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요괴(정진호 글.그림/반달(킨더랜드)/2023.02.01출간)
발제자:김선영(발제일:2023.04.11(화) 늦은 8시)
(1) 작가 이야기
정진호 작가
이야기가 담긴 집을 꿈꾸며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지금은 책 속에 이야기 집을 지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첫 그림책 『위를 봐요!』와 『벽』으로 2015년,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또한 『부엉이』로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쓰고 그린 책으로 『위를 봐요!』, 『벽』, 『별과 나』, 『나랑 놀자』, 『심장 소리』가 있고, 그린 책으로 『아빠와 나』, 『노란 장화』, 『루루 사냥꾼』, 『투명 나무』, 『작은 연못』 등이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2022 여름 바캉스 프로젝트 시즌 4
Horror Vacance (강혜숙_악착동자, 저승쾌담집, 노인경_팥쥐,서현_달걀귀신, 소윤경_우렁각시,신동준_죽음을 기억하라, 오소리_외계인과 나무꾼, 이명애_탑, 이수지_어찌 칭찬하지 않으리, 정진호_여우요괴, 조오_슈뢰딩거의 강아지, 조은영_블랙 프라이데이, 한성민_빌런들)로 먼저 선보였던 정진호 작가의 여우요괴가 판형을 바꾸고 표지디자인을 다시 해서 2023년 2월 출간되었다.
(판형이 커지고 색감이 더 밝아졌다고 합니다.)
(바캉스 프로젝트는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프로젝그 그룹으로 본업을 잠시 떠나 ‘휴가’처럼 자유롭게 참여하는 프로젝트성 모임으로, 기존 그림책 출판시장에서 다루기 힘든 다양한 주제나 새로운 표현을 담은 독립 출판물로 폭넓은 독자와의 만남을 모색하는 발랄한 아티스트 북 그룹이다.)
(2) 여우 요괴 설화 이야기
우리나라의 여우 요괴 이야기라고 하면 역시 구미호를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나 영화, 전설의 고향에서 본 것처럼 인간이 되기 위해서 혹은 신선이 되기 위해서 인간에게 접근해 간을 빼가고, 입 안의 여우 구슬로 입맞추며 정기를 빼앗아 간다.
여우 누이처럼 인간으로 태어나 온 주변 사람 간을 빼먹는 요괴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여우 요괴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해를 끼치는 천편 일률적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조선왕조 특유의 유교적 권위의식(가부장적 위계질서를 중시한 성리학등)이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적 사상과 특히 여우가 가지는 여성적인 이미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여우 설화중에서도 긍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몇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① 여우의 보은은 한국에선 비교적 보기 드문 유형에 속한다. 아래 설화들은 납치혼과 여우의 조력이라는 공통요소가 있다.
여우 등에 올라탄 어부 : 여우에게 납치되었다 되찾은 고창의 군수 부인이 쌍둥이를 낳았는데, 반인반호였다. 군수는 아이들을 강변에 버렸고, 한 어부가 이를 가엾게 여겨 거둔다. 3개월 뒤 여우가 나타나 쌍둥이를 키운 어부를 등에 태우고 한양까지 달린다. 이 소문을 들은 군수는 어부를 찾아가 자신도 여우 등에 태워달라 부탁하고, 어부는 이를 승낙한다. 군수가 여우를 타고 다니다 집에 돌아오니, 여우가 어부에게 군수 옆 방석에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군수가 이 뜻을 어부에게 물으니, 어부는 자신에게 벼슬을 내리란 뜻이라 대답하고 결국 벼슬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는 문화콘텐츠닷컴에서 팽나무 여우 설화로 소개하고 있다.
공 갚은 여우 : 옛날 이인(異人)으로 소문난 노인의 젊은 제자가 스승의 충고대로 자신에게 맞화살 날린 여우를 살려줘 그 보답으로 옷과 음식, 살 거처를 얻고 나중엔 예쁜 부인도 얻게 된다는 이야기.
②상서로운 징조의 여우 :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유형
원광법사와 삼기산(三岐山)의 산신: 정체는 3000년 된 검은 여우. 옛 한국 설화가 그렇듯 신령급이지만 딱히 꼬리가 아홉이란 설명은 없다. 능력으로 낙뢰, 혹은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고 원광법사가 산신의 실체를 보고 싶어하자 동쪽 하늘에 팔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끝에 닿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뭣보다 지혜가 깊어 원광법사가 중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돕고 이후에는 자신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법사에게 죽어가는 흑여우의 본모습을 보여줘 작별을 고한다. 이 설화를 다룬 여러 칼럼에선 이를 불교의 발흥과 그와 반대로 몰락하는 토속 종교의 설화로 해석한다. 이 이야기는 동화책으로도 나왔다.(원광법사와 검은 여우,2015)
배극렴과 여우 : 조선 건국공신 배극렴이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에 여자로 둔갑한 백여우를 만난다. 그 여우는 사람들의 재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이 일로 배극렴이 누명을 쓰게 된다. 하지만 배극렴은 어찌어찌 풀려나고, 다시 만난 백여우는 자신이 모아둔 재물을 그에게 바치며 조선건국에 보태라 말한다. 판본에 따라선 이성계가 재물을 모으는 백여우를 잡았다가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다"란 말을 듣고 풀어주는 이야기도 있다.
강감찬 여우 설화 : 고려의 영웅 강감찬이 인간 아버지와 여인으로 변신한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다. 강감찬의 아버지가 주막집 여인의 유혹에 하룻밤을 함께 하였고, 몇달 뒤 여우 울음소리에 밖에 나가니 여우가 인간의 아기를 낳아주고 사라져 그 아이를 데려와 강감찬으로 키우게 되었다는 영웅 탄생설화. 정읍의 강감찬 설화 채록본은 여우의 정체가 지상에 귀양 온 선녀로 나오며, 100년을 여우로 지낸 뒤 인간과 맺어져야만 하늘에 돌아간다는 설정이 있다고 한다. 즉, 여우에게는 여신의 속성도 있다는 것이다.
팔백이와 여우: 곤궁한 처지에 비관해 자살하려는 팔백이를 한 여자가 나타나 말리며 계속 도와준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노인이 남자에게 "그 여자는 천 년 묵은 여우"라며 퇴치할 방법과 도구를 쥐어준다. 그러나 남자는 은혜를 베푼 여우를 못 죽이고, 사실 여자와 노인은 산신령 자리를 두고 다투는 여우와 지네였음이 밝혀진다. 여우는 남자의 의리에 감동해 결국 인간이 되어 남자와 맺어진다. 여우가 인간과 행복하게 맺어지는 아주 보기 드문 설화로, 판본에 따라 팔백이가 여우의 도움으로 "정승"에 오르는 결말도 있다고 한다.
(3) 책을 읽고
천하무적 도력을 닦은 여우는 간을 1,000개 먹으면 무슨 소원이든 이루게 된다나. 그렇지. 무슨 소원이든 이루는 정도는 되야 간을 1,000개나 찾아먹지. 당췌 왜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간에 집착하는지 의문이었던 것이 첫 장에 해결되니 왜 이리 그림책이 점점 비싸지는 거냐며 투덜거리던 게 쑥 들어가고 단숨에 읽게 되었다.
책을 덮은 순간, 역시 사랑이지 라는 말을 읇조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아들은 읽어보라는 말을 들은 체도 않고 방에 들어가 버린다.
여우 요괴의 광고 문구가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사랑!‘ 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역시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왠지 뿌듯해 지기도 했다.
다짜고짜 큰 간을 먹어보겠다며 피비린내 풍기며 김생원을 찾아간 여우 요괴는 더 키워서 먹게 해주겠다는 김생원을 쭐래쭐래 따라다니며 김생원이 주는 꽃 한 송이에 홀랑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둘이 살아가며 유한한 생이 끝났을 때, 기어코 인간이 되기를 바라겠구나라는 나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지만, 머리로 생각한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사랑을 이렇게 온전히 표현할 수도 있구나.
책 앞에 적혀 있는 작가의 이야기."무섭고, 아름답고, 애절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피와 꽃 사이, 죽음과 사랑 가운데에 숨은 여우 요괴를 만나보세요." 작가는 목표를 이룬 것 같다.
3) 이야기 나누기
정진호 작가는 ’위를 봐요‘ 나 ’벽‘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그림과 이야기로 낯선 새로움을 주는 작가입니다. 여우 요괴에서의 옛이야기 와 그림의 새로운 시선, 낯설게 하기가 느껴지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을까요?
-여우 요괴는 판소리적인 글로 읽어주기에 리듬감이 생기는 글입니다. 그림 없이 들었을 때의 느낌과 그림과 같이 봤을 때의 느낌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