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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 현대시인 - 김상옥, 김상용, 김소월, 김수영, 김승희
김상옥
백자부(白磁賦) - 김상옥 -
찬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 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사향(思鄕) - 김상옥 -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소월
가는 길 - 김소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길 - 김소월 -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먼 훗날 - 김소월 -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무심(無心) - 김소월 -
시집와서 삼 년
오는 봄은
거친 벌 난벌에 왔습니다.
거친 벌 난벌에 피는 꽃은
졌다가도 피노라 이릅디다.
소식 없이 기다린
이태 삼 년
바로 가던 앞강이 간 봄부터
굽어 돌아 휘돌아 흐른다고
그러나 말 마소, 앞 여울의
물빛은 예대로 푸르렀소.
시집와서 삼 년
어느 때나
터진 개 개여울의 여울물은
거친 벌 난벌에 흘렀습니다.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 김소월 -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새롭은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나가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삭주 구성 - 김소월 -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리
삭주 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산유화 - 김소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접동새 - 김소월 -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어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진달래꽃 - 김소월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초혼(招魂) - 김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금잔디 - 김소월 -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못 잊어 - 김소월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개여울 - 김소월 -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엄숙 - 김소월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빛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받은 맘이여.
맘은 오히려 저리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고적한 날 - 김소월 -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 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김수영
눈 - 김수영 -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사령(死靈) - 김수영 -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의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 김수영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파밭가에서 - 김수영 -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폭포 - 김수영 -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楕)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푸른 하늘을 - 김수영 -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풀 -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하루살이 - 김수영 -
나는 일손을 멈추고 잠시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 살아 있는 보람이란 이것뿐이라고 ――
하루살이의 광무(狂舞)여.
하루살이는 지금 나의 일을 방해한다.
―― 나는 확실히 하루살이에게 졌다고 생각한다 ――
하루살이의 유희(遊戱)여.
너의 모습과 너의 몸짓은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러우냐
소리없이 기고 소리없이 날으다가
되돌아오고 되돌아가는 무수(無數)한 하루살이
―― 그러나 나의 머리 위의 천장에서는 너의 소리가 들린다 ――
하루살이의 반복(反覆)이여.
불 옆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벽을 사랑하는 하루살이여.
감정을 잊어 버린 시인에게로
모여드는 모여드는 하루살이여
―― 나의 시각(視覺)을 쉬이게 하라 ――
하루살이의 황홀(恍惚)이여.
김승희
저 산을 옮겨야 겠다 - 김승희 -
저 산을 옮겨야 겠다.
저 산을 내가 옮겨야 겠다.
오늘 저 산을 내가 옮겨야 겠다.
먼저 산에서 ㄴ을 빼고
ㅏㅏㅏㅏ
목 놓아 바깥으로 아를 풀어놓으면
산은 마침내 ㅅ만 남게 된다.
두 사람 비스듬히 몸 맞대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ㅅ.......ㅅ.......ㅅ.......ㅅ.......
저 산이 움직인다.
ㅅ.......ㅅ.......ㅅ.......ㅅ.......
저 산이 걸어간다
ㅅ.......ㅅ.......ㅅ.......ㅅ.......
산을 움직이는 두 사람
ㅅ.......ㅅ.......ㅅ.......ㅅ.......
사랑하는 두 사람이다.
쌍봉낙타 - 김승희 -
해인이와 왕인이가
내 등 위에 올라타 앉아 있다.
엄마는 낙타,
목이 말라도 몸이 아파도
뜨거운 모래 위를
무거운 짐을 지고도 걸어가야만 한다.
낙타의 등에는 큰 혹인 육봉(肉峰)이 있는데 거기에는 수일 동안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지방과 영양분이 저장되어 있답니다. 이 혹이 하나 있는 것은 단봉낙타라고 하며 두 개 있는 것은 쌍봉낙타라고 합니다.
쌍봉낙타는 단봉낙타보다 힘이 세서 250kg 정도의 짐을 지고도 시속 4km로 하루에 40km를 갈 수 있답니다.
우울증에 신경질에 죄악망상
파라노이아 증상까지 겹쳤어도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죽지 않고 가는 것은
내 등 위에 짐 지워진
두 개의 육봉 때문일까.
오, 라후라라고
부처님께서 부르신,
부처님께서 버리신 피의 인연으로
나는 힘센 쌍봉낙타가 되어
뜨거운 사막 속을 가고 있다.
다락처럼 무거워도
야근처럼 피로해도
엄마는 낙타.
쌍봉낙타는 더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