일차 : 34-35코스 (묵호역-옥계해변-정동진역)...32.7km
3일차 : 40-42코스 (사천진리해변-주문진해변-죽도정입구-하조대전망대)...34.8km
4일차 : 44-45코스 (수산항-설악해맞이공원-장사항)...29.3km
5일차 : 46-48코스 (장사항-삼포해변-가진항-거진항)...41.3km (5일차 (23일) 일정은 비예보로 취소)
총 12코스, 174km 중 비예보로 인해 9개코스 110km로 단축하여 완주 (생략한 코스 : 31, 36-39,43,49-50)
2. 일 시 : 2022.6.19 - 22 (3박 4일)
3. 진행방법 : 출발점에 주차하고 당일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택시를 불러 출발점으로 회귀한 후
내 차로 다시 익일 출발점으로 이동하여 숙박 후 익일 출발
집에서 5시경 출발하여 180여km를 운전하여 도착한 첫날 출발점...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마을회관 앞
맹방해변에는 개미처럼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덤프트럭에서 쏟아내는 모래들을 포크레인이 다지며 모래사장을 만들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엄청난 양의 모래가 쌓이고 있다.
4~50억년 동안 자연이 빚어낸 지구의 한모퉁이의 모습이 이렇게 인간의 힘으로 인위적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위대하다고 해야할지.... 아님 경솔하다고 해야할지....
삼척항을 지나면서 내륙으로 이끄는 코스를 무시하고 해안가로 빠지는 자전거도로로 진행하니 멋진 절경을 감상하게 된다.
이번 해파랑길 걷기의 백미는 이렇게 내가 원하는 길로 선택해서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2년 전 걸었던 2개 코스의 해파랑길이 나에게 준 경험이기도 하다.
물론 아무리 해변가의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바다를 가까이 끼고 걸을 수 있는 길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겠지만
20%가 80%를 설명해 낸다는 파레토의 법칙이란게 있지 않은가?
즉 해파랑길의 20% 정도가 해파랑길에 대한 만족도의 80%를 느끼게 해줄거라는 확신....
아름다운 삼척해변가의 이런저런 모습들...
매일매일 이런 길만 걸으면 행복할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쏠비치삼척콘도의 모습...
추암해변에서도 절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는 추암촛대바위 전망대 계단을 급히 올라가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온다.
첫날 원래의 코스를 무시하고 선택했던 일부 구간의 해파랑길 코스는 매우 만족스럽다.
차를 주차해 놓은 덕산리 마을회관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러 놓고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나름 흐뭇하고 여유있는 마무리를 해본다.
2일차 (20일) 5시반 경... 34코스 출발지점 묵호항에 주차하고....
서둘렀지만 일출은 보지 못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묵호항 어시장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묵호수변공원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선택한다.
원래 코스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경유하는 내륙으로 빠지는 길인데 이른 아침이라 폐문상태일거라
의미가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대신 난 약간 짠내나는... 그리고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바닷가의 길을 걸으며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며 진행한다.
망상해변에 들어서며 망상해수욕장과 오토캠핑장, 오토캠핑리조트, 한옥촌 등을 구경하다가 들어선 곳... 망상해안사구
원래의 해파랑길은 리조트 밖의 내륙쪽 도로로 들어서야 하고, 이곳은 망상리조트 안에 숙박하는 사람들의 산책로인데...
어제의 길 선택의 작은 성공이 나를 오만하게 만들고 망상에 들뜨게 한 것일까.....
트랭글의 경로이탈 경고도 무시하고 잠시 정신줄을 놓고 멋진 전경에 취해 가다보니 막다른 곳이 나온다.
그때서야 '아차'하며 뒤돌아가려는데 너무 멀리 왔다.
이럴때 외치는 소리가 '못 먹어도 GO!'라는 것인가....
그러나 상황분석을 하고 포커페이스로 외치는 그것과 무모하게 이판사판으로 외치는 그것과는 큰차이 있는 것을....
GPS를 보고 해변길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리라 확신하며 이판사판으로 뛰어든 길없는 모래사장엔
온갖 쓰레기가 널려있고, 간간히 나타나는 군 초소들은 휑하다.
한쪽엔 철망이, 또 한쪽엔 철로의 담벽이.... 출구는 보이지 않고, 발은 모래사장에 빠져 점점 힘들어지고....
그렇게 1.5 km를 걸어온 도직해변의 길없는 버려진 모래사장.... 그리고 제법 큰 돌맹이들의 너덜길....
해파랑길 이틀만에 너무 해변가 길만을 고집하다 곤욕을 치룬다...ㅠ
제일 끝에 있는 군초소의 통로를 통해 겨우 빠져 나오며 이마에 흘러 내리는 땀을 훔쳐낸다.
금진해변
금진해변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도직해변에서 당한 곤욕을 씻어내고 도착한 심곡항...
도직해변에서의 고난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바다가 보이는 지름길인 자전거 도로를 마다하고 이번에는 트랭글이 유도하는대로 원 코스인 산길로 들어서서
또 한번 후회한다.
날씨는 덥고, 햇볕은 뜨거운데 4.5km의 산길에는 그늘도 없다.
해파랑길에 이런 산길이 웬말인가....
오늘은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하며 도착한 정동진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지친 몸과 씁쓸한 마음을 달랜다.
오늘은 23km밖에 걷지 않았는데 몹시도 힘든 길이었다.
첫댓글 동해 바다와 함께 떠나는 길
온통 푸른색을 치장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구요
부지런히 진행 하신다면 여름에 모두 끝날것 같은 예감입니다.
힘차게 진행 하시기를 바라며 조용한날 연락한번 드리겠습니다.
묵혀놓은 버킷리스트를 어렵게 꺼내놓았습니다...좋은 날들을 골라 천천히 진행할까 합니다.데드라인을 정해 놓으면 또 마음이 급해지니까요...^^
동해안 해안길따라 내려온 시간들이 어그제
같은데 그길을 다시보니 지나 추억이
생각납니다
바닷가 풍경과 어우러진 해안선 그림들을 보니
다시한번 그 길을 걷고싶은 욕구가 살아납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자꾸만 쓰다듬고 싶은 연인처럼 스치듯 지나온 그 길들과 풍경들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몇번이고 걷고 싶은 길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