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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 운 _ 《한강문학》(2018) 시조부문 등단, 평론부문 등단(30호,
2023, 신년호), 《한강문학》 편집위원, 한강문학회 총무이사
한류韓流
각 분야에 한류韓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우리의 음악, 미술, 생활양식 등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음악이 K-Pop이란 이름으로 해외로 퍼져나가고, 한국의 드라마, 영화를 해외의 많은 사람들이 자주 보고 있고, 한국의 음식, 복식 등도 해외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처음은 아니다. 한 때는 홍콩 영화가 전 세계의 개봉관에서 상영되었던 적이 있기도 하고, 19세기에는 일본의 문화가 전 세계에 일본 열풍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하이쿠’[Haiku]와 ‘단가’[Tanka]란 이름으로 일본의 전통 시 작법형식이 세계 시詩 작법의 한 형식으로 해외에 알려져 있고, 많은 시인들이 자기 나라 언어로 하이쿠와 단가를 짓고 발표하고는
한다.
시詩의 한류
이 시간에도 한국 사회의 많은 것들이 한류란 이름으로 해외에 소개되어 호평받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시는 해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번역가들이 우리나라의 시를 다국어로 번역
하고는 있지만, 해외에서 크게 환영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한류의 문화 현상에 부응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 시를 해외에 효과적으로 소개하여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영어 문화권이 이해할 수 있는 번역 방법론 그동안 한국의 문학단체 등에서는 국내 시인들의 작품을 해외 언어로
번역하여 널리 알리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일차적으로는 목표를 노벨문학상을 비롯한 해외의 저명한 문학상을 획득하는데 두고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작가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격 선양을 위한 목표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시를 어떻게 번역하여 해외에 알려야 하는지, 번역을 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법론에 있어서 많이 미흡했었다.
한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많은 공감을 공유했고, 오늘날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 즉 한류의 기저에도 이 개념이 엄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 세계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지성인들과 그들이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문화예술계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여 수많은 시인들이 시집과, 온라인으로 그들의 시를 쏟아 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리듬, 의성어, 의태어 등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우리는 시를 번역할 때, 우리 언어가 생태적으로 갖추고 있는 우리 말의 아름다운 리듬, 의성어, 의태어 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영어권의 시와 동등하게, 잘 읽힐 수 있도록 번역해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우리의 언어의 아름다움만 소개하겠다는 관점에서, 영어권의 리듬과 맞지 않는 이상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상스런 문장들의 조
합을 만들고 있지나 않았는지? 즉 영어권의 시의 리듬과 라임 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그냥 우리식의 라임과 리듬으로 싯귀의 조합을 만들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시라고 읽어달라고 강요하지 않았는지, 고
민해볼 필요가 있다.
언어에 따른 리듬
우리 말과 글로 쓴 시는 단음, 장음으로 리듬을 잡으면서 낭송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과거 표의문자[한자]를 차용하던 시대에는, 우리 글에 띄어쓰기가 없었기 때문에 문장으로 첫 글자부터 단음, 장음으로 교대로 읽어가면서 리듬을 잡아 갔었다.
그러나 통상 우랄 알타이어계의 언어가 아닌, 한시漢詩의 경우에는 두개의 글자를 한 박으로 하여, 같은 측성이나 평성으로 잡아가면서, 낭송하는 것이 기본이다.
영어의 경우에는 음절을 강, 약(약,강), 강약약(약약강)등으로 인토네이션을 주면서 읽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언어의 리듬의 특징을 무시하고 번역을 했을 때, 번역한 시는 여러 문장들의 조합이 되고 만다. 과연 이런 시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경쟁력이 있게 읽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혹자는 번역하려는 외국어의 리듬 등에 맞추어 번역을 했을 때, 정확하게 의미 전달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외의 번역 사이트 등에서도, 시 번역을 할 때 ‘원시의 의미 전달을 우선’해야한다는 점과, ‘번역한 시의 리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계속 논쟁 중이기도 하다.
이 논쟁에 대하여, 필자는 번역된 시의 경쟁력을 우선해야 하고, 의미의 전달은 원시의 아래에 주석을 달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이쿠, 단가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그런 시 작법 방식이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씌어지고, 그래서 단가의 음절에 따른 작법에 따라 번역되는 시들이 읽혀지면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조의 경우, 3행의 영시로 번역했을 때, 난해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종장의 경우 전결구로 같이 번역을 해야 하는 데, 그런 경우 대부분 종장을 번역한 경우 feet 수가 많이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되곤 한다. 또 라임을 어떤 식으로 잡아야 할 것인가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장을 3, 4구로 번역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 경우 기존 영미권의 4행시와 무슨 차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있다.
연시조의 경우 4연시조 이상이라면, 좀 색다른 형태로 단테의 《신곡》에서 유래된 ‘Terza Rima’의 기법에 따라 번역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시를 좀 색다른 형태의 시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영시의 3행시 Tercet과 우리 연시조의 차이가, Tercet은 전체적인 한 시 한편으로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는 데 반하여, 연시조는 기승전결이 계속 반복되는 것으로 차이가 있다.
*번역 예시 〈전통 한시〉
〈曉吟효음〉 小雨絲絲濕一庭 (소우사사습일정) 寒鷄獨傍短墻鳴 (한계독방단장명) 幽人睡起身無事 (유인수기신무사) 徒倚南窓望翠屛 (도의남창망취병) | 〈새벽에 읊으며〉 姜栢年강백년 가는 비가 보슬보슬 온 뜰을 적시는데 추위에 떠는 닭만 낮은 담장 가에서 운다 묻혀 사는 사람, 잠 깨어 일어나 아무 일 없어 다만 남창에 기대어 푸른 산병풍을 바라본다. |
〈Reciting at Dawn〉 Baeg-Nyun, Kang The thin rains are drizzling and dousing here and there, the courtyard and cottage. Only a rooster, crying near, the low wall, shivering in the cold. Waking in the morning no affairs, because I'm living in remoted village On the southern window, just I pause and lean, the blue hill, I behold. * drizzle:(비가)보슬보슬 내리다, (액체를 조금 붓다)=dribble. 보슬비, 이슬비. * douse(dowse):(물을 뿌려 불을)끄다, 전등을 끄다, (무엇에 액체를 흠뻑)붓다, 적시다. |
한시는 7자로 철저한 정형시이다. 그런데, 그런 시를 너무 의미 전달에 매달리면서 번역을 하다 보면, 자유시처럼 번역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의 정형시를 영시의 자유시로 번역한다면, 원시의 가장 기본 적인 틀 자체를 뒤틀었기에, 시 번역이라기 보다는 해석 또는 해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원시에 없는 cottage, village 등을 추가하면서 원시의 내용을 살리면서 영시의 정형시의 라임을 살려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원시에서 크게 일부 내용을 추가하거나, 빼면서 전체적인 번역시가 영시로 비슷한 feet을 가지도록 조정했다.
첫 구에 drizzling and dousing, courtyard and cottage 등을 사용하면서 alliteration을 살려 보았고, 같은 2음절의 단어를 사용하면 drizzling and dousing에서 assonance를 채용하면서 리듬을 살려 보려 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번역 시가 7feet이 되기에 다소 한 구가 길어진 느낌이 있다. 영시에서 한 구를 몇 개의 feet로 쓰던, 작자의 마음이겠지만, 요즘 시들은 점점 한 구를 짧게 써서 시가 간결하게 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스마트 폰으로 시를 볼 경우가 많아서인지, 좀 길어지면 화면상으로 읽는 데 좌우로 시프팅 하면서 읽는 것이 불편해서 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 구를 다 넣어서 좁히면 글자가 작아서 읽는 데 불편해지기 때문 인 것 같다.
그리하여 차라리, 7feet를 4feet, 3feet로 분리해서 번역하는 방식으로 다시 적어 보았다.
〈Reciting at Dawn〉
Baeg-Nyun, Kang
The thin rains are drizzling and dousing here
And there, the courtyard and cottage.
Only a rooster, crying near,
The low wall, shivering in the cold.
Waking in the morning no affairs, because
I'm living in remoted village
On the southern window, just I pause
And lean, the blue hill, I behold.
(Jan., 17th,2024,TranslatedbyKinsleyLee)
8구의 시로 번역했을 때, 1구 3구의 라임, 5구 7구의 라임, 2구 6구 4구 8구의 라임을 맞추어 보았다.
라임이 홀 수구와 짝수 구의 라임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칠언절구를 4feet, 3feet의 8구 시로, 1구와 5구, 2구와 6구, 3구와 7구, 4구와 8구에 라임을 맞추어 보았다.
〈宿甘露寺숙감로사〉 煙蒙古寺曉來淸 (연몽고사효래청) 湛湛庭前柏樹靑 (잠잠정전백수청) 松韻悄然寰宇靜 (송운초연환우정) 涼風時拂柳絲輕 (량풍시불유사경) | 〈감로사에 묵으며〉 權近(권근) 안개 자욱한 오래된 절은 새벽에 맑아지고 이슬 내린 뜰 앞에 잣나무가 푸르다. 소나무 운치는 초연하고 세상 고요한데 서늘한 바람 때로 가벼이 버들가지 흔든다. |
〈Staying at Kamro Temple〉 Keun, Kwon The ancient temple veiled in thick mist, which clears at the break of day. Before the dew-laden courtyard, the nut pine stand verdant today. The prosaic of pine trees is falling spirits and the world hush calmly, The cool breeze occasionally shakes the willow branches lightly. (Jan., 19th,2024,TranslatedbyKinsleyLee) * 寰:경기고을 환 * 拂:떨칠 불, 도울 필 * 담담湛湛:‘담담’은 틀린 독음, 바른 독음과 뜻은 ‘잠잠湛湛’:중후한 모양, 물이 깊 고 가득찬 모양, 물이 잠잠한 모양, 맑고 깨끗한 모양, 깊은 모양, 이슬이 많이 내린 모양, 물이 사납게 흐르는 소리. * 悄然초연:의기意氣가 떨어져서 기운이 없음. * 寰宇(寰內):천자가 다스리던 땅 전체, 세상. * verdant:신록의, 파릇파릇한 * prosaic:평범한, 따분한, 세속적인 |
韻을 淸, 靑, 輕으로 사용하였지만 淸, 輕은 庚韻이고, 靑은 靑韻으로 일반적인 절구의 押韻방식을 다소 벗어났다.
절구에서는 원칙적으로 庚韻과 靑韻이 換韻이 되지 않는다. 다만 1구, 4구의 경우에는 한 글자만 환운하고 2글자는 자기 운의 글자를 사용하는 방식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1구의 운을 다른 운에서 빌려오는 것을 飛雁入群格, 4구의 운을 다른 운에서 빌려 오는 것을 飛雁出群格으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처럼 2구의 운을 빌려오지는 않는다.
권근 선생 같은 분이 절구의 작법을 몰라서 오류를 냈을 리는 없을 것 같고, 무슨 숨은 암호가 시 속에 있다는 것을 암시할 수도 있기에 아무리 뜯어서 생각해 보아도 얇은 필자의 실력으로는 파악할 수가 없다.
3구의 悄然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초연하다 할 때 사용하는 超然을 쓰지 않고 의기가 떨어져서 기운이 없다는 의미의 글자를 사용한 것이 무슨 의미일까 고민 해 보았지만,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영어로 번역할 때는 글자를 그대로 살려서 falling spirits라고 번역 해 보았다.
1구가 앞의 번역들에 비해서는 다소 긴 듯하지만, 대략 6feet가 되기에 원시의 1구를 번역시의 1구에 담는 방식으로 번역해 보았다. 라임은 1구와 2구, 3구와 4구로 잡아 보았으며, 라임을 잡기 위하여 원시에는 없지만, 전반적인 시의 내용에 부합할 듯한 단어를 추가 하였다.
〈泣別慈母읍별자모〉 師任堂 申氏(사임당 신씨) 慈親鶴髮在臨瀛늙으신 어머님은 임영(강릉)에 계시는데 (자친학발재임영) 身向長安獨去情이 몸 혼자 서울로 떠나는 마음 (신향장안독거정) 回首北坪時一望머리를 북평으로 돌려 이따금 바라보니, (회수북평시일망) 白雲飛下暮山靑흰 구름 떠가는 아래 저녁 산만 푸르구나. (백운비하모산청) | 〈 읍별자모〉 |
〈Departing from Mother with Tears〉 Sa-im-dang Ms. Shin In Gangneung, I left my aged mother, Departing alone to Seoul, I can't cover |